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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삶김상기 목사와 함께 하는 <성서와 위로>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 승인 2022.02.27 00:43
▲ 열매 맺을 철이 아닌 무화과나무를 저주하시는 예수님의 행동은 무엇을 드러내고 있을까. ⓒGetty Image
이튿날 그들이 베다니에서 나왔을 때 예수께서 시장하셨다. 저 멀리 잎사귀 있는 무화과나무를 보시고 혹시 거기서 무엇을 찾을까 하여 가까이 가셨다. 나무에 이르셨으나 잎사귀만 보셨다. 때는 무화과 철이 아니었다.(마가복음 11,12-13)

예수의 이야기 가운데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다면, 이것도 그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 사람이 시장기를 느끼는 것은 언제나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나무는 정해진 기간에만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예수 일행이 나귀 사건 이후 베다니로 가서 거기 머물렀다 그 다음날 다시 예루살렘으로 가실 때였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예수께서는 제자들과 달리 시장기를 느끼셨습니다. 저 멀리 무화과나무가 보이자 곧장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기신 것을 보면 상당히 배고프셨던 것 같습니다. 무화과를 생각하면 시장기는 사라지고 발걸음이 가벼웠을 것입니다. 참으로 우리와 꼭 닮은 주님의 모습이 새삼스럽기만 합니다.

우리와 다르지 않은 하나님의 아들, 그가 우리의 주님입니다. 우리의 약함, 우리의 한계, 우리의 기쁨, 우리의 희망을 삶으로 아시는 주님입니다. 우리와 주님이 막힘없이 소통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시대적 환경이 달라졌다고 해도 인간의 기본조건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알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지식이 늘어가며 더 이상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지 못하는 것들이 되었어도 자연과 사람은 그 존재 자체로 우리의 경외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지식/기술과 부의 확대는 우리의 약함과 결핍을 잠시 잊게 할 수는 있어도 바꾸고 채울 수는 없습니다.

나무 가까이 가셨을 때 유감스럽게도 예수는 무화과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조금은 당혹스럽습니다. 아직 열매 맺을 때가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사람은 때를 착각할 수 있습니다. 나무는 잎사귀만 무성했습니다.

부풀었던 기대가 어긋났을 때 그 심정을 우리는 공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행동을 대체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아이고, 제 철도 아닌데, 내가 배가 너무 고팠나보다 하며 웃어넘기는 게 대부분일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아주 뜻밖의 말씀을 하십니다. 더 이상 누구도 네게서 열매를 영원히 따먹지 못할 것이다. 상황에 전혀 맞지 않는 이 저주의 말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제자들은 다음날 말라버린 나무를 보았고 베드로는 예수에게 그의 말이 그대로 현실이 되었다고 알립니다.

예수께서는 이에 대해 믿음과 기도의 관계를 말씀하시는데, 저 사건이 과연 이 가르침의 예증이 될 수 있을까요? 수긍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 사건을 이해할 다른 길이 있을까요? 아마도 마태복음 24,32 이하(막 13,28이하)가 무화과나무의 비유를 하나님의 나라 도래와 연관 짓는 것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때가 아직 아니라고 생각할 때 주께서 오시면, 주를 맞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은 어떻게 될까를 주님은 이렇게 보여주시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때는 알려져 있지 않기에 그것은 늘 준비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경고입니다.

준비된 삶이란 삶의 열매, 그것도 주님이 찾는 열매를 지닌 삶입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사랑의 열매입니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타자와의 관계에서 맺는 열매입니다. 그래서 바울이 사랑이 제일이라고 말했던 것에도 이러한 의미가 담겨있을 것입니다.

주께서 사랑의 열매를 찾으러 오실 때 찾을 수 있는 열매를 맺는 오늘이기를. 주님의 말씀과 행위를 이해할 수 있는 통찰력을 선물로 받는 이날이기를.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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