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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문화 꽃이 피었습니다!2021 NCCK신학위 <사건과 신학> 10월호 ⑷
김한나(NCCK 신학위원, 성공회대학교) | 승인 2021.11.23 19:52
ⓒ넷플릭스

죽음의 공포라는 극한 상황 앞에서 ‘오징어 게임’ 속 인물들의 가면은 서서히 벗겨진다. 사회적 약자에게 작은 친절을 베풀던 세련된 지성인에서부터 극 중 가장 이타적인 주인공까지도, 결국 속임수와 폭력, 살인을 통해 생존과 부를 좇는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다양한 인간 군상의 묘사를 통해 인간의 이기적 본성과 자기중심주의의 실체를 드러낸다.

게임에 이기기 위해 한팀을 이루었던 연대도 결국 개인의 이익 앞에서는 와해되고, 가장 가까운 상대마저도 배신하는 등장인물들의 행태는 우리의 보편적인 얼굴을 보는 듯하다. 극의 막바지, 주인공과 깐부 할아버지의 대화 속에서 인간이 욕망하고 집착하는 것들이 얼마나 공허한가에 대한 자조적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과연 우리 각자가 좇고 있는 ‘456억’은 무엇일까?

우리가 흔히 ‘속물’이라고 여기는 기준은 지나친 부나 명예를 대놓고 바라거나 세속적인 가치를 삶의 목표로 삼는 경우다. 하지만, 우리가 좋은 것으로 여기는 것, 예를 들면 건강, 지성, 선행, 자연, 사명 등을 삶의 궁극적 목적으로 여기는 경우는 다르다. 그들은 사회의 모범적인 표본으로서 올바른 삶을 살아가는 것으로 인정받을 뿐 아니라 자족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그것이 삶의 최종 목적지에 자리한다면 그것도 결국 공허한 것이다. 세상에 좋다는 모든 것을 누리고 경험했던 솔로몬도 결국 전도서를 통해 유명한 문구를 남겼다. “헛되고 헛되다. 세상만사 헛되다”(전1:2).

인간이 창조한 문화는 우리의 삶에 대한 해석과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 인간은 하느님의 형상을 닮아 문화를 창출한다.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하느님의 문화 명령은 우리가 문화의 소비자일 뿐만 아니라 창조자임을 알려준다. 하느님과 인간, 그리고 세상을 향한 우리의 가치관과 시각은 우리가 창조한 문화를 통해 반영되고 투영된다.

그러므로, 문화는 곧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문화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사고와 삶의 태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최근 들어 우리가 창조한 문화는 지역과 민족의 경계를 넘어 전 세계로 전파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K-문화, 즉 한류 문화도 이러한 흐름에 의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며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90년대 일부 한국 드라마의 인기는 가까운 일본과 중국에 한류 열풍을 일으켰다. 한류 스타라는 수식어가 붙은 많은 연예인이 아시아에서 큰 인기를 얻었고 그들을 보기 위해 수많은 관광객이 한국을 방문하였다. 온라인 미디어와 플랫폼의 발달은 이러한 한류 열풍이 아시아를 넘어 아메리카와 유럽 대륙에 확산되는데 일조하였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의 폭발적인 인기는 전 세계에 한류 문화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이후, 한국 영화의 기대 이상의 선전과 수상, 글로벌 팬덤을 일으킨 아이돌 그룹의 인기 등으로 인해 K-문화의 열기는 점차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한류 문화의 세계적 인기는 우리의 문화가 급격히 발돋움한 결과가 아니다. 이미 유수한 문화유산과 축적된 문화적 역량을 소유한 우리는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과 한글의 우수성으로 이를 증명하였다.

인류는 문화를 소비하기 원한다. 또한, 이를 통해 삶과 죽음, 초월적 세계, 인간의 고통과 슬픔 등에 대한 의미를 찾기를 원한다. 우리는 문화를 통해 인간의 근원적이고 실존적인 물음에 답을 해줄 수 있다. 그것이 곧 신학이 문화에 적극적으로 침투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는 문화를 외면하거나 문화에 중독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해야 하는 사명을 갖는다.

더불어, 신학적 성찰에 의해 인간에게 유익이 되지 않는 시대적 풍조나 사상 등을 분별해내고 경계하는 역할도 중요하다. 또한, 드라마, 영화, 광고, 컴퓨터 게임 등을 통해 본연의 의미가 왜곡되어 전달됨으로써 대중의 사고와 가치관에 혼란을 주는 경우도 주의해야 한다. 교회가 이러한 것에 대해 침묵한다면 곧 그것을 묵인하고 옹호하는 것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인간의 실존과 구원, 삶의 가치와 궁극적 목표, 사랑과 정의에 관한 참된 의미는 신학의 주요 주제이며 우리는 성경을 통해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기독교 역사 이래 우리 신앙의 선조들은 오랜 성서 연구와 신학적 성찰을 통해 이와 관련된 무수한 유산을 남겨주었다. 진리는 문화와는 다르게 우리가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다. 우리가 발견한 원석인 영원한 진리를 시대에 적합한 문화라는 틀에 고정하여 세상에 전파하는 것이 곧 지혜다.

‘오징어 게임’은 전 세계에 인간의 이기적 욕망과 그 대상의 공허함을 드러내는 역할을 했지만, 결국 인간의 양심 외에는 그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의 양심은 우리를 구원하지 못한다. 양심은 부패하고 무감각해지며 때로는 과민하게 반응할 수 있다. 인간은 자신의 양심을 기만하고 죄를 합리화하여 양심의 소리를 묵살할 수도 있다. 우리는 외부의 신학적 조명 없이 옳고 그름과 실재와 환영, 세속적 가치와 영원한 가치를 구분하기 어렵다.

오늘날 한류 문화의 신드롬 속에서 K-교회와 교회연합단체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우리는 이미 인류의 절망적 실존에 대한 궁극적인 대안을 가지고 있다. 그리스도의 빛은 우리의 구체적인 문화를 통해 세상에 발현되어 삶의 참된 의미와 실재적(實在的)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성경은 인간의 역사와 삶은 예수 그리스도로 향하며 가장 인간다운 삶은 하느님을 경외하고 그분의 명령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한다(전12:13). 그리고 하느님의 명령은 우리 자신인 인간과 우리가 실제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올바른 시선과 태도를 포함한다. 바라건대, K-문화의 개화(開花)와 온라인 기술의 발전이 K-교회의 문화 선교를 위한 문명적 전환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한나(NCCK 신학위원, 성공회대학교)  kncc@knc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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