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ames Tissot, 「The Flight of the Prisoners」 (1896) ⓒWikipedia

이 말은 듣는 것만으로도 그 속에 담긴 감정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는 아끼고 사랑하는 예루살렘이 망해가는 것을 보면서도 막을 수 없는 답답함과 그 길을 고집스럽게 가는 것에 대한 연민이 뒤섞여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므낫세의 폭정과 우상숭배 때문에 심판당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히스기야 때 있었던 예언의 실현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히스기야는 하나님의 도우심을 누구보다도 크게 경험한 사람인데, 그 도움이 그에게 자만심을 키워줬던 것 같습니다. 당시 신흥국이었던 바빌론의 사신들에게 모든 것을 보여주었고, 이에 이사야는  그가 보여준 모든 것들이 바빌론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므낫세는 그 예언을 실현시키는 과정인 셈입니다.

하지만 역대기에 기록된 대로 포로가 잡혀갔던 그는 회개했고 돌아와 전혀 다른 정치를 합니다. 그럼에도 그의 정치적 유산을 되돌이킬 수 없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입니다. 게다가 요시야의 개혁도 동시대 예언자들의 운동도 이스라엘이 가는 멸망의 길을 바꿀 수 없었습니다.

도대체 왜 그리 되어야 하는 것인지요? 예레미야가 보기에 이스라엘은 지금 멸망한다 해도 변명할 여지가 조금도 없습니다. 하나님의 의지는 단호하기만 합니다. 설령 모세와 사무엘일지라도 하나님의 마음을 이스라엘에게 향하게 할 수 없다고 하십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과의 역사에서 뜻을 돌이키신 적이 수도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있었습니다. 그리 하시던 하나님께서 이제는 지쳐서 그리 할 수 없다고 하십니다.

하나님을 지치게 하는 사람들과 그의 역사입니다. 하나님은 사람들이 그를 알기 원하셨지만, 사람들은 그를 알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이 그의 이름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이 하나님에게 거는 기대와 하나님이 그들에게 원하는 것이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성서 전체를 통해 언제나 같습니다.

예레미야는 야훼가 사랑과 정의와 공의를 땅에 행하는 분이며 그 일을 기뻐하시는 분임을 깨닫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의 존재를 알리는 성전을 의지하고 그가 기뻐하는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기쁨을 공유할 수 없었습니다. 그가 기뻐하는 일을 하지 못했습니다.

누구나 다 원하는 사랑이요 공의와 정의인 것 같은데, 실제로 땅에서 그것들을 보기는 쉽지 않으니 정말 이상한 일입니다. 사랑은 나눔을 원하는데, 탐욕은 독점을 원합니다. 공의와 정의는 공평과 공정을 원하는데, 불의는 차별과 배제를 낳습니다. 탐욕과 불의가 집단화되고 권력화될 때 그 집단 권력은 개인과 전혀 다른 차원에서 하나님과 적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은 주변화 되고 세상은 부르짖음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이스라엘은 그 끝에 이르렀습니다. 스스로 하나님에게로 돌아서고 하나님을 중심으로 모시는 것 외에는 그 무엇으로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되었습니다. 멸망이 바로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도 하나님에게로 방향을 바꾸지 못하는 그의 기뻐하시는 뜻을 실천하지 못하는 이스라엘이었습니다. 그러니 누가 그런 이스라엘을 향해 가슴 아파할 수 있겠습니까?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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