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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전쟁’과 국제적 연대의 힘NCCK 「2월의 주목하는 시선 2022」“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StandWithUkraine”
NCCK 언론위원회 | 승인 2022.03.11 15:00
▲ An injured pregnant woman is rescued from Mariupol’s maternity hospital after yesterday’s bombing. ⓒEvgeniy Maloletka/AP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이홍정 목사) 언론위원회는 과거와는 다르게 전개된 침략 전쟁에 대응하는 국제적 연대의 힘과 전쟁을 겪은 한국의 선택지를 되짚어보는 의미에서 2022년 2월의 주목하는 시선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StandWithUkraine - ‘푸틴의 전쟁’과 국제적 연대>을 선정하여 발표합니다. - NCCK 언론위원회

인류 전쟁의 역사는 때로 상상을 뛰어넘는다. 러시아가 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과 이웃한 벨라루스에 10만 병력을 배치할 때만 해도 전문가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무력시위나 국지전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양보를 얻어내려고 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21세기 짜르’는 2월 24일 ‘형제국’이라고 불렀던 이웃나라와 서방 세계의 허를 찌르는 전면적 침공을 감행했다. 21세기에 들어서는 상상할 수 없던 유럽의 전후 질서를 뒤흔든 전쟁이다. 실제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내전이 아닌 국가 간 전쟁이 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전 세계에 믿기 힘든 충격으로 다가왔다.

6.25 한국전쟁과 참전국, 의료지원국, 물자지원국

흔히 국제정치는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곳이라고 한다. 스스로 힘을 키우지 않으면 주변 강대국들의 위세에 휘둘리는 것이 국제정치의 냉혹한 현실이다. 그래서 국제사회는 약육강식을 막기 위한 장치로서 국제법과 국제연합(UN)을 두고 있다.

한국은 유엔 회원국이 아니었지만 정부 수립 당시부터 유엔과 밀접한 관계였다. 특히 1950년 6.25전쟁 당시 북한의 침공 사실은 당시 한국에 주재하고 있던 국제연합감시단에 의해 보고되었고, 미국이 전쟁 발발 당일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소함으로써 유엔군사령부의 설치와 파병이 이뤄졌다.

거부권을 가진 소련이 마침 중공(중국)의 대표권 문제 해결에 불만을 품고 안보리 출석을 거부하고 있던 때여서 한국에는 ‘천우신조’로 안보리의 신속한 조치들이 가능했던 것이다. 안보리 결의가 있었기에 미국을 중심으로 16개국이 참전했고, 안보리가 회원국에 한국에 대한 원조를 권고함으로써 의료지원국(6개국)과 물자지원국(14개국)을 합친 36개 지원국이 탄생했다(16개 참전국과 6개 의료지원국은 모두 물자를 지원했다).

6.25 전쟁 발발 당시 유럽은 제2차 세계대전의 영향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었고, 남아메리카 국가들도 경제적 기반이 취약해 한국을 지원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국가가 물자지원에 동참했다. 또한 그 해 10월 유엔 총회는 한국의 통일과 독립을 위한 원조 및 재건을 임무로 하는 유엔한국통일부흥위원회(UNCURK)의 설치를 결의했다. 6·25전쟁 중에도 해마다 한국 문제가 유엔에 상정되었으나, 번번이 소련의 거부권 행사로 방해를 받았다.

‘푸틴의 전쟁’과 유엔의 대응

그로부터 70여년이 지난 지금 러시아가 주권국가인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유엔은 이번에도 안보리 긴급회의와 긴급특별총회를 소집했다. 긴급특별총회 소집의 근거가 된 '평화를 위한 단결'(Uniting for Peace) 결의는 한국전쟁 기간에 소련의 거부권 행사로 안보리 기능이 마비된 것을 계기로 채택된 바 있다.

안보리 제재 대상국이면서도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반대로 유엔 제재를 이끌어내진 못했다. 하지만 유엔은 특별총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즉각 철군을 요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압도적인 지지로 채택했다(유엔 회원국 193개국 중 181개국이 참여한 가운데 찬성 141표, 반대 5표, 기권 35표).

유럽연합(EU)이 주도한 결의안에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한 한국은 찬성표를 던진 반면에 북한은 결의안 채택에 반대했다. 반대표를 던진 국가는 당사국인 러시아와 벨라루스, 시리아, 북한, 그리고 ‘아프리카의 북한’으로 통하는 에리트리아뿐이다. 이들 5개국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개인독재 국가라는 점이다. 러시아와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온 중국과 인도, 이란, 쿠바 등은 기권했다.

이번 결의안은 “러시아의 2월 24일 ‘특별군사작전’ 선언을 규탄한다.”며 “무력사용 또는 위협으로 얻어낸 영토는 합법적으로 인정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최근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 운용부대의 경계태세 강화를 지시한 데 대해서도 “러시아의 핵무력 태세 강화 결정을 규탄한다.”고 지적했다.

푸틴은 그동안 법적 구속력 있는 합의만이 자국의 안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문서로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불가’를 약속해 달라고 공개적으로 주장해왔다. 굳이 유엔 결의안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이번 ‘푸틴의 전쟁’은 그러한 안보 문제 해결 주장이 기만 전술이었음을 드러낸 것이다.

푸틴의 핵 선제공격 협박과 ‘오판’

푸틴이 무모한 전쟁을 일으킨 동기는 전 KGB 장교이자 동독 지국 책임자로서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소비에트연방의 해체를 목격하면서 느낀 좌절과 분노에서부터 NATO의 동진(東進)정책에 따른 군통수권자로서의 안보 위협에 이르기까지 복합적이고 다면적이다. 소련의 붕괴로 중령 계급을 마지막으로 KGB를 떠난 그는 1998년 옐친 대통령 때 KGB 후신인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의 처음이자 마지막 민간인 신분의 국장을 지냈다.

주권국가에 대한 침략과 전쟁범죄는 용인될 수 없다는 것이 냉전 종식 이후 인류의 보편적인 컨센서스다. 그런 점에서 푸틴의 2014년 크림반도 병합과 돈바스 침공에 대해 국제사회가 푸틴을 비난했을 뿐 강력한 대응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이번의 전면전을 낳았을 가능성이 크다. 아돌프 히틀러의 선례가 증명하듯, 독재자를 응징하지 않으면 더 대담하게 만든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하지만 실패의 경험만 있는 것은 아니다. 8년 전의 성공에 도취된 푸틴이 이번에도 국제사회의 저항이 미미할 것으로 판단했다면 이는 오판이다.

더욱이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핵 선제공격 협박을 가하는 치명적 실수를 했다. 푸틴은 연설에서 “러시아는 소련이 붕괴되고 핵 잠재력의 상당 부분이 상실된 후에도 현재 가장 강력한 핵 보유국 중 하나”라며 “러시아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 잠재적 침략자에게 패배와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국제사회의 개입을 경고했다.

지금까지 핵 보유국 간의 묵계는 핵 선제공격을 자제하지만 상대방의 핵공격 징후가 농후할 때는 선제적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푸틴은 자신이 공격하는 대상을 돕는다는 이유만으로 핵을 선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협박을 했다. 북한 김정은의 미국에 대한 ‘핵공갈’ 선례가 있지만, 미국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핵 보유국의 핵공갈은 차원이 다른 것이다.

러시아의 노골적 대외 팽창 의도가 확인되자 당장 중립국 스웨덴과 핀란드가 NATO의 문을 두드리고 조지아, 몰도바 등 유럽 중간지대 국가의 나토 합류 움직임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또한 2014년 크림반도 침공 때도 제재에 참여하지 않았던 영세중립국 스위스마저 대러 제재와 우크라이나 지원에 나섰다. 러시아와 거래가 많아 소극적이던 유럽의 경제대국 독일이 가장 적극적인 우크라이나 지원국이 된 것이 가장 극적인 변화다. 독일은 전쟁 전 우크라이나의 지원 요청에 헬멧을 보내기로 해 국제사회로부터 조롱을 당했다. 하지만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2차대전 이후 외국에 무기를 지원하지 않던 금기를 깨고 의회에서 “우리는 결단했다. 우크라이나가 나라를 지킬 수 있게 무기를 보낼 것이다”라고 밝혀 기립박수를 받았다.

푸틴을 고립시키는 국제 연대의 힘

푸틴의 오판에 더해 전장의 환경이 달라진 점도 푸틴과 러시아를 점점 더 고립시키고 있다. 과거에는 국가가 독점했던 위성 정보자산이 민간영역에서 손쉽게 공유∙확산돼 전쟁의 의도와 양상 그리고 참상까지 공유되고 전세계 시민들의 공분과 연대를 확산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상업위성 맥사(Maxar)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배치돼 훈련을 개시한 때부터 지금까지 이동·집결을 담은 위성사진을 언론에 제공하고 있다. 수백 명의 다국적 기자들과 국제 NGO 단체가 우크라이나 전역과 접경지역에서 실시간으로 러시아군의 사용이 금지된 집속탄(Cluster Munitions) 공격 만행과 전쟁범죄를 기록하고 있다. 러시아군이 인터넷망을 차단해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지구 반대편까지 삽시간에 전해지는 참상은 세계의 여론을 뒤바꾸고 있다.

이 모두 ‘푸틴의 전쟁’이 자초한 일이다. 현재(2022. 3. 8.)까지 해외에서 2만여 명이 국제의용군으로 참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도 온라인 상의 #StandWithUkraine 캠페인이 세계 시민들에게 정의의 편에 설 것을 소구(訴求)한 결과이다. 그것은 유엔의 압도적 결의를 왜곡하는 상임이사국의 횡포에 맞선 국제 연대의 힘이다.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에 "외롭게 싸우고 있다"던 젤렌스키와 우크라이나 대신, 이제는 푸틴과 러시아가 고립되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에서 푸틴은 이미 졌다. 우크라이나를 실패 국가로 만들어 위성국가로 두려는 푸틴과 러시아가 오히려 실패 국가로 귀결될 가능성이 커졌다. 젤렌스키 정부를 즉시 무너뜨릴 수 없는 푸틴의 군대는 이제 밤낮으로 민간인들까지 포격하고 있다. 포위된 도시에서 전기와 물 공급이 중단돼 인도주의적 재앙이 임박한 가운데 150만 명의 피난민이 떠났고 더 많은 사람들이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불의의 전쟁을 끝내는 데도 ‘회색지대’는 없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언론위원회의 ‘<주목하는> 시선’에는 김당 UPI뉴스 부사장 겸 대기자, 김태훈 지역스토리텔링연구소 소장,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 장해랑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정회상 시사IN 대기자,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등이 참여하고 있습니다(가나다순). 이번 달의 필자는 김당 대기자입니다. - NCCK 언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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