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 증언의 한 순서를 성소수자 당사자 ⓒ화면 갈무리

WCC 제11차 총회 한국동행모임 5차 모임이 대면-비대면(온라인 생중계 Youtube 크리스챤아카데미 채널, 페이스북: 평등세상)으로 28일(수) 오후 7시 30분부터 경동교회에서 진행되었다. 이번 모임은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향하여”라는 주제로 ‘평등세상: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 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모임’이 주최했다. 차별에 직면한 각 현장의 이야기를 나누며 한국교회와 사회를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하며 마련된 것이다.

이날 모임에서 참가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강단 놓여진 한 개의 빈 의자였다. 빈 의자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5차 동행모임은 파이프오르간의 연주 소리에 맞춰 침묵 속에서 기도하며 바로 이 빈 의자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조진선 수녀(성가소비녀회)의 마가복음 1장 15절 말씀을 낭독하는 예배로의 부름이 침묵을 깨웠다. 조 수녀는 “이제 다양한 모습과 삶의 이야기로 이 땅에 오셔서 우리를 하나 되게 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여러분을 이 예배로 초대합니다”라는 기도를 드렸다. 현장 증언은 지난 모임과는 달리 매우 다양한 분야의 대표들이 나와서 현장의 목소리를 들려주었는데 노동, 신학교, 여성, 퀴어, 장애, 미등록 이주민, 교단, 난민 등 대표적인 8개 영역에서 반복되는 차별과 혐오에 대한 현장에 대한 증언과 기도가 이어졌다.

현장의 증언과 기도의 시간에서 첫 번째로 나선 손은정 목사(영등포산업선교회)가 “노동과 그리스도인”이라는 제목으로 노동의 현장에 대해 증언했다. 손 목사는 노동 훈련생과 함께 노동 현장에서 체험한 경험을 생생하게 전해주었다. 외주와 비정규직 확대로 죽음에 직면한 노동자들의 현실이었다.

신학교 현장에 대한 이야기는 오세찬(무지개신학교) 님이 “환대와 신학교”라는 제목으로 증언했다. 그는 증언을 통해 신학교에서 여러 가지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제도에 의한 억압의 현장에 대하여 진지하고 무겁게 언급했다. 여성의 현장은 김수산나 목사(여성세움센터)가 “여성과 그리스도인”이라는 주제로 여성으로서 겪어야만 하는 차별과 혐오, 그것에 의한 피해자 여성들의 상황에 대하여 자세하게 설명했다.

이어 요즘 교회 현장에서 가장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퀴어 현장은 이동윤(로뎀나무 그늘교회) 님이 “퀴어와 그리스도인”에 대한 상황을 이야기했다. 그는 로뎀나무그늘교회에 대한 역사를 간략히 설명하고 자신이 남성으로서 남성을 사랑하는 동성애자라고 밝혔다. 하나님이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경험하면서 믿음을 갖기 시작했다고 증언하였다.

이동윤 님은 자신의 동성애 정체성을 발견하였을 때 깊은 신앙적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하나님을 그 어느 때보다 사랑하고 하나님이 자신을 사랑함을 확신하고 있다고 고백하였다. 그는 교회가 성소수자 기독교인들에게 안전하지 않은 장소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성소수자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하나님은 성소수자들을 사랑함을 확신하며 언젠가는 모두가 평등하게 하나님에 대한 사랑을 고백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정부가 들어서며 가장 큰 변화를 예상했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진리라도 되는냥 가장 힘들어 하는 장애의 현장에 대해서는 이계윤 목사(장애인복지선교협의회)가 나섰다. 이 목사는 “장애와 그리스도인”이라는 주제로 장애인으로서 겪어야 하는 어려움과 고난에 대해 증언했다. 오늘의 사회가 장애인들에게 얼마나 안전하지 않은 장소임을 역설하며 장애인들이 경험하는 차별에 대해 생생하게 전해주었다.

미등록 이주민의 삶의 현장에 대해서는 제니(성공회 용산나눔의 집) 님이 “미등록 이주민과 그리스도인”이라는 제목으로 강다영 님의 통역을 통해 드러냈다. 제니님은 미등록 이민자이기에 취업을 하더라도 업주들에 의해 차별과 불법적인 노동착취를 당하는 현장의 현실을 지적했다. 그녀의 증언은 우리로 하여금 나그네를 돌보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생각나게 했다.

뒤이어 이동환 목사(Q&A)는 “차별과 혐오가 사라지는 교단과 그리스도인”으로 그가 교단 내에서 경험한 고난과 고통의 경험을 언급했다. 난민의 현장은 마준(아시아평화를 위한 이주 MAP)님이 “난민과 그리스도인”으로 문성준 님의 통역으로 담담히 풀어냈다. 마준 님은 특히 한국교회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난민들이 한국 사회에 통합되도록 교회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장 증언이 마무리되고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는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축복식이 이어졌다. 축복식은 임보라 목사(섬동향린교회)와 정혜진 목사(기독여민회)가 진행했다. 두 목사는 “나는 당신의 축복이 되고 당신은 나의 축복이 되어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축복이 되어 따로 또 같이 연대합니다”라고 모두를 축복했다. 뒤이어 장예정(전국교인인권위원회,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님이 시편 28:4 절, 마태복음 20:31-32을 봉독했다.

봉독된 성서 말씀을 통해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는 “나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나누었다. 임 목사는 마태의 본문을 오늘의 상황에서 다시 읽는다면 “누구든지 울타리 밖으로 쫓겨나지 않고 평등하게 그리고 동등한 기회를 갖고 살아갈 수 있게 해달라는 간구로 받아들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있는 모습 그대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바래야 한다고 강조했다.

말씀 나눔 이후 애찬 나눔과 평등세상 공동대표단(이영미 목사, 박승렬 목사, 박상훈 신부)과 채수일 목사(경동교회)의 축복기도로 5차 동행모임은 마무리 되었다.

예배가 끝나는 순간에 빈 의자는 여러 가지 다양한 옷으로 채워져 있었다. 서로 포개져 있는 다양한 옷과 물건은 우리에게 다양함의 조회를 이루고 평등하게 살아가는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향하여” 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한국 사회보다 한국 교회를 향한 더 큰 울림으로 보였다.

정인영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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