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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계명, 불평등한 사회현실에 대한 고발서힘 좀 그만 쓰세요(출애굽기 20:15)
홍인식 목사 | 승인 2021.11.01 16:19
▲ 아르헨티나 2001년 국가부도 사태 ⓒGetty Image

아르헨티나에서 살던 때의 일이 생각납니다. 2001년 국가부도 사태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아르헨티나 정치 사회 경제는 혼동과 혼란의 상태로 급격하게 빠져 들어갑니다. 지배층들의 부정부패가 폭로되고 민중들의 삶은 도탄에 빠지게 됩니다. 성난 민중들은 폭동을 일으킵니다.

많은 슈퍼마켓과 상점들이 약탈을 당하던 장면이 TV를 통하여 방영될 때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열린 상점으로 들어가서 각자지 물건들, 심지어는 크리스마스트리까지 도둑질 해 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정치권에 대하여 울분을 터트리기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슈퍼마켓을 약탈하는 군중들, 먹을 것과는 상관없는 모든 물건 등, 심지어는 크리스마스 츄리까지 가져가는 모습을 보면서 망연자실했던 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오늘 우리가 다루고자 하는 계명은 제8 계명인 “도적질 하지 말라”입니다. 이 계명을 다루면서 나의 머리를 스쳐가는 생각이 바로 아르헨티나에서 경험했던 군중들의 슈퍼마켓 약탈 사건들입니다. 남의 물건들을 도둑질해 가던 모습들이 연상되어집니다. 바로 그 모습을 향한 것이 오늘의 계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오늘의 십계명 “도둑질을 하지 말라”를 생각하면서 여러분들에게 질문을 하나 던지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은 오늘의 계명인 ‘도적질을 하지 말라’의 도적질을 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어떤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답변합니다. 있는 것이 충분한 사람들은 도둑질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富(부)촌을 지나가면 별로 신경을 쓰지 않지만 혹시 가난한 동네를 지나가게 되면 도둑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실지로 도둑을 당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오늘의 계명은 바로 ‘가난한 사람들’을 향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있는 사람들이 슈퍼마켓을 약탈하거나 그런 일을 하지 않을 테니까 말입니다.

오늘의 제8 계명은 제10 계명과 그 내용에 있어서 거의 비슷합니다. 제8 계명은 도적질하지 말 것을 말하고 있고 제10 계명은 네 이웃의 집을 탐내지 말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도적질하는 것이나 이웃의 것을 탐내서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나 그게 매한가지가 아니겠습니까? 여기에 대하여 여러 학자들이 나름대로 여러 가지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Martin Noth(마틴 노트)라는 구약학자는 제8 계명의 도적질은 사람을 도적질하는 것, 다시 말하면 동족을 노예로 삼거나 혹은 납치하여 다른 민족에게 종으로 파는 것을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스라엘 공동체가 형성되었던 초기에는 그런 일이 발생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제8 계명이 사람을 도적질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타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십계명의 최종적인 모습이 완성되었던 시기에는 그러한 사람 도적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에 대하여 Childs(차일즈)라는 구약학자는 제8 계명은 좀 더 광범위한 의미에서의 도적질, 다시 말하면 잘못된 소유 혹은 권력의 남용으로 인한 재물 취득(착복, 횡령) 등을 금지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제10 계명은 소유라는 개념 뒤에 자리 잡고 있는 인간의 충동적인 탐욕에 대하여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저는 Childs의 견해를 받아들이면서 그 견해를 의지하여 제8 계명을 여러분에게 소개하려고 합니다.

먼저, 제8 계명은 모든 형태의 도적질을 금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사람을 창조하시면서 우리로 일을 하도록 하셨습니다. 에덴동산에 각종 식물과 동물을 만드시고 사람으로 관리자가 되어 그들과 함께 평화를 누리며 살게끔 하셨습니다. ‘관리’라는 단어에는 노동의 의미가 있습니다. 인간은 그러한 관리를 통하여 culture(문화)를 만들어 갔습니다. 노동은 인간이 가장 인간답게 살아가는 귀중한 요소입니다. 이렇게 하나님은 사람으로 노동의 대가를 중심으로 자신의 삶을 영위하도록 하셨습니다. 그래서 마땅히 일한 사람이 자신의 삯을 받는 것은 당연하며, 사람의 행복은 자신의 이마에 땀이 흘린 대로 그리고 손이 수고한 대로 거두어들이는 데서 찾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노동의 대가 없는 불로소득을 바라는 것은 하나님의 뜻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도적질은 무엇입니까? 노동의 대가 없이 무엇인가를 얻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남의 것을 빼앗은 것을 넘어서서 하나님의 인간 창조 섭리를 어기는 그러한 행위입니다. 도적질을 단순하게 혹은 유교적인 차원에서의 윤리적이고 법률적인 면에서 생각해 본다면 아마 우리와는 별로 상관없는 일이 될지도 모릅니다. 제8 계명은 우리의 삶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요원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땀 흘림 없이 대가를 얻고자 하는 생각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면 우리는 제8 계명을 범하고 있는 것입니다.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하여 성적을 올려야 합니다. 컨닝페이퍼를 이용한다거나 혹은 운을 바라면서 공부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도적질하는 행위입니다. 믿는 이들이 도박을 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냥 앉아서 벌겠다는 생각은 도적질입니다. 용하게 운을 따라서 한몫 잡겠다는 생각은 우리로 도적질을 하게 하는 마음입니다. 믿는 이들이 고리대금이나 부동산 투기를 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정당한 노동의 대가 없이 이마에 땀이 흘리고 손이 수고한 것 없이 거둬들이는 것은 모두가 도적질입니다. 슈퍼마켓을 약탈하는 것만이 도적질이 아닙니다. 노동하지 않고 거둬들이는 모든 것은 하나님 앞에서 도적질하는 것입니다. 제8 계명 ‘도적질하지 말라’는 우리로 다시 한 번 인생에 있어서 땀 흘리면서 일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상기시켜 주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에게 일할 터전이 있습니까? 일할 수 있는 건강과 힘이 있습니까? 그러면 아무리 조그마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하나님에게 감사하면서 열심히 일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일터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땀을 흘리시기 바랍니다. 장사하는 사람은 장사하면서 공부하는 학생은 공부하면서 목사는 목사의 일을 열심히 할 때 우리는 비로소 ‘도적질하지 말라’라는 제8 계명에 대하여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터에서 최선을 다함없이 누구도 제8 계명은 자신에게 상관없는 것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두 번째로 제8 계명은 힘 있는 자들의 잘못된 소유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계명은 Childs가 지적했던 것처럼 가난한 자들의 도적질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그러한 도적질을 인정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가난한 자들의 도적질은 비난하고 나쁜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힘 있는 자들의 도적질에 대해서는 관대한 편입니다. 아니 그들이 권력을 남용함으로써 얻어 들이는 부정축재에 대해서는 도적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가난한 자들의 도적질은 사회에서 없어져야 할 악이지만 그러나 권력을 가진 자들의 도적질은 ‘떡을 옮기다가 떨어지는 떡 고몰 같은 것’이기에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하는 생각을 하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그래서 소위 좀도둑들은 형 집행을 단 후에도 사회에 적응하기 어렵지만, 그러나 큰 도적질을 한 권력 있는 사람들은 부정축재가 드러나도 그 후에 사회 활동을 하는 데 지장을 받지 않는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제8 계명은 바로 그러한 사회 현실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그러한 상황을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8 계명은 이러한 권력을 이용하거나 혹은 자신의 유리한 조건을 바탕으로 잘못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하거나 혹은 힘없는 사람들의 불리한 조건을 악용하는 모든 행위를 도적질로 규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언자 아모스는 힘 있는 사람들의 도적질 하는 모습을 다음과 같이 고발하고 있습니다. 

“사마리아 언덕에 사는 너희 바산의 암소들아. 이 말을 들어라. 가난한 사람들을 억압하고 빈궁한 사람들을 짓밟는 자들아 저희 남편들에게 마실 술을 가져오라고 조른 자들아 주 하나님이 당신의 거룩하심을 두고 맹세하신다. 두고 보아라 너희에게 때가 온다. 사람들이 너희를 갈고리로 궤고 끌고 갈 날, 너희 남은 사람들까지도 낚시로 꿰어 잡아갈 때가 온다.”(아모스 4:1~2)

예언자 이사야는 다음과 같이 권력을 잡은 자들이 하는 도적질에 대하여 경고하고 있습니다.

“너희가 더 차지할 곳이 없을 때가지 집에 집을 더하고 밭에 밭을 늘려 나가 땅 한 가운데서 홀로 살려고 하였으니 너희에게 재앙이 닥친다.”(이사야 5:8)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여 차지하는 모든 잘못된 소유는 도적질이라고 성서는 고발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8 계명은 오늘 우리 사회의 불평등한 모습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 아직도 집이 없어서 거리에서 자는 사람이 있는 한, 집을 투기 목적으로 삼는 사람들은 가난한 자들의 것을 도적질하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 사회가 80대 20 아니 10대 90의 사회가 되고, 없는 사람과 있는 사람의 극심한 빈부의 차이가 존재하는 한 우리는 제8 계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습니다.

8세기의 성자 바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희 옷장에 넘쳐나는 옷은 너희의 것이 아니다. 그 옷은 옷이 없어 헐벗고 있는 사람들의 것이다. 너희의 창고에 넘쳐나는 곡식은 너희의 것이 아니다. 그것이 없어 오늘도 굶주리고 있는 사람들의 것이다. 너희의 남아도는 구두들은 너희의 것이 아니다. 구두가 없어 오늘도 맨발로 지내는 사람들의 것이다”

오늘 우리가 안락한 삶을 살고 있고, 그리고 우리가 가진 것이 남의 것을 빼앗은 것이 아니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해서 제8 계명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이 아닙니다. 이 땅 위에서 먹을 것과 있을 곳과 입을 것이 없어 길거리를 방황하는 사람이 있는 한, 인간들 사이에 불평등이 존재하는 한 그리고 빈부의 차이 속에서 가진 사람은 인간 대접을 받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도적 취급을 받는 한, 우리는 자유로울 수가 없습니다. 제8 계명이 우리와 상관없는 계명이 아닙니다. 오히려 제8 계명은 우리의 삶과 직접 연결되어서 우리에게 끊임없이 양심의 소리를 일깨워 주는 계명입니다.

제8 계명은 우리에게 또 하나의 삶의 정신과 원리를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깨끗한 노동과 나눔의 삶’ 입니다. 힘 있는 사람은 ‘이제 그만 힘을 써야’ 합니다. 힘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정직하고 깨끗한 노동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나누어야 합니다. 넘쳐나는 것은 우리의 것이 아니라 없는 사람들의 것입니다. 노동하여 나누지 않는 것은 하나님의 것을 도적질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오늘과 같은 빈부의 차이가 극심한 이 사회에서 더욱 강조되어야 할 것이 바로 오늘의 제8 계명 ‘도적질하지 말라’ 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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