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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의 무지개사자모 소리
장사모 | 승인 2022.03.24 22:36
▲ 사회 속에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그어져 있는 선들을 발견하곤 한다. ⓒGetty Image

2시 13분.
3시 15분.
4시 10분.

지난 주 새벽에 통잠이 들어서 가까스로 새벽기도 시간에 도착하였다. 그날도 알람은 분명히 울렸고, 시간을 확인하고 1~2분만 더 있다가 일어나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기계의 알람은 정확히 울릴 것이다. 그러나, 혹시나 늦잠을 잘까 불안하여 잠깐씩 잠을 깨서 섬찟 놀라 시계를 쳐다본다. 매 시간마다 반복되고 있다니…

남편은 늦지 않기 위한 방법으로 일찍 잠자리에 드는 방법을 택하였다. 11시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깊은 잠이 들어 있다. 어김없이 자기 전에 말하였다.

“나는 내일 새벽기도 가야하니까 일찍 자야 돼.”

사순절을 앞두고도 목사를 돕는 아내는 할 일이 참 많았다. ‘많다’는 이 한 단어에 얼마나 많은 일을 쑤셔 넣었는지를 일찍 주무신 저 목사님께서는 아시는지.

아니, 그 새벽기도를 나도 간다는 사실은 아랑곳하지 않는 것 같다. ‘주의 일’을 하시는 목사는 더 중요하다는 건가? ‘주의 종’님! 종이라면서 ‘님’은 왜 붙여주는지 모르겠지만, ‘종’이지만 다른 계급이 있다. ‘종’이라고 불리기를 자처하는 목사들은 섬김의 도를 다하는지도 따져볼 일이다.

여성 중심적이라 하는 우리 부부의 삶도 현실에서는 유야무야 눙치는 일이 많다.

내가 목사의 아내가 된 이야기는 바야흐로 고등학교 입학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역의 명문 고등학교 입시에 합격한 나를 앉히고 엄마는 말했다.

“네가 큰 딸이잖니. 하나님께 첫 열매는 바치는 것이니, 네가 주의 일을 위해 쓰임 받도록 서원기도하고 있었다. 사모가 되게 해 달라고.”

지금 생각해도 그 때의 기억은 인당수의 심청이가 된 심정쯤이다. 모든 꿈을 포기하라는 것처럼 들리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효녀가 아닌 나는 은혜롭게 거절하였다.

“엄마, 나는 사모님이 될 그릇이 되지 못하는 것 같아”
“그래?”

제법 믿음이 좋은 친구들은 학교에서 기도모임도 하고, 아침 자율학습시간에 개인적인 QT도 하고 그랬다. 특히나 그런 어떤 친구는 신학대에 지원을 했는데, 이유를 물어보니 사모가 되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 때에도 큰 충격을 받았다. 솔직히, 제 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그러고는 10여년이 지난 뒤에 목사인 남자와 함께 결혼을 허락 받으러 집에 갔다. 엄마는 고교 입학시절에 거절한 이후로는 의사에 반하여 한 번도 그 기도를 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하나님께서 쓰시고자 하시면, 그만한 그릇이 되게 만들어 가시기도 한다.”

그러고는 웃으시며 한 마디를 더 하셨다.

“그 때는 우리 교단이 여성 안수가 안 될 때여서 그렇지. 가능하기만 했다면 목사 되게 해 달라고 서원 했을 거다.”

새벽기도를 다녀와서 이불 속에서 잔뜩 웅크리고 있다가 확 걷어 젖혔다. 압력솥의 추가 빙글빙글 돌며 요란한 소리를 낸다. 살짝 눌어붙은 맛있는 밥 냄새가 난다. 아침밥은 일찍 잠자리에 들었던 남편이 했다. 큰 아이들은 벌써 학교 갈 준비를 다 하였고, 작은 아이들은 밥 먹을 준비를 하고 있다. 사모님께서는 조금 더 이불 속에 계셔도 잘 돌아갈 것 같다.

방바닥에 엎드려서 오전에 암수술을 앞둔 집사님에게 문자를 보냈다. 얽히고설킨 많은 관계들 가운데서 때로는 버겁고 힘겨움을 느낄 때도 있지만, 아픔 중에 오히려 맞닿은 그들에게서 힘과 위로를 얻고 있음을 발견할 때가 많았다. 그녀도 항암치료의 과정에도 많은 사람들의 격려와 기도가 담담하게 치료를 잘 버틸 힘이 되었노라고 수술을 잘 받고 오겠다는 메시지가 도착하였다.

여성의 참된 권리가 무엇인가? 우리를 가로막는 것이 무엇인가? ‘~ism’으로 확고한 기준을 세운 것이 굳이 아닐지라도. 서로 역지사지(易地思之)하여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역지감지(易地感之)하여 같은 마음으로 느끼고, 역지행지(易地行之)하여 고통의 자리에 함께 손잡고 간다면. 어떤 형편에서라도 소신을 가지고 각 자 최선을 다하는 그 자리에 하나님께서 함께 하심을 우리는 믿는다.

더 중요한 사람, 더 중요한 일이 무엇일까? 사람을 살리는 모든 일에 우리가 더불어 힘쓰기를 바란다.

아침 출근에 앞서서 후다닥 차려준 김이 폴폴 나는 밥이 맛있다. 여자들은 가장 맛있는 밥을 ‘차려주는 밥’이라 말하곤 한다. 그 맛있는 밥을 든든하게 먹었으니 나도 돕는 배필로 서로를 구원하는 일에 더욱 힘써야겠다.

하나님께서 만들어 보시기에 심히 아름다웠다 말씀하신 그 아름다움이 모든 곳에 회복되기를 바라며 세계 여성의 날과 대통령 선거의 한 주간을 기념하고자 한다. 우리 삶의 무지개.

남편의 출근 5분 전이다!

장사모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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