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지배 지역을 어떻게 정복했는가?

지난 두 번의 글을 통해 출애굽 사건이 발생했다고 여겨지는 두 시점, 기원전 15세기 가설과 기원전 13세기 가설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저는 출애굽 사건이 실제로 발생한 역사적 사건이라면 기원전 13세기에 발생했을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팔레스타인 지역에 대한 애굽의 영향력을 꼽을 수 있습니다. 애굽 탈출 이후 이스라엘 민족은 애굽 군대에 의해 쫓기게 되지만, 홍해 사건 이후 애굽은 그들에게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습니다. 「출애굽기 14장」이 홍해 사건으로 인해 애굽 군대가 몰살당했다고 진술하고 있기 때문에 성경의 독자들은 애굽이 이스라엘 민족을 추적할 능력을 상실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 기원전 15세기 애굽 영토 ⓒ위키피디아

그런데 기원전 15세기 ‘투트모세Ⅲ(기원전 1479-1425년)’ 이후로 애굽 제20왕조(기원전 1186-1069년) 초기까지 애굽이 팔레스타인의 지배권을 잃었던 적은 없습니다. 물론 히타이트가 북부 팔레스타인 지역을 장악했고, ‘람세스Ⅱ(기원전 1279-1213년)’와 히타이트의 전쟁 이후 애굽은 북부 지역의 지배권을 완전히 잃긴 했지만, 대략 200년이 넘는 기간동안 애굽은 팔레스타인 전역의 지배자였습니다.

▲ 기원전 14세기 고대 근동 지역 세력도 ⓒ위키피디아

만약 이스라엘 민족이 기원전 15세기에 애굽에서 ‘탈출’했고, 애굽의 통치 지역이었던 팔레스타인 지역을 무력으로 장악했다면, 애굽이 이들을 그대로 놔두진 않았을 것입니다. 이스라엘 민족이 40년간 광야에서 떠돌았기 때문에 애굽이 이들을 추적할 수 없었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출애굽기」 이후에 나타난 팔레스타인 지역과 트랜스 요르단에서 벌인 이스라엘 민족의 전쟁은 불가능합니다. 이 지역은 그때도 여전히 애굽의 지배하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애굽 탈출과 가나안 정복 전쟁이라는 사실이 가능하려면, 애굽의 영향력이 팔레스타인 지역에 미치지 않았던 애굽 제15왕조 힉소스 시기(기원전 1650-1550년)에 출애굽 사건이 일어났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출애굽 사건을 기원전 16세기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근거는 성경 안에서도 발견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출애굽 사건의 대미를 장식하고 있는 가나안 정복이 실제로 발생한 사건이라고 본다면, 팔레스타인에 대한 애굽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약화된 ‘람세스Ⅲ(기원전 1184-1153년)’ 이전에 애굽 탈출이 있었고, 그 이후에 가나안 정복 전쟁이 있었다고 봐야만 합니다.

이스라엘 민족의 가나안 정복이 기원전 15세기에 발생할 수 없다는 점은 애굽 제18왕조가 탄생하던 시기 힉소스를 추방한 이야기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에벤(Eben)’의 아들 ‘아흐모세(Ah-mose)’의 무덤에서 발견된 비문 내용입니다. 이 비문에는 ‘아흐모세Ⅰ(기원전 1550-1525년)’과 ‘투트모세Ⅰ(기원전 1504-1492년)’가 힉소스와 벌인 전투 내용과 그 이후 팔레스타인 지역까지 장악한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힉소스는 ‘아흐모세Ⅰ’에게 패배한 후에 자신들의 조상이 살았던 팔레스타인 지역으로 도망칩니다. 유대 역사가 ‘요세푸스’에 따르면 윗글에 나타난 ‘샤루헨’은 팔레스타인 남서쪽 구석 지역입니다. 또 ‘레테누’는 현재의 시리아-팔레스타인 지역을 의미합니다. ‘투트모세Ⅰ’는 팔레스타인 지역으로 도망친 힉소스를 추적하여 공격하였고 이 지역을 속주로 삼습니다.

만약 출애굽 사건이 애굽 제18왕조 통치기에 일어났다면, 힉소스 때와 유사한 일이 벌어졌을 것입니다. ‘여호수아’의 가나안 정복 전쟁 이후 애굽의 가나안 공격이 이어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가나안에 정착한 이스라엘 민족은 애굽으로부터 어떤 공격도 당하지 않습니다. 「여호수아」와 「사사기」는 더 이상 애굽의 위협에 대해 말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스라엘 민족의 정복 전쟁은 주전 13세기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스라엘은 이주민 집단인가?

그런데 앞선 설명은 출애굽 사건이 역사적으로 분명히 존재했고, ‘애굽 탈출’, ‘광야 유랑’, ‘가나안 정복’이 대략 50년 안에 이루어졌다는 전제하에서 가능합니다. 최근의 학자들은 이러한 일련의 사건이 실제로 벌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을 더 많이 이야기합니다. 또 전승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 사건이 거대한 단일 사건이 아니라 각각 독립된 전승에서 하나의 흐름을 가진 이야기로 발전되었다고 말합니다. 일전에 살펴보았던 랍비 프란켈의 주장도 이와 같습니다.

유사한 맥락에서 출애굽 사건이 몇 백년에 걸쳐 일어난 사건이라고 말하는 학자도 있습니다. 무수히 많은 인구를 가진 단일 민족이 동시에 애굽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어떤 이들은 추방당했고, 어떤 이들은 탈출하기도 했는데, 이들이 팔레스타인 지역에 모여 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가설을 따른다면, 출애굽의 연대를 특정하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어떤 이들이 언제 갈대 바다가 갈라지는 경험을 했는지, 어떤 이들이 광야를 유랑했는지, 어떤 이들이 시내산에서 야훼를 만났는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애굽에서 노역을 했던 이들은 ‘비돔’과 ‘라암셋’이라는 지명으로 인해서 애굽 제19왕조 때에 노역하던 집단으로 특정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들의 이주가 몇백년 동안 일어난 사건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팔레스타인 지역의 긴 역사 속에서, 애굽에서 나왔거나 광야를 유랑하던 몇몇 사람들이 팔레스타인 지역에 유입되었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가설이 부족 단위의 이동을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이 각각 다른 전승을 가지고 있었고 이런 전승을 보전하고 있었다면, 이것을 개인이나 가족 단위의 유입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특정 부족이 팔레스타인으로 유입되었다면, 팔레스타인 지역의 원주민들이 과연 그들을 평화롭게 맞아주었을지 의문을 버릴 수 없습니다. 또 팔레스타인 지역이 아주 오랜 기간 사람이 살지 않는 빈 땅이었고, 이주민들은 빈 땅만을 찾아 이주했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고고학적으로 팔레스타인 지역에는 수는 작더라도 지속적으로 사람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만약 팔레스타인 원주민들이 이들을 평화롭게 맞아주지 않았다면, 장기간 이주설은 바꿔 말해 몇 백년 동안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벌어진 정복 전쟁의 역사가 됩니다. 그리고 결국 마지막에 살아남은 이들이 성경에 나타난 이스라엘 민족이 됩니다. 그런데 애굽이 자신의 속주가 공격당하는 일을 계속 내버려 뒀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보입니다.

▲ Julius Schnoor von Carolsfeld, 「The battle of Jericho」 ⓒ위키피디아

어쩌면 당시 한 부족의 수가 그리 큰 숫자는 아니었기 때문에 이들이 팔레스타인 지역의 비어있는 땅을 잘 찾아내어 개척하여 정착했고, 그래서 평화로운 유입이 가능했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역사를 통해서 알다시피 고대 세계에서 사람이 정착해서 살아갈 수 있는 지역은 특정되고 한정되어 있습니다. 농경에 유리한 땅은 한정되어 있고, 마찬가지로 유목에 적합한 땅도 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또 고고학적으로 기원전 14-15세기 팔레스타인에 새로운 마을이 형성되는 흔적도 거의 없습니다.

만약 사람이 살지 않은 새로운 땅을 개척할 수 있었다면 그 시기는 후기 청동기 말, 계단식 농법이 발달하고 산지 개간이 가능해진 이후로 시기가 한정됩니다. 또 이는 청동기가 붕괴되던 시기 팔레스타인 정착지가 산지로 옮겨갔다는 고고학적 연구와도 일치합니다. 그런데 여기에도 문제가 있는데, 산간 지역으로 정착지를 삼은 이들이 팔레스타인 외부에서 유입된 이들인지, 본래 팔레스타인에 살고 있던 원주민 중, 산지로 이동한 사람들인지 특정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스라엘 민족이 점진적으로 팔레스타인에 유입된 부족들의 연합체가 아니라고 본다면, 이들은 본래부터 팔레스타인 지역에 거주하고 있던 이들일 수 있습니다. 다만 팔레스타인에 유입된 소수의 집단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원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팔레스타인에 거주할 수 있게 되었고, 이들이 가지고 있던 전승이 원주민들의 전승과 융합되어 지금의 출애굽 이야기가 만들어졌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등장

이스라엘 민족의 가나안 정착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론이 나왔었습니다. 올브라이트(Albright)의 ‘정복설’, 알트(A. Alt)의 ‘점진적 이주설’, 멘델홀(G. E. Mendenhall)의 ‘농민반란설’ 등 여러 가지 이론이 있습니다만, 저는 가나안 정착에 대해서 말하려면, 왜 특정 시기에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집단이 등장하게 되었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은 ‘메르넵타 석비(기원전 1208년경)’에 처음으로 등장합니다. 우리는 이들이 어떤 집단인지 알 수 없습니다. 성경에 나타난 바와 같이 12지파 연합체인지, 일부 부족의 연합체인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기원전 13세기 말에 이런 이름을 사용하는 집단이 등장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또 이 집단으로부터 성경의 전승들이 유래되었습니다.

기원전 13세기 말은 청동기가 끝나고 철기가 시작되는 시기입니다. 청동기의 붕괴는 당시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또 이 시기에 팔레스타인 지역에는 큰 전화(戰火)가 일었습니다. 13세기부터 12세기까지 이어진 해양민족의 침입 때문입니다. 해양민족이 어떤 이들인지, 이들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분명한 점은 이들이 팔레스타인 서쪽 해안 지역을 파괴한 후 점령하였고, 블레셋이라는 국가를 형성했다는 사실입니다. 또 이 시기에 트랜스 요르단 지역에는 에돔과 모압이라는 국가가 형성됩니다.

▲ 디아히 전투, 이집트와 해양민족의 전투 ⓒ위키피디아

시리아-팔레스타인 지역에 군소 국가가 형성될 수 있었던 이유는 해양민족의 침입과 잦은 내란으로 인해 히타이트와 애굽이라는 거대 제국이 붕괴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시기에 이스라엘이라는 집단이 형성되었다면, 그 집단의 형성 이유는 농경 형태의 변화나 생활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군소 국가의 형성과 함께 제기된 군사적 위협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사사기」에는 이런 군소 국가에 의한 위협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메소포타미아, 모압, 가나안, 미디안, 암몬, 그리고 블레셋에 의한 위협이 나타납니다. 우리는 「출애굽기」부터 「여호수아」에 이르기까지 이스라엘 12지파 연합이 함께 애굽을 탈출했고 가나안을 점령했다고 읽었기 때문에 사사 시대에는 당연히 우리가 알고 있는 12지파 연합체가 존재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호수아」와 내용이 겹치는 「사사기 1-2장」과 「사사기」의 마지막인 레위 사람 이야기(19-21장)을 제외하면 단단한 체계를 갖춘 12지파 연합체는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그 예로 상당히 초기 전승으로 추정되는 「사사기 5장」 ‘드보라’의 노래에 이스라엘 지파들의 이름이 나열되는데, 여기에는 ‘시므온’, ‘갓’, ‘유다’, ‘므낫세’의 이름이 빠져 있습니다. 대신 ‘마길’과 ‘길르앗’이라는 이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 사사들이 전쟁을 수행할 때, 이스라엘 전체 지파가 함께 참여하는 경우는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삼손’의 경우에는 유다 지파 사람들에 의해 블레셋에 넘겨지기도 합니다.

「사사기」가 보여주는 시기는 분명 기원전 13세기, 군소 국가들의 출현 이후입니다. 이 시기에 이스라엘은 우리가 알고 있는 12지파 연합과는 조금 다를지 몰라도 어떤 형태의 동맹 혹은 연합체를 구성합니다. ‘메르넵타 석비’가 가리키고 있는 이스라엘은 이 시기에 형성된 팔레스타인 지역의 한 집단이며, 이들은 주변국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런 연합체를 형성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우리가 애굽 탈출 사건이 이스라엘 전체의 전승이 아니라 일부의 전승이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이 시기에 형성된 이스라엘 연합의 주요 구성원들은 팔레스타인 원주민들이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들 각 지파가 언제부터 팔레스타인에 거주하고 있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어떤 지파는 기원전 13세기 이전에 전쟁을 벌여 특정 지역을 차지했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그들은 이후에 애굽의 승인을 받아야만 했을 것입니다. 또 어떤 지파 지역에서는 농민 봉기가 일어났을지도 모릅니다.

고고학적으로 「여호수아」에 나타난 정복 지역이 일정한 시기에 파괴되지 않았고, 파괴의 원인도 동일 집단의 공격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지난 글에서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여호수아」에 나타난 정복 전쟁 이야기가 기원전 13세기 이전에 긴 시간 동안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벌어진 국지적인 전쟁과 봉기에 관한 기억이고, 이 전쟁에서 승리한 이들이 그곳에 남아 초기 이스라엘 연합을 형성하게 되었다고 봅니다.

이렇게 형성된 이스라엘 연합은 해양민족의 침입에 맞섰고, 해양민족 이후 형성된 블레셋과 맞섭니다. ‘삼손’ 이후로 ‘다윗’에 이르기까지 이스라엘의 주된 적이 블레셋으로 나타나는 점을 보았을 때, 이들 연합체는 블레셋의 등장 이후 더 강력한 방어체계를 요구하게 되었고, 그것이 이스라엘 왕정 형성으로 이어졌다고 봅니다.

출애굽 시기

그렇다면 일부 지파 또는 단일 지파에 그칠지라도, 애굽 탈출을 경험했던 이들은 언제 팔레스타인에 유입되었는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저는 이들이 시리아-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정복 전쟁을 벌이며 정착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경과 「여호수아」에 나타난 정복 전쟁 이야기는 앞서도 말했다시피 팔레스타인 원주민들이 개별적으로 가지고 있던 전쟁의 기억이라고 봅니다.

힉소스에 대한 기록과 지난 글에서 다뤘던 ‘탈출 노예에 관한 서신’을 본다면, 애굽의 영향력 아래에서 빠져나가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어떤 집단이 애굽을 탈출할 수 있었다면 그것은 애굽의 영향력이 약해진 시기, 특히 해양민족의 침입으로 애굽이 외부적으로 혼란을 겪었고, 애굽이라는 제국이 점차 붕괴하던 시기 외에는 없다고 봅니다.

물론 기원전 12세기 중반 이후로 팔레스타인에 대한 애굽의 영향력이 거의 사라졌기 때문에 출애굽을 경험한 집단이 이스라엘이라는 연합체가 완전히 형성된 이후, 어쩌면 사사 시대 이후에 팔레스타인에 유입되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스라엘 연합이 어느정도 형태를 갖춘 이후에 이들이 이스라엘 속으로 유입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특히나 이들이 이스라엘 지역에서 정복 전쟁을 벌이는 일은 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이들이 ‘메르넵타 석비’에 등장하는 이스라엘 속에 이미 유입되어 있었는지, 그 직후에 아직 불완전했던 이스라엘 연합에 합류하게 되었는지 분명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애굽을 탈출하여 팔레스타인에 유입된 시기는 분명 ‘람세스Ⅱ’ 후반(기원전 1220년경)부터 해양민족의 침략 전쟁이 거의 마무리되었고 이스라엘도 연합체로써 형태를 갖춘 ‘람세스Ⅲ’ 통치 후반(기원전 1160년경) 사이에 이루어졌다고 봅니다.

이 시기 팔레스타인 지역은 군사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에 연합 또는 동맹을 형성해 나갔던 것이고, 이런 시점에 새롭게 유입된 인구와 군사력을 그들이 거절할 이유가 없습니다. 따라서 이들은 다소 평화적으로 이스라엘 연합에 유입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출애굽기」에서 「사사기」에 이르는 시대의 흐름은 모두 붕괴됩니다. 출애굽 사건이 사사 시대 초기에 이루어졌고, 출애굽을 경험한 집단은 이미 이스라엘 지파 연합이 형성된 이후에 그곳에 유입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여호수아」의 정복 전쟁은 시기를 특정하기 어려운 상당히 오래된 전쟁에 대한 기억이 됩니다.

어쩌면 이런 해석이 「창세기」의 역사, 특히 ‘야곱’과 ‘요셉’의 역사를 훼손시킨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창세기」에 나타난 이야기들이 근동 지역의 모든 국가를 하나의 계보로 융합하고 배제하면서 이스라엘을 그 중심에 세우는 과정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창세기」에서 특정 역사를 재구성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이성훈 목사(한신대 구약학 박사과정)  joey81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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