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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정부를 갖는 현명한 국민은 어떻게독서율도 문해력도 낮아지는 한국 사회의 현상이 무섭다
이정훈 | 승인 2022.01.15 16:45
▲ 2021년 국민독서실태조사결과

대선이든 총선이든 지방선거든, 선거철이 되면 회자되는 유명한 격언이 있다.

“모든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람들은 그들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In every democracy, the people get the government they deserve.)

저 격언은 프랑스의 정치 철학자 ‘Alexis de Tocqueville(알렉시 드 토크빌)’의 말로 알려져 있다. ‘시민은 유권자로서 책임감을, 정치인은 대표자로서 사명감을 돌아보자’는 취지에서 인용되곤 한다. 저 격언의 진위를 추적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은 아니지만, 사실 저 격언은 토크빌이 한 말이 아니다.

원문으로 추정되는 문구는 1811년 “모든 국가는 그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Every nation gets the government it deserves).”라는 말이다. 프랑스의 보수주의자 ‘Joseph de Maistre(조제프 드 메스트르)’가 러시아 헌법 제정에 관한 토론 가운데 등장한 말이다. 최초에 누구 썼든 정확한 문구가 어떤 것이든 사회가 성숙하려면 그 사회를 구성하는 구성원이 성숙해야 하고, 반대로 사회 구성원의 수준이 낮으면 그 사회 역시 수준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사회 구성원의 성숙도는 도대체 어떤 척도로 파악할 수 있을까. 이런 말을 하면 ‘꼰대’라는 핀잔을 또 받겠지만, 사회 구성원의 성숙도는 독서량과 맞물리는 것은 아닐까. 월간이든 연간이든, 개개인의 독서량이 사회 구성원들의 성숙도를 잴 수 있는 기준이라는 뜻이다.

필자가 제시한 ‘전제(前提) 자체가 오류’라고 지적당한다면 폐기할 수밖에 없지만 전제에 무리가 없다면 한 가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지표가 있다. 최근 발표된 ‘2021년 국민독서실태조사결과’이다. 흥미로우면서도 약간은 서글픈 결과이다.

이 실태조산에 따르면 한국 성인 한 사람은 2021년 연간 4.5권, 월간 0.38권의 책을 읽은 것으로 파악되었다. 세 달에 한 권의 책을 읽는 셈이다. 이 책에는 종이책, 전자책, 오디오 북이 포함된 것이다.

하지만 종이책의 비중만으로 따지면 수치는 더 낮아진다. 이전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2013년엔 일 년에 9.2권, 2019년 만해도 1년에 7.5권을 읽었으나 21년에는 4,5권으로 40%나 급락했다. 작년에 비해서도 많이 낮아진 수준이다.

성인 독서율도 매년 크게 떨어지고 있다. 독서율이 한때 70%대까지 갔으나 2010년 70%대가 무너지고 2019년엔 60%대가 무너지고 2021년엔 50%대도 무너졌다. 2021년 독서율은 47.5%로 2019년 55.7%보다 약 15% 정도 낮아졌다. 여기서 독서율이라 하는 것은 1년 동안 성인이 종이책, 전자책, 오디오 북을 한 권 이상 읽은 비율을 말한다. 거꾸로 말하면 책을 1년 동안 한권도 읽지 않은 성인 52.5%에 달한다는 것이다. 

책을 읽어도 책을 이해하는 능력 문해력도 날도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독서 시간, 독서량의 문제도 아닐 수 있다. 읽어도 이해할 수 없으니 더 읽지 않게 되니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필자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독서지수가 한 나라, 한 개인의 문화적, 정신적 능력을 가늠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믿고 있다. 창의력에 미치는 영향도 독서능력보다 더 큰 변인 없을 것 같다. 누구나 AI 시대를 말하지만 정작 어떻게 AI의 개발 역량을 키울지는 본질적으로 접근하고 있지 않다. 코딩교육만 시킨다고 프로그래밍의 근본적 능력이 향상되지 않을 것이다.

창의력 활동을 한다고 창의력이 신장되지도 않는다. 인간 두뇌의 능력을 좌우하는 것이 포괄적이고도 종합이다. 끊임없이 비판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능력을 키우는데 인간이 개발한 방법 중 아마 독서와 경험만큼 효과적인 방법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경험을 통한 지혜와 통찰력의 획득은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필요로 한다. 책 한 권에 나와 있는 지혜와 통찰을 경험하는 데 몇 년이 걸릴지 얼마가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이 동시대 동일 공간이 아니라면 경험으로 세상의 이치를 알 수는 없을 것이다.

책을 읽지 않는 데 원인과 이유가 많이 있을 것이다. 인터넷 모바일 등 뉴미디어의 발달, 교육제도의 문제, 독서 정책의 문제 수많은 복합적 이유가 작용하여 이렇게 독서율과 독서량이 매년 급전직하하고 있을 것이다. 누구를 탓하기도 어렵다.

그래도 방법은 있다. 최근 남서울대(총장 윤승용)의 독서진흥정책을 예를 들 수 있다. 윤 총장은 고등학교도 아닌 대학에서 학생들이 읽어야할 고전 120권을 선정한다. 그리고 60권 이상을 읽고 4회 이상 독후감을 대회에 참석한 학생들에게 독서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다. 독서장학생을 선발해 시상하는가 하면 작은 도서관운동도 전개하고 있다.

대학교가 가능하다면, 고등학교도 중학교도 초등학교도 가능하지 않을까. 이를 넘어 국가도, 지자체도 가능하다고 믿는다. 한 국가의 지도자가 독서를 굳건한 하나의 문화로 만들고 누대의 국가의 힘이라고 확신한다면 모두 책을 사랑하고 책을 자발적으로 읽게 될 것이다.

요즘 팬데믹 사태가 모든 걸 빨아들이고 있다. 정신적 여력도, 재정적 여력도 팬데믹 앞에 무력하다. 이러한 사회적 난맥상은 독서량, 독서율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대선에서 수많은 강력한 공약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누군가 성인의 1년 독서량 4.5권을 12권 이상으로 올릴 수 있는 강력하고도 창의적인 공약을 내걸었으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궁금하다.

경제적 재난에 뿐만 아니라 정신적 재난(독서량 급락)에도 긴급 재난지원금을 지원해야한다는 수준 높은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 재난의 후폭풍은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 현명한 국민이 무섭기 때문에 독서량에 무관심한 정부라면 애초에 들어서지 말아야 정부는 아닐까.

현명한 국민이 현명한 정부를 구성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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