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씀으로부터 약속된 새로운 세상을 향한 꿈을 지칠 수 없다. ⓒGetty Image

성서는 우리의 상상력을 일깨우는 말씀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계시록은 특히 더 그렇습니다. 계시록이 끝에 이르는 과정은 참 지난합니다. 길고 긴 싸움에도 끝까지 저항하는 악의 세력들을 보면, 그 세력들을 만만히 보거나 무시하는 것은 교만 또는 무지 때문에 악에게 지는 길임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비둘기처럼 순수하면서도 뱀처럼 지혜로우라고 주님께서 권고하시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그리스도인이든 아니든 악에 둘러싸여 사는 삶입니다. 악은 부지런하고 끈질기고 교활합니다. 이를 들여다볼 수 있는 지혜가 있어야 하고 그들보다 더 끈질기고 더 부지런해야 악을 피할 수 있고 악에게 이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악에게 관대한 것이 자비이고 용서인 줄 착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 지나친 것일까요?

악은 그 자비 그 용서를 이용하고 그것을 웃음거리로 만듭니다. 그럼에도 악을 분별할 줄 모르고 악에게 봉사하거나 악의 종이 되는 것은 욕심 또는 (성서 또는 하나님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어리석음의 구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세계가 새로워질 수 있고 그 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것들이 옛모습을 벗고 새로운 모습을 취하게 된다면, 그것은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입니다. 그런데 주님께서 그러한 세상을 선포하시고 그것은 틀림없는 일이라고 확인하십니다. 주님의 말씀과 함께 그 세상에 대한 소망이 현재 우리의 것이 되기를 빕니다.

그 세계는 이 세상에서 흘린 눈물을 닦아주고 더 이상 눈물 흘릴 일이 없는 세상입니다. 그토록 우리를 괴롭혔던 악은 끝내 패배하고 완전히 소멸됩니다. 그 때문에 겪어야 했던 고통도 슬픔도 아픔도 함께 자취를 감춥니다. 악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던 죽음은 다시는 그 힘을 쓸 수 없게 됩니다. 온갖 고난을 이겨낸 선한 힘들과 그 안에 있던 모든 존재들은 처음 것들 가운데서 세력을 떨치던 악의 소멸과 함께 도래하는 새하늘과 새땅에서 하나님과 함께 새세상을 살 것입니다. 긴 역사에서 언제나 목표였던 하나님의 백성과 그들의 하나님이라는 관계가 최종적으로 실현됩니다.

이것은 단지 우리의 상상이나 꿈이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이고 계획입니다. 그 세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그 약속은 미래에서 오는 힘으로 우리를 춤추게 하고 오늘을 감당하게 합니다. 오늘과 내일을 그 세상 그 나라에 비춰 만들어가게 합니다. 악의 끝을 보고 악의 멀리하며 악에게 저항하게 합니다. 정의를 따라 선을 행하며 지치지 않게 합니다. 사랑으로 자기를 만들어가며 따뜻한 이웃이 되게 합니다. 오늘을 의미 있고 충만하게 만드는 약속입니다.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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