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illiam Blake, 「The Witch of Endor Raising The Spirit of Samuel」 (1800) ⓒWikipediaCommons

이 구절은 10-15절 단락의 첫 번째 말씀입니다. 무엇을 말씀하시는데 이렇게 시작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이 단락의 내용과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힘에 의지하고 군사시설을 자랑하고 하나님이 아닌 점술과 우상을 섬기는 이스라엘을 벌하고 새로운 이스라엘을 세우시며,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다른 민족들과 나라들에 대해서 갚으시고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시겠다는 것이 하나님의 구상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않는 민족들과 나라들에 대한 구체적인 것은 알 수 없어도 군대 없는 이스라엘에 비춰볼 때 그들에게 갚는 것은 지역 전체의 평화 수립에 기여할 것입니다.

그런데 군대 없는 세상이 가능할까 질문하게 됩니다. 과거나 현재나 세계질서를 놓고 보면 그렇다고 답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나라와 그 질서를 말합니다. 이것은 현실도피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선물로 주신 현실인식의 틀이며 미래의 청사진입니다.

힘에 의지하는 정책은 또한 사회를 그에 따라 구성합니다. 요새화된 성읍은 전시체제를 상시적으로 운영하는 사회의 겉모습입니다. 성읍의 위용은 사람을 주눅 들게 하거나 과장된 자만심을 갖게 합니다. 주변에 대해 은연중 적대적이며 지배적이고 억압적입니다.

이러한 체제를 내적으로 뒷받침해주는 것이 각양각색의 점술과 우상숭배입니다. 점술은 단순히 점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비롯한 국가 정책 결정에 깊숙이 간여하고 백성/국민의 일상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합리성이 배제되기 때문에 개인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막대한 피해를 가져올 수 있고 대부분 손익의 관점에서 그것도 근거 없이 판단하기 때문에 윤리적 의식의 가져올 수 있습니다. 또한 외모에 의한 사람 평가로 사람에 대한 편견을 조장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미래를 알고 싶어 하는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을 것입니다. 점술과 우상숭배는 바로 이 같은 사람의 불안을 이익과 통제의 수단으로 삼고 권력을 지향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불안은 그것으로 극복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확대·반복될 것입니다. 이것이 그것들의 존립기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불안은 평화로운 사회의 수립을 통해 최종적으로 극복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정의와 공의가 실현된 평화사회는 예측 가능한 사회일 뿐 아니라 생명이 존중되는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성서가 끊임없이 그 모형으로 하나님 나라를 이야기하는 이유입니다. 그 나라를 향한 삶을 사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삶이며 불안을 극복하는 삶입니다. 이 삶을 살지 않으렵니까?

그렇기에 하나님은 점술과 우상숭배-요새화된 성읍-군사력의 결합체를 해체하시려고 합니다. 그때 누구도 차별당하지 않고 존중받으며 자기의 존재 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는 세계가 열릴 것입니다.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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