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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민족종교, 인류구원의 보편성을 가졌다“한국 민족종교와 한국 기독교” ⑵
이호재 원장(자하원) | 승인 2022.03.24 15:11
▲ 한국이라는 땅에서 명멸했던 다양한 민족종교들은 한민족의 구원이라는 것에 매몰되지 않았다.

지난 인터뷰에서는 『한국민족종교문화대사전』에 관해 윤승용 위원장으로부터 간단하게 그 특징을 소개받았다. 윤 위원장은 특히 사전을 편찬하게 된 이유에 대해 “급변하는 세계사의 흐름에 갑자기 닥칠지 모르는 민족통일을 문화적 차원에서 미리 대비하고, 현재 세계적으로 확산이 되고 있는 세계적인 한류 확산에 정신적인 기반을 제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즉 “한민족이 빗어낸 고유의 종교문화를 중심으로 하되, 종교와 관련한 민족문화를 함께 모아 하나의 민족종교문화 지식체계를 만들고, 그것을 토대로 하여 ‘민족종교문화’의 사전을 편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한국민족종교의 특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한국민족종교에 관한 여러 가지 오해들이 불식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호재 원장(이하, 이): 개인적으로 내막을 모르는 분들은 『민족종교문화대사전』 이름 자체만 본다면 ‘국수적’이고 ‘민족주의적’이라는 선입견을 가질 수도 있는데 굳이 ‘민족색채’가 뚜렷한 대사전의 이름을 가질 필요가 있었는지요?

윤승용 위원장(이하, 윤): 그렇지 않습니다. 어떤 문화든 반드시 그것을 창조하고 수용하는 담지자가 있습니다. 주체자가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한국에 있는 종교들을 다 소개하는 것은 너무 방대한 작업입니다. 여기서는 한민족의 삶을 형성해온 종교문화만을 골라 수록했기 때문에 가장 적합한 대사전의 명칭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민족의 고유 종교와 신앙을 중심으로 하되, 그와 관련한 종교문화를 함께 포함한 것이기 때문에 『한국민족종교문화대사전』이라고 명명한 것이고, 그에 걸맞는 지식체계를 구성한 것입니다.

앞서 언급을 했지만, 민족종교문화를 처음으로 체계화하기 위한 시론적인 사전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아마 한국인의 종교와 신앙생활 양상들을 좀 더 보강해 나간다면, ‘한국종교문화사전’이라고도 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지금도 그런 성향을 강하게 띠고 있습니다. ‘한국민족문화사’와 ‘한국종교문화사’의 입장에서 본 유의미한 표제어들을 집중적으로 골라서 정리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민족종교라고 하면 구원이 특정 민족에게만 한정된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민족종교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문화 토양에서 자생적으로 배태되고 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구제의 대상이 한민족으로 한정되는 종교는 아닙니다. 한국의 민족종교는 유태교나 힌두교와 같은 자연발생적인 그런 민족종교가 아닙니다. 창시자의 종교경험에 기반을 둔 근대적 종교개념을 가진 근대적 종교들입니다.

말하자면, 근대 이후 일제강점기로, 민족분단으로 고난을 받은 한민족이 인류구원과 세계평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앞장서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는 종교들입니다. 요컨대, 서세동점이라는 민족의 위기에서 발생한 근대적 종교 성격을 가진 종교이고, 그 내용은 한민족의 세계사적 역할을 강조하고 세계사에서 한민족의 책무를 강조하는 종교이고, 한민족을 넘어 동서화합과 동서합덕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정 종교가 세계종교가 아니고 민족종교라고 해서 특별히 저평가 받을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종교학자가 볼 때 종교의 핵심은 불교와 기독교와 같은 특정 신앙양식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신앙하는 신앙인, 즉 사람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양식의 종교를 받아들이든 간에 인간다운 삶과 타자에 대한 사랑을 베풀게 할 수만 있다면 종교로서 충분한 자격을 갖추었다고 보아야 합니다.

가령 종교의 교리나 의례가 세련되었다[이른바 세계종교]고 해서 반드시 좋은 종교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죠. 인류 종교사에서 보면, 사회 지배력이 큰 종교일수록 소수의 성직자가 종교권력을 독점하고, 종교 갈등이나 종교 전쟁을 부채질하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세속적인 부(富)와 제도적 권력(權力)에 오염되었거나 인간을 종교에 가두고자 하는 종교라면 이미 종교로서 그 본문을 상실한 것입니다.

그런 종교는 인간의 자유로운 삶을 억압하고 박탈하는 종교가 되기 쉽습니다. 이런 경우를 보면, 대체로 세련된 교리만 강조하는 종교는 교조적 종교로 전락하거나 혹은 인간해방을 가로막는 억압의 종교로 침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소위 사이비 종교나 다를 바가 없는 것이죠.

이: 대사전을 편찬 기획하면서 이와 병행하여 대사전의 기본 사상을 정리한 십여 편의 논문이 담긴 『한국민족종교의 기본사상』에서 민족종교의 기본사상을 단군과 개벽, 그리고 신명을 키워드로 하셨습니다. 혹시 다른 키워드를 더 말하고 싶었던 부분은 없으셨는지요? 이 질문은 학문제국주의에 의해 점령당해 한국에 한국학이 없는 어찌 보면 각 분야에 한국학의 전문가가 부족한 현실에서 학자들의 연구 공백 때문으로 인한 한계가 없었는가하는 현실적인 물음이기도 합니다.

윤: 단군과 개벽, 그리고 신명 외에도 한국민족종교의 기본 사상을 나타내는 무맥과 선맥, 주문과 수련과 같은 많은 키워드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앞으로 연구되어야 하겠지만 연구자의 입장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의 학문 제국주의 문제는 한국학계를 총체적으로 진단해야 하는 어려운 질문입니다. 해방 이후 강대국 외세에 의해 민족이 분단되고, 그 분단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피할 수 없는 현상이죠. 민족이라는 문화적 주체를 상실한 한계상황에 처한 것이죠. 그 결과 ‘민족문화’를 연구하는 한국학자가 수적으로 크게 줄어든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공동체보다는 개인주의가 우선하는 우리 사회 풍조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민족문화의 주체를 확인하기 위해 민족과 국가의 개념을 분명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근대적 개념으로 보면, 국가와 민족은 많이 다른 것이죠. 민족은 유구한 역사 속에서 형성된 문화공동체인 반면, 현세 이익집단을 지향하는 국가는 근대 이후 국민생존을 가르는 정치경제 공동체입니다. 국민생존을 우선하는 국가는 민족문화 보존의 주체는 아닙니다. 민족의식을 가진 공동체가 민족문화의 기본 주체입니다.

남북이 경쟁하는 우리 같은 분단국가일 경우 민족문화의 보이지 않는 왜곡은 피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실제로 해방 이후 진행된 친탁과 반탁, 냉전과 분단, 친일과 반공, 자주와 통일 등은 모두 민족문제 때문에 표출된 것입니다. 그런 관계로 민족 전체의 종교나 문화는 자연 소홀하게 다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만일 정상적인 민족국가였다면, 우리도 자신의 문화전통을 기반으로 새로운 문화들을 창조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문화를 연구한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자신의 삶을 구성해 가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봅니다. 근대 이후 한민족의 역사 단절과 함께 해방 이후 곧 바로 냉전적 조류에 편승해 버린 것도 ‘민족문화’의 연구에 큰 문제였지요. 여기에 강대국들의 학문적 심술도 한국의 민족문화를 왜곡시킨 중요한 요인입니다. 남과 북은 아직도 서로 낡은 이념에 종속되어 있어요. 탈냉전의 시대가 된 지가 20여 년이 지냈음에도 여전합니다.

우리가 서구의 문화이론을 수입하더라도 먼저 자신의 문화를 잘 알아야 그 적용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학문 분야에서도 한민족의 자주와 자치, 그리고 정체성이 보장되는 민족적 한국학이 시급한 것도 사실입니다. 민족이 없는 분단 한국을 정당화하는 한국학은 실제로 민족문화의 보존과 계승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제가 보기엔 수천 년 함께 살아온 한민족 종교문화가 우리의 얼이고 정신이라고 생각됩니다. 그 중에서도 1860년 동학 이후 형성된 민족종교라고 불리는 한민족의 자생종교들입니다. 한국의 민족종교에 대한 올바른 평가야말로 우리 민족의 미래와 직결된다고 생각합니다. 고유한 하늘신앙을 다시 찾은 동학, 상제가 직접 하강한 증산교, 유불선 삼교와 기독교까지 포괄한 각세도, 민족의 정통신앙을 계승했다고 하는 대종교, 개벽의 전통을 계승하며 생활불교로 바꾼 원불교, 치병만이 아니라 영통을 주장하는 물법교, 해방이후 냉전체제 거부시위를 통해 민족통일을 주장한 갱정유도 등을 말합니다. 이들 기본사상을 축약해 보면 제가 편찬한 『민족종교의 기본사상』에서 밝힌 바와 같이 민족의 상징으로서 ‘단군’, 민족의 종교성으로서 ‘신명’, 민족의 시대적 과제로서 ‘개벽’을 꼽을 수 있습니다.

한국의 ‘종교문화사’를 보면 해외 많은 종교들이 한국에 들어와 자기완성을 이루고 꽃을 피웠습니다. 대승불교와 미륵신앙이 그랬고, 유교의 성리학, 역학의 정역이 그랬습니다. 이제 한국의 기독교도 기독교를 한국에 이식하는 데 주력할 것이 아니라 한국적 문화기반 위에 한국적인 신학을 재정립될 때가 아닌가 합니다. 그때 ‘한국적 기독교’로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지금과 같이 하나님께 자신의 복을 달라고 아우성만 지를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보은(報恩)에 묵묵히 응답해 이 땅에서 실천할 때 진정한 기독교가 될 것입니다.

이호재 원장(자하원)  injiche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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