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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버지라 부른다그 이름 예수!(이사야 63,15-17; 누가복음 2,25-32)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 승인 2021.12.22 23:02
▲ 시므온이 성전에서 아기 예수와 마리아를 만났다. ⓒGetty Image

주님께서 오실 것을 기다리는 우리입니다. 늘 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나님이지만, 그가 오시기를 기다리는 마음은 더없이 간절하기만 합니다. 그에게서 희망을 봤기 때문이고, 그 희망을 오늘에 다시 살리고 싶어서입니다.

우리는 질병이 이렇게 긴 시간 세상을 감옥처럼 만드는 것을 경험해보지 못했고 지구의 종말을 가져올 수 있는 기후위기를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습니다. 이로부터 비롯된 두려움은 간단히 떨쳐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 이유를 모르지 않지만, 이를 짧은 시간에 해소시킬 수 없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인간이 현재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지구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탄소를 배출해온 것이 한 이유라면, 다른 동물들이 서식할 곳이 없게 만들 정도로 인구가 증가한 것이 또 하나의 이유일 것입니다. 이처럼 인간의 존재 방식이 인간의 존재 위기를 초래했습니다. 과연 이 위기에서 벗어날 길은 있는지 또 있다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님의 오심은 이에 무어라고 답하는지요? 그것이 또 답이 될 수 있는지요?

이사야 본문은 시대의 절망 앞에 드린 기도의 한 부분으로 ‘간구(15a)-탄식(15b)-고백(16)-탄식(17a)-간구(17b)’라는 특정한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기도는 야훼께서 우리를 굽어 살피시고 우리에게 돌아오실 것을 간구합니다. 우리에게서 자비와 사랑을 거두시고 위를 ‘떠나신’ 야훼입니다. 언제나 하나님의 동행을 믿는 이들은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탄식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길에서 떠나게 하신 분이 곧 하나님이라고 하며 이스라엘의 마음을 완고하게 하여 하나님을 경외하지 않게 하신 분이 곧 하나님이라고 합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 때문이라고 하는 이 말을 우리는 어떻게 들어야 할까요? 이스라엘이 이러한 탄식을 넘어 하나님께 이스라엘을 돌아보시고 이스라엘에게 돌아오실 것을 간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새로운 자기이해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은 자신들이 아브라함의 적자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아브라함을 선택하시고 그에게 복을 주시고 그를 지키시며 그를 모든 민족에게 복을 베푸시는 복의 샘이 되게 하시려고 했습니다. 이를 보면 자부심을 가질 만하게 보이는지요?

하지만 거기에는 정말 깊이 생각해야 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이 세상 모든 민족들이 아브라함 내지 이스라엘을 통해 복을 받기 위해서는 그가 먼저 복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명령입니다. 너는 복이 되어라(창 12,2)! 사람이 어떻게 해야 그리 될 수 있는지는 말하기 어려울지 모릅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이를 위해 그를 축복하는 자에게는 복을 주시고 그를 무시하는(!) 자는 저주하겠다고 선언하십니다. 그렇다 해도 복이 되라고 하는 것에는 어떻게 이해되든 또 어떻게 표현되든 그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이스라엘 역사에서는 이 부분이 보이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만들기 위해 그를 해방시키시고 그를 세우시고 그를 지키시기 위해 본문이 말하듯 열심을 내고 능력을 베푸셨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복을 세상 모든 민족들이 받을 수 있도록 복이 되었는지요? 이런 관점에서 그 역사를 평가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 세상을 지으시고 축복하신 하나님이시며 이 세상을 사랑하신 하나님이기에 하나님이 이 세상의 역사를 이루시기 위해 선택한 이스라엘에게 그렇게 요구하시는 것은 당연해보입니다. 하나님의 역사로서의 이스라엘 역사입니다.

이스라엘이 자신의 역사를 이렇게 인식하고 하나님의 역사 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실천했던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하나님이 이스라엘의 역사에 개입하기를 멈추셨다면, 그 원인은 일차적으로 이스라엘에게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이스라엘에 대한 하나님의 열심과 사랑을 자기만 위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이 하나님의 길에서 벗어난 것도 하나님 경외를 그만둔 것도 하나님 탓이라고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스라엘은 하나님께서 자기들에게 돌아오시기를 간구할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자기이해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은 더 이상 자신들이 아브라함의 자손이거나 야곱의 후예들이라는 혈통에 근거하여 하나님과의 관계를 내세우지 않습니다. 이스라엘은 아브라함이나 야곱이 자신들을 후손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해도 하나님과의 관계는 변함이 없다고 고백합니다. 아니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르고 아브라함 이전부터 자신들의 구속자이셨다고 말합니다. 자신들의 기원과 역사를 뛰어넘는 새로운 하나님 인식입니다.

이 인식과 탄식은 잘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혹시 아버지와 자녀의 관계를 생각하면 조금은 이해될런지요? 엄격함도 있겠지만, 자비와 사랑이 보다 근본적인 아버지의 모습일 것입니다. 자신들의 잘못에도 아버지와의 관계회복을 호소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아버지에게 돌아와 아버지를 찾는 것에는 그에 상응하는 깨달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과거의 잘못에 대한 뉘우침을 직접 보도하지 않아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고 이는 그 다음 장ㅈ에서 확인됩니다.

이를 시작으로 바뀌기 시작한 이스라엘과 하나님의 관계는 새하늘과 새땅에 대한 약속으로 이어지고, 이 약속은 오늘 새로운 미래에 대한 우리 희망의 근거입니다.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가능해졌습니까? 그 이름 예수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하나님을 모르던 사람들이 하나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때문에 하나님의 백성이 아니라고 했던 자들이 하나님의 백성이 되었습니다. 그 때문에 하나님 안에서 오래된 새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시므온은 이스라엘의 위로를 기다리던 사람입니다. 그가 성령의 감동으로 정결예식을 위해 성전에 온 아기 예수를 만납니다. 그는 그 아기에게서 주의 구원을 보고 위로를 받습니다. 그 자체로 신비한 사건입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그가 그 구원이 하나님께서 모든 민족들 앞에 준비하신 것이며 이방을 비추는 빛임을 말할 수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하나님은 그를 통해 자신의 계획을 모두에게 알리셨습니다.

우리는 그 빛 아래서 주의 구원을 기다립니다. 이를 가능케 한 그 이름이 예수입니다. 이스라엘이 혈연관계에 의존하지 않고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를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도 혈연관계와 아무 관련 없이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수 안에 있음으로 하나님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 사실이 오늘의 위기 가운데서 위로와 희망이 되기를 빕니다. 새하늘과 새땅이 절망적인 오늘의 현실 속에서 피어나기를 빕니다. 이방의 빛 예수에게서 어둠 저편의 새시대를 볼 수 있기를 빕니다. 새시대가 요구하는 삶을 사는 우리이기를 빕니다.

예수에게서 발견되는 삶입니다. 생명으로 이끄는 그 삶의 길은 우리 속에 욕심이 만들어내는 각종 편견과 경계들을 헐어내며 가는 길입니다. 비우고 나누며 풍성해지는 ‘함께 가는 길’입니다. 굽은 곳을 곧게 펴고 패인 곳을 돋우고 솟은 곳을 평평케 하는 연대와 협력하는 길입니다. 자연의 신음소리를 듣고 그 아픔을 보듬으며 새하늘과 새땅을 맛보는 길입니다. 이 길 위에서 우리는 그 위에서 물었던 답을 살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시므온이 예수에게서 보았고 예수께서 닦기 시작한 그 길을 계속 닦아가는 2021년 성탄절의 우리이기를 빕니다.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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