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 am the light of the world」 (Stained Glass depicting Jesus) at Bantry, Ireland ⓒWikipedia

하나님의 진리와 다른 진리들

『로마서 강해』 초판(1919)이 출판된 지 정확히 40년 후에, 배타적인 ‘바르멘 신학선언’이 나온 지 정확히 25년 뒤에, 바르트는 다시 한 번 그의 단호하고 배타적인 주제인 예수 그리스도는 “단 하나의 유일한 생명의 빛”이란 주제를 발전시켰다. 그러나 여기서 바르트는 기독교의 계시의 배타성에 대한 모든 확증과 강화에도 불구하고, 단 하나의 유일한 하나님의 말씀과 피조된 말들(“그러나 참된 말들”) 혹은 적어도 참된 말들일 수 있는 다른 말들 사이의 관계를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언급하면서, 이것이 우리를 아주 곤란한 문제 앞에 서게 한다고 말한다(CD Ⅳ/3-1, 110).

확실히 그 말들은 성서나 교회의 선포는 아니다. 왜냐하면 성서와 교회의 선포는 바르트에 의하면 유일하신 하나님의 말씀에서 유래된 하나님의 말씀의 다른 두 가지 형식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르트의 이러한 표현은, 그가 자연신학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새롭게 그것에 대하여 말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도 한다. 그러나 바르트는 곧바로 엄격하게 제한을 한다:

“문제의 인간의 말들이 참된 말들로 인정받기 위해서, 우리는 그 말들이 하나님의 유일하신 말씀이 말하는 것 이외에 다른 어느 것도 말할 수도 없고, 또 원해서도 안 되며, 또한 이 말씀 자체가 그 말들이 그러한 기능을 다하도록, 다시 말해서 그 말들이 진리를 증거 하는 것이 되도록, 그 말들을 결정하고 지정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CD Ⅳ/3-1, 111이하).

그러니까 바르트가 고려하는 말들은, 그가 “하늘나라의 비유들”로 생각했던 성서와 교회의 말들처럼, “비록 다른 자료와 다른 말로써 말하더라도, 이 유일한 말씀이 말하는 바로 그것을 진술하는 것들이다”(CD Ⅳ/3-1, 114, 115). 교회 공동체가 그의 임무를 수행할 때, 마음이 편해지고, 즐거워지고,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그런 말들이 문제인 것이다. 교회는 정말 “그의 어깨에 온 세상의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일종의 저주받은 아틀라스가 아니다!” 이런 관점에서 교회가 “그 말들을 듣지 않으려고 귀를 막는다면, 어리석고 은혜를 모르는 일일 것이다”(CD Ⅳ/3-1, 115, 116).

그렇다면 어떻게 성서와 교회 밖에서 그런 참된 말들이 말해질 수 있는가? 바르트에 의하면 단 하나의 답이 있을 뿐인데,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의 빛에서 고려할 때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바르트는 어느 자연신학으로도 복귀하지 않는 사려 깊고 유효한 대답을 하였다(CD Ⅳ/3-1, 116-17).

성서에 의하면 하나님은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그가 만든 그의 백성과 온 우주를 통치하신다. 그는 죄와 어둠과 악의 세력과의 전투에서 이미 승리하셨고, 지금 모든 것에 대해 승리의 주님이시다. 그리스도의 주권은 교회의 울타리에 제한되지 않고, 온 세상은 그의 말씀의 지배 아래 있다. 이 진리는 교회 안에서 그리고 교회를 통해서 선언된 성서의 증거 안에서 우리에게 나타나고 알려졌다. 따라서 우리는 “정당하게(de jure) 그의 십자가로부터, 그의 안에서 성취된 화해로부터 모든 사람들과 온 창조세계가 그의 영광의 무대, 그러므로 그의 말씀의 수령자들과 담지자들로 정해졌다”는 것을 인정하고 고백해야 한다(Ibid.).

세상에 있는 참된 말들의 근거와 가능성은 이와 같이 성서가 증언하는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우주적 주권에 있다. 부활하신 자로서 그는 세상의 주님이고, 그 자신을 위한 증인들을 성서와 교회 밖에서조차 불러낼 수 있다. 주님은 “이 돌들을 들어 아브라함의 자녀들로 만들 수 있다”(마 3:9). 이런 이유에서 바르트는 교회의 영역 밖에 있는 자들조차도 그리스도의 증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능력은 성서와 교회의 영역을 넘어서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 자신의 지식이나 요구하는 바와 달리, 심지어 그들 자신의 지식이나 요구하는 바에 대립하여 진지하게 진리라고 할 수 있는 말씀을 말하는 자가 되게 한다. 그래서 우리는 “발람의 입에서조차 선한 목자의 잘 알려진 음성이 울려 퍼지는 것”을 막을 수도 없고, “그것의 불길한 기원에도 불구하고 듣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CD Ⅳ/3-1, 119).

물론, 성서와 교회 밖에 있는 이 말들은 그 자체로는 궁극적인 힘과 의미가 없다. “의심스럽지 않은 것, 논박할 수 없는 그것은 주 예수 그리스도의 예언이고, 그의 전능은 교회 밖에서조차 참된 말들을 불러일으키고, 그것들을 통해서 그 자신을 증거할 수 있다”(CD Ⅳ/3-1, 135). 기본적으로 하나님의 유일한 말씀과 그 말들의 관계는 예수 그리스도가 그 말들을 들어서 자신을 증언하도록 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이 단지 교회뿐만 아니라 세상과도 화해하셨고, 또한 하나님이 교회의 울타리 밖에서도 활동하시기 때문에, 교회는 자신 있게 교회 밖에서 말해진 그런 참된 말들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회는 이 말들이 유일한 참된 말씀과 관련되어 있는지를, 그리고 그 말들이 유일한 말씀을 증언하는가 아닌가를 면밀히 검사해야 한다. 그것은 그 말들이 성서와 교회의 교리(어떤 제한과 함께)에 일치하는지 아닌지를, 그리고 교회 밖에 있는 이 말들의 열매들이 선하고 그것들이 교회 안에서 긍정적인 결과들을 낳는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것이다(CD Ⅳ/3-1, 126-28). 그리고 교회는 그 말들이 참된 말들인 한에서, 다시 말하면 성서와 교회의 교리에 일치하고, 교회 안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낳고, 따라서 교회의 개혁을 위한 자극제 역할을 할 때, 그 말들을 예수 그리스도의 “자유로운 전언들”(free communications)로서 받아들일 수 있다(CD Ⅳ/3-1, 130).

그러나 세상에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자유로운 전언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자기계시와 달리 항구성과 보편성이 없기 때문에 “언제나 모든 곳에서 모두를 위해 타당한 지식의 원천과 규범으로써 선포될 수 없다!”(CD Ⅳ/3-1, 131, 133). 말하자면 ‘자유로운 전언들’은 제2의 성서와 같은 보편타당한 권위를 지닌 것으로 교회 앞에 제시될 수 없다. 단지 제한된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이 ‘자유로운 전언들’에 개방성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에, 그것들을 계시의 다른 원천으로 만드는 곳에서는 언제나 “이단과 분열, 그리고 종파들과 모든 분파들의 형성, 모든 유혹과 미혹들, 복음의 위조들과 기독교인의 삶의 모든 탈선”이 있을 뿐이다(CD Ⅳ/3-1, 134). 그래서 바르트는 ‘자유로운 전언들’을 인식할 수 있는 자들이 단지 그것들을 ‘계시’나 어떤 법으로 제시하지 않고, 그 자체로 말하게 하면서 참된 말들을 듣고 그것에 철저하게 반해버린 사람으로서 행동할 때만, 그 열매를 맺을 수 있을 뿐이고, 단지 그러할 때, 전체 교회에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한다(CD Ⅳ/3-1, 134-35).

그렇다면 어떤 말들이 성서와 교회의 영역 밖에 있는 참된 말인가? 소크라테스나 플라톤, 칸트와 같은 위대한 철인들의 교훈인가? 아니면 모세, 석가모니, 공자, 마호메드와 같은 종교 창시자들의 가르침인가? 바르트는 여기서 성서와 교회 밖에 있는 참된 말들에 대해 단 하나의 구체적인 예도 제시하지 않았다.(1) 그것은 존 톰슨이 정확하게 지적했듯이, 화해론에서 바르트의 관심은 “이런 참된 말들을 따로 생각하려는데 있지 않고, 오히려 그런 참된 말들을 불러일으키고 그것들을 통해서 그 자체를 증명하는 예수 그리스도”를 전적으로 드러내는데 있었기 때문이다.(2) 하지만 바르트는 성서와 교회 밖에 있는 말들이 참된 것인지 아니면 거짓된 것인지를 구별할 수 있는 기준을 다음과 같은 질문 속에서 제시했다.

생명의 빛과 창조세계의 빛들

바르트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일어난 화해의 사건이 하나님에 의해 피조된 세계에서 일어났다는 점을 주목하면서, 하나님에 의해 선택되고, 의도되고, 근거되고, 지배되는 창조세계에 속한 빛들, 말과 진리들에 대해 논하려고 다시 창조론(Ⅲ/1)의 논제로 돌아간다(CD Ⅳ/3-1, 37이하, 151). 바르트는 이 ‘빛들’을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생명의 유일한 빛과 관련하여 고찰한다.

창조는, 그것이 창조주의 신실한 활동이기 때문에, 인간의 파괴적인 죄에도 불구하고 그 자신의 영속성과 항구성의 특징을 갖는다. 바르트는 이렇게 말한다:

이와 같이 피조물의 항구성은 그 자체에서 기인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 사실을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표현한다. 이것을 표현하는 언어가 피조된 세계의 자기 증거이다.(3) 그래서 바르트는 피조된 세상의 언어, 그것의 자기 증거, 그것의 빛들은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관계의 왜곡에 의해서, 다시 말하면 교만이나 나태 또는 거짓이라고 불려지는 죄에 의해서 소멸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었다(CD Ⅳ/3-1, 139).

이렇게 하나님에 의해 창조된 세상은 단지 존재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를 사람들에게 알리기도 한다. 그것은 “읽을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교과서인 동시에 그 자신의 독자이며 해설자”(4)이다. 그래서 우리는 창조세계의 빛들, 말들, 진리들을 무시하거나 부정할 수 없다. 우리는 실제로 그것들과 함께 살아가고 그것들 없이는 살 수 없다. 이 세상의 빛들은 ‘카오스의 침입’으로부터 창조세계를 보존하는 “이 세상에 속한 진리”이다.

그러나 그 빛들은 하나님의 계시, 영원한 진리들은 아니다(CD Ⅳ/3-1, 141). 따라서 그 빛들은 “인간의 죄를 근절시키지 못하며 그를 죽음에서 구원하지 못한다”(CD Ⅳ/3-1, 142). 피조물의 말들과 진리들도 그 나름으로 구속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들은 심판과 멸망, 은총과 구원, 죄인의 의인과 성화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죄된 인간을 진정으로 자유롭게 하지는 못한다(CD Ⅳ/3-1, 155). 따라서 바르트는 우리가 그것들과 함께 살고 있고, 그것들 없이는 살 수 없지만(우리는 이 세상의 말들, 진리들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그것들 없이도 잘 살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것들에 의해서 살아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CD Ⅳ/3-1, 155, 163).

이 피조물의 빛들이 나름대로의 힘과 가치와 타당성을 갖고 있을지라도, 이것들은 독자적인 것들이 아니라, 단지 유일한 진리의 유일한 빛에 의해서 밝혀진 것들일 뿐이다. 그래서 이 빛들은 하나님의 유일한 진리를 나타내지 못하고, 단지 그들 자신의 피조물의 진리를 나타낼 수 있을 뿐인데, 그것들이 드러낼 수 있는 것은 창조주가 그의 피조물에게 신실하다는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그것조차도 다만 유일한 빛이 그들 안에서 빛나고 그것들로 하여금 그 빛을 봉사하도록 사용하는 한에서 그럴 수 있다. 유일한 진리의 빛은 그 빛의 통일성, 전체성과 절대적 궁극성 안에서 이 빛들을 상대화시키고, 동시에 그것들이 그 빛을 봉사하도록 제정하고 통합한다. 그 빛은 그들의 심각한 문제의 본성을 보여주고 동시에 그들을 자유롭게 하면서 생명의 빛을 봉사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한다(CD Ⅳ/3-1, 152-64). 단지 이럴 때, 창조세계의 빛들, 말들과 진리들은 하나님의 영원하신 말씀이 빛나고 은총의 계약의 메시지가 표현되는, 그리고 구원하는 유일한 진리가 울려 퍼지는 장소가 될 수 있다(CD Ⅳ/3-1, 157). 이렇게 바르트에게 있어서 세상과 그것의 피조된 질서는 하나님의 화해의 목적, 그의 예언자적 말씀의 영역을 위해 사용되는 수단들이라는 긍정적인 기능을 갖는다.

최영 소장(기독교장로회 목회와신학연구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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