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님의 오심은 경계를 허무시고 넘으시는 사랑이다. ⓒGetty Image

한 해의 마지막을 기다림 가운데 보낸다는 것은 매우 행복한 일일입니다. 분주하거나 아쉬움에 젖거나 무언가 허전함을 느끼기 쉬운 한 해의 끝을 기다림으로 마무리한다면, 오는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은 그만큼 더 기대로 가득 찰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리스도의 오심을 기다린다는 것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기다림입니다. 무엇이 이 기다림을 특별하게 만드는 지요? 이 기다림은 우리를 설레게 하는 변화로 실현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성서에서 만나는 새세계는 성서 속의 새세계가 아니라 또 과거가 아니라 우리 속의 현재와 미래입니다. 오늘 우리는 이사야의 본문에서 이런 일이 이스라엘에서 어떻게 가능하지라고 물을 수밖에 없는 말씀 사건을 만납니다. 하나님은 그의 구원을 기다리는 이스라엘에게 구원이 가까웠다고 하시며, 그 구원의 모습은 정의임을 보여주십니다. 그리고 구원을 기다리는 자들에게 그의 구원의 특성에 맞게 정의를 지키고 공의를 행하라고 요구하십니다.

좀 막연하게 들립니다. 하나님의 이 요구는 안식일을 지키고 더럽히지 말 것과 악에 손대지 말 것 두 가지로 구체화됩니다. 그 요구와 실천이 서로 어떻게 연결될까 약간 의문이 들 수 있지만, 성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수사법을 따라 읽으면 일단 해결될 것입니다. 이 경우 정의를 지키는 것은 악에 손대지 않는 것이고 공의를 행하는 것은 안식일을 지키고 더럽히지 않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앞의 것은 당연하게 여겨질 수 있는데 뒤의 것은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식일의 본질은 생명을 회복시키고 보존하는데 있습니다. 일하는 사람과 가축에게 한숨 돌릴 틈을 주고 생명력을 회복시키는 것이 안식일 제정 이유입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공의입니다. 그러면 안식일에 드리는 예배는 그 회복과 보존을 감사드리는 것이 됩니다.

그런데 오늘의 이사야 본문은 하나님의 정의와 공의가 통상적인 이스라엘의 범위를 넘어 실현될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안팎으로 배타적 경계를 지닌 집단이었습니다. 민족적 경계가 외부를 향한 경계라면, 신체적 경계는 내부를 향한 경계였습니다.

이렇게 이스라엘은 많은 이들을 이 경계들 밖으로 밀어내고 차별하고 혐오했습니다. 본문은 경계 밖의 사람들로 이방인과 고자를 꼽습니다. 하나님은 이들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정당하지 못함을 보시고 이스라엘과 그들 사이에 있는 경계를 철폐시키시려고 합니다. 그들에 대한 차별과 혐오에 맞서는 것이 하나님의 정의와 공의입니다.

이러한 차별과 혐오가 비단 이스라엘만의 것은 아님을 우리는 잘 압니다. 그것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든 민족들에게서 나타나고 있고 우리의 경우도 예외가 아닙니다. 그와 같은 일들이 일어나는 모든 곳에서 하나님의 정의와 공의가 대항세력이 될 것입니다.

장애를 이유로 경계 밖으로 밀려난 고자들에게 야훼께서는 그의 안식일을 지키며 그가 기뻐하는 일을 하며 그와의 계약을 굳게 지키라고 하십니다. 이것이 고자들에게 특별히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이스라엘에게 똑같이 요구되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하라고 말씀하신다면, 그 까닭은 이스라엘이 고자를 죄인으로 규정하고 그와 하나님의 관계를 막으려고 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고자는 하나님 앞에 똑같은 사람으로 서 있습니다. 그의 신체적 조건이 하나님이 그의 하나님이 되시는 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그가 차별과 혐오를 이겨내고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산다면 하나님은 그에게 이스라엘보다 더 큰 상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하나님은 자녀들을 통해 얻는 더 나은 이름을 주고 영원히 기억되게 하실 것입니다. 하나님이 이렇게 하시는 것에서 그의 정의와 공의를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방인의 경우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하나님과 함께 해야 한다는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이것이 부당하다고 느낄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에게 요구되는 것과 똑같은 요구를 하기 위해서는 그 조건은 필수조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사야 65장 1절에서 하나님은 자신을 찾지 않던 (이방인이) 자기를 찾고 그의 이름을 부르지 않던 (이방인이) 그의 이름을 부를 때 그에게 응답하신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바로 이를 위해 오시는 이가 우리가 기다리는 그분 곧 예수입니다. 그렇게 하는 이방인들을 하나님은 그의 거룩한 산으로 인도하고 그들이 하나님을 예배할 수 있게 하실 것입니다. 하나님이 그들을 이스라엘과 동일하게 대우하십니다.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굴레들을 부수는 것이 오시는 하나님의 일입니다. 그 하나님 앞에 서있는 우리이기에 타인에 대한 우리 속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버리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 아닐까요? 차별과 혐오의 시선이 우리를 지배하고 우리를 배타적으로 만들지 않도록 늘 조심하고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은 쫓겨난 이스라엘을 모으신 것처럼 이스라엘에 의해 쫓겨난 자들 곧 이방인과 고자들을 자기의 쫓겨난 자들이라고 부르시며 모으실 것입니다.

그런데 경계 밖 사람들이 비단 이들 뿐이겠습니까? 경계 밖에서 신음하며 하나님을 향해 부르짖는 이들이 참 많습니다. 하나님은 그들의 부르짖음에 응답하실 것입니다. 그렇게 하시는 분이 하나님입니다. 하나님을 따라 우리 속의 경계를 허물고 그 부르짖음을 들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예수께서는 하나님께서 계획하고 시작하신 일을 잇고 완성하기 위해 오셨습니다. 차별과 혐오에 맞서는 하나님의 정의와 공의를 사랑으로 실현시키셨습니다. 경계 밖에 있는 우리들을 부르시고 사랑하시고 그 경계를 무너뜨리고 화해를 일으키셨고 또 우리에게 일으키라 하십니다. 사랑은 화해에서 확인되고, 화해는 정의와 공의를 이룹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 중심에 예수께서 계십니다. 이 사건들을 통해 우리는 예수 안에 있고, 예수와 함께 하나님 안에 있습니다. 하나님 안에는 악과의 경계 이외에는 어떤 경계도 있을 수 없습니다.

예수를 통해 하나님 안에 있을 수 있게 하신 것이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입니다. 마르지 않는 그 사랑이 우리 사랑의 원천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사랑으로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안에서 온전해집니다. 하나님의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우리의 사랑으로 온전케 되는 여백을 우리를 위해 남겨두셨습니다. 놀라운 은총입니다. 하나님은 이를 위해 우리를 사랑으로 부르시고 경계를 넘는 사랑을 하게 하셨습니다. 이것이 하나님의 오는 구원입니다. 그 사랑에서 하나님의 정의와 공의가 나타납니다.

우리 가운데 경계가 무엇입니까? 인종입니까? 국적입니까? 부입니까? 종교입니까? 사상이나 신념입니까? 성적 지향입니까? 장애입니까? 직업입니까? 사람들을 가르는 그 어떤 것도 하나님 앞에서 경계가 될 수 없습니다. 차별과 혐오는 낯섬과 모름과 다름에 대한 두려움의 다른 표현입니다. 그러나 사랑 안에는 두려움이 들어설 자리가 없습니다. 사랑이 두려움을 이기고 내쫓기 때문입니다. 두려워한다면, 그것은 사랑이 온전히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를 통한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안에서 온전해지기를 기도합시다. 두려움을 이기고 차별과 혐오와 적대와 배제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화해의 사건을 일으키기를 빕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하나님과 우리 사이의 담을 허시고 화해를 일으킨 그리스도를 닮아갑시다. 화해로 하나님의 정의와 공의를 이루며 낮은 곳을 향해 오시는 주님을 기다리는 대림절이 되기를 빕니다.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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