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수로 살아갔던 김홍술 목사 ⓒ박철 목사 제공

김홍술 목사. 내가 만난 김홍술 목사는 한마디로 이 시대의 진정한 아웃사이더였습니다. 창졸간 그의 죽음 앞에 이렇게 추도사를 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겉으로 드러난 그의 겉모습은 무뚝뚝하고 투박한 사람으로 보이지만 그의 속내는 따뜻하고 섬세하고 인간미 넘치는 사람이었습니다.

10년 전 쯤이었습니다. 초량에 있는 허름한 우리 어머니 집에 방영식 목사, 김홍술 목사, 최광섭 목사 이렇게 넷이 자주 모였습니다. 그 시절은 예수살기가 활발하고 뜨겁게 움직이던 때였습니다. 그때 우리 나이가 쉰 중반쯤 되었을 때인데 나는 예수살기 운동을 하고 제도권교회 목사노릇을 하면서 예수를 몸으로 산다는 것이 버겁고, 따라가기 힘들다고 푸념을 했더니 김홍술 목사가 정색을 하면서 우리 나이가 쉰 중반인데, 맨날 예수 흉내만 내면서 살면 되겠나?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예수가 서른 살에 출가하고 고작 3년 동안 활동하다 죽었는데, 우리가 예수를 넘어서야 되지 않겠는가? 서른 살 청년 예수가 알면 얼마나 알았겠는가? 우리가 그보다 훨씬 오래 살았고 겪은 것도 많으니 우리가 예수를 뛰어넘어야 하지 않겠는가? 아니, 내가 예수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하기 위해서 제도권교회와 작별하고 나오라고. 김홍술 목사는 거침이 없었습니다. 그날 생각이 서로 달라 약간 티격태격했지만, 그날 나눈 대화로 인해, 나의 삶과 사유의 방식이 새롭게 눈을 뜨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의 기인에 가까운 돌출행동은 도저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20대 초반 달랑 성경책 한 권 들고 성 프란치스코처럼 살겠다고 노숙자로 전국을 떠돌며 기도하고 금식하며 2년 6개월을 지냈습니다. 도시의 크고 화려한 교회에 분노하고 시골의 낡은 교회를 비통한 마음로 아파했습니다. 주변 사람들과 친척들 사이에는 예수를 지나치게 믿어 잘못된 영이 들어 미쳐돌아 다닌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습니다.

군입대를 앞두고 “대한민국의 영토와 주권을 지키는 것은 세속적인 사명이며, 나는 하늘나라의 영토와 주권을 지키기 위해 목숨과 영화를 내놓을 것이라”며 병역을 거부하다 군사재판을 받고 3년 징역을 살고 나오기도 했습니다.

1985년에는 분단조국을 가슴아파하며 리어커집을 끌고 도보로 서울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1986년 반려자를 만나 그 후 지하교회를 개척했고 그것이 빈민선교, 부활의 집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1999년 12월 말, 2000년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를 맞으며 과거의 김홍술은 죽고 새로운 김홍술로 태어나겠다고 자신은 관속에 들어가고, 가깝게 지내는 분에게 부탁해 관을 땅에 묻고 관에 작은 호스를 박아 간신히 숨을 쉬며 버티며 죽음을 체험하고 사흘 만에 밖으로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야말로 죽었다 사흘 만에 부활한 것이지요.

해마다 고난주간이 시작되면 부산역에서 한 주간동안 노숙자들과 함께 노숙하며 걸식수행을 하기도 했습니다.

2008년 8월에는 기독교회관 앞에서 “너 한국교회여, 너의 가진 것을 나누어 줘라. 교리의 옷을, 교권의 관을 벗어 던져라. 오직 예수의 삶으로 살라”는 기도 제목으로 황금을 숭상하는 한국교회를 고발하는 단식기도를 일주일동안 하기도 했습니다.

2014년 세월호 사건이 터졌을 때는 광화문에서 방인성 목사와 함께 42일 동안 단식하며 세월호 진상규명과 특별법제정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부산평통사 대표를 맡으면서 단돈 만원도 허투루 쓰지 않는 사람이 매주 비행기를 타고 제주 강정마을을 다녀올 정도로 열정적이었고, 몸을 던져야 할 투쟁 현장에서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자신의 몸을 던졌던 강단 있는 투쟁가이기도 했습니다.

몇 해 전 예수살기 동지들과 함께 안나푸르나 트래킹을 하면서 모세가 하나님의 소명을 받을 때 “내가 선 곳은 거룩한 곳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는 말씀을 따라 맨발로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올랐던 일도 있었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말린다고 듣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직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기이한 행적은 끝이 없습니다. 우리는 김홍술 목사의 그간의 삶을 다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는 일평생 보통사람이 범접할 수 없는 독특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러나 어느 한쪽에 경도되지 않았고, 이성적이었고, 대화하기를 좋아했고, 특히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었습니다. 지난 30년 김홍술 목사는 언제나 예수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이 땅에 가난한 사람들, 쓸쓸한 사람들을 안아주고 그들과 함께 살아왔습니다. 그는 개인의 안위와 영화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최근에는 1,000일 동안 부활의 집에 칩거하면서 자신을 철저하게 가두고 침묵, 고행하며 기도하다 세상 밖으로 나왔습니다. 요 몇 년 간 그를 자주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가 아프고 쓸쓸했을 때 친구로서 찾아가서 살갑게 대해주지 못했습니다. 그 점이 체한듯 걸리고, 많이 미안합니다.

나의 친구 김홍술 목사, 작은 예수 김홍술, 가난한 이들의 벗 김홍술, 덕포동의 조르바! 별안간 당신이 이 세상을 떠나게 된 것에 대해서 하도 당신이 엉뚱한 일을 잘 저지르니 나는 잘 모르겠네. 자네의 깊은 뜻이 있었겠지. 조만간 자갈치시장에서 꼼장어 안주로  찐하게 한잔하기로 한 약속을 못 지키고 떠난 자네가 야속하다네. 오늘 오후 빈소에서 당신 아들과 딸을 만났네. 나와 만나면 늘 딸 자랑 아들 자랑을 했었지. 오늘 보니 멋진 청년으로 아주 잘 컷구만. 친구 김홍술 목사, 이제 이생에서의 모든 걱정일랑 다 내려놓고 잘 가시게. 자네가 많이 그리울 걸세.

마지막으로 김홍술 목사가 속했던 복음교단에서 2011년 사도신경 고백거부 문제가 발단이 되어 우여곡절 끝에 출교를 당하게 되자, 목사직을 반납하고 짤막한 고별사를 남긴 적이 있었습니다. 그것을 읽어드리는 것으로 추도사를 마칠까 합니다.

박철 목사  pakchol@empas.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