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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D케밥하우스”의 김상기・홍주민 목사후지고 구린 교회 탈출구 찾기 – 교회 밖의 교회를 찾아서 ⑵
고상균 팀장(미디어 취재부) | 승인 2021.11.28 15:45
▲ 사진 오른쪽부터 김상기·홍주민 목사. 이들은 디아코니아 정신으로 ‘YD케밥하우스’를 예멘 난민들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고상균

“기다리고 있었어요. 어서 오세요!”

두 분은 대학원 석사시절의 선생님들이었다. ‘신명기 세미나’, ‘디아코니아와 민중신학’ 등 두 분의 수업은 해박함과 진지함 속에서 시종 진행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시종 진지했다’는 건 학생들의 입장에서 볼 때 아주 재미난 수업은 아닐 수도 있다는 말과 비슷할 터! 강의시간 내내 단 한 번의 농담도 없었을 만큼 두 분은 알려주고 싶은 것이 많았고, 열정적이셨으며, 고지식하셨다.

오래된 연구실에서 두꺼운 서적을 들여다보며 늘 연구하고 계실 것 같았던 두 분이 장사를 시작하셨다는 소문이 어느 날 들려왔다. 게다가 케밥집이라니! 여행으로 잠시 들렀던 이스탄불과 베를린의 길거리에서 즐겨 먹었던 그 음식을 두 분의 선생님들이 만들고 계신 모습은 쉽게 상상이 되질 않았다.

이 인지부조화에서 오는 궁금증은 끝내 나를 수원역 앞 그들의 공간으로 이끌고 갔다. 오랜만에 만난 두 분의 모습은 십 수 년 전에 비교해 볼 때 무언가 달라져 있었다. 무엇이라 꼭 짚어 말할 순 없지만, 요리 중 묻었음직한 기름이 군데군데 묻어있는 옷을 입고 밝게 웃으며 맞아주었던 모습은 이전보다 좀 더 편안하지만 더욱 힘이 있어 보였다.

▲ 두 분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상기(이하, 김): 저는 홍주민 목사와 함께 디아코니아 활동을 하며 기쁨을 얻는 사람입니다.  디아코니아는 기독교인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일일 겁니다. 저는 이 일이 계속 이어질 수 있길 바랍니다.(이후에도 이 두 분은 어떤 질문에도 종국에는 디아코니아를 강조하는 화법을 사용하셨다. 그만큼 이 분들에게 디아코니아라는 개념은 소중한 것이었다.)

홍주민(이하, 홍): 저는 한국기독교장로회에 속한 기관 목사로 디아코니아를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디아코니아는 교회의 본질이지만, 한국교회는 애석하게도 이 본질에서 벗어나 있다고 하겠습니다. 저는 독일에서의 유학을 통해 체계적 학문과 실천으로써의 디아코니아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연구재단의 연구교수로 논문도 쓰고요, 2015년에 시작된 사단법인 한국디아코니아 활동을 하다가 2018년에 예멘 난민들을 만나면서 난민 디아코니아에 몰두하던 중 활동을 협동조합으로 조직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 하에 사회적 협동조합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YD 케밥하우스는 이 협동조합의 일환입니다.(YD는 예멘 디아코니아를 뜻한다.) 이 밖에 디아코니아 대학을 만들어 디아코니아에 대한 학문적 전수 작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세계적 조직인 헤른후트의 한국형제단을 창립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보라! 이 짧은 시간에 ‘디아코니아’라는 말을 얼마나 많아 사용하고 있는가?)

▲ 디아코니아란 무엇인가요?

: 디아코니아의 어원적 개념은 ‘식탁에서 시중들다’ 혹은 ‘섬긴다’입니다. 이는 다른 이를 위해 몸을 움직여 봉사하는 구체적인 실천을 뜻합니다. 복음서 속에서 예수께서는 자신을 ‘디아코노스’ 즉 디아코니아를 실천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하셨습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성서 속 예수는 말씀만 하시지 않고 몸을 움직여 약자와 이웃을 섬겼습니다. 바울로 상징되는 초기 신앙공동체 역시 디아코니아를 실천하는 공동체였습니다. 지난 2천년의 교회역사는 디아코니아의 역사와 이에 대비되는 교권과 교리의 역사가 공존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수많은 기독교개혁가들의 정신에는 디아코니아가 자리하고 있었죠. ‘교회의 처음으로 돌아가자’는 그들의 목소리는 교권으로 희미해진 디아코니아 정신을 회복하자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이 흐름 속에서 산업화와 자본주의로 이어진 서구 사회에서 교회의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고, 곧 디아코니아 운동이 전개되었습니다.

한편 세계교회협의회는 디아코니아를 교회의 본질로 규정하는 가운데, ‘디아코니아 자체가 교회’라는 담론을 주창하고 있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디아코니아는 교회와 성서의 핵심이라고 하겠습니다.

: 이사야서를 인용하고 있는 누가복음 4장 18절은 예수께서 세상에 오신 이유가 약자들과 연관된 활동, 해방, 먹이고 고치는 사역 즉 디아코니아에 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또 예수께서 심판의 기준으로 제시하신 것 역시 약자에게 어떻게 했는가? 다시 말해 디아코니아의 실천유무입니다. 이를 구약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잠언에서 하나님은 약자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가운데 약자에게 행하는 것이 하나님 자신에게 하는 것이라고 선언합니다. 디아코니아는 하나님, 예수 그리스도를 이해하는 중추적 개념입니다.

▲ 디아코니아와 케밥하우스는 어떤 관련이 있으며, 이 활동의 계기는 무엇인가요?

: 케밥하우스의 설립목적은 우리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이 나라에 와서 고통당하고 있는 예멘 난민들의 문제해결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수익창출이나 일자리제공의 차원을 넘어 기독교가 이야기하고 있는 사람을 살리는 일은 자선이 아니라 예수가 목표로 했던 실천입니다. 여기에 인종, 국가, 종교 등의 배경은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이 집에 난민들에게 마음의 고향이나 사랑방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습니다.

: 이 케밥집의 이름도 예멘 난민들과의 상의 속에 지었던 생각이 납니다. 이 일의 시작은 2018년 5월 제주도에 왔던 약 5백 여 명의 예멘 난민들과의 만남이었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난민에 대한 실존적 이해가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그 이들은 제주도 출도금지 명령에 의해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 있었습니다. 무비자 입국 자격도 박탈해버렸죠. 더 이상의 입국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도였습니다.

이 같은 뉴스를 접하던 중 독일에서 제작한 예멘 난민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고 정말 심장이 멎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기능이 정지된 국가, 기아에서 허덕이고 또 죽어가는 수백만의 사람들… 그런데 이들을 대하는 한국정부와 제주자치도의 태도에 그만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서로 책임만 떠넘기는데 급급했죠. 그 와중에 움직일 수 없게 해 버렸기에 돈이 떨어진 난민들이 하루 한 끼로 버티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SNS 등을 통해 난민디아코니아 활동의 뜻을 올렸고 한 끼 오천 원으로 천 끼의 식사를 준비하고자 했습니다. 이에 필요한 5백 만 원이 닷새 만에 모였습니다. 이에 힘입고 찾아간 제주도 이주민센터를 통해 난민 7명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한창 때의 젊은이들인데 앙상한 몸을 겨울 가릴 수 있는 옷, 총탄 자국이 있는 손들…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 이들과 새벽까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당장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확인했습니다. 이후 다시 한 번의 모금을 통해 쉼터에 이층침대를 비치 할 수 있었어요. 그전까지는 모두들 바닥에서 자야했거든요.

그 다음에는 원희룡 지사를 만나 폐교 제공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면 숙식, 프로그램 등 모든 것을 담당하겠다고 했죠. 하지만 거부당했습니다. 난민반대시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거절의 이유였죠. 원지사도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알고 있는데요, 정말 실망스러웠습니다. 언젠가 한번은 제주에서 열린 난민관련 토론회에 참석했다가 기독교인들이 중심이 된 난민혐오세력에 의해 심각한 위협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신혼여행도 제주도를 가보지 못했는데 그해 여름 다섯 번을 오갔더랬습니다. 그렇게 만났던 난민의 실존적 문제를 이후로도 계속 껴안고 고민하게 되었고, 여기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디아코니아 실천에 있어 종교가 배경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이 활동이 포교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말씀을 이어가는 가운데 난민을 위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개신교교리 전파나 자신의 교회로 데려가려는 시도, 게다가 대형교회가 자본을 이용해 이 같은 행동을 할 때가 많다며 무척 속상해 했다. 챙겨 내오신 케밥을 무척 맛있게 먹으며 다음 질문을 이어갔다.

▲ ‘YD케밥하우스’ 내부 모습 ⓒ고상균

▲ 이 활동을 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거나 보람되었던 일이 있었나요?

: 난민은 정치・종교・강제징집 거부 등 다양한 이유로 자국을 탈출합니다. 하지만 도착한 곳에서는 생존을 위해 일을 해야만 하지요.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은 난민들을 단순히 ‘남의 나라에 와서 편히 돈 벌려고 하는 자들’로 치부해 버립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인정된 난민 혹은 인도적 체류 허가자에게 소위 3D업종 이외의 직종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건설업도 불가능했을 정도였으니까요. 노동권이 심각하게 축소되어 있는 겁니다. 노동을 하지만 건강보험과 산재보험 등 2대 보험만 가입할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제주 예멘난민의 경우 한국적응을 위해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었던 기간과 지원도 이행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들 중 세 명이 내전 상황이었던 예멘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도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은 아픔으로 기억됩니다.

: 생각해 보세요. 이들이 직장을 옮길 땐 12만원을 내야 합니다. 반년마다 해야 하는 비자갱신에는 6만원이 듭니다. 국가는 지금껏 아무 지원도 해주지 않았는데도, 그야말로 돈만 뜯어가는 게 아니겠습니까? 반면 최근 아프가니스탄에서 도착한 이들에게는 난민이라는 이름도 쓰지 않죠. ‘특별 기여자’라고 하던가요? 진천에 어엿한 숙소를 만들어주기도 했죠. 참 기가 막힌 일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난민들의 노동권은 심각하게 제약받고 있죠. 그 때문에 노동현장 여러 곳에서 돈을 뜯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동안은 그런 곳을 쫓아다니며 싸워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직장을 구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비자발급에도 현장에선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대신 말해주는 경우도 많아요. 그래서 이 지역에서는 디아코니아가 제법 유명합니다. 그 분들이 가서 싸워주면 해결된다고요. 출국하는 난민의 급한 연락으로 밤중에 공항으로 뛰어 간 적도 있어요.

말씀을 듣는 내내 마음속에 한 가지 질문이 차올랐다. 너무 무례한 질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주저했지만, 그래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 다 좋습니다. 그런데 이곳이 현실적으로 이 같은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선 일정한 수익이 창출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게 가능합니까?

: 가능합니다. 가능한데 그 이유는 우리 둘이 여기에서 어떤 것도 가져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의 임금이 빠지니 운영과 유지를 위한 수익을 남길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난민 직원이 한 명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요. 이렇게 인건비가 들지 않으니 가능합니다. 솔직히 슬픈 운영이라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난민들이 늘 기댈 수 있는 공간이거든요. 할랄로 상징되는 고향의 음식 맛도 볼 수 있는 곳이죠. 이곳은 유지되어야 합니다.

: 지금은 이런 시스템으로라도 가야 하는 것은 이곳이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난민센터이기 때문입니다. 또 이 건물 9층에는 쉼터가 있고 그 공간의 운영도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케밥하우스 운영, 그리고 여기에서의 수익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솔직히 지금까지는 우리의 헌신으로 유지를 했고요, 그 결과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전해집니다. ‘케밥하우스, 그리고 디아코니아는 열심히 하는 단체다’라고 말이죠.

답을 정리해보면 ‘인건비를 뽑을 수 없다’, ‘하지만 유지해야 한다’ 정도일까? YD케밥하우스는 두 분의 즐거운(?) 헌신 속에서 유지되고 있었다. 잠시 숙연해졌지만, 또 다시 등장한 케밥 한 접시로 재빨리 포크를 넘기며 질문을 이어갔다.

▲ ‘YD케밥하우스’에서 요리를 만들고 있는 김상기·홍주민 목사 ⓒ고상균

▲ 활동은 필연코 지금의 한국교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고 계실 듯합니다. 한국교회에 대한 진단과 해법에 대해 간단히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 한국교회는 중심에 두어야 할 디아코니아를 변방에 두고는 전도, 교세확장 등을 핵심가치로 주장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주객이 전도되었다고 볼 수 있겠죠.

홍: 앞서 말씀드렸던 제주 상황에서 중동지역에서 활동하고 온 선교사라는 이가 난민들과 만나고 있더라고요. 연일 음식과 놀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었죠. 그의 목적은 그들의 개종이었습니다. 같은 개신교를 표방하고 있지만 너무 지향점이 달랐기에 부딪히는 경우도 있었어요. 난민을 대하는 자세에서 이웃종교에 대한 폭력성, 자기 신앙의 중심성 등 한국교회의 많은 문제점이 드러납니다.

▲ 앞으로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홍: 대한민국은 제대로 된 난민정책이 전무합니다. 사실상 난민법은 난민을 배제할 목적으로 만들어져 있지요. 법의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는, 사실상 유령 같은 존재들도 많습니다. 케밥 하우스는 예비 사회적 기업인데요, 이런 경우 인건비 지원을 받는 제도가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난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난민이나 법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한 경우에는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기도 합니다. 향후에는 이 같은 정책적 변화와 법 개정 등을 위한 방향으로 활동을 확대하고 싶습니다.

김: 난민들은 거주지를 옮길 때마다 신고를 해야 합니다. 사실상 거주이전의 자유가 없는 것이죠.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한국인들도 역시 이사 후 한 달 이내에 신고하지 않으면 벌금을 내야하잖아요? 대한민국은 많은 부분에서 개인의 자유가 억압된 국가입니다. 난민인권의 해결은 이 사회의 인권의식의 진전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사단법인 디아코니아. 또 디아코니아 대학 등을 통한 인식확산 활동이 필요할 거라 봅니다.

예정되었던 시간을 훌쩍 넘기면서 진행된 인터뷰를 마치며 나는 사실 부끄러웠다. 사실 ‘난민’이라는 존재에 대해 관심도 적었거니와 그리 많은 문제 속에서 고통을 겪고 있음도 알지 못했다. 이에 대해 수혜나 베풂이 아니라 기독교인이 당연히 해야 할 섬김, 즉 디아코니아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두 분에게 있어 케밥집은 또 다른 강의실이자 연구실이 아닐까 생각했다.

교회라는 기성의 구조가 아니더라도 디아코니아를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가르침, 오늘과 같이 무너져 내린 교회가 깊이 인식해야 할 이정표가 아닐까?

P.S.

요한복음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다.

예수께서 하신 일은 이 밖에도 많이 있어서, 그것을 낱낱이 기록한다면, 이 세상이라도 그 기록한 책들을 다 담아 두기에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한복음 21:25)
그날 두 선생님이 전한 이야기를 다 풀어 쓴다면 아마 에큐메니안 홈페이지의 모든 지분을 다 써도 부족할 것이다.

 

▲ 케밥의 주원료가 되는 고기가 익어가고 있다. ⓒ고상균

고상균 팀장(미디어 취재부)  greatks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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