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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 문학 기법을 워싱턴 연설에 담았다유대교 성서학자가 분석한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의 연설 ⑵
마르크 츠비 브레틀러 교수/이정훈 | 승인 2022.01.21 01:00
▲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가 흑인해방을 위해 워싱턴 연설을 하고 있다. ⓒGetty Image
Marc Zvi Brettler(마르크 츠비 브레틀러) 교수는 미국에서 출생한 유대인이다. 브레틀러 교수는 미국 듀크대학교(Duke University) Bernice & Morton Lerner 유대학 석좌 교수이며, 브렌다이스 대학교(Brandeis University) Dora Golding 성서학 명예교수이다. 브레틀러 교수는 최근에 출간된 『How to Read the Jewish Bible』(히브리어로도 출판되었다)의 저자이며, 『The Jewish Study Bible』과 『The Jewish Annotated New Testament』(Amy-Jill Levine와 함께)의 공동 편집자이며 『The Bible and the Believer』(Peter Enns와 Daniel J. Harrington 함께)와 『The Bible With and Without Jesus: How Jews and Christians Read the Same Stories Differently』(Amy-Jill Levine와 함께)의 공동 저자이다. 브레틀러 교수는 TABS (Torah and Biblical Scholarship) 프로젝트의 공동 창립자이다. 앞으로 연재될 브레틀러 교수의 논문 “I have a Dream: Martin Luther King Jr.’ Biblical Prophetic Speech”는 자신이 평소에 자주 읽는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의 워싱턴 연설에 대한 성서학적 분석이다. 브레틀러 교수는 “킹 목사가, 특히 예언자들의 목소리가 담긴, 성서(유대인들은 ‘히브리 성서’라고 부르는 구약성서) 구절들과 이미지들, 수사적 장치들을 이용해,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희망찬 미래를 그려내고 있다.”고 평가한다. - 번역자 주

성서적 이미지들

지난 글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는 직접적으로 많은 성서 구절을 언급한다. 여기에 더해 킹 목사는 또한 성서 구절을 암시하는 이미지를 사용한다. 워싱턴 연설의 시작 부분에서, 그는 “흑인은 … 자신이 고국에서 유배(강조는 필자의 것)되어 있음을 발견합니다.”라고 언급한다. 유배는 성서에 나오는 비유로 유대 사람들이 이방 땅에서 살기 위해 바빌론으로 끌려가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이 경우, 킹 목사의 요점은 흑인은 미국인이지만 미국에서 다른 사람으로 취급된다는 슬픈 아이러니에 주목하는 것이다.

연설이 끝날 무렵, 킹 목사가 언급한 “하나님의 자녀들이 모두 노래할 수 있을 때”라는 이미지는 스가랴서 8장 5절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성서 구절에서 예언자는 도시의 광장이 기쁨이 넘치는 소년과 소녀들로 가득 찰 이상적인 미래를 묘사한다:

킹 목사는 또한 제2 이사야의 고통 받는 종의 구절을 언급한다. 이 구절은 백성들이 맞이할 미래의 구원을 가능하게 하며 백성들의 죄를 위해 고난 받는 사람을 묘사한다:

기독교 주석은 이 예언을 예수에 대한 언급으로 이해하며, 신약성서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킹 목사는 청중에게 연설할 때 이 인물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여러분은 창조적 고통에 익숙한 사람들(veterans)이었습니다. 부당한 고통이 구원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계속 노력하십시오.(1)

사도행전의 구절을 반영한 것으로 보이는, “형제애의 식탁”에 대한 킹 목사의 언급은 초기 예수 공동체가 함께 식사하던 관습을 암시한다:

사도행전 2:42 그들은 사도들의 가르침에 몰두하며, 서로 사귀는 일과 함께 음식을 먹는 일과 기도에 힘썼다.

심지어 연설의 시작 부분에서 킹 목사가 언급한 “이 신성한 곳”은 청중들에게 “거룩한” 책, 즉 성서를 상기시키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비록 많은 백인들이 이 연설을 듣거나, 아마도 더 나은, 설교를 들었지만, 청중의 대다수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이었다. 이 공동체는 이러한 성서 인용과 암시를 알고 감사했을 것이며, 보통의 ‘예시바(yeshiva)’(2)의 학생이 히브리 성서의 많은 구절을 그들의 상황과 함께 인식하는 것처럼 킹 목사의 연설들은 들은 청중들도 많은 부분을 그들의 상황으로 채웠을 것이다.

연설의 청중은 특히 미국 내에서 성서와 같은 지위를 누리는 문서들에 대한 언급을 들은 후,  암시가 담긴 연설을 경청할 준비를 하게 되거나 준비를 마쳤을 것이다. 이러한 문서들에는 ‘게티즈버그 연설’과 ‘노예 해방 선언’, 그리고 곧이어 ‘헌법’과 ‘독립 선언문’에 대한 언급이 포함되어 있으며, 끝부분에는 Samuel Francis Smith(새뮤얼 프랜시스 스미스)의 “America(미국)”(“나의 조국, 그분의 땅…”)(3)이 있다. 연설의 맨 마지막 부분은 잘 알려진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영성을 명시적으로 인용하며 독자들에게 또한 전체에 걸쳐 암시한다.

대구법(parallelism, 對句法)(4): 성서적 수사 기법

킹 목사의 대부분의 다른 연설이나 설교와 마찬가지로, 그의 워싱턴 연설도 성서에서 발견되는 수사적 기법들로 가득 차 있다. 과소평가된 것은 킹 목사가 광범위하게 대구법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이 대구법은 교차법적 구조(a biblical ring)를 가진 시에 근접하는 고상한 산문 유형으로, 이를 통해 전체 연설을 설교처럼 전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이 대구법은 히브리 성서와 고대 근동 시의 특징이다. 특별히 이 대구법의 사용으로 인해, “킹 목사의 연설은 성서처럼 들렸다.”

이 대구법에서, 구절들은 두 개의 부분으로 나뉘는데, 후자는 다양한 방법으로 첫 번째 부분을 보충한다. 대구법에 관한 몇 가지 예들은 다음과 같다(킹 목사가 사용한 대구법을 확인하기 위해 영어와 한글 번역을 병기했다 - 번역자 주):

• [they] have come to realize that their destiny is tied up with our destiny,
and they have come to realize that their freedom is inextricably bound to our freedom
(그들은 그들의 운명이 우리의 운명과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자유가 우리의 자유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 a Negro in Mississippi cannot vote
and a Negro in New York believes he has nothing for which to vote
(흑인은 미시시피에서 투표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흑인은 뉴욕에서 자신에게 투표권이 없다고 믿습니다)
• battered by the storms of persecution
and staggered by the winds of police brutality
(박해의 폭풍에 구타당합니다
그리고 경찰의 잔혹한 바람에 휘청거립니다)

대구법과 관련된 단어 쌍은 거의 동일하거나 의미에 있어 서로 반대인 두 단어로 서로 밀접하게 사용되며, 종종 “and(와)”로 구분된다. 킹 목사의 워싱턴 연설에서 사용된 단어 쌍의 몇 가지 예들은 다음과 같다(킹 목사가 사용한 대구법의 단어 쌍을 확인하게 하기 위해 영어와 한글 번역을 병기했다 - 번역자 주):

• the manacles of segregation and the chains of discrimination
(분리의 수갑과 차별의 사슬)
• sweltering summer … invigorating autumn
(무더운 여름 … 상쾌한 가을)
• freedom and equality
(자유와 평등)
• neither rest nor tranquility
(휴식도 평온도 없이)
• dignity and discipline
(존엄과 규율)

 

미주

(미주 1) 또 다른 상황에서, 킹 목사는 고난 받는 종의 이미지를 자신에게 적용했다; 이에 대해서는 see Richard Lischer, The Preacher King: Martin Luther King, Jr., and the Word That Moved America, updated edition (NY: Oxford University Press, 1997), 188–192를 보라.
(미주 2) 예시바는 유대인의 전통적인 교육기관으로 우리로 치자면 일종의 도서관이다. 이곳에서 유대교의 율법서인 탈무드와 경전인 토라, 히브리어를 배운다. 역사상 유대인의 거주지에는 항상 예시바가 있었다. 예시바가 다른 도서관과 달리 특별한 점은 그 안에서 사람들이 조용히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큰 소리로 떠들고 토론을 한다는 것이다.
(미주 3) 미국의 비공식 전(前) 국가(國歌)이다. 1931년 The Star-Spangled Banner가 정식으로 국가로 지정되기 전까지 공식 국가가 없었기 때문에 Hail, Columbia 등과 함께 비공식 국가로 쓰이던 노래였다. 가사의 원본은 1831년 미국의 침례회 목사이자 작가인 ‘새뮤얼 프랜시스 스미스’(1808~1895)가 지은 '아메리카(America)'라는 시이며 선율은 영국의 국가인 ‘God Save the Queen’에서 차용했다.
(미주 4) 대우법(對偶法)·대치법(對峙法)·균형법이라고도 한다. 어조가 비슷한 문구를 나란히 두어 문장의 변화와 안정감을 주는 표현법이다. 앞뒤 내용이 서로 반대되는 대조법과는 다르다. 예를 들면,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범은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이성은 투명하되 얼음과 같으며, 지혜는 날카로우나 갑 속에 든 칼이다”,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신의 것은 신에게 돌려주라” 등과 같은 문장이다.

마르크 츠비 브레틀러 교수/이정훈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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