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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공동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그것“마음에 생기를 불어 넣어주는 사람”(고린도전서 16:13-18)
이상중 목사(초도제일교회) | 승인 2022.03.07 22:10
▲ 1992년 6월 8일 사라예보 거리에서 성장(盛裝)을 한 채 첼로를 연주하고 있는 베드란 스마일로비치. 5월 27일 22명의 민간인이 폭탄 공격에 희생된 것을 기리고자 22일 동안 매일 같은 자리에서 ‘알비노니의 아다지오 G단조’를 연주했다. ⓒGEORGES GOBET/AFP, Getty Images

이 시간 우리 모두에게 주님의 은혜와 평화가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한 주간 평안하셨나요? 평안은 언제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평안은 이미 우리에게, 우리 안에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지금, 평안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입니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자신이 평안을 누리지 못하고 있을 때, 책임자를 찼습니다. ‘이 모든 게 다 너 때문이야.’라고 말하고 싶어서입니다. ‘너는 가해자고, 나는 피해자야.’ 그래서 지금 누리지 못하고 있는 평안의 책임을 타인에게 넘기려고 합니다. 평안의 책임을 외부의 상황에 넘기려고 합니다.

실제로 피해를 봤을 수도 있습니다. 복잡한 상황 속에 놓였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평안은 언제나 본인 선택의 몫일뿐입니다. 핑계 댈 수 없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평안은 이미 우리 안에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평안을 선택하십시오. 우리가 마땅히 누려야 할 몫입니다.

완전한 평안과 사랑을 주시기 위해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의 사랑을 우리에게 보여주셨습니다. 사순절은 ‘십자가의 사랑’을 더 묵상하며 주신 사랑에 감사하고, 주신 사랑을 자신을 통해 흘려보내며, 평안을 누려야 하는 절기입니다. 이번 사순절에 ‘감사노트’를 매일 적으시면서 자신을 향한 깊은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고, 나를 위한 하나님의 계획과 인도하심을 또한 깨닫는 귀한 은혜의 시간이 되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고린도전서는 사도 바울의 고린도교회 성도들을 향한 편지입니다. 사도 바울의 상황이 고린도교회로 이동할 수 없었기 때문에, 편지로 고린도교회 성도들을 향한 사랑과 염려로 성도들의 질문에 답하고, 어려운 상황이지만 교회를 견실하게 세워갈 수 있도록 권면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이 고린도전서의 끝에 사도 바울은 두 가지를 이야기합니다. 한 가지는 교회 공동체를 와해시키려는 외부와 내부의 공격을 이겨내라는 권면입니다. “13 깨어 있으십시오. 믿음에 굳게 서 있으십시오. 용감하십시오. 힘을 내십시오. 14 모든 일을 사랑으로 하십시오.”

‘깨어 있으라, 믿음에 굳게 서라, 용감하라, 힘을 내라.’로 편지를 마친다는 건 현재 고린도교회가 안고 있는 상황이 만만치 않음을 이야기합니다. 다급한 상황에 놓여 있는 공동체를 향해 권면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외·내부의 공동체를 향한 유혹과 공격이 거세기 때문에 이렇게 하지 않으면 공동체도 개인도 쓰러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14절의 말씀이 인상적입니다. “이 모든 일에 사랑으로 하십시오.”, 이 모든 일에 사랑으로 하십시오. 왜 사랑으로 하라고 말할까요? 사랑의 동기가 아니고서는 아무것도 온전하게 이룰 수 없기 때문입니다.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 번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는, 이겨도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사랑의 동기를 가지고 부딪쳐야 합니다. 그럴 때 비로소 자신에게도 상대방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언제나 본 때는 사랑으로만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바울이 권면한 또 한 가지는 교회 공동체를 함께 세워가라는 것입니다. “15 형제자매 여러분, 나는 여러분에게 권합니다. 여러분이 아는 바와 같이, 스데바나의 가정은 아가야에서 맺은 첫 열매요, 성도들을 섬기는 일에 몸을 바친 가정입니다. 16 그러므로 여러분도 이런 사람들에게 순종하십시오. 그리고 또 그들과 더불어 일하며 함께 수고하는 각 사람에게 순종하십시오.”

스데바나의 가정은 ‘성도들을 섬기는 일에 몸을 바친 가정’이라고 말하며 성도들은 마땅히 이런 사람들에게 순종해야 한다고 권면하고 있습니다. 권위, 돈 있는 사람들 또는 입만 살아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삶으로 사랑을 실천하는 이들을 본받고 그들에게 순종해야 합니다. 성도들을 섬기는 일에 몸을 바친 가정 때문에 교회 공동체가 아름답게 세워져 갈 수 있습니다.

건조함과 강풍 속에서 울진-삼척 산불이 크게 났습니다. 그리고 강릉시 옥계면에서도 산불이 났습니다. 울진-삼척 산불의 원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강릉 산불은 사람의 범행으로 밝혀졌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방화범이 붙잡혔습니다. 이 방화범은 60대의 동네 주민이었습니다. 산불을 낸 이유를 물으니, “주민들이 수년 동안 나를 무시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대답했습니다.

60대의 주민이 동네에서 지내면서 미움 받을 짓을 하며 살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따돌림 당 할 만 한 말과 행동을 주민들에게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60대의 방화범을 사랑해주는 이가 있었다면 같은 결과가 나왔을까요? 어두움에 갇힌 사람에게 실낱같은 빛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이 60대 주민의 삶은 분명 달라졌으리라 믿습니다.

교회는 함께 세워져 가는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바울은 많은 교회와 이방인들을 위한 사역을 했습니다. 이 많은 일을 결코 혼자서 감당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교회를 아름답게 세워가는 동역자들이 있었기에 열매들을 맺을 수 있었습니다.

“17 나는 스데바나와 브드나도와 아가이고가 온 것을 기뻐합니다. 그것은, 여러분을 만나지 못해서 생긴 아쉬움을, 이 사람들이 채워 주었기 때문입니다. 18 이 사람들은 나의 마음과 여러분의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여러분은 이런 사람들을 알아주어야 합니다.”

교회 공동체에서 어떤 사람들을 알아주어야 하는지 다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스데바나, 브드나도, 아가이고는 바울이 고린도교회를 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바울을 찾아가서 고린도교회의 상황을 알리고 또 고린도교회 성도들의 질문을 들고 찾아간 사람들입니다.

고린도교회의 사정을 알 수 없어 불안한 바울에게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어 준 사람들’입니다. 또한 질문은 있지만 대답을 들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이 세 사람의 노력으로 고린도교회 성도들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기에 이들에게 이 세 사람은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어 준 사람들’입니다.

3주 가까이 자가 격리를 하면서 교회 공동체에 대한 걱정이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주일을 두 번이나 모이지 않고 예배를 드렸습니다. 지난 코로나 상황과 달랐던 점은 제가 집 밖으로 나갈 수 없었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우리 교회에도 ‘성도들을 섬기는 일에 몸을 바친 가정’이 있었고, 스데바나, 브드나도, 아가이고와 같이 교회 일을 나눠지며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어 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설교 시간을 통해 우리 성도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다시 드립니다. 저를 대신해 교회 일을 맡아주신 성도님들, 교회 공동체를 위해 기도해 주신 성도님들, 저희 가정을 챙기느라 수고해주신 성도님들께 마음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불안해하고 있는 저에게 “괜찮아요 목사님. 이렇게 가정에서 예배드리는 것도 괜찮아요.”라고 말씀해 주셨을 때 저의 두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마음의 먹구름이 싸악 물러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성도님들이 계셨기에 어두움에 갇힐 뻔한 제가 빛, 즉 성도님들을 보고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전국에서 확진자가 쏟아져 나올 때도 이 지역은 그래도 안전했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는 이 지역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주민들끼리 비난하고, 판단하고, 날을 세워 이야기하는 경우들이 발생하는 것도 같습니다. 이럴 때 저와 성도님들이 이 마을 공동체의 빛이 되어야 합니다.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한 가지 이야기를 들려 드리면서 말씀을 마치고자 합니다.

“1992년부터 1995년까지 전 세계는 최악의 내전 중 하나로 기록되는 보스니아 내전을 겪었다. 처음에는 유고슬라비아 군대의 지원을 받던 세르비아인들이 크로아티아인과 보스니아인을 공격했지만, 곧 크로아티아인들과 보스니아인들 또한 연합하여 반격했다.

종국에는 아무도 그 유혈사태에서 책임을 면할 수 없었다. 그 내전으로 1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죽었으며, 220만 여 명의 사람들이 집을 잃었다. 그리고 약 12,000명의 여성들(주로 무슬림)이 강간당했다고 추정된다.

하지만 그 추악함과 괴로움의 현장 한가운데서 등장한 아름다움은 사뭇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박격포가 쏟아지는 사라예보에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출신의 첼리스트 베르단 스마일로비치는 자신이 할 줄 아는 유일한 일을 했다. 첼로를 연주한 것이다.

건물이 무너지고 그의 가족들과 친구들이 죽어가는 도시의 한가운데서 그는 첼로를 연주했다. 완벽한 연주복 차림으로, 부서지고 무너진 건물들의 폐허 속에서 저격당할 위험을 무릎 쓰고 첼로를 연주한 것이다.

비통함과 굶주림 속에 있던 사람들이 그의 연주를 듣기 위해 모였다. 왜였을까? 스마일로비치는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굶주렸지만, 그렇다고 영혼이 없는 건 아니었습니다.”
- <위대한 이야기> 中 (묵상과 설교 1-2월호 재인용)

스마일로비치는 고통 가운데 있는 이들에게 첼로를 연주함으로 그들 안에 죽어 있는 희망과 사랑을 일깨웠습니다. 저와 성도님들은 삶이라는 악기를 아름답게 연주해서 우리 공동체와 지역 주민들 안에 있는 어두움을 몰아내고, 그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하실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교회 공동체를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아름다운 교회로 세워나갈 뿐만 아니라 불안한 상황 속에 있는 이 지역도 아름답게 세워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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