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가 정전협전 70주년 앞두고 한반도 종전평화 캠페인 선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정리연

우리 사회는 전쟁의 상처와 분단의 질곡으로 인해 어둡고 고통스러운 세월을 보냈다. 3년 전 <판문점 선언>에서 시작된 평화의 바람도 이제는 그치고, 대립과 갈등이 일상화된 정전(停戰) 체제의 암울한 상황으로 되돌아갔다. 한국 정부는 종전(終戰)을 말하면서도 군비 증액과 전쟁 연습을 계속하고, 북(北)은 제재와 압박에 대해 미사일 발사로 대응함으로써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 한반도 주변국 사이에 격화되는 갈등은 현재 남북의 교착상태를 넘어 자칫 신냉전으로 고착될 위기 요인이 되었다. 남북의 적대관계를 끝낼 평화의 전망과 각별한 대책이 절실하다.

이에, 한국기독교장로회(이하 ‘기장’)는 그리스도의 용서와 화해를 실천하는 ‘평화의 교회’로 나아감이 시대적 십자가임을 고백하며 <한반도 종전평화 캠페인>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 70주년(2023년 7월)이 되기 전에 우리가 한국전쟁을 끝냅시다!” 선포 기자회견을 가졌다.

총회장 김은경 목사는 아들을 군대에 보내는 날, 훈련소에서 수천 명의 아들들과 그들을 눈물로 보내는 가족들을 보면서 왜 우리 땅에서 우리가 우리나라의 운명을 결정하지 못하는 것일까라는 물음이 생겼다고 했다. “한반도에서는 군사적 충돌의 가능성이 있기에 늘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긴장 완화와 평화 공존을 강화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휴전협정을 넘어 종전 평화 선언이 우리의 길입니다”라면서 평화를 구하고 평화를 살리는 길을 함께 가자고 초대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이 길이 문익환 목사님 말씀대로 이미 이루어진 통일의 길을 가는 것임을 고백합니다. 지금은 어둠 속에 있지만, 주께서 우리의 빛이십니다. 이 분단의 땅에서 이념 대립과 역사를 새롭게 하는 새하늘과 새땅”으로 나아가자며 인사말을 마쳤다.

기장은 총회 결의에 따라서 2010년도에 처음으로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서명운동을 시작한 이래 한국교회 전체로 확산시키겠다는 의미로 2012년에는 NCCK에서 서명운동을 했다. 2013년 WCC 부산총회를 앞두고 전개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캠페인을 위해 해외의 많은 평화운동가들과 국내 운동가들이 독일 NCC와 함께 베를린에서 평화통일 기도회를 열고 출발했다. 이 평화열차는 WCC 부산총회에서 공동 성명을 끌어냈다. 또한, 평화 캠페인은 2015년 미국 횡단, 2016 유렵~2018년 동유럽까지 이어졌다. 그때 비로소 한반도에서 감격적인 4.27 판문점 선언이 이루어졌다.

한기양 목사(평화공동체운동본부 공동대표)는 기조발언에서 “남북 화해가 막혀 있는 것 같지만 그리스도인들이 앞장서서 기도하고 우리 기장이 이 시대의 화살촉 역할을 함으로써 다시금 평화의 시대로 열어가는 꿈을 되살려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지금은 새벽이 오기 전, 캄캄한 그 어둠의 시간”이라면서 평화의 길이 멀고 험한 것 같으나 걸음을 멈추지 말자고 독려했다.

기장 교회는 분단체제를 녹여낼 기도회와 평화통일선교의 거점으로 DMZ 인근에 ‘화해와 평화의 교회’ 건립을 계획했다. 이를 위해 작년 106회 총회에서는 ‘종전평화선언 서명운동’에 참여한 이들이 참가헌금(1인 1만원)을 하여 교회 건축 토대를 쌓고, ‘노회별 협력위원’의 파송을 결의함으로써 기장 교단에 속한 28개 노회 전체가 함께하는 운동이 되도록 했다.

▲ 한반도 종전평화 캠페인 선포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종전을 끝내고 평화를 주장하는 손팻말을 들고 평화를 촉구하고 있다. ⓒ정리연

박남수 목사(화해와 평화의 교회 추진위원장)는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정전협정으로 우리 민족의 허리가 잘려 왕래가 끊어지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전반에 걸친 단절의 시간을 보낸 지 벌써 70여 년이 되었습니다. 그간 남북의 체제와 이데올로기로 인해서 정치적인 대립과 군사적인 충돌은 평화를 사랑하는 한민족의 정신을 북한의 대립과 분열 그리고 전쟁의 위기로 몰아왔고 남북은 그 치열한 고통의 순간과 불안을 고스란히 짊어져야” 했던 역사를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권력과 체제 그리고 이데올로기에 집착된 정치에 의해서 분단의 벽은 더욱 견고해지고 분단이 고착화되는 동안 남과 북에서는 민족 통일과 평화를 추구하는 이들이 오히려 사회 불안을 야기시키는 자로 정제되어 수많은 정치범들이 양산되는 불행한 역사를 살아온 것이 오늘의 현실임을 꼬집었다.

이에 “155마일의 철조망을 거두어 내고 분단을 고착시키려 하는 세력들에 저항하며 싸워왔던 우리 교단은 한민족의 미래와 민족의 영원한 평화를 위해서 ‘화해와 평화의 교회’를 세우고자 합니다. ‘화해와 평화의 교회’ 설립 및 건축 문제는 단순히 교회 하나를 더 세우고 설립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간절한 숙원인 평화통일과 평화에 대한 열망을 실현하고 이 땅의 전쟁과 분열, 극한의 대립이 아닌 평화와 화해와 공존의 미래를 건축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라며 한반도에 평화와 공존의 세상을 펼쳐가면서 억압당하고 힘들어하는 모든 세계인의 소망이 되는 계기가 되기를 염원했다.

기장 교회가 펼쳐 갈 ‘한반도 종전평화선언 서명운동’은 이 땅을 살아가는 신앙공동체가 평화의 교회로 거듭나려는 다짐의 표현임을 밝히면서 ‘남북화해를 위한 북녘에 두고 온 재산권리 포기 선언문’을 채택했다. 이는 ‘희년 정신’(레 25:23)에 따라, 분단체제가 양산한 대립과 증오의 역사를 깨끗이 청산하고 한반도의 화해와 통일을 위해 일하고자 하는 선언이다.

김동한 장로(평화공동체운동본부 집행위원장)는 “기독교인 중에는 통일의 문제를 자기 재산 찾기 차원에서 접근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루빨리 통일되어 두고 온 재산을 되찾는 것이 평생소원이고 70여 년 전에 땅문서를 가보처럼 대물림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러나, 분단의 세월 동안 남북의 토지는 새롭게 재편되었고, 각각 다른 체제를 지닌 국가에 의해 관리되었다. 그렇기에 “남측의 사적 소유권에 기대어 자신의 재산 권리를 새삼스럽게 다시 주장하는 것은 인민의 공동소유이기에 사유화를 금지하고 있는 북측의 토지제도와 법을 무시하는 일이며, 분단 70년을 넘어 새로운 화해의 길을 열고 남북 공동의 평화와 번영을 모색하는 통일 실천의 장에 큰 걸림돌이 될 것”임을 강조했다. 이런 의미에서 희년 정신이 평화통일을 앞당기는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기장의 ‘북녘에 두고 온 재산권 포기 선언’이 전 사회적으로 확산되어 평화통일을 향한 모퉁이 돌이 되기를 기대했다.

한반도의 평화통일은 남북이 원수로 대했던 과거에서 돌이켜 밝은 미래를 위해 서로 협력할 것을 약속하며, 자기를 쇄신하고 혁신하는 자세로 바로 지금 더 나은 화해의 길로 나서는 실천의 자리를 마련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또한, 한국교회는 각 교단이 표방하는 세력 확장식의 일방적 ‘북한선교 정책’을 내려놓고, 온 교회가 연합하여 하나의 창구를 가지고 새롭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남북 모두가 함께 기뻐하고 웃을 수 있는 화해 협력의 길을 가야할 것이다.

기장 교회는 ‘한반도 종전평화선언 서명운동’이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WCC(세계교회협의회)와 에큐메니칼 협력 속에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면서 기장에 소속된 1,650여 교회의 성도 10만 명 서명운동을 펼침으로써, 한국 시민사회와 세계교회가 함께 ‘한반도 종전평화 캠페인(Korea Peace Appeal)’을 전개해 나갈 것을 다짐하고 김은경 총회장의 서명을 시작으로 첫걸음을 디뎠다. 이는 2023년 7월 27일 이전에 ‘종전선언’이 이루어지고, 올해 9월에 있을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1차 총회를 통해 세계 그리스도인들에게 전달되어 ‘평화협정’ 체결 동력으로 확대될 것이다. 종전선언을 넘어 한반도에 평화가 온전히 정착될 때까지 평화의 하나님께서 앞길을 인도해주시기를 기원하며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 기장에 소속된 1,650여 교회의 성도 10만 명 서명운동을 펼침으로써, 한국 시민사회와 세계교회가 함께 ‘한반도 종전평화 캠페인(Korea Peace Appeal)’을 전개해 나갈 것을 다짐하고 김은경 총회장이 서명하고 있다. ⓒ정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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