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ustave Dore, 「Parable of the Pharisee and the Tax Collector」 (1882-1883) ⓒChristian Art

사람에게 하나님은 어떤 분일까요? 너무 막연한 질문이지만 이것은 꼭 물어보아야 할 물음입니다. 서로 하나님을 이야기해도 너무 다르게 말할 때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우리에게는 성서라는 아주 분명한 준거가 있어서 하나님에 대한 이해가 크게 달라질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달라진다면, 그것은 대체로 오해 때문이거나 이해관계에 따라 성서의 증언을 편취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흔히 이야기하듯이 열린 마음으로 성서에 귀를 기울이고 성서의 소리에 우리의 생각을 종속시켜야 합니다.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게 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깨달음을 주실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오해는 이미 성서시대에도 무수하게 있었습니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를 오늘의 이야기 속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스스로 의롭다고 여기며 남을 무시하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아마 예수 앞에서도 그렇게 행동했을 것이기에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비유를 들어 말씀하십니다. 비유의 내용은 너무나도 분명해서 잘못 이해할 여지가 전혀 없습니다.

비유 속의 바리새파 사람은, 그가 하나님 앞에서 하는 말만 놓고 보면, 종교적으로 모범적인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는 남에게 해를 끼칠 일은 하지 않고 사회적으로 무시를 당하는 세리와 같은 행동을 하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한 주에 두 번씩 금식도 하고 십일조도 바칩니다. 그가 세리를 꼬집어 말한 이유는 거기에 세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세리는 그로부터 좀 떨어진 곳에 서서 그저 가슴을 치며 ‘오, 하나님, 이 죄인에게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말만 할 뿐이었습니다. 당시 세리는 기피대상이었을 것입니다. 바리새파 사람도 그를 그렇게 보았을 것입니다.

만일 이 광경을 두고 예수께서 말씀하신 것을 알기 전이라면 누구 편을 들겠습니까? 세리 편을 들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예수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은 혹시 바리새파 사람의 기도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하나님께 의롭다고 인정을 받은 사람은 바리새파 사람이 아니라 세리라고 그들에게 말씀하십니다. 예수께서는 스스로 의롭다고 하는 사람들을 바리새파 사람으로 형상화시키셨기 때문에 그들은 하나님께 의롭다고 인정받지 못한다고 말씀하시는 것과 같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떤 사람을 가리켜 의롭다고 하는 것은 의롭다고 인정하는 것이므로 누가 인정하느냐가 일차적인 문제입니다. 자신인지 다른 사람들인지 하나님인지요? 바리새파 사람은 스스로 의롭다고 여겼을 뿐 아니라 하나님께 그렇게 인정받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어떻게 하는지를 하나님 앞에서 말했습니다. 자랑했습니다. 이런 경우를 두고 행위로 의롭다고 인정받으려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하나님 앞에 서서 하나님께 감사드리는 그에게 믿음이 없다고 말하지는 못합니다. 그런데 그는 그의 행위로 하나님께 인정받고자 했습니다.

그와 달리 세리는 내세울 것이 없었을 수도 있겠으나 자신이 하나님 앞에 죄인 곧 의롭지 못한 자임을 고백하며 자비를 구했습니다. 그는 하나님 앞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습니다. 그 역시 하나님 앞에 서서 기도하는 사람이기에 믿음 없는 세리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두 사람에게 믿음은 공통이지만 그들이 하나님 앞에 내놓은 것은 각각 행위와 존재로 서로 달랐습니다. 하나님은 세리의 편을 들어주셨습니다. 양자가 모두 믿음에서 출발했지만, 그 결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스스로 의롭다고 생각했던 자는 하나님께 인정받지 못했고 스스로 의롭지 못하다고 했던 사람은 하나님께 인정을 받았습니다. 두 사람의 서로 다른 태도들이 이 같은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하나님은 자랑하고 싶은 사람에게 자랑하려면 하나님에 대해 “깨달아 알되 하나님이 사랑과 정의와 공의를 기뻐하시기 때문에 이 일들을 땅에 행하시는 분이심을 아는 것을 자랑하라”고 하신 적이 있습니다(렘 9,23-24). 바리새파 사람의 자랑은 이와 크게 다릅니다.

그는 자랑할 수 없는 것을 자랑한 셈입니다. 만일 사람들이 하나님께서 그가 기뻐하시는 일들을 땅에 행하신다는 것을 알면 그 일들이 무엇이든 그들도 그 일들을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기에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깨달아 아는 것을 자랑하라고 하십니다.

문제는 사람들이 하나님을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분으로 알려고 하지 않는데 있습니다. 자신이 알고픈 대로 알고자 하는 경향 때문입니다. 바리새파 사람의 자랑에는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것들이 아예 없습니다.

비유 속의 바리새파 사람이 자랑했던 것 가운데 하나는 금식입니다. 금식이 필요한 경우도 있겠고 중요한 의미를 가질 때도 있을 것입니다. 이사야 본문은 이스라엘이 금식을 함으로써 하나님께서 그들의 소리를 들으시기를 바란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들이 금식하면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금식을 하지 않는다고 비판하시며, 그가 기뻐하시는 금식을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그것은 금식이 아닙니다. 억울하게 결박당한 이들, 압제당하는 자들, 굶주린 자들, 빈민, 헐벗은 자들, 궁핍한 형제들, 이들에게 필요한 행동을 하는 것이 금식일 수 있겠습니까?

하나님은 모두의 상상을 넘어 그 행동들을 그가 기뻐하시는 금식이라고 선언하십니다. 이런 금식은 종교적 행사일 수 없습니다. 금식이 통회하고 괴로워하는 날이라면, 그렇게 행동하지 못한 것을 깨닫고 아파하며 그러한 행동으로 나서기 위한 것이어야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금식은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신 이유와 닮았습니다(눅 4,18).

따라서 그리스도의 오심은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금식을 행하기 위해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금식은 자기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비유 속의 바리새파 사람에게 금식은 자기를 위한 자랑거리였습니다.

사람에게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에 대한 관심이 없고 사람이 자신의 관심을 하나님에게 강요한다는 것이 불행입니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금식을 할 때 하나님은 그를 부르는 소리에 응답하시고 그에게 부르짖을 때 내가 여기 있다고 응답하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성서를 통해 이를 우리에게 알려주셨는데도 우리는 우리가 기뻐하는 일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로 해석하려 합니다. 이러한 잘못이 바리새파 사람을 낳았습니다. 그는 그리스도께서 찾아가시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그리스도께서 계신 곳에 가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의 믿음은 하나님을 아는 것에 흥미가 없고 그의 믿음에는 다른 사람들이 없고 그들을 향한 폭언과 손가락질이 있습니다.

우리의 믿음이 이와 다르기를 빕니다. 우리의 믿음이 약자들을 향한 것이기를 빕니다.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는 억압과 폭력에 저항하며 멍에를 제거하기 위해 행동하는 우리의 믿음이 되기를 빕니다. 그때 하나님은 우리를 어둠 속에서도 빛나게 하고 우리를 둘러싼 어둠을 빛으로 바꾸실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들이 그 일들을 아는 우리들을 통해서 이루어지기를 빕니다.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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