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ulius Schnorr von Carolsfeld, 「The Vision of the Lord Directing Abram to Count the Stars」 (1860) ⓒWikipedia

바울은 4장에서 ‘의’의 문제에서 왜 믿음인가를 이야기하며, 아브라함을 전거로 삼습니다.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약속을 믿었을 때 하나님은 그가 그렇게 한 것을 그의 ‘의’로 여기셨습니다. 롯과 헤어진 아브라함은 그 때문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때 하나님은 그를 찾아오셔서 두려워 말라, 나는 네 방패요 네 상급이라고 위로의 말씀을 하십니다.

우리라면 이때 어떻게 했을까요? 아브라함은 아마도 우리가 생각했을 수 있는 것과는 다르게 말합니다. 내게 자식이 없는데 하나님이 그렇게 하신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이것이 아브라함이 하나님께 답한 내용입니다. 뜻밖인 것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브라함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많이 다른 사람입니다. 사라가 아이를 낳을 수 없기 때문에 그의 희망은 오직 롯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브라함은 몰랐을 테지만 이들을 분리시키신 분은 바로 하나님이셨습니다.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찾아오신 것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자식도 친족도 없이 홀로 이주민으로 살다 죽을 것으로 생각하는 희망 잃은 아브라함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식입니다.

하나님께서 이를 왜 모르시겠습니까? 네 뒤를 이을 자는 네 몸에서 날 자이고 하늘의 별을 보라 하시며 네 후손을 그처럼 셀 수 없게 하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하나님께 퉁명스럽게 대꾸했던 아브라함은 이에 어떻게 할까요? 계속 항변할 수 있을까요?

그 약속을 믿거나 기드온이나 히스기야처럼 더 확실한 징표를 달라고 하거나 안 믿거나 그 외에는 없을 것입니다. 그의 상황에서 보면 믿지 않는다고 다른 도리가 있을 것도 아니니 믿는 것이 최선입니다. 그가 어떤 이유에서 믿었던지 하나님은 그가 믿은 것을 그의 쩨데카(צדקה, ‘의’)로 여기셨습니다.

이 말 자체의 의미를 물을 수 있겠지만 그 보다는 기능적 의미가 더 중요합니다. 그것은 믿음으로 이제 하나님과 그의 관계가 계속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믿지 않았다면 하나님과의 관계가 계속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 ‘의’는 이 상태를 지칭하는 말로 이해되고, 따라서 믿음으로 의롭게 되었다는 말도 하나님과의 관계가 ‘시작되었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지 않습니다.

이렇게 이해하면 그 일 바로 뒤에 하나님이 그에게 땅 약속을 하셨을 때 그가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냐고 하자 하나님은 그가 약속하신 자손들의 종살이를 약속하신 것이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믿음으로 시작되는 하나님과의 관계는 마치 먼 길 가는 것과 같습니다. 길에 들어서는 것이 목표에 이르는 것이 아닌 것처럼 시작으로 완성에 이르는 것이 아닙니다.

바울은 아브라함과 하나님의 관계에서 보았던 믿음과 의의 관계를 아브라함의 후손이 아닌 우리에게 적용합니다. 차이는 전자의 경우에는 하나님의 약속 곧 그의 말씀이 출발점이라면 후자의 경우에 예수 곧 하나님이신 말씀이 출발점입니다. 이것이 하나님께서 예수를 이 땅에 보내신 이유입니다.

그렇기에 바울은 예수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분 곧 하나님을 믿는 자로 우리를 특정하고 우리의 믿음 때문에 우리가 아브라함처럼 하나님에게 의로 여겨졌다고 말할 수 있었습니다.  이때 우리가 언제나 주의해야 하는 것은 그렇게 들어선 믿음의 길을 끝까지 가며 예수의 나무 위에서 열매를 맺는 가지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의는 우리에게서 그때 비로소 완성될 것입니다.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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