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Hidden Treasure」 (Art in the Christian Tradition, a project of the Vanderbilt Divinity Library, Nashville, Tenn.)

오늘은 대림절 셋째 주입니다. 우리는 주님께서 오실 것을 기다립니다. 절기로서의 대림절은 그리스도의 탄생과 연관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오신 주님을 기다리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오신 주님은 오실 주님 바로 그분이지만, 오실 주님은 오신 주님과 꼭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오실 주님에 대한 기대는 모두 오신 주님에게서 비롯됩니다. 오신 주님이 없었으면 오실 주님을 알 수 없을 것입니다. 주님께서 오셨을 때 주님이 몸을 입고 여인에게서 태어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과연 오실 주님은 어떻게 오실 런지요? 성서는 ‘주여, 오소서’라는 말로 사실상 끝납니다. 이것은 단순한 간구가 아니라 예수께서 ‘내가 곧 가겠다’고 하신 말씀에 대한 응답입니다.

오신 주님이 하늘나라로 올라가실 때 사람들은 너희가 본 그대로 오실 것이라고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로부터 오실 주님이 오실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뿐 그가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오실지 짐작할 수는 없습니다. 그가 어떻게 오시든 우리는 주님을 기다립니다. 그런데 주님은 우리에게 어떤 자세로 어떻게 기다려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하늘나라 비유로 여러 차례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기다림은 성서에서 참 오랜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다림은 고통스런 현실에 대한 부르짖음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으로서의 약속을 배경으로 합니다. 따라서 그것을 언제나 희망이었습니다. 주님께서 오심도 그러한 약속과 기다림들의 끝에 있었습니다.

호세아는 심판을 선언하지만 심판은 마지막이 아닙니다. 약속을 품은 심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심판 선언에도 그의 약속은 힘겹고 고단한 삶을 살아야 했던 동시대 사람들에게는 크나큰 위로였고 희망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빈들로 이끌어내시고 거기서 그들의 상한 마음을 달래시려 하십니다.

오늘의 본문에는 특별히 눈길을 끄는 말이 있습니다. 아골 골짜기를 희망의 문으로 주겠다! 아골 골짜기는 여호수아 시대에 아간이 전쟁에서 노략한 물건들 가운데 일부를 편취한 것 때문에 처형당한 곳입니다. 돌무더기가 쌓여있는 그곳은 아간의 기억을 담고 있는 심판과 죽음의 자리입니다. 그러한 곳에 하나님은 희망의 문을 세우시려고 하십니다. 죽음과 절망에 종지부를 찍고 거기서 새로운 희망의 역사를 써내려가시려고 하십니다.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손에 이끌려 이집트를 떠나던 때처럼 그들의 가슴은 희망으로 채워질 것입니다. 하나님과의 관계도 근본적으로 바뀝니다. 비유적인 표현이지만 이스라엘은 하나님을 ‘주인님’이 아니라 ‘내 남편’으로 부르게 될 것입니다. 참으로 놀라운 역사의 전환입니다. 어떤 변화가 그 희망 안에 담겨 있을까요?

이스라엘과 하나님과의 혼인 관계는 하나님의 공의와 정의, 은총과 연민, 진실이 그 특징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모습들이 모든 관계에 새겨질 것입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에게 자연과의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 들짐승과 공중의 새와 땅의 곤충과 언약을 맺어 그것들로부터 오는 위협이 그치게 할 것입니다. 그리고 나라와 나라 사이의 평화를 위해 땅에서 활과 칼을 꺾으실 것입니다.

이처럼 평화의 조건을 수립하신 하나님은 온세상에 조화로운 관계들을 이루실 것입니다. 야훼께서 하늘에 응답하고 하늘은 땅에 응답하고 땅은 곡식을 비롯한 작물들에 응답하실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들은 또 이즈르엘에 응답하여 살륙의 땅을 평화의 땅이 되게 하고 풍요를 낳을 것입니다.

이러한 모습의 세상은 사람이 경험해본 적이 없을 듯합니다. 그야말로 새로운 세상입니다. 사람들은 이러한 하나님의 꿈을 듣고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자신들이 하나님께서 이러한 세상을 실현시키기 위해 그들에게 요구하시는 것을 다 이행하지 못한다 해도 그 세상은 그들에게 늘 지침처럼 작용하고 그 꿈에 자신들과 삶을 일치시켜려고 노력하게 만들지 않았을까요?

자연이 파괴되고 자생력과 회복력을 잃어가고 그 존속조차 불투명해지고 있는 이때 그 꿈은 우리에게 더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그 꿈은 지금 우리에게도 유효합니다. 그 꿈이 우리에게서 이루어지기를 기도합니다. 이 세상이 우리 눈앞에서 망가져 가는 것을 더 이상 보지 않게 되도록 우리와 하나님의 관계가 바뀌고 우리와 자연의 관계가 달라지고 전쟁이 소멸되기를 빕니다. 그렇게 되도록 우리의 생활양식이 바뀌기를 바랍니다.

그 꿈을 가진 사람들이 주님께서 오시기를 기다립니다. 마태복음의 본문들은 하늘나라에 대한 비유들이지만 그 나라에 대한 태도가 곧 주님께서 오시기를 기다리는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나라는 주님과 함께 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비유는 오늘의 법적 질서에 비춰보면 문제의 소지가 있습니다. 밭에서 보화를 발견하고 숨겨둔 채 밭을 산다면 그것은 사기에 해당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비유의 초점은 거기에 있지 않습니다. 발견한 사람이 자기가 가진 것을 다 팔아 기뻐하며 그 밭을 사는 것처럼 하늘나라는 자신이 가진 것 전부를 들여서라도 살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이것이 핵심입니다.

극히 값진 진주에 관한 두 번째 비유는 앞의 것보다 적절합니다. 마찬가지로 동일한 말을 합니다. 그런데 자기의 것을 다 들여 산다면, 이미 그 마음은 전적으로 사는 것들에 가있습니다. 그 보화들을 향한 바로 이 마음이 주님을 기다리는 마음일 것입니다. 주님에게 우리의 온 마음이 향해 있습니다. 그러한 마음으로 주님을 기다리는 대림절이 되기를 빕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우리의 생활이 우리를 붙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온전히 그렇게 하지는 못할지라도 그 마음가짐만큼을 갖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의 일상생활이 그 마음에 따라 형성될 것입니다. 주님으로 가득 찬 마음은 저 꿈으로 넉넉해져 있고 그 마음은 자연 또 사람과의 평화를 낳을 것입니다.

세 번째 비유는 앞의 것들과 성격은 다르지만, 마지막 심판에서 그 마음이 만들어낸 삶을 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구별된다고 보면, 우리는 연속성을 말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그 마음으로 사는 삶은 지금만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까지도 결정할 것입니다.

이처럼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하늘나라에 맞는 삶이 우리의 것이 되기를 빕니다. 위기 앞에서도 위기를 외면한 채 자신들의 자유와 즐거움을 주장하며 위기를 심화시키는 사람들 가운데서 그 삶으로 하늘나라를 증언하고 평화와 조화의 새시대를 여는 희망의 문이 되기를 빕니다.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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