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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줌 누는 것도 권리에요?(성)소수자와 그리스도교 2
황용연(무지개센터[가칭] 준비모임 대표) | 승인 2022.02.10 22:02
▲ 특히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을 위해 마련된 화장실 중 많은 수가 너무 협소해 이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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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제목을 보셨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

아마 오줌 누는 게 권리가 아니라고 하실 분은 거의 없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오히려 이런 생각이 많이들 드셨겠죠. 아니 오줌 누는 것이 권리냐 아니냐를 따질 거리가 되긴 해? 그런데 왜 저런 질문이 나오는 거지?

‘그러게 말입니다’라고 하고 넘어갈 수가 없으니까 저런 질문이 나오는 것이겠죠. 저런 질문이 필요한 사람들의 이야기. 60초 후에가 아니고 지금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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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차별에 관련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면 계단과 문턱 등이 있을 겁니다. 그래서 요즘 지어지는 건물에는 계단과 문턱을 피할 수 있는 경사로가 같이 마련되고요. 수도권 지하철 역 중에 이제 엘리베이터가 없는 역은 거의 없게 되었습니다. 물론 장애인 등의 교통약자 입장에서 보면, 막상 지하철을 엘리베이터로 이용하려면 동선이 답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만.

그런데 계단과 문턱에 필적할 정도로 장애인 차별의 대표 상황 중 하나로 거론되는 것이 바로 화장실입니다. 제가 우체국에 갈 때 종종 화장실을 빌려 썼는데요. 그 화장실은 문턱은 물론이고 너무도 좁아서 휠체어 타고는 절대 못 들어오는 화장실이었습니다. 이 우체국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들어오면 화장실 빌려 쓰기가 힘들겠죠. 직원 중 누군가가 도와주지 않는 한.

그러면 이 우체국에 오기 전에 장애인 화장실 있는 다른 건물에서 일을 보고 오면 되지 않겠느냐 하실 분도 있으시겠는데요. 주변에 장애인 화장실이 없으면 어떡하냐는 건 둘째 치고, 우체국을 이용하는 손님인 건 마찬가지인데 누구는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고 누구는 이용하기 어렵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누구는 화장실을 이용하는 게 아예 권리인지 아닌지 따지지조차 않아도 되는데, 누구는 왜 저 사람은 이용할 수 있는데 나는 안 될까 둘 다 시민의 권리를 가지고 있긴 마찬가지인데라고 물어야 하는 상황인 거죠.

이 때 제목과 비슷한 맥락의 말을 해야 하는 겁니다. 오줌 누는 것도 권리다(혹시 화장실을 빌려 준다는 건 호의이지 권리는 아니지 않느냐 하실 수도 있겠는데, 문제는 그런 호의를 베풀었을 때조차도 누구는 그 호의를 그냥 별 생각 없이 받을 수 있지만 누구는 호의를 베푼다 해도 받기 힘든 상황이라는 거겠죠).

오줌 누는 권리, ‘오줌권’이 당연한 권리라면, 그 오줌권은 우체국과 같은 공공건물에서만 지켜져서 될 일이 아니겠죠. 시민들의 생활이 공공건물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당연히 아닐 테니까요. 공공건물에서 솔선수범을 할 의무는 당연히 있겠지만 말입니다.

빌려 쓰기 문제로만 생각하고 말 것도 아닌 것이, 이런 거 하나하나가 안 되기 시작하면 결국 장애인들의 선택은 "안 가고 참는다"가 됩니다. 그런데 오줌이 참는다고 참아지는 건가요? 그러니 화장실 쓰기가 어려울 것 같다 싶으면 아예 안 마시고 안 먹는다까지 가는 거죠.

▲ 여성이나 남성, 장애인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성중립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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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오줌권’을 이야기해야 하는 사람들이 장애인만 있는 게 아니더라구요.

제가 노숙인 운동을 하시는 어느 목사님을 만나서 말씀을 듣는데 그 분이 이런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MTF 트랜스젠더(Male to Female: 태어날 때는 몸이 남성으로 식별되었지만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여성으로 감지하고 여성으로 살아가려는 사람) 노숙인 한 명을 케어 하게 되었는데, 다른 노숙인과 같이 살게 하기 어려워서 숙소를 따로 얻어 주어야 했다고 하셨구요. 그 분을 노숙인 센터에 나와서 일을 하게 하려는데 화장실 문제가 걸리더랍니다. 그래서 센터 직원들에게 일일이 설명하고 여자 화장실을 쓰게 해 주었는다는데, 그 분이 화장실을 쓰고 나면 다른 분들이 그 화장실을 쓰기를 껄끄러워 한다고 하시더군요.

이처럼 성소수자도 화장실 쓰기를 상당히 어려워합니다. 특히 위에서 한 이야기한 것처럼, 트랜스젠더의 경우가 상당히 많이 이야기되는 예입니다. 물론 트랜스젠더만 해당되는 건 아니구요. 젠더퀴어(자신이 남성 젠더인지 여성 젠더인지 혹은 둘 다를 갖고 있는지 확정짓지 못하는 경우)나 인터섹스(아예 태어날 때부터 몸이 남성으로도 여성으로도 식별이 되지 못하는 경우) 등도 마찬가지 상황을 겪습니다. 그래서 앞에 이야기했던 장애인들 경우처럼 “안 가고 참는다”, “안 마시고 안 먹는다”까지 가게 됩니다.

저는 미국 생활을 한 12년 정도 했었는데요. 제가 미국에서 다녔던 교회에서는 교회 화장실에 남녀 구분이 없었습니다. 그냥 넓은 화장실 하나에 대변기와 세면대가 있고, 들어가서 문을 잠글 수 있게 되어 있는 화장실이 두 개 있었어요. 도서관에 볼 책이 있어서 가끔씩 UCLA를 갔었는데, 거기에도 남자 화장실, 여자 화장실 말고도 “All Gender restroom”이라는 화장실이 따로 있었습니다. 이런 화장실을 성중립 화장실이라고 합니다. 방금 말했던 미국 생활 12년 중의 막바지가 트럼프가 대통령을 하던 시절이었는데요. 트럼프가 이 성중립 화장실에 시비를 걸어서 한동안 ‘화장실 논쟁’이 붙기도 하고 뭐 그랬습니다.

성공회대에서 이 성중립 화장실을 만들자는 운동이 있었는데 반대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는군요. 그 반대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그 상황에서는 트럼프와 똑같은 행동을 한 거죠.

그런데 성소수자 운동의 입장에선 이 성중립 화장실만 가지고는 불충분합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남자/여자 화장실 그냥 놔두고 성중립 화장실을 만들면, 그 성중립 화장실을 이용하는 게 오히려 성소수자라고 아우팅 당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기 딱 좋다는 겁니다. 그러면 대안은 뭐냐? 아예 모든 화장실을 싹 다 성중립 화장실로 만들어 버려야 한다는 거죠.

그렇게 바꾸는 돈은 성소수자들 너희들이 낼래?란 생각 드시는 분 있으실 지 모르겠는데요. 성소수자들도 당연히 시민이고, 그래서 당연히 오줌권을 갖고 있다면, 그 오줌권을 보장하기 위한 돈은 당연히 공공의 지출이어야겠죠. 성소수자들 너희들이 낼래 운운하는 말은 그래서 성립할 수가 없게 됩니다.

여기서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죠. 작년에 어떤 성소수자 혐오 단체가 차별금지법을 만들면 남자가 나 트랜스젠더 여자라고 주장하고 여자 화장실 맘대로 들어갈 거다 뭐 이런 말을 혐오스러운 그림과 함께 거리 대형광고판에 내걸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 말이 말이 되는 말인지 아닌지는 이 글을 지금까지 읽으셨다면 자연스럽게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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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칼럼부터는 한동안 이 칼럼의 중심 주제인 성소수자에 대해서 설명하는 내용을 주로 다루려고 합니다. 물론 그 설명에서 ‘성’자를 뺀 소수자 일반의 상황과도 연결되는 부분에서는 그런 일반 상황도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황용연(무지개센터[가칭] 준비모임 대표)  hyysc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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