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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이루는 밤의 이야기사자모 소리
장사모 | 승인 2022.02.18 15:15
▲ 흔한 시골장터 모습

피부에 열이 올라 뜨겁다. 갑자기 간지러워 잠을 잘 수가 없다. 얼마간 극심하게 스트레스 받았던 것이 아무래도 몸으로 드러나는가 싶다. 머릿속으로는 충분히 이해할만하고, 긍휼한 마음으로 기도하였으나 생채기가 있었나보다. 괴로움이 벌써 수일이 되었다.

극심한 소양감을 견디어 보려 차디찬 거실바닥에 맨살을 대고, 열을 식히려 애써본다. 피가 나도록 긁고 나면 상처는 깊어지는데 어찌된 일인지 속은 후련하다. 차마 울지도 못 할, 말하지도 못 할 상한 마음이 한바탕 울고 난 것처럼 그렇게 말이다.

사실, 담임 목사님의 사모님으로부터 매우 모욕적인 언행이 있었다. 피고용인의 아내로서 성도로서도 사실 용인될 수 없는 것이지만, 그런 민낯이 어쩐 일인지 그냥 애달프고 측은할 뿐이다.

여하튼, 피부가려움으로 인한 극심한 괴로움은 처음이 아니다. 둘째 아이를 임신한 때였다. 우리가 사는 곳은 산골마을은 하루 5번 버스가 오고간다. 마트나 편의점이 지척에 즐비한 도시에서와 정주여건, 삶의 소비 패턴 등은 차이가 있다. 마트를 가려면 도시의 경계를 넘어야 했고,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려해도 면단위로 나가는 것이 빨라도 차량으로 20분은 족히 소요된다.

그런 형편의 마을에 1주일에 한 번씩 만물상 트럭이 온다. 생필품들은 주문에 의한 구매대행 방식이며, 트럭 위의 물건은 대체로 먹거리들이다. 2명의 다른 판매자들이 격주로 방문을 하는데, 할머니들의 말씀에 의하면 한 분이 예수를 믿는단다.

그 날에는 마을 구석구석, 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소리에 동네 아낙들이 흥겨워하며, 각 자의 필요를 채우는 구매를 한다. 우리 권사님들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예수 믿는 장사한테 물건을 팔아준단다. 권사님들에게는 예수 믿는 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유는 충분하다. 게다가 ‘그 이가 믿는 얘기도 잘 짓거리고, 단골들에게 서비스도 챙겨주는 인심이 좋다’고 하신다.

똑똑한 젊은 것이 자세히 보니. 물건은 항상 유통기한이 임박해 있고, 마트에서 저렴하게 판매하는 pb상품인데 말이다.

계절의 흐름에 따라 초여름 더위에는 참 해야 할 일들이 많으시다. 그런 중에도 심방을 기다리신다. 예배가 끝나자 권사님은 금새 부엌으로 가셔서 다과상을 가져오신다. 사과를 정성껏 깎아 접시에 놓으셨다. 요구르트도 한 줄이나 내어주신다.

겨우내 보관한 사과는 수분이 마르고 퍽퍽하다. 미리 준비하셔서 물론 갈변도 되었다. 그러나, 미리 보관했던 그 시간만큼. 미리 깎아 준비하여 기다리신 그 시간만큼의 사랑이다. 야쿠르트는 목사님 드리려고, 장사한테 미리 사놓으신 것이란다.
심방날짜를 기다리는 동안 귀한 것으로 대접하시려고, 미리 정성을 다한 다과준비를 해 놓으셨다. 많이 드시라고 스뎅 대접에 콸콸 부어 주신다.

플라스틱 병에 선명하게 찍힌 날짜. 나에게 현실적인 고민을 안겨준다. 유통기한이 오래 전에 지난 그 시트름한 야쿠르트. 게다가 연세 들어 침침해진 눈에 티가 잘 보일리도 없거니와 권사님의 설거지는 계곡에서 흘러온 지하수에 그냥 휘휘 저으신다. 그릇 테두리의 새까만 물때는 손톱으로 긁으면 상당히 벗겨질만하다.

“권사님, 진작드시지. 대접하시려고 이렇게 아껴두셨어요?” 정말이지 귀한 정성과 사랑이 참으로 감사하였고, 감동되었다. 그리고, 마셨다.

‘주여, 믿습니다. 어떤 독을 마실지라도 해를 입지 않을 줄...’

‘믿습니다!!!’

마음속으로 간절하고 크게 외쳤다. 여느 때라면 그냥 식중독 한번 앓지 뭐 가벼울 마음이었다. 혹여, 뱃속 아이에게 해가 될 것인가가 잠시 큰 고민이 되긴 했다.

원샷. 완샷.

‘혹시라도 설사 한번하면 될 거야…’

권사님은 어찌나 뿌듯하게 바라보며, 기뻐하시던지. 손주 뻘 되는 목사와 사모를 섬겨주시는 그 감사의 배부름은 덤이다.

그러나, 고민할 것이 금새 뒤를 이었다. 다음날이 되니 울긋불긋 부풀어 오르는 피부가 가렵기 시작했다. 그냥은 해결이 안 될 만큼 온 몸에 솟아올랐다. 그러나, 임신 중 섣불리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 주저되었다.

일단, 보건지소의 소장님께 상의를 하러갔다. 그렇다고 연유를 소상히 밝히기 어렵다. 믿지도 않는 이에게 일반적으로 비상식적이고, 당연히 미련하게…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임신 중이라도 어쩌겠냐며, 정 힘들면 바르라 액체의 약물을 주셨다. 도저히 참기 어려웠다. 특히, 배주변이 벌겋게 부어올랐다.

‘마음의 중심을 아시는 주여, 미련함을 갸륵히 여겨주시고, 불쌍히 여기소서.’

배 위에 약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주여, 어떤 독을 마실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줄...’

장사모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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