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CCK인권센터가 매년 한국 사회 인권증진을 위해 노력한 개인과 단체를 선정해 수여하는 인권상 시상식이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진행되었다. ⓒ정리연

제35회 NCCK인권상은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이하, 차제연)가 수상했다. NCCK인권상은 NCCK인권센터(이사장 홍인식 목사, 소장 박승렬 목사)가 매년 한국 사회 인권증진을 위해 노력한 개인과 단체를 선정해 수여해 왔다. 이번 제35회 NCCK인권상 시상식은 12월 2일(목)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2021 인권주간연합예배 및 제35회 NCCK 인권상 시상식”으로 진행되었다.

NCCK인권센터는 “‘차제연’은 혐오와 차별에 직면한 한국 사회 소수자의 존엄과 인권 옹호, 모든 이들이 존중받는 평등 사회를 구현하는 데 혼신을 다해 깊이 헌신하며 우리 사회에 크게 공헌해 왔다”라며 인권상 선정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또한,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모든 사람이 마땅한 권리를 누리는 평등 세상으로 나아가자”라고 촉구했다. 차제연은 2011년 33개 단체가 참여해 차별받는 사람들과 함께 제도적 논의를 열어가자는 기대를 가지고 출범했으며 ‘평등행진’, ‘차별잇수다’, ‘평등버스’ 등 다양한 활동과 더불어 뜻을 모으고 나누기 위한 간담회, 강연, 토론회 등을 통하여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하여 애써오고 있다.

이날 시상은 최준기 신부(대한성공회 교무원장)의 인도로 1부 인권주간연합예배로 시작되었다. 먼저 이영분 목사(기독여민회 총무/NCCK 여성위원)는 “서로의 모습에서 하나님께서 주신 아름다움과 성례를 발견하며 감사하는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한 가족임을 고백합니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하셨지만, 우리는 그렇게 살지 못했습니다. 스스로를 이웃과 분리하고 서로 섬기는 데 소홀했습니다.”라며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신 것과 같이 우리도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전남병 목사(인권센터 운영이사/고난함께 사무총장)의 성서 봉독(이사야 56:1-8; 누가복음 4:16-20) 후 이영미 목사(한국여성신학회, 회장)의 증언이 이어졌다. 이 회장은 “솔직히, 오늘 이렇게 설교의 자리에 서는 게 기쁘지만은 않다. 14년 동안 차별금지법 제정이 유예된 가장 큰 이유가 그리스도인들의 극렬한 반대 때문인데, 또 다른 그리스도인들이 <차별법금지제정연대>에게 인권상을 주는 한국교회의 웃픈 현실 때문이다”라는 솔직한 심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 회장은 또한 “차별하는 권력자의 입장과 시각이 아니라 차별받는 사람의 입장과 시각에서 차별의 문제를 바라보아야 한다”며 “오늘 인권센터의 인권상 시상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올해 안에 차별금지법제정이 이루어지기 위한 운동에 앞장서는 각오와 다짐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면서 마무리했다.

증언에 이어 하성웅 총무(EYCK)는 함께 드리는 기도를 통해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예수 그리스도 안에는 차별과 혐오가 없습니다. 높고 낮음도 없습니다. 서로 의지하며, 섬기며, 평등과 연대로 함께 나아가는 길만이 있을 뿐입니다”라며 그리스도의 사랑과 환대의 길로 우리를 인도해주시기를 간구하는 기도를 드렸다. 파니 총무(세계기독학생회총연맹WSCF 아시아지역 담당)는 아시아 민주화와 인권회복을 위해 “오늘도 자유와 정의를 갈망하며 독재에 스러져가는 아시아 민중들을 기억합니다. 홍콩에서, 필리핀에서, 미얀마에서, 태국에서 민주주의를 외치는 시민들의 외침이 아시아 온 땅에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라며 자신의 목숨을 독재의 총구에 내어놓고 투쟁하고 있는 이들을 기억하며 희생당한 이들을 추모했다.

인권주간연합예배에 이어 제35회 NCCK인권상 시상식은 박승렬 소장(NCCK인권센터)의 인도로 시작되었다. 홍인식 이사장(NCCK인권센터)은 환영사에서 “모든 사람의 존엄과 인권이 보장되는 세상, 바로 하나님의 세상 아닐까요? 모든 사람을 넘어서서 모든 생명의 존중과 권리가 보장되고 함께 누릴 수 있는 세상을 위하여 애쓰며 기도하러 이 자리에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 역대 수상자 대표로 제33회 수상자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대표가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정리연

환영사에 이어 역대 수상자 대표로 33회 수상자 박경석 대표(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28회 수상자 임태훈(군인권센터) 소장의 인사가 있었다. 이들은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인권상 수상을 축하하고 장애인과 군 인권에 앞장서서 활동하면서 겪는 심정과 인권상 수상으로부터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진행 중인 차별과 혐오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웃는 말속에서 아픔이 드러나고, 울먹이는 목소리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역대 수상자들의 인사말이 마치자 35회 인권상 수상자로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호명되었다. 모두의 축하 속에서 이홍정 NCCK 총무의 시상이 있었다. 시상식에는 ‘차제연’ 대표단(정혜실, 박래군, 몽, 지오, 예정)이 참여했다.

▲ 제35회 NCCK인권상 수상자로 선정된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들 ⓒ정리연

먼저 정혜실 대표(이주민방송)는 “교회를 떠난 지 꽤 됐다. 집안에 목사가 있고, 동생도 목회하고 있는데 차별금지법을 반대한다”라며 입을 열었다. “이주민 노동자 운동을 20여 년째 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이주민이 받는 차별은 복합적이다. 많은 분이 성소수자를 비난하며 차별금지법을 반대하지만, 이주민 안에도 성소수자가 있고 산업재해로 인해 장애를 가진 분도 있다. 우리도 언제든지 이러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자녀 중 누가 성소자라고 고백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라며 차별과 혐오로 인해 고통 받는 자들을 위해 더욱 힘쓰겠다고 했다.

이어 박래군 대표(인권중심사람)는 “이 장소에 오면 학생 운동하며 농성했던, 참 뜨거웠던 8~90년대 시절이 많이 생각난다. 상당히 엄혹했던 시절, 이 공간에서만큼은 자유를 외쳤다” 회상하면서 “한국 교회 역사에는 차별을 넘어서 서로 존중하는 하나님의 세상을 만들려고 하는 전통이 있다. 이런 전통을 이어 받은 NCCK가 차제연에게 이 상을 줬다고 생각하고 이것을 기억하면서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더욱 분발하도록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또한 몽 공동집행위원장(인권운동사랑방)은 “NCCK에서 인권상을 받게 되니 차별금지법이 한국에서 중요한 사회적 문제가 되었구나, 실감하게 된다. ‘차별’이라는 것을 ‘권리’라고 다시 이름 붙이면서 해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동료들이 있고, 대신 싸워주는 게 아니라 함께 싸워주겠다고 결정한 지지집단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친구, 동료, 지지집단이 되어주신 곳이 NCCK라고 생각하고 우리 사회가 그런 공동체가 되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오 공동집행위원장은(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계속해서 “NCCK 인권센터에서 상을 준다고 했을 때 조금 놀랐고 이 상의 의미와 소식을 접하게 될 성소수자 동료들을 떠올리면서 먹먹했다. ‘변화가 온 것인가’라는 생각을 좀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기독교인 친구에게 커밍아웃했을 때 제가 주먹에 쥐었던 땀내를 아직 기억하고 있다.”고 회상하며 “기독교는 사랑의 종교라고 하는데 그 사랑이 왜 그렇게 공포스러웠을까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는 “그리스도인으로 살고자 하는 성소수자들이 많이 있다. 교회에서 배척당하고 소외되고 부정당하면서도 믿음을 잃지 않고 하느님 품에 깃들기를 바라는 성소수자들, 그 영혼이 하나님의 사랑 안에 머물 수 있도록 혐오와 편견, 차별과 낙인 앞에 맞서 나서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장예정 공동집행위원장은(천주교인권위원회) “반석 위에 집을 짓고 있는 사람들은 성경에서 사랑과 환대를 읽고 실천하는 사람들이고 반면, 배제와 단죄를 읽고 그것이 마치 성경 말씀인 것처럼 활동하는 사람들은 모래 위에 집을 짓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차별금지법을 만들지 못했음에도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 상을 주신 것은 ‘이번에는 꼭 만들어라’라는 뜨거운 지지와 응원의 말씀이라고 생각한다. 작년과 올해, 각계각층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하여 많은 힘을 모아 주셨는데, 이 힘을 모아서 반드시 제정하는 게 저희의 남은 숙제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는 말씀보다는 해왔던 것처럼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 수상 소감을 밝혔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1987년부터 세계인권선언일(12월10일)에 즈음하여 ‘인권주간’을 제정하고 인권주간연합예배와 인권시상식을 진행해왔다. 또한, 우리 사회의 인권 증진과 민주 발전에 기여한 개인 혹은 시민사회 단체에 ‘인권상’을 수여해왔다.

1987년 첫 회에는 ‘박종철 물고문 사건 진상규명’에 기여한 오연상 님을 수상자로 선정했으며, 지난 2020년에는 노동자들의 존엄과 권리를 지키는 일에 활동해 온 김진숙 님(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을 수상자로 선정했다. 더불어 필리핀의 가난하고 소외된 민중들의 자립을 위해 헌신해 온 필리핀 인권활동가 故 자라 알바레즈 님에게 특별상을 수상하여 한국을 넘어 아시아 민주와 평화를 위해 일하는 국제 에큐메니칼 공동체들과 연대의 지평을 넓혀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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