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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용 위원장, 『한국민족종교문화대사전』 말한다한국 민족종교와 한국 기독교 ⑴
이호재 원장(자하원) | 승인 2022.03.17 14:26
▲ 윤승용 『한국민족종교문화대사전』 편집위원장 ⓒ이호재
이 글은 종교학자인 이호재 원장(자하원 원장)과 윤승용 위원장(『한국민족종교문화대사전』 편집위원장)이 2021년 1월 22일부터 2022년 1월 17일에 걸쳐 ‘한국 민족종교와 한국 기독교’라는 주제로 대면 인터뷰, 유선통화, 그리고 이메일을 통하여 이루어졌다. 당초 이 글은 기독교 언론매체인 「에큐메니안」의 ‘한밝 변찬린의 종교사상’이라는 주제의 장기 연재 가운데 ‘한국 종교와 한국 교회’라는 소주제를 가지고 히브리 대학에서 15년간 성서연구를 한 성서학자 조용식, 세계 신학계에서 한국 신학을 널리 알리고 있는 조직신학자 김흡영, 한국 교회의 원로목사 이경수와의 연속 인터뷰로 기획되어 다른 인터뷰는 이미 연재되었으나, 이 글은 2021년 발간된 『한국민족종교문화대사전』의 공식 배포가 지연됨에 따라 연재 타이밍을 맞출 수가 없어서 부득이 연재에 포함하지 못한 글입니다.

이호재 원장(이하, 이): 오늘은 한국 신종교학회장과 한국종교문화연구소의 소장을 역임하시고, 작년 년말에 종교학계의 큰 염원이었던 <<한국민족종교문화대사전>>을 총괄 기획하고 편찬위원장으로 일하신 종교학자 윤승용 위원장을 모셨습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윤승용 위원장(이하, 윤): 저는 한민족이 펼쳐온 종교문화와 그 역사에 대해 탐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민족의 ’종교문화사’에 나타나는 민족의 ‘고유신앙’과 19세기 후반에 ‘근대적 종교’로 등장한 한국의 민족종교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1984년 한국민족종교가가 모인 ‘한국민족종교협의회’의 창립 과정에도 기여한 바가 있습니다. 1987년 한국의 종교문화에 대한 문화적 비평을 목적으로 하는 ‘한국종교문화연구소(한종연)’를 창립한 바가 있고, 지금도 같은 연구소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신종교학회 회장을 역임하면서 『한국신종교사전』 (2018, 한국신종교학회와 원불교사상연구원)를 고(故) 김도공 교수와 함께 책임 편찬한 바가 있으며, 저서로는 『현대 한국종교문화의 이해』, 『한국 신종교와 개벽사상』 등이 있고, 책임편저로서는 『한국종교문화사』 (한국종교연구회), 『한국종교의 의식과 의례』 (문화관광부), 『한국인의 종교와 종교의식』 (한국갤럽) 등이 있습니다.

선맥과 무맥의 앙상블로 전개된, 종교문화전통

이: 한국 종교학계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계시는 위원장님과의 인터뷰에 기대가 큽니다. 그럼 한국종교 문화의 첫 장에 서술될 수도 있는 한국 종교문화의 원형이 무엇인가라는 질문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사실 이 가설적 개념은 인문학계의 ‘뜨거운 감자’이기도 합니다. 혹자는 무속이라고 하고, 혹자는 선맥(僊脈)이라고도 하고, 혹자는 풍류라고도 말합니다. 또한 동학 등 민족종교의 사상은 근대화된 토착화의 재발견이라고도 합니다. 이런 원형 찾기는 ‘국수주의’적이고 ‘민족주의’적이라고 말하며 그런 담론 자체를 무시하기도 합니다. 이런 종교담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윤: 먼저 종교문화의 원형이라는 말은 너무 실체적인 개념이라서 연구가 부족한 제가 거론하는 것 자체가 좀 부담스러운 주제입니다. 그렇지만 한국의 종교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기본 전통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논의해 볼 만한 가치는 있다고 봅니다.

한국 종교문화의 기본 전통은 시베리아, 중앙아시아와 동북아시아 일대 퍼져 있었던 ‘신령의 종교’인 무맥 전통과 한민족의 ‘고을국기’ 공동체 형성 과정에서 등장한 ‘신명의 종교’인 선맥 전통이 아닌가 합니다. 그 기본 전통은 모든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과 하늘의 이법(理法)으로 세상을 만든다는 이화세계라는 사상으로 ‘단군사화(檀君史話)’에 표출되었고, 이어서 포함삼교(包含三敎)과 접화군생(接化群生)을 담은 풍류도로 계승되었으며, 그것을 기반으로 불교와 유교와 같은 외래종교들이 한국적으로 토착화되었으며, 근대 이후 한민족의 위기에서 민족적 정체성을 드러내고자 여러 민족종교 형태로 등장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의 민족종교에서 잘 나타나는 지상선경(地上仙境)과 인존사상(人尊思想) 등도 이 같은 기본 전통의 계승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민족종교에 서학의 영향도 무시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무맥과 선맥과 같은 전통적 종교 관념들을 근대 이후 무조건 근대적 종교개념으로 재해석하고 있다는 데 여러 문제가 생겼다고 봅니다. 하여 한국종교문화의 기본 전통들이 종교적으로 평가절하당하면서 그 본래의 전통적 의미가 많이 상실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우리는 민족과 국가가 함께 하는 민족국가를 꿈꾸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근대 이후 훼손당한 한국문화 전통을 찾아 나서는 일을 단순히 국수주의적인 것으로 치부해 버릴 수는 없습니다. 그런 전통 찾기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보존하려는 하나의 자기 몸부림이지요. 더구나 민족이 분단당하고, 이웃 국가들의 문화침탈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이는 민족통일의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문화적 기초 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것에 관한 담론들은 현재 복잡한 한국종교문화를 이해하는데 주체성 있는 이해의 틀을 제공할 뿐 아니라 해외에서 유입되는 외래문화를 재창조하는 데도 유용한 기준이 될 것입니다.

이: 한국 종교문화맥락에서 선맥 혹은 풍류성은 창조적이고 회통적이고 수련적인 능동적인 기호이지만, 무맥은 수동적이고 혼합적이고 기복적인 수동적 기호로 자리매김을 한다면 엘리트종교인 선맥과 민중종교인 무맥을 한국종교문화에서 어떻게 조화롭게 해석할 것인지가 한국 종교를 이해하는 관건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에 대해 위원장님의 견해가 궁금합니다.

윤: 무맥과 선맥 이야기에 충분히 공감을 합니다. 말씀하신 바와 같이 무맥과 선맥은 분명 서로 다른 신앙양식입니다. 무맥은 무당의 의례 절차에 의한 원풀이나 한풀이와 같은 원과 한에서 해원상생이라는 인간해방을 전제하고 있지만, 선맥은 자신의 수련에 의해 내적 신명을 밝혀 인간완성을 도모하는 신앙양식입니다. 하여 선맥은 인간중심의 종교현상으로 인간 내면에서 영성을 찾는 형식이라면, 무맥은 신중심의 종교현상으로 인간이 신에게 무엇을 요청하는 형식입니다. 그리고 한국종교문화 전통은 선맥이 강한 회통적이고 수련적인 것이라는 것에도 공감합니다.

그러나 한국문회의 기본 전통이 무맥과 선맥이라고 하더라도 서로 떨어져서 각각 독자적인 전통으로 각기 발전해서 정착해 왔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고대의 한국종교는 양 전통이 일찍부터 융합된 종교였다는 점을 먼저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른바 고대종교의 중심주제였던 구도종교가 우리 역사에 완전히 제대로 자리 잡기까지는 시대에 따라 무맥이 강할 때도 있었을 것이고, 선맥이 강할 때도 있지 않았나 합니다.

예컨대, 공동체성이 필요로 했을 경우에는 선맥이, 보편적인 종교성이 필요로 했을 경우에는 무맥이 강조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양자가 서로 융합되고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한국의 종교문화도 무맥의 구복성과 선맥의 구도성이 함께 어울려 전승해온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검토가 필요합니다만 변찬린 선생이 말한 대무(大巫)와 소무(小巫)의 구분도 이 같은 융합적인 종교문회의 현상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어떻든 무맥과 선맥은 오래된 우리 종교문화의 기본 전통입니다. 보편적인 종교성을 나타내는 무맥과 한국적인 종교성을 나타내는 선맥은 일찍부터 상호 융합이 일어났던 것이죠. 대동굿와 같은 마을 축제를 보면 그런 융합현상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양 전통이 고대 고을국가가 형성되면서 풍류도로서 합류되지 않았는가 합니다.

그래서 입장에 따라서 강조점이 다를 수 있다고 봅니다. 신에 의지하는 기독교적인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신의 권능을 더 인정하는 무맥을 강조하겠죠. 수련을 강조하는 불교나 유교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선맥을 더 강조하겠죠, 그리고 수련적인 선맥을 강조하는 풍류객들은 또 다른 신명객이 되기도 합니다. 예컨대, 천지신명에 제를 지내고 노래와 춤으로 신을 맞이하는 사례들이 적지 않게 보인다는 것입니다. 이는 선맥의 전통에서 분명 무맥 현상이 나타난 것이죠. 그리고 신명이란 신이 지핀다‘ 혹은 ‘신이 난다’라는 뜻도 있지만 하늘 태양과 관련하여 ‘빛을 밝힌다’는 뜻도 있거든요.

그렇다면 신명객의 풍류에서도 무맥과 선맥의 종교현상들, 즉 해원과 상생, 탈혼과 신명, 초탈과 영생 등을 읽어 낼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런 풍류의 종교문화가 이후 불교와 성리학에 밀리면서 세련된 상층문화로 다듬어지지 못하고 기층문화로 자리 잡게 됨에 따라 민중을 중심으로 무맥과 선맥이 함께 이어져 온 것이라고 봅니다.

한국종교사의 큰 기틀을 만든, 『한국민족종교문화대사전』

▲ 『한국민족종교문화대사전』

이: 선맥과 무맥이 한국의 종교문화에 조화롭게 전승되어 온 맥락은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선맥에서 발현하는 신과 무맥에서 발현하는 신이 변별되고, 선맥은 수련을 통한 인간의 존재변형 혹은 존재탈바꿈을 실험한다는 차별성을 가진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위원장님이 언급하신 선맥과 무맥에 대한 식견은 학자들에게 다양한 생각거리를 제공하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사실 한국 종교문화라는 측면에서 선맥을 강조하는가? 무맥을 강조하는가? 하는 한국 종교문화의 서술에 결정적인 차이를 보이는 분야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말 그대로 한국 역사에서 최대의 ‘민족종교문화’를 집대성한 책(4.6배판 1,500쪽, 2,351개 항목의 원고 22,000매)이 나왔다고 하는 데 정말 반갑고도 고마운 연구 성과입니다. 위원장님이 개인적으로 이런 연구물의 필요성을 느낀 계기가 있으신지요?

윤: 제가 근 5년에 걸쳐 편찬한 『한국민족종교문화대사전』(사진 참조)은 한국의 민족종교문화를 중심으로 편찬한 사전이긴 하지만, ‘민족종교문화’라는 지식체계의 구성 측면에서는 아직 갈 길이 먼 시론적인 사전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지식체계를 다듬고, 그에 기초해서 더 보완해야 할 표제어들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기독교를 비롯한 유교, 불교, 도교 등의 전통종교들과 한민족이 관계되는 부분이 더욱 그렇습니다. 현재 민족문화를 보는 시각이 강단사학자와 재야사학자가 다르고, 또 제도종교 입장과 민족문화 입장의 차이가 크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민족의 종교문화전통인 무맥와 선맥, 신교와 선교, 단군과 마고, 하늘님과 천지신명 등의 고유한 종교문화 개념들이 아직 정립되지 않은 채 남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사전을 과감하게 편찬하게 된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급변하는 세계사의 흐름에 갑자기 닥칠지 모르는 민족통일을 문화적 차원에서 미리 대비하고, 현재 세계적으로 확산이 되고 있는 세계적인 한류 확산에 정신적인 기반을 제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민족종교만이 아니라 그것과 관련된 한민족의 종교와 문화를 함께 수록하기로 한 것입니다.

말하자면, 한민족이 빗어낸 고유의 종교문화를 중심으로 하되, 종교와 관련한 민족문화를 함께 모아 하나의 민족종교문화 지식체계를 만들고, 그것을 토대로 하여 ‘민족종교문화’의 사전을 편찬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 같은 원칙을 세우게 된 것은 서구중심의 근대적 종교개념 기준만으로는 한국의 민족종교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민족종교는 서구중심의 근대적 종교개념 기준만으로 평가할 경우 종교의 평면에서 저평가될 수 있으나, 민족문화적으로 평가할 경우 한국인의 혼이자 근대 정신문화의 정수로 평가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한국 종교계의 큰 경사입니다. 이런 대사전의 편집 총책임자로서 한국의 종교학자, 철학자, 신학자. 불교학자 등 각계 전문가 등 147명의 집필진이 거의 총 동원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른 종교사전과 비교할 때 대사전만이 가진 특징을 간략하게 설명을 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윤: 2022년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종교관련 사전들은 민족 공동체의 종교문화와 관련이 없는 제도종교들의 교학사전들입니다. 불교, 유교, 개신교, 가톨릭, 원불교, 신종교 등 각 종교의 사전들이 출판되어 있으나, 그들은 각기 자신의 종교사상이나 교학, 의례들을 담은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발간한 민족문화를 고려한 『민족문화대백과사전』이 있으나 세속적 학문만을 전제한 내용이라서 종교문화 항목들이 빈약할 뿐 아니라 한국의 민족종교와 문화들이 가지는 종교문화사적 의미와 위상을 반영하지 못한 내용이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고려하여 본 사전은 한민족이 직접 경험하고 신행해왔던 민족의 종교와 문화를 한 곳에 모아 하나의 지식체계로 만들어 본 것입니다. 그리하여 한국의 민족종교가 근대의 여울목에서 위기의 한민족을 지켜준 얼과 정신을 담은 큰 그릇이라는 점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이 사전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민족문화 차원에서 한민족의 종교와 문화를 체계화한 최초의 사전입니다. 본 사전은 근대 민족종교와 문화를 중심으로 정리하고 있지만, 선사시대부터 이어온 한민족의 삶에서 형성된 민족의 종교문화들을 가능한 한 집대성하고자 했습니다. 민족종교를 이해하기 위한 기초 지식. 고대 하늘을 부활시킨 동학, 신명의 해원을 강조한 증산교, 민족의 상징인 단군을 강조한 대종교, 토착신앙과 융합한 민족불교, 한국인의 심성을 잘 드러낸 민족유교, 한국의 고유한 선맥(仙脈) 신앙과 종교들과 한국화한 기독교문화 현상들, 소위 미신이나 치부되는 무속을 포함한 기층신앙들과 동양의 역학과 천문 지리 등과 관련한 소위 유사과학(類似科學)으로 남아 있는 동양의 천문학, 풍수학, 명리학 등의 현상들, 민족종교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되는 민족운동과 민족문화 등의 분야로 구분하여 관련 지식들을 체계화한 최초의 사전입니다.

② 한국의 종교문화에 대한 종교문화적 평가와 민족문화적 평가를 종합화한 사전입니다. 인문학은 개인이나 집단의 정체성과 관련한 학문입니다. 보편적인 진리를 추구하되, 결국은 자신이 삶을 구성해 나가고 그 의미를 찾아가는 학문입니다. 이는 한민족에게도 예외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서구적 사고가 지배하고 민족이 분단된 상황에서 민족종교가 제대로 평가받기가 쉽지 않다는 점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근대 이후 개인적이고 내면화된 근대적 종교개념은 민족의 위기를 반영했던 민족종교에 대한 평가 기준으로 충분치 않습니다.

한편, 특정 종교의 사회 지배력은 신앙양식의 특성만으로 설명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종교적으로만 보면 민족종교의 의미를 잘 파악할 수 없는 것이 적지 않습니다. 민족문화적 평면 위에 놓고 보면 그 맥락이 너무나 잘 이해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본 사전은 종교문화적 평가만이 아니라 민족문화적 평가를 동시에 고려하고, 나아가 종교와 관련된 민족운동과 민족문화도 통합해 편찬한 것입니다.

③ 종교의 올곧은 이해를 위해 종교학적 시각을 반영한 사전입니다. 종교학은 객관적 세속학문과 각 종교의 교학적 연구, 그 양자의 사이에 있는 경계의 학문입니다. 이에 세속학문으로 부터는 유사교학이나 유사신학으로, 교학이나 신학으로부터는 신성한 종교를 해체하는 학문으로 오인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종교학은 이성을 중심으로 한 객관적 세속학문으로부터 소외되고, 또 신앙을 합리화시키는 교학적 연구와 마찰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종교학적 시각을 반영했다는 것은 각 종교의 비교분석은 물론 사회적 헤게모니 평가 방식을 배제하고 민족종교의 창립자들의 애민사상과 구도정신을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서술을 했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④ 한국의 민족종교에서 주장하는 민족사의 정통론을 받아들인 사전입니다. 한민족의 역사에 대해서는 아직도 학계 논쟁이 적지 않은 부분이지만 본 사전은 오늘날 한국 민족종교에서 주장하고 있는 역사관을 대폭 수용한 사전입니다. 특히, 개항기 이후 민족의 위기에서 발생한 민족종교의 역사관을 대폭 활용하고 있습니다. 한국 민족사를 신시배달국, 고조선. 북부여(열국시대), 사국시대(가야를 포함), 남북조시대(발해를 포함), 고려시대, 조선시대, 일제강점기, 미군정기, 남북분단의 시대로 한민족의 역사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반도사관에 집착하는 강단사학계의 주장과 관계없이 민족종교에서 주장하는 민족시원과 관련된 신화나 고대사를 대폭 수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강단사학계에서 한민족(고조선)과의 관계를 부정하는 ‘홍산문화’나 위서라고 주장하는 『환단고기』와 같은 민족고대사를 대폭 수용하고 있습니다.

⑤ 세계종교와 민족종교간의 관계를 정립하려고 노력한 사전입니다. 일반적으로 문화의 보편성은 그 지역의 삶의 특수성을 통해서 구체화되고 완성됩니다. 그 역(逆)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에서 현재 자기 역할을 하는 종교에는 보편성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적 특수성도 동시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또 인간 구제의 교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구체적인 삶의 방식도 함께 수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말하자면, 모든 종교는 인간의 보편성을 전제한 종교이긴 하지만 어느 것을 강조하는가에 따라 그 종교의 성격이 결정되는 것입니다. 소위 세계종교라고 하는 종교는 삶의 현장을 떠나 인간의 보편적 교리만 강조하는 교조적 종교가 될 가능성이 크고, 반면 민족종교는 자신의 삶의 현장과 과제를 보듬고 있기 때문에 보다 지역 삶의 전통을 잘 수용하면서 보다 주체적인 종교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본 사전은 민족문화의 정체성의 입장에서 세계종교와 민족종교간의 이 같은 관계를 고려해 서로 상생하는 차원으로 정립하려고 노력한 사전입니다.

⑥ 현대 세속학문에서 소외된 종교와 관련된 민족문화를 대폭 수용한 사전입니다. 현대 세속학문에서 소외된 동양 천문학과 풍수학, 명리학과 같은 동양적 유사과학이나 운기론(運氣論)과 같은 동양적 수련요소, 우주 만물의 생성과 발전을 해석하는 역학적 사고 등 현대 학문에서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한국의 전통적 민족문화 요소들을 대폭 수용한 사전입니다.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평가하던 간에 이들은 우리 전통문화의 일부분입니다. 불과 한 세기 전만 헤도 주역을 모르면 교양인, 지식인이 될 수 없었을 정도였습니다. 그것을 무시하면, 우리의 민족종교와 문화에 대한 올곧은 이해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⑦ 한국적이고 주체적인 기독교 문화만을 수용한 사전입니다. 한국 기독교가 현재 한국의 종교계를 이끌고 있는 지배종교이라고 볼 수 있지만 본 사전의 주제가 『민족종교문화대사전』인 만큼 그 성격을 고려해 한국적이고 주체적인 기독교 문화만을 수용했습니다. 한국인이 신앙하는 한국 기독교에서 한국적인 요소를 찾으려고 한다면 끝이 없을 것입니다만, 여기서는 잘 알려진 기독교의 일반적인 요소는 제외하고, 한국 기독교계에만 나타나는 한국적인 종교현상만을 골라 수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기독교의 복음과 한국문화와의 접점이 되고 있는 민중신학, 문화신학, 토착화신학 등 한국적인 상황이나 신앙을 수용한 종교현상, 그리고 기독교의 한국적인 해석과 같은 특별한 문화현상들을 중심으로 편찬한 것입니다.

이호재 원장(자하원)  injiche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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