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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송 목사에게 노동자는 예수였다서덕석 목사에게 『조지송 평전』을 듣다
홍인식 대표(에큐메니안) | 승인 2022.01.19 16:08
▲ 서덕석 목사. 영등포산업선교회가 기획하고 서덕석 목사가 집필한 『조지송 평전』은 단순히 한 인물의 생애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70-80년대 당시 교회 사회 참여와 산업선교의 모습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조지송 평전』(영등포산업선교회 기획, 서덕석 지음, 서해문집)이 출간되었다. 본 저서는 한국 노동운동의 초석을 다진 선구자이자 서울 영등포 공단지역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한 투쟁에 헌신했던 고(故) 조지송 목사의 생애를 담았다. 1964년부터 영등포산업선교회 초대 총무를 맡아 20년간 노동자들과 함께 한 여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고 조지송 목사는 1960년대 초반 강원 탄광 노동 훈련을 시작으로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국내전도부 산업전도국을 거쳐 1963년 한국 교회 최초로 ‘산업전도 목사’ 안수를 받았다. 영등포산업선교회 초대 총무를 맡은 그에게는 늘 노동자가 예수였다. 그는 예수를 사랑하듯 노동자를 사랑하고 마침내 직접 노동자가 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산업선교라고 강조하곤 했다.

고 조지송 목사는 원풍모방, 방림방적, 대일화학, 해태제과, 롯데제과 등 공단 내 노동자 생존권과 인권을 위한 싸움의 최전선에 섰던 인물로서 기독교 산업 선교의 기초를 놓았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노동자 생존권과 노동인권을 위한 싸움을 이끌고 영적·정신적 자양분을 제공하며 일생을 노동자들의 친구로 살았다. 영등포산업선교회 3대 총무 이근복 목사는 발간사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이 평전이 늘 낮은 자리에서 노동자들을 온몸으로 섬기고 헌신했던 목사님의 삶과 선교, 신학과 철학이 오롯이 드러나 소외당하고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등불이 되고, 코로나 시대 방황하는 한국 교회의 등불이 되길 소망한다.”

또한 1970년대 대일화학 노동자이자 영등포산선의 회원이었던 송효순 님은 고 조지송 목사에 대해 이렇게 회고했다.

“천국이 있냐고 여쭈었더니, ‘천국이 있다면 목사님들이 빨리 죽어 그 좋은 천국 가야지, 왜 병원으로 가겠느냐. 우리가 사는 세상을 천국 같은 세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지송 평전』은 1970~80년대 한국 사회에서 가장 치열한 현장이었던 산업선교의 역사를 생생하게 되살려냄으로써, 산업선교가 우리 사회 노동인권 향상과 민주화 및 민중운동에 미친 영향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를 통해 신앙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과 아울러 노동자들을 예수님처럼 여기며 존중하고 섬긴 한 사람의 고매한 인격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하여 우리는 평생 예수를 믿는 사람으로서 예수가 그렇게 사랑했던 노동자들을 비롯한 세상의 연약한 사람들과 함께 예수살기를 실천했던 신앙의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다.

에큐메니안은 본서의 저자인 서덕석 목사를 만나 『조지송 평전』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평전을 쓰게 된 가장 큰 동기와 계기가 무엇이었습니까?

서덕석(이하 서): 우선, 산업선교를 배워 노동자교회를 하는 목회자로써 우리 노동운동사에서 산업선교가 늘 저평가되거나 노동운동의 주류에서 배제되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특히 예장 교단 내에서도 산업선교를 불온시하거나 오해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죠. 제가 88년 10월 30일 종교개혁일에 노동자교회를 시작했는데 그대까지도 ‘노동자교회’, 혹은 ‘산업선교’를 시작한다고 말할 수 없는 분위기였어요. 산업선교가 우리시회에 제대로 알려지고 특히 노동운동으로서 합당한 평가를 받으려면 연구논문 뿐만 아니라 대중적으로 널리 읽혀지는 책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이것이 일차적인 집필 동기지요.

여담이지만, 제가 속해있던 노회가 보수적이어서 창립기념행사도 이원화해서 노회원들을 모시고는 평이하게 ‘창립예배’를 드리고 그분들이 가시고 난 뒤 지역노동자들과 함께 ‘일꾼교회 여는 기념잔치’를 따로 가졌죠. 개척교회를 운영하면서도 눈치를 보면서 민중선교를 한다고 적당히 얼버무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만큼 한국교회에서 노동자선교라고 하면 일단 경계하거나 백안시당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경험 때문에 목회생활을 끝낼 시기가 다가오면서 산업선교의 복권 혹은 제자리 찾기가 마지막 사명처럼 다가왔습니다. 조지송 목사님과 인명진 목사님, 두 분 선배들께서는 제명을 불사하면서 산업선교를 지키셨는데 산업선교를 당당하게 내세우지 못하고 소심하게 목회해 온 것에 대한  죄송스러움과 회한도 있어 2012년 영등포산업선교회가 기독교사적으로 지정되는 것을 보면서 영등포 산업선교회와 조 목사님의 이야기를 써야 되겠다고 결심하고 당시 총무였던 손은정 목사에게 제안해 시작된 거죠.

두 번째로는 예장 산업선교의 선구자이신 조목사님께서 자신의 이야기를 안남기시려고 하셔서 목사님께서 살아 계신 동안에 당신으로부터 직접 증언을 듣고 기록해 놔야 할 필요성도 있었습니다.

이번에 발간된 조지송 평전은 사실상 2011년부터 집필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2011년부터 조지송 목사와 영등포 산업선교회의 관계에 대하서 자료를 수집하게 되었다. 마침 김용복 박사가 소지하고 있던 방대한 자료를 제공하였고 이를 정리하는 것으로부터 집필이 시작되었다. 약 18개월 동안의 집필기간을 거친 후, 초고가 완성되었고 이를 가제본하여 고 조지송 목사에게 헌정했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하여 공식으로 출간되지 못했던바 있다. 그후 2020년 조지송 목사가 사망한 이후 다시 평전 집필에 대한 시도가 시작되었고 마침내 2021년 연말에 발간하기에 이르렀다.

▲ 서 목사님에게 고 조지송 목사는 어떤 분이신가요?

서: 그분은 하나님의 사명에 붙잡힌 사람이었습니다. 모세가 산에 올라 야훼로부터 내 백성을 애굽으로부터 인도해내어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땅으로 데라가라는 지시에 좌고우면하지 않고 따랐듯이 조목사님은 “노동자들과 함께 고난을 받으면서 그들을 압제당하는 처지에서 놓여나게 하라”는 산업선교의 엑소더스를 실천하셨던 분이지요.

모세가 출애굽 과정에서 늘 하나님께만 의탁하여 난관을 헤쳐 갔듯이 조 목사님은 노동자들의 집단적 지성 가운데서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인도를 철저하게 따르신 분입니다. 영등포산업선교회를 운영하면서 혹은 실무자를 키워내면서 당신의 의견, 전략을 주장하시기보다 준비되고 예측된 매뉴얼을 충실히 따르면서 그리고 원칙을 지키면서 노동자 스스로 주체적인 선택과 투쟁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데 주력했어요.

혹자는 과격한 선동가라고 매도하기도 하지만 목사님은 조용한 사상가이면서 교육가이셨죠. 노동자와 실무자를 교육, 훈련시켜 놓으면, 투쟁은 노동자들이 스스로 알아서 했던 거예요. 인간적으로는 여리면서 매우 온유하신 분이셨습니다. 같이 일했던 이들의 말로는 그 와중에서도 흥분하거나 큰소리치는 것을  못 보았다고 합니다.

▲ 조지송 목사의 삶을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을까요?

서:  <노동의 성육신>이라고 표현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성육신하셔서 사람을 구원하셨듯이 노동을 함으로서 구원받는(혹은 구원하는) 성스러운 사역으로 고백하셨어요. 조 목사님에게 노동은 그냥 먹고 살기 위한 일이 아니라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는 거룩한 제의적 행위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노동이 곧 기도와 예배이며 그 자체로서 충분히 구원받을 수 있다는 영성적 의미를 깨달았기 때문에 “이제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기도한다.”고 말하셨던 거죠.

▲ 조 목사님의 삶을 돌아보면서 오늘의 노동선교와 사회선교를 평가한다면?

서: 일단은 선교하는 쪽이 노동으로부터 멀어졌거니와 노동자(사회)를 타자화, 대상화하면서 일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조 목사님은 철저히 노동자로 살면서 산업선교를 하셨죠. 노동자를 대상화 하지 않고 자기 자신과 동일시하면서 일하셨기 때문에 지원한다거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입장이 아니라 그들 속에 녹아 들어가 ‘나의 삶, 나의 일’로 살아가는 방식이어서 결과도 달랐던 것이지요.

▲ 사회선교, 노동선교의 미래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서: 인공지능과 자동화된 기술로 인해 노동소외를 겪게 될 후기 산업사회의 노동자들에게 노동의 인간화란 무엇인가를 새롭게 상기시키고 노동의 평준화와 공동노동(짧아지고 적어진 노동기회를 공유)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는 역할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노동이 존속하는 한 새로운 형태의 노동(플렛폼 노동, 감정 노동)이 지속적으로 등장하면서 비인간화를 겪게 될 노동자들에게 여전히 산업선교가 필요할 것입니다.

▲ 신뢰를 잃어버린 오늘의 기독교회에 있어서 조지송 목사의 존재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서: 교회라는 외형과 고루한 전통, 제의적 형식에 집착하지 말고 신앙의 본질로 돌아가는 것만이 기독교가 살길임을 깨달았으면 합니다. 조 목사님의 삶은 십자가를 따르는 삶으로 일관하신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주일 성수 자체보다 주일을 지키는 사람의 거룩함이 우선이며 예배 형식보다 공의의 하나님께 대한 복종과 숭고하심에 대한 찬미, 이웃 (노동자, 약자)에게 연민을 갖고 연대함으로서 함께 예배드리는 것(하늘잔치)들이 중요합니다.

▲ 오늘의 상황에서 조지송 평전의 의미를 요약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서: 조 목사님의 평전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노동이 한낱 돈벌이 수단으로 끝나지 않고 온 몸과 마음으로 인간됨을 드러낼 수 있는 거룩한 행위임을 깨닫고 더 이상 노동을 소외시키거나 착취하는 야만적 행위에 대해 경각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육체노동을 천시하고 위험하고 힘든 노동을 회피하면서 충분한 노임을 지급하지도 않는 악습이 근절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물론 교회와 기독교 기관들이 노동3권을 제대로 보장하고 교회내의 노동착취를 ‘헌신’으로 포장하는 기만행위도 사라져야 하겠죠.

조지송 평전의 저자 서덕석 목사는 어릴 때 열병으로 청력을 상실했지만 지리산 자락에서 자연과 더불어 대화하며 감수성 풍부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시인인 중학교국어 선생님의 영향으로 문향(文鄕) 진주와 서부경남 지역의 백일장을 휩쓰는 소년시인으로 성장했다. 청년기에 노동을 하면서 민중과 함께하는 예수를 만나 신학 공부를 하게 되었고, 노동자 선교를 하기 위해 영등포산업선교회가 실시한 목회자 노동훈련에 참여하면서 산업선교의 선구자 조지송 목사를 만났다.

성남에서 노동자 교회인 ‘열린교회’를 열고, 사회복지공동체 ‘열린 복지회’를 설립, 음식물과 생필품을 기부 받아 어려운 이들에게 전달하는 푸드뱅크 푸드마켓 등 사회복지사업을 하며 예수와 이웃을 더불어 섬기고 있다.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시집 『때로는 눈 먼 이가 보는 이를 위로했다』를 냈다. ‘성남416연대’ 공동대표,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성남용인(준) 대표로 활동하며 생명평화운동, 통일운동도 거들고 있다.

고 조지송 목사가 섬겼던 영등포산업선교회는 1958년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결의로 영등포지역 노동자들을 위한 영등포산업전도회를 창립함으로써 처음 시작되었다. 초기의 산업전도는 일종의 교세확장운동으로, ‘공장 목회’라는 이름으로 기업인들과 함께 공장을 복음화하는 것에 집중했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현실과 인권유린의 현장을 목도하고 그 활동을 ‘산업선교’로 전환한다. 즉 노동자를 선교한다는 것은 단순히 한 사람 한 사람을 신자로 만드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노동 현장을 포함한 사회 구조와 역사를 변혁해 자유 평등·인간화·노동해방에 이르는 것이 그 본질임을 선교활동으로 드러내왔다.

한편 『조지송 평전』 발간에 즈음하여 영등포산업선교회와 조지송목사기념사업가 주최하는 <조지송 목사 3주기 및 조지송 평전 출판기념회와 제2회 지송강좌>가 “일의 미래와 영혼이 있는 노동-평전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오는 1월 21일(금) 영등포산업선교회 3층 강당에서 개최된다. 1부 평전출판 감사예식에서는 안재웅 목사(한국기독교민주화운동본부 이사장)가 말씀을 전한다.

이어 2부 조지송 평전 출판기념회(14:40~16:00)는 배현주 교수(WCC 중앙위원), 장윤재 교수(이화여대 기독교학과), 김동춘 교수(성공회대 사회융합자율학부), 송효순 님(70년대 산선회원 노동자)이 추천의 말을 잇는다. 또한 김기석 목사(청파감리교회, 문학평론가)는 서평을 통하여 조지송 목사 평전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하여 발표할 예정이다. 또한 본 평전의 작가 서덕석 목사(성남 열린 교회, 한국작가회의 회원)는 작가소회를 통하여 본 평전을 쓰게 된 동기와 계기 및 과정에 대하여 설명한다.

곧 이어지는 3부 제2회 지송강좌(16:10~17:30)에서 정병준 교수(서울장신대학교 교회사)와 정홍준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가 강연자로 나서 논문을 발표하게 된다. 고인을 추모하는 이들은 고 조지송 목사 3주기를 맞이해 1월 22일(토) 오전 11시,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로 98 파주동화경모공원에 위치한 고인의 묘소를 참배할 예정이다.

홍인식 대표(에큐메니안)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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