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준비된 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깨끗함이다. ⓒGetty Image

유월절은 이스라엘의 출애굽을 기념하는 절기로 첫 달 10-14일까지 지켜지고 무교절이 14일-21일까지 바로 이어집니다(출 12장). 해방의 기쁨으로 희년의 사회를 지향하는 축제일이라 해도 좋을 듯싶은 절기입니다. 감격과 감동이 밀려오고 새로운 사회의 꿈으로 가슴 벅차 오르는 날들입니다.

이처럼 출애굽은 과거로부터의 탈출인 동시에 미래를 향한 여정의 시작입니다. 히스기야가 이 유월절을 기획합니다. 그에 앞서 그는 성전을 수리하고 정화하고 온 이스라엘을 위해 속죄제와 번제와 화목제를 드립니다. 이로써 성전제의가 회복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이전의 모습은 어떠했을런지요? 사제들의 수가 부족했다는 29,34의 증언이 짐작케 합니다. 사제들의 수가 모자라는 것이 아니라 제의를 지킬 수 있는 사제들이 모자랐습니다. 이유는 사제들이 자신들의 성결을 유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앗시리아의 침략과 위협으로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사제들은 자기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이는 책임을 방기한 이들이 사제로서의 의식을 갖고 있었는지를 의심케 합니다. 사제 가문에서 태어났으니까 신분과 수입이 보장되니까 그 자리에 있었던 자들이 상당수에 이르렀던 것 같습니다.

이 상황에서 히스기야와 대신들과 백성이 유월절을 지키려고 했는데, 사제 문제 때문에 시기를 한 달 늦춰야 했습니다. 사제들의 성결은 사제 자신들의 책임입니다. 그래서 이를 나타내는 동사가 재귀동사입니다. 스스로 그 책임을 지킨 사제들이 부족해서 절기를 지키지 못하는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히스기야가 유월절을 기획한 것은 얼마 전 망한 북이스라엘 사람들을 포용하려는 목적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중요한 때에 중요한 절기를 지키려했는데, 지킬 수 없다니 그것도  절기를 이끌 사제들의 상당수가 준비되어 있지 않아서 그렇다니 비극입니다.

사제는 위기의 시대에 과연 어떤 자세로 살아야 되는지 이 사건은 보여줍니다. 성결이란 제의적인 것이라기보다 몸을 더러운 것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마음 없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의 마음이 더러운 것을 멀리 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들은 몸을 성결케 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닐까요?

마음이 더러운 것을 멀리할 때 성결은 ‘완성됩니다’. 사람 안에서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한다는 예수의 말씀도 이와 관련해서 되새겨봄직 합니다. 그럴 때에만 그들은 하나님 앞에서 자신들의 책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자신을 성결케 하려는 마음과 의지가 없는 이들이 어쩌면 다수였는지도 모릅니다. 당시나 지금이나 말입니다. 필요한 때에 준비되어 있는 사람, 그 사람이 그리운 때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그러한 사람의 것입니다.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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