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Daughters of Zelophehad」 ⓒWikipedia

이스라엘은 긴 광야생활을 했으니 오만가지 일들을 다 겪었을 것입니다. 이에 따라 하나님과의 경험도 다양합니다. 그들을 해방시키신 하나님조차 그들을 포기하고 싶으셨던 일부터 그 하나님이 그들을 먹여 살리시며 마침내 광야세대와 가나안 행진을 계속하기로 하시는 일까지 그들은 현실 속에서 다양한 모습의 하나님을 만납니다.

그런데 그들이 가나안에 들어가기 전에 하나님은 그 땅을 선취하시고 분배방법을 결정하십니다. 이와 관련된 대원칙은 땅이 부족 소유라는 것입니다. 거기에 부족 개인의 소유권(?!)이 예속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가족의 형태는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남성 중심의 사회이지만 남성이 없는 경우도 발생하게 됩니다. 슬로브핫의 집이 그렇게 되었고, 이 경우 딸들에게 상속될 수 있었습니다. 아주 당연한 결과이지만, 부족의 관점에서 보면 문제의 소지가 있었습니다.

문제는 딸들이 특히 다른 부족의 사람과 결혼하면 부족 소유의 그 땅은 어떻게 되는가였습니다. 어떤 조치가 없으면, 그 땅은 그들이 결혼한 상대부족의 땅이 될 것이라는 것이 저들의 걱정입니다. 이유 있는 이 염려에 대해 하나님은 모세를 통해 인정하십니다. 하나님의 분배 규정이 분배 이후에 발생할 문제들을 고려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어떤 하나님의 법은 새로운 상황에 맞춰 보정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땅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해결책도 거기에 맞춰져 있습니다. 결혼 상대를 자기 부족안에서만 선택하도록 제한하는 규정이 만들어졌고 딸들은 이를 수용하였습니다. 우리가 지금 딸들의 관점에서 이 결정을 보면 불만족스러울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로써 부족의 땅도 딸들의 권리도 지켜졌습니다. 다른 부족의 사람과 결혼할 수도 있는 가능성을 포기하고 얻은 것이라고 비판하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비판을 위한 비판이 될 소지가 클 것입니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그것 자체를 거부하고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 그 결정을 거부했어야 마땅하다고 하면 너무 무책임한 비난이 될 것입니다.

슬로브핫 딸들이 제기한 문제와 거기서 파생된 다른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여성이 표면으로 떠오르고 그들의 권리가 인정되었음에 주목한다면, 거기서 이미 의미 있는 변화가 시작되었음도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이 또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고 또 한걸음 진전할지 아니면 그마저도 지키지 못하고 후퇴할지는 후대의 몫이 될 것입니다. 하나님은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변화를 허용하고 변화를 일으키시는 분입니다. 그 분 앞에서 우리의, 우리 시대의 문제를 논하고 답을 찾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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