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4년 7월부터 민청학련과 인혁당 사건을 계기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주도로 목요기도회가 열렸다. 그 무렵 서울 종로5가 기독교회관에서 열린 기도회 연단 앞줄로 문익환·문동환 목사 형제와 함세웅 신부가 앉아 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21년 말 즈음 대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무렵 기독교사회운동 내에서 대선을 준비하는 모임이 꾸려졌다. 소위 기독교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을 망라해 ‘2022 기독교대선행동’이 그 위용을 드러냈다. 이 모임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리기도 했는데, “또?”에서부터 “시작하는구나” 하는 반응까지도 있었다.

흥미로운 두 가지 현상

그렇게 시작된 기독교대선행동은 그 출발점에서부터 목적이 분명했다. 대선 후보 중 하나였던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고, 그 반대편이라 거칠게 평가할 수 있는 ‘윤석열 후보’ 반대를 목표로 내걸었다. 이러한 기독교대선행동의 선언은 일부에게는 거부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던 것으로 보인다. 선거일을 하루 이틀 남겨 놓은 상황에서 모 인터넷 신문에 흥미로운 칼럼까지 등장했으니 말이다. 이 칼럼 자체에 대한 비판까지 SNS에 보였으니 관심을 끌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칼럼의 요지에 해당하는 “기독교사회운동이 민주당 2중대 운동으로 전락했다.”는 것보다 더 흥미로운 현상은 소위 전통적으로 진보진영에 속한 활동가들이 이 칼럼에 동의하는 듯 보였다는 것이다. 동일 진영이 아닌 곳에서의 평가에 대해 반응하는 모습이 흥미로웠다는 뜻이다. 이는 결국 같은 진영 내에서의 운동에 대해 반감을 표시하는 부분이기도 하거니와 이제 진영 구분 자체가 모해졌다는 것으로도 읽을 수 있어 보인다.

칼럼에 대한 판단은 개인적인 것이니 이걸 두고 왈가불가 할 일은 아니다. 다만 소위 같은 진보진영 내에서의 운동 방식에 대해 실망감 혹은, 과한 표현인 것 같지만, 염증을 느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더불어, 진보진영 내에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들 사이에는 기독교사회운동에 대해 인식이 그 이전 세대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하는 점이 궁금해졌다.

하여간 흥미로운 두 현상을 앞에 두고 기사라는 공적인 이유를 핑계 삼아 개인적인 궁금증과 관심을 채우기 위해 몇 가지 작업을 해보게 되었고 기사화를 시작한다. 먼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독교사회운동 활동가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건넸고 답변을 받기도 했고 더 기다리고 있다.

이와 더불어 또 다른 작업은 2000년대까지의 기독교사회운동의 역사를 따라가 보는 작업이다. 역사를 따라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드러나는, 명제화 된 것이 아닐지라도, 기독교사회운동의 정의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에 근거해 있다. 즉 2000년대까지 기독교사회운동의 역사에서 어떤 개념에 근거해 운동을 해왔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바람이다. 어쩌면 기자의 바람으로만 그칠지 모르지만 오늘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활동가들의 답변을 모아 기독교사회운동의 역사를 따라가는 작업을 끝내고 소개하겠다.

하지만 기독교사회운동의 역사를 짚어가는 이 기사의 한계를 지적하고 싶다. 이 기사는 문헌을 통한 접근법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 당시를 살아내고 운동의 당사자였던 활동가들의 증언을 담지 못했다. 역사를 서술하고 평가했던 저자들의 평가가 객관성을 충분히 담보하지 못할 수도 있기에 한계일 수 있다. 반대로 다양한 형태로 활동했던 활동가들 사이의 합의된 기독교사회운동의 정의는 불가능 할지 모르기에 문헌 조사는 더 이점을 가질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피력한다.

기독교사회운동의 맹아기: 구한말에서 일제하까지

가톨릭(천주교)과 개신교를 막론하고 넓은 의미에서 한국 그리스도교의 사회참여, 즉 사회운동은 1900년대 초에 시작되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서양 선교사들에 의해 유입된 그리스도교로 대표되는 서양 사상은 조선인들의 문맹을 깨뜨리는 동시에 교육에 힘을 쏟게 했고, 이에 통해 획득된 지식은 시대를 읽는 눈과 함께 저항정신의 고취를 함께 견인했다. 한국사학자 이만열 교수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특히 이 교수는 ‘독립협회’에 참여한 인사들의 면면과 활동에서 기독교사회운동의 맹아를 찾고 있다. 그럼에도 구한말 기독교사회운동의 한계에 대해서도 명확히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일제의 침략이 노골화되는 러일전쟁 무렵부터 한국 기독교는 자체의 변화를 경험하면서 국권을 수호하기 위한 사회운동에 나서게 된다.”(미주 3)며 초창기 기독교사회운동의 변화를 파악했다. 특히 “자체의 변화란 1903년의 YMCA의 창립과 발전, 신학교육의 시작과 기독교 지도자로서의 한국인 목사의 출현, 교단의 성립과 연합 사업의 모색, 대부흥운동과 <백만이 구령운동>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기독교교회 안의 이러한 변화와 성장을 통해 기독교회 밖의 사회·민족문제에도 관심과 행동을 보여주는 기독교 사회운동의 기반이 구축되어 갔던 것”(4)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는 또한 1919년 3.1운동을 기점으로 새로운 성격을 얻게 되는 ‘독립운동’뿐만 아니라 사회운동으로서의 성격도 두드러지게 했다. 기독교가 피안의 세계를 강조하면서 식민지적 현실을 외면하려는 자세가 당시 도입되었던 사회주의 계열을 의식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교회 안팎의 의식 있는 젊은이들로부터 비판과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고, 이에 더해 1917년 러시아 혁명 이후 일본을 통해 소개되고 있던 사회주의 계열의 세찬 도전은 YMCA 계통의 젊은 지성인들과 교회 내 젊은이들에게 강한 자극이 되어 운동의 반향이 바뀌었다는 것이다.(5) “1920년대 말에서 1930년대 초에 걸쳐 농촌운동이나 현실생활·산업문제·노동문제에까지 접촉해 갔다.”(6)고 이 교수는 서술했다.

역사적 변화를 추적한 이 교수는 마지막으로 당시 구한말과 일제하의 기독교사회운동을 이같이 정의했다.

1980년대 기독교사회운동의 흐름

기독교사회운동은 초창기의 정신을 바탕으로 진행되어 오다 한국전쟁을 기점으로 세 번째 변화를 맞게 된다. 이승만 독재 정권과 윤보선 정부, 그리고 군사독재정권시절을 지나며 그 변화가 상당 부분 이루어진 것이다. 이 시기에 기독교사회운동은 “한국에서 군부독재정권을 종식시키고 민주화를 이루는데 한 주체였다.”(8)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부분이다.

1970년대 초반은 기독교사회운동이 적극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한 때이다. 경제성장 위주의 개발로 인한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권리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 도시빈민의 양상, 모든 사회문제의 정점에 놓여 있는 유신독재 등을 목격하면서 기독교 내 진보세력은 이전의 전도 또는 목회에서 벗어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행동한다.

교회 내 진보세력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기독교사회운동을 전개하게 된 내적 배경에 대해 조배원 한국민주주의연구소 연구원은 이렇게 서술했다.

하지만 1987년 제도적 민주화 성취 이후, “1990년대 사회의 보수화와 맞물려 기존 민주화운동의 퇴조와 더불어 기독교사회운동 역시 침체되었다.”(10)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특히 일반 민중운동이나 사회운동이 성장하게 되면서 기독교사회운동은 축소되어 간 것이다. 그 위상과 역할에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기독교사회운동의 이론적 배경이 되었던 민중신학도 그 변화를 맞닥뜨려야 했는데, 민중신학 자체 대한 반성, 민중신학과 사회과학 이론과의 접목 시도, ‘유물론적 세계관’을 신학 체계로 끌어들이려는 시도가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이 상황에서 문제 아닌 문제는 이러한 이론적 반성과는 달리 당시 기독교사회운동세력은 민주화 운동의 변화나 시민운동의 대두에 대한 반응이 일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1980년대 기독교사회운동 세력 내에서 자본주의 체제를 전제로 운동을 전개할 것인가, 아니면 그것을 넘어서는 사회를 지향할 것인가를 두고 많은 논쟁이 전개되었지만, 뚜렷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시대적 변화에 정확한 대응점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언급한 기독교사회운동 내 혼돈에 대해 김명수 교수는 이렇게 평가했다(11):

김 교수의 이러한 평가는 다양한 논쟁을 불러 올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이 당시의 상황을 정확하게 서술한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의 평가와 함께 90년대와 2000년대 기독교사회운동은 또 다른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기사에서 계속 하도록 하겠다.

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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