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속한 도시화가 진행되는 세계에서, 자연 서식지가 도시 구역으로의 전환은 도시의 생물다양성의 현저한 손실로 이어진다. ⓒGetty Image

지속 가능한 개발과 패권 권력

초국적 자본가 계급은 지속 가능한 개발 개념을 “주요 산업”으로 변화시키는 한편 이 개념을 공동의 선 에 대한 논의로부터 멀어지게 하였다. 그 과정에서 초국적 자본가 계급은 전세계 경제 성장이 라는 과제에 의문을 제기한 환경 운동을 성공적으로 침묵시켰다. 따라서 “고통스런 결정”이라는 실재를 인식하는 지속 가능성 개념은 지속 가능한 개발을 고도 산업화(hyper-industrialization)와 나란히 놓는 이론에 밀려나게 되었다. 1990년대가 되자 “‘지속 가능한’ 전 세계 소비자 자본주의” 형태가 담론을 지배하게 되었다. 그 정신은 캐나다의 식품 유통업체인 로블로(Loblaw)의 환경 담당 이사가 다음과 같이 잘 말해주고 있다. “우리가 이 지구를 훼손하면서 많은 돈을 벌었다면 지구를 청소하면서도 많은 돈을 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초국적 자본가 계급은 골드먼이 세계은행의 신앙 한가운데서 발견한 “윈-윈(win-win) 이데올로기”와 완전히 일치하는 지속 가능한 개발 개념을 구성하였다. 지속 가능한 개발 담론이 초국적 자본가 계급에 의해 흡수되었다.

프란치스코는 세계화 프로젝트가 전지구적 위기의 정치 생태학적 차원에 적절히 반응할 수 있는지 의심스러워하며 세계화 프로젝트의 생태학을 “자기만족과 유쾌한 부주의함을 북돋우는 거짓 생태학 또는 피상적인 생태학”이라고 부른다(59항). 요컨대 프란치스코는 세계화 프로젝트를 통해 촉진된 좋은 삶에 대한 비전이 현재 우리를 둘러싼 생태학적 위기를 회피하는 결과를 낳은 은폐 속에 함축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프란치스코는 이러한 회피가 “우리의 현재 삶의 방식과 생산 및 소비 모델을 지속해 나가도록 허가하는 역할을 한다.”고 썼다(59항).

그 결과 세계화 프로젝트의 동력은 계속해서 땅과 가난한 자들의 탄식뿐만 아니라 이들의 탄식에 적절히 반응하기 위해 고통스런 결정을 내려야 하는 과제까지 억압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세계화 프로젝트의 지속 가능한 개발 체제 안에서 특권을 부여받은 사람들은 “이들을 보지 않으려 하고, 이들을 외면하려 하고, 중요한 결정을 미루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여기는 등 자기 파괴적인 악을 만족시키도록 격려 받는다”(『찬미받으소서』 59항)고 프치스코는 우리에게 경고한다.

물질적 불평등과 민주주의

세계 화 프로젝트의 출현 이후 세계의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삶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는 증거를 인식하는 것은 중요하다. 지난 40년간 세계적으로 극빈층이 줄어들었다. 게다가 지난 5세기 동안 세계의 물질적으로 부유한 지역과 가난한 지역의 빈부 격차가 더 심해지다가(이 격차는 20세기 동안에 가속화되었다) 지난 20년 동안 세계 경제 불평등이 축소되기 시작했다. 이 부분은 인정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화 프로젝트가 가난한 자들의 탄식에 도덕적으로 건전하거나 사회적으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견해에 의문을 품을 만한 이유들이 있다. 첫째, 가난을 제거하고 전세계 차원에서 불평등을 감소시키는 과제는 최소한 생태계의 생명력을 위협하기도 하고 급증하는 생태 위기로 위협을 받기도 하는 것으로 보이는 성장률을 여전히 요구한다. 그런데 이러한 우려를 넘어 불평등과 관련한 최근의 추세를 더 자세히 다룰 필요가 있다. 북반구와 남반구 사이의 전반적인 경제적 불평등이 축소된 것과 거의 같은 시기에 초부유층의 경제적 이익은 역시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치솟았다.

전세계 엘리트들 사이에서 부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과 동시에 경제적으로 발전한 나라들의 대다수 인구의 상대적 경제 복지에는 주목할 만한 하락이 있었다. 2018 세계 불평등 보고서는 미국과 유럽의 하위 90퍼센트의 실질 소득 증가가 주변부와 전세계 엘리트들이 경험한 소득 증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억제되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경제 성장을 분배한다는 것이 500년간 프로젝트의 영구한 중심 지역 안의 중산층과 하위층을 “짜내는” 역할을 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초부유 층의 발생, 세계적 불평등 축소, 핵심 지역 노동 계층의 부 억제–은 여러 요소들 가운데 신자유주의의 논리를 따르는 다양한 외부 위탁 형태에 함께 묶인 채로 서로 연관되어 있다.

소비주의 문화 이데올로기: 지속 불가능한 것을 존속시키기

채취의 장소와 즐기는 장소 사이의 공간적 거리, 기술에 대한 집착, 지속 가능한 개발에 대한 공허한 설명 등이 모두 현재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복합적인 정치 생태학적 위기의 심각성과 현재 세계화 프로젝트가 이 위기에 대응하지 못하는 무능력 모두에 관심을 갖지 못하도록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혼란의 동력에 의도적 무시라는 마지막 한 가지 요소를 추가할 수 있겠다. “우리는 진짜로 알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특히 세계화 프로젝트에 의해 구성된 세계에서 특권을 지닌 사람 들이 무지를 수용하는 것은 놀랍지 않다. 결국 위기의 규모와 이 위기가 예고하는 비극은 생각을 압도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지를 수용하는 것은 단순히 위기에 맞닥뜨릴 때의 일반적인 두려움과 관련된 것이 아니며 일반적인 사회적 타성으로 환원될 수도 없다. 물론 이 두 가지 모두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말이다. 도리어 의도적인 무시 현상은 소비주의라는 문화 체계에 의해 세계관과 욕구가 형성된 사람들 안에 일어나는 특정한 실존적 위협과 관련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다.

『찬미받으소서』는 현재의 정치 생태학적 위기가 세계화 프로젝트가 보급한, 전 세계적으로 새롭게 등장하는 "소비주의 문화"와 깊게 얽혀 있다고 주장한다. "소비주의 문화 이데올로기"라고 명명한 소비주의 문화는 생산과 소비 사이클이 계속 확장되도록 하는 방식으로 인간의 욕구를 형성하고자 노력하는 세계화 프로젝트 입안자들이 주도한 것이다. 따라서 소비주의 문화 이데올로기는 훌륭한 삶은 물건을 소비하는 데 있는 것이며 인간이 "온전히 살아있기 위해서는" 소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소비문화는 인류가 집단적으로 생태계에 부과하는 물질적 부담을 증가시키고 가속화시킨다. 더욱이 소비주의 문화 이데올로기는 기술 관료 체계에 내재된 도구적 논리를 특별히 파괴적인 방식으로 보급한다.

소비주의 문화는 인간에게 다른 인간을 "상품 형태"로 환원하라고 가르친다. 그렇게 인간관계의 성격과 관련하여 소비주의는 개인적인 "나-너" 관계를 깎아내리면서 "나-그것" 관계를 높이고 표준화한다. 소비주의 문화 이데올로기는 인간이 친밀할 가능성과 돌보는 능력을 손상시키는 방식으로 인간의 욕구를 훈련한다. 인간은 (그리고 다른 피조물도) 누군가의 만족을 위해 조작되는 물건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이러한 문화 이데올로기는 끊임없는 소비를 칭송할 뿐만 아니라 이웃과 땅에 대한 관심을 둔화시키는 왜곡된 이기심을 격려한다.

이런 의미에서 소비문화가 이상적 인간이라는 가공의 인물형을 구성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 명백하다. 이러한 가공의 이상을 "소비하는  인간(homo consumens)"이라고 할 수 있다. 소비주의 문화 이데올로기는 소비하는 인간을 충만한 인생의 최고 실례로서 칭송하고 그러면서 인간의 욕구가 이러한 이상을 살아내기를 갈망하도록 만든다. 이런 맥락에서 인간이 세계의 정치 생태학적 위기를 직면하여 의도적으로 무시를 선택하는 가장 깊은 이유가 명백해진다. 이 위기는 소비자인 인간의 가공의 이상과 자신의 욕구가 일치하는 사람들에게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묻게 만든다.

정치 생태학적 위기라는 현실은 소비하는 인간의 이미지를 살아내는 (또는 적어도 살아내려 애쓰는) 인간들에게 정체성의 위기를 만든다. 다시 말해 증가하는 위기로 지구에 가해진 피해를 통해, 유행하는 문화 이데올로기가 형성한 인간들의 삶의 모습이 피상적인 가짜라는 것이 드러난다. 또한 이러한 손상을 통해 이들이 꿈꾸는 훌륭한 삶 역시 사기라는 것이 드러난다. 이런 이유로 위에서 언급한 타자들중에서 세계화 프로젝트의 문화적 환경의 영향 아래 있는 사람들은 위기와 그에 따른 피해를 무시하는 태도를 고수한다.

세상을 비판하는 기독교

지탱해야 할 만한 종교적 기초(위대한 이야기)를 상실한 후기근대 사회에서는 주관적인 종교 개인주의가 성행하게 되며 개인적인 영성은 ‘작은 종교’들을 생산해 내기도 한다. 이러한 후기 근대사회적인 상황에서 신자유주의가 내부의 종교적인 경향을 넘어서서 그 자체가 “경제적 종교”로 자리 잡게 됨은 어쩌면 당연한 과정이다. “경제적 종교”의 등장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믿음의 진정한 의미를 상실하게 만들었고 오직 그 의미를 현실의 삶의 번영에서 찾도록 만들었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오늘의 나의 잘 됨이다.” 믿음에서 신비한 하나님의 세계는 의미를 상실하게 되고 “긍정적 사고방식”, “잘 되는 나”, “감성적 하나님” 과 번영의 신학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경제적 종교”의 도전 앞에서 우리는 올바른 믿음의 기능 회복을 주장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교회의 목회는 믿음과 삶이 일치되는 실질적인 체험을 기반으로 하는 비판적 영성의 배양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하나님 나라의 신비의 옹호자로서 “눈에 보이는 것들”을 “신격화”시키는 “종교적 종교”의 배교 행위에 대항하여 믿음의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보여 주어야 한다.

 Paul Nizan은 “이 세상에 대하여 비판을 하는 것보다 더 큰 사역은 없다”(1)고 말한다. 그렇다. 기독교인들이 복음의 힘을 의존하여 인종, 사회적 계급과 문화장벽을 넘어서서 화해의 놀라운 경험을 발생하게 하는 모든 곳에서 교회는 “세상을 비판하는 도구”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은 분열된 이 사회를 비판 하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인간에 대한 기대를 새롭게 하는 새로운 사회의 대안적인 모델로서 그 위상을 정립하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해방신학의 영성의 역사적이고 실천적인 모습에서 욕망의 시대를 향한 목회적 대안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홍인식 대표(에큐메니안)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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