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덴동산의 두 나무와 아담과 하와 ⓒGetty Image

죽음은 모든 생명체에게 공통된 현상이고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것이겠지만, 특별히 사람에게는 더 고통스러운 것으로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죽음에 대한 다른 생명체들의 ‘입장’을 잘 알지 못하면서 이렇게 말하게 됩니다. 로마서의 이 구절은 오래 동안 죽음 이해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렇지만 그것과 그것이 염두에 두고 있는 창세기 2-3장의 이야기 사이에는 간격이 있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서 이해되어야 합니다. 아담과 하와는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쁜지 알게 하는 나무 열매를 먹지 말라는 하나님의 금지 명령을 어겼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이 그 때문에 죽게 되었느냐는 것에 있습니다.

하나님은 그 명령을 어기면 반드시 죽는다고 하셨습니다. 사람이 본래 영원히 살도록 창조된 존재여서 그렇게 말씀하신 것일까요? 죽음이 없는 세상에 사람이 명령을 어겨 들어온 것일까요?

동산에는 그 나무와 함께 언급되는 나무가 있습니다. 이 나무의 기능은 무엇일까요? 이들 두 나무는 창조되고 금지명령을 받은 인간의 두 가지 한계를 상징합니다. 곧 인식능력과 생명력의 한계입니다. 이 두 가지는 신과 그가 만드신 인간의 차이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인간은 영원한 생명을 지닌 존재로 창조되지 않았고, 따라서 처음부터 죽음을 곁에 두고 있었습니다. 인간에게 생명과 죽음은 처음부터 짝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창 2-3장의 그 ‘사실’은 이 이야기를 근거로 하는 바울의 윗말을 뒷받침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위의 말이 그 효력을 완전히 잃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조금은 다른 뉘앙스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하나님은 명령을 어긴 사람이 생명나무 열매를 따먹고 영생하면 안 된다고 하시며 사람을 동산 밖으로 내보내십니다. 이로써 사람은 어느 정도의 인식능력을 얻었지만 그 댓가로 생명나무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였고, 죽음을 지니고 죽음을 향해 가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사람은 동산 밖에 살게 됨으로써 그의 행위와 상관없이 죽음을 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 땅에 살아야 하는 사람은 이 땅에 산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죽음 아래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사람에게는 선을 행할 의지나 능력이 아주 작습니다.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기가 어려운 존재입니다.

그렇지만 하나님은 그러한 사람의 하나님이시며, 사람에게서 죽음의 그늘을 치우시고자 하십니다. 그렇기에 하나님은 사람의 죄를 외면하지 않고 징계하시기도 하지만 사람에게서 은총의 손길을 거두신 적이 결코 없으신 분입니다. 하나님은 사람들에게 생명을 주시고 그들이 하나님 앞에서 살기를 원하시며 이를 위해 활동하십니다.

하나님께서는 에덴동산의 생명나무에 이르는 길을 폐쇄시키셨지만, 진리를 따라 생명에 이르는 길을 열어주셨으니 하나님께서 이 땅에 보내신 그의 아들 예수가 곧 그 길입니다. 하나님은 그에 의해 열린 생명의 길을 우리가 갈 수 있도록 성령을 보내셔서 진리를 따라 살게 우리를 도우십니다. 성령은 악을 멀리하고 불의를 거부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며 사는 사람 곧 사랑의 사람이 되도록 우리를 이끄십니다(고전 13,4-7, 특히 5-6절).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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