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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스럽게 에스더기 읽기‘퀴어스런 QT’가 선사한 성서 읽기의 한 예
이정훈 | 승인 2021.10.16 17:52
▲ 퀴어스런 QT 온라인 모임 참석자들은 퀴어성서주석의 에스더기를 통해 기존의 국가 이데올로기를 벗어난 신선한 해석을 접했다고 입을 모았다. ⓒ화면 갈무리

“저는 에스더서가 금식도 나오고 죽고 사는 문제여서 엄청 진지하게만 봤었는데 오늘 공부를 통해서 우리나라 마당놀이의 해학처럼 너무너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성서였다는 걸 체험하게 되었네요. 그동안 에스더 읽으면서 뭔가 석연치 않았던 부분들이 오늘 공부하면서 해소되는 느낌이라 머릿속이 시원해지네요!”

“권력이 전복되고 민족을 구하는 여성 서사라는 점에서 박씨전이 떠오르기도 하는 것 같아요. 에스더기와 박씨전을 같이 읽어보는 일을 해보고 싶네요.”

“본문 속 에스더는 페르시아 남성 지배층의 입장에서 볼 때, 소수종교를 가진 피식민지 출신의 팔레스타인 외국인 여성 여성으로 다중 억압적 교차성을 정체성을 가진다. 이 같은 권력적 소수자는 생존을 위해 정치학적 유연성을 전술화 하게 되는데, 이야기 속 에스더 역시 그러하다.”

지난 14일(목) 오후 7시30분부터 온라인으로 진행된 “퀴어스런 QT(Queer Time)” 세 번째 모임에서 참석자들이 쏟아놓은 “퀴어성서주석: 에스더기”에 대한 감상이었다. 퀴어스런 QT는 ‘한국퀴어신학아카데미’(이하 퀴신아) 교육위원회가 주최한 것이다. 특히 퀴어스런 QT 올해 4월에 출간된 『퀴어성서주석: 히브리 성서』 (무지개신학연구소, 2021)를 읽어가는 온라인 모임이다.

유대 국가 유대교라는 이데올로기를 벗어난 에스더기 읽기

퀴어스런 QT 세 번째 모임은 기독여민회 연구실장이자 퀴신아 연구출판위원장인 정혜진 박사가 퀴어성서주석 에스더기의 내용을 발표하고 참석자들의 생각과 느낌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정 박사는 기존의 성서주석과 퀴어성서주석의 차이점에 주목하기보다는 퀴어성서주석 에스더기를 저술한 모나 웨스트 박사가 어떤 이론적 배경으로 에스더기를 주석했는지에 그 초점을 맞추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의 성서주석과의 차이가 드러나기도 했다.

정 박사는 모스 웨스트가 현대의 다양한 이론들 중 “캠프적 독해” 및 “드랙 읽기” 그리고 “크로스드레싱” 기법을 이용해 에스더기를 읽었다고 설명했다. 캠프적 독해는 “성서 속 희극 요소를 발견하는 것을 넘어 웃음을 성서 해석 도구로 보자고 독자”를 초대하는 것이다. 에스더기에 등장하는 9개의 잔치를 분석하며 이 잔치들이 얼마나 과장되어 있고 웃음을 유발하는지 밝혀놓았다.

또한 크리스드레싱 일기에 대해 “흔히 남녀가 반대성별의 의복을 입는 것을 가리키지만, 여기서는 확대된 의미로”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즉 크로스드레싱이란 범주를 파괴하는 행위이자, 범주의 위기를 창출하는 행위이며, 이 위기는 하나의 범주와 또 다른 범주 사이의 경계 넘기를 허용한다는 것이다. 특히 에스더기에서 하만과 모르드개의 역할 반전, 즉 굵은 베옷 입고 재를 뒤집어쓰고 있던 유대인 모르드개가 왕의 옷으로 단장되고, 결국 에스더기 8장에서 하만과 모르드개의 크로스드레싱 완성이 되는 것이다.

마지막을 정 박사는 모나 웨스트가 강조한 “환관”에 대해 자세히 언급했다. 환관은 “국가가 지정한 제3의 젠더 역할”을 했으며 자녀를 낳아 왕가의 계승을 교란시킬 가능성이 없는 존재들, 가족이나 후손에 매이지 않는 ‘완벽한 종’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에스더기에서 환관은 ‘제3의 표현 양식’으로서 기능하며 남자와 여자의 세계를 넘나들 수 있는 환관은 권력, 사회적 경계와 젠더 등을 가로지름으로써 이야기 전개에 핵심 역할을 하면서 가능성의 공간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정 박사가 소개한 퀴어성서주석의 에스더기에 대한 새로운 읽기 방식에 대해 참석자들은 적극 동의를 나타내기도 했지만 혼란스러워 하는 첨석자도 있었다. 소위 “현대의 이론으로 텍스트를 강제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또한 “모나 웨스트의 해석을 설교 강단에서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다.”는 것이다.

퀴어성서주석과 이데올로기 비평

퀴어성서주석 좁게는 퀴어성서주석의 에스더기의 주석은 기존의 주석과 무엇이 다를까. 이는 퀴어성주석의 다양한 저자들이 가지고 있는 전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성서 해석 혹은 주석은 성서가 그 시대가 안고 있는 문제와 씨름하고 형상화해낸 것이라는 전제 아래 에스더기는 어떤 문제와 씨름했고, 이를 통해 독자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일까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러한 물음은 소위 성서학계에서 역사비평학적 물음에 속한다. 특정 시간과 공간을 차지하고 존재했던 특정 저자를 상정하고 그 저자의 의도가 문학이라는 틀에서 어떻게 구현되었는지 탐구하기 때문에 그러하다. 그 저자의 역사와 시대 혹은 사건과 맞물려 성서를 해석하는 것이다.

하지만 역사비평학적 성서 해석은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아무리 정교하게 탐구한다고 한들 그 저자와 그 시대를 재구축한다고 것은 결국 가정에 불과하다는 한계를 만났기 때문이다. 계속적인 물음표만 쌓이게 되었다는 뜻이다.

역사비평적 성서 해석이 맞닥뜨린 난관과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새로운 성서 해석의 흐름은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태동하게 되었는데, 성서를 하나의 온전한 문학작품으로 본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제가 기존의 것과 다른 점은 문학이라는 틀을 통해 담겨져 있는 저자의 의도를 찾아내겠다는 노력이 아니라 저자의 의도를 상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저자의 의도라는 강박에서 벗어나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등장한 ‘수사비평’, ‘설화비평’, ‘독자반응비평’ 등이 성서학계의 큰 흐름의 하나로 자리 잡게 된다. 여기에 또 하나의 흐름이 등장하게 되는데 성서라는 문학작품은 그 작품을 생산한 저자 혹은 편집자의 이념(이데올로기)과 계급에 집중하기도 했다. 특히 저자 혹은 편집자의 이데올로기에 관심을 기울인 방법론을 이데올로기 비평이라고 칭했다.

넓은 의미에서 이데올로기 비평은 저자, 텍스트, 독자 등의 세 차원의 해석을 다루고 있다. 작품을 산출한 특정한 저자 혹은 편집자의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가를 탐구한다. 즉 이데올로기 비평은 작품이 특정한 이데올로기와 역사적 정황의 산물로 바탕으로 자기 자신만의 수사를 통해 자신만의 특유의 이데올로기가 재생산한다고 전제한다.

퀴어성서주석은 이러한 이데올로기 비평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러한 이데올로기를 벗겨내기 위해 새로운 눈으로 성서 읽기를 촉구한다. 흔히 회자되는 말처럼 남성중심적 이성애적 이데올로기로 형성되었을지도 모를 성서를 다르게 읽어보자는 것, 즉 “퀴어스럽게” 읽어보자는 제안이다.

이러한 탈이데올로기적 성서 읽기가 성공이냐 실패냐의 판단은 들어설 여지가 없다. 다르게 읽기는 독자의 권리이기 때문이며 읽기의 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퀴어성서주석 그리고 퀴어스럽게 성서 읽기와 묵상이 중요한 것은 이 지점으로 보이는데 다양성을 잃어버린 성서 읽기는 나태하고 폭력을 감추는 또 하나의 이데올로기이기 때문이다.

퀴신아가 주치한 퀴어스런 QT는 앞으로 두 차례의 모임을 남겨두었다. 10월21일 욥기와 10월28일 12소예언서이다. 욥기는 퀴신아 총무를 맡고 있는 Isaac이 12소예언서는 퀴신아 유연희 회장이 이끈다.

퀴어스런 QT 참여는 퀴어스런 QT의 실무를 맡고 있는 고상균 목사(010-9411-5815)에게 문의하면 된다.

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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