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찬송가 582장 「어둔 밤 마음에 잠겨」

요한계시록의 천상의 예배에서 불린 찬송은 모두 바빌론의 황제숭배를 비판하는 정치적인 노래들이다. 한국기독교장로회에 속한 신학자인 ‘김재준’(1901-1987)이 작사한 찬송 “어둔 밤 마음에 잠겨”는 매우 성서적이고 신앙 고백적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한국교회의 일부 주요 교단들은 그가 작사한 “어둔 밤 마음에 잠겨”를 교회의 예배에서 사용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아마도 이 찬송의 가사에 대한 오해로 인한 것일 수 있으며, 또는 이 찬송이 1970-80년대에 반독재 민주화 운동에서 애창될 정도로 정치적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는 우려 때문일 것이다.

잘 알려진 대로 이 찬송의 3절은 문익환의 초고에 의해서 지어졌다. 1967년에 출간된 『개편 찬송가』(546장)에 실린 문익환이 작사한 찬송 “미더워라 주의 가정”(곽상수 작곡)의 가사는 역시 매우 성서적이고 신앙 고백적이지만, 전두환 신군부가 정권을 잡은 시대인 1983년 12월에 간행된 『통일찬송가』에서 삭제되었다가 23년이 지난 후 2006년 11월에 간행된 『새찬송가』(558장)에 다시 수록되었다. 문익환은 반독재 민주화와 통일운동으로 58세에 구속되어 1976부터 1993년 사이에 6차례 구속되었으며, 총 123개월 동안 수감생활을 했다.

교회의 권력자들이 정치적인 고려로 예배에서 이러한 찬송을 교회의 예배에서 배제하는 것은 비성서적인 행위이다. 이 짧은 글의 목적은 김재준이 작사한 찬송 “어둔 밤 마음에 잠겨”의 가사를 성서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해석함으로써 이 찬송의 성서적이고 신앙 고백적인 의미를 새롭게 규명하는 데 있다.

김재준은 예수교장로회에서 분열되어 1953년 6월 10일 창립된 한국기독교장로회가 역사 변혁을 위한 선교적 사명과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는 교회가 될 것을 촉구했다. 역사 변혁을 위한 그리스도인의 소명은 그가 1956년에 「십자군」이라는 잡지에 발표한 “크리스천으로서의 민족적 세계적인 사명”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잘 나타난다.

김재준은 교회의 소명이 한반도와 이 세계를 자유, 정의, 평화가 지배하는 하나님의 나라로 변화시키는 데 있다고 주장한다.

교회는 예수의 십자가와 부활 사건이 돌파한 폭력의 역사에 생긴 작은 평화의 공간에 세워졌다. 교회는 폭력과 불의가 지배하는 현실과 반대로 자유, 정의, 평등, 평화, 그리고 생명이 지배하는 새 예루살렘의 대항 현실을 선취하는 것을 목표로 한시적으로 유지되는 전위부대(avant-garde)이다. 즉, 그리스도인들은 한반도의 현실과 나아가서 세계의 현실을 죽음도 눈물도 슬픔도 애통도 없는 새 예루살렘의 대항 현실로 변화시키기 위해서 일하도록 부름을 받았다. 그러므로 교회의 조직적 성장이 곧 하나님의 나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요한계시록의 새 예루살렘은 산 자들과 죽은 자들이 재회하여 하나님과 그리스도를 예배하면서 영원히 함께 사는 공동의 미래이다.

김재준이 작사한 찬송 “어둔 밤 마음에 잠겨”(새찬송가 582장)는 이동훈(1922-1974) 작곡이지만, 본래 나운영(1922-1992) 작곡으로 1965년 9월 서울 성남교회에서 열린 “기독교장로회 제50회 총회 기념가”로 1-2절이 불리었던 노래였다. 당시 김재준은 기독교장로회 50회 총회장이었고 한국신학대학(현 한신대학교) 학장이었다. “어둔 밤 마음에 잠겨”는 요한계시록의 새 예루살렘 환상을 이 땅 위에서 선취하기 위해서 노력하면서 사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소명이라는 것을 나타낸다.

이 찬송의 1-2절은 처음에 1967년에 나온 『개편 찬송가』(212장)에 이동훈 작곡으로 “교회의 노래”라는 제목으로 실렸으며, 3절은 1983년 12월 30일에 간행된 『통일 찬송가』(261장)에 첨부되었다. 김재준은 3절을 박정희 유신독재에 반대한 1976년 3.1민주구국선언 사건으로 구속되었던 문익환이 감방에서 작성한 초안을 바탕으로 지었다.

김재준이 작사한 “어둔 밤 마음에 잠겨”에 나오는 용어들인 “밤, 어둠, 빛, 생명, 가지, 잎, 열매, 만민, 맑은 샘(=강). 계명성(=새벽 별), 새 하늘, 새 땅”은 모두 요한계시록 21-22장에 나타나는 용어들이다. 이 찬송은 바빌론이 지배하는 한반도와 세계의 현실을 요한계시록의 새 예루살렘의 대항현실로 변화시켜야 할 교회의 선교적인 사명을 깨닫게 하는 노래이다. 바빌론의 현실은 억압과 빈곤과 착취로 인한 눈물, 죽음, 애통, 통곡, 그리고 아픔이다.

그러나 새 예루살렘의 현실은 이러한 바빌론의 현실과 정반대이다:

“하나님의 장막이 사람들과 함께 있으매 하나님이 그들과 함께 계시리니 그들은 하나님의 백성이 되고 하나님은 친히 그들과 함께 계셔서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닦아 주시니 다시는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 처음 것들이 다 지나갔음이러라”(21:3-4).

새 예루살렘은 지배와 차별로부터 자유로운 형제자매적인 다문화적 공동체이다:

“또 그가 수정 같이 맑은 생명수의 강을 내게 보이니 하나님과 및 어린 양의 보좌로부터 나와서 길 가운데로 흐르더라. 강 좌우에 생명나무가 있어 열두 가지 열매를 맺되 달마다 그 열매를 맺고 그 나무 잎사귀들은 만국을 치료하기 위하여 있더라. 다시 저주가 없으며 하나님과 그 어린 양의 보좌가 그 가운데에 있으리니 그의 종들이 그를 섬기며, 그의 얼굴을 볼 터이요 그의 이름도 그들의 이마에 있으리라. 다시 밤이 없겠고 등불과 햇빛이 쓸 데 없으니 이는 주 하나님이 그들에게 비치심이라 그들이 세세토록 왕 노릇 하리로다.”(계 22:1-5).

김재준이 작사한 찬송의 1절에서 “어둔 밤 마음에 잠겨 역사에 어둠 짙었을 때에”는 한국의 고난의 역사를 가리킨다. “계명성”(참조, 사 14:12)은 하늘의 보좌에 메시아로 앉아 있는 예수를 상징하는 “광명한 새벽 별”(계 22:16)을 가리킨다. 또한 예수는 새 예루살렘을 환히 비추는 등불이다: “그 성은 해나 달의 비침이 쓸 데 없으니 이는 하나님의 영광이 비치고 어린 양이 그 등불이 되심이라” (계 21:25). 이것은 로마의 폭력의 희생자인 예수가 계명성, 즉 새벽별 혹은 등불이므로 약자와 희생자들이 더 이상 어둠속에 방치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계명성 동쪽에 밝아 이 나라 여명이 왔다”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동양에 위치한 우리나라에 전파됨으로써 고난의 역사로부터 우리 민족을 구원하고 해방하는 희망의 빛이 비추어졌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한국선교는 미국 선교사들이 조선에 입국함으로써 시작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입국하기 전에 이미 조선 청년들이 중국에 가서 스코틀랜드 선교사들로부터 세례를 받고, 우리말 성서 번역에 참여하였으며, 그들이 귀국하여 자주적으로 복음을 우리나라에 복전파하고 교회를 세움으로써 시작되었다. 1884년 의료선교사 알렌(H. N. Allen)이 조선에 입국했고, 1885년 4월 5일 미국 북감리교회의 아펜젤러 부부와 미국 북장로교회의 언더우드가 선교사로 제물포항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1885년 미국 선교사들이 내한하기 전에 이미 평안도 의주 출신인 백홍준, 이응찬, 이성하, 김진기가 1876년 국경지역의 고려문에서 스코틀랜드의 장로교 선교사 로스(John Ross, 1842-1915)와 매킨타이어로부터(John McIntyre, 1837-1905) 전도를 받고 중국어 성경을 읽고 신자 되기를 결심하여 1879년에 만주 영구(營口)의 우장장로교회에서 개별적으로 서로 다른 날짜에 세례를 받았으며, 서상륜을 비롯한 한국 청년들이 로스의 우리말 성서 번역에 참여했으며, 그들이 한글로 번역된 복음서를 가지고 귀국하여 복음을 전파하고 의주와 송천에 교회를 세웠다. 미국 선교사들이 조선에 왔을 때, 황해도 송천에서 58 세대의 주민들 중에 50세대의 주민들이 이미 예수를 믿는 기독교인이었으며, 언더우드가 1985년 7월 초에 서울에서 세문안교회를 창립하고 첫 예배를 드린 14명 중에 13명은 역시 이미 예수를 믿고 있는 신자들이었다.(2)

“고요한 아침의 나라”는 물론 조선이라는 이름 그대로 우리나라를 가리킨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 빛 속에 새롭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복음을 통해 생명의 빛을 받아서 억압과 압제와 차별의 사슬을 끊는 개혁과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 예루살렘은 하나님의 영광의 빛이 비추고, 로마의 폭력의 희생자인 예수가 등불이 됨으로써 약자들과 희생자들이 어둠 속에 보이지 않게 방치되지 않는 곳이다. “이 빛 삶속에 얽혀 이 땅에 생명 탑 놓아 간다”는 것은 복음을 통한 생명의 빛으로 “이 땅” 즉  우리나라가 세워진 한반도와 세계를 새 예루살렘으로 변화시켜야 할 선교적 사명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국제신학컨퍼런스에 참가한 이병학 교수

2절에서 “옥토에 뿌리는 깊어 하늘로 줄기 가지 솟을 때”는 새 예루살렘의 중앙에 흐르는 생명수의 강 양편에 가로수처럼 줄지어 서 있는 생명나무를 가리킨다. 새 예루살렘은 아름다운 에덴동산 같은 전원도시로 설계되어 있고 공해와 환경오염과 물 부족이 없고 누구나 신선한 공기와 생명수를 마음껏 마시면서 살 수 있다. 이 생명나무는 좋은 땅에 뿌리를 박고 수분을 섭취하기 때문에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가지 잎 억만을 헤어 그 열매 만민이 산다”는 것은 새 예루살렘에 사는 만민은 생명나무가 일 년 내내 매달 다른 열매를 맺기 때문에 누구나 굶주림이 없이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오늘날 세계도처에서 수많은 가난한 사람들과 어린이들이 오염된 물을 마시고 병에 걸리고 식량부족으로 인해 굶주리고 영양결핍으로 죽어가고 있는 현실을 새 예루살렘의 현실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 일꾼을 부른다”는 것은 바로 우리 한국 교회가 한반도와 세계를 새 예루살렘으로 변화시키는 일에 헌신할 일꾼의 소명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교회는 생명의 복음으로 분단된 한반도를 변화시키고 통일을 이룩할 일꾼으로서 그리고 복음을 온 세계에 전하는 선교적인 사명을 감당할 일꾼으로서 소명을 받았다. 새 예루살렘은 인간에 의한 인간의 지배로부터 자유로운 형제자매적인 평등공동체이며, 만민이 함께 사는 다문화적 공동체이다. 그러므로 한국 그리스도인들은 전쟁 체제의 소멸과 분단된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과 세계평화를 위해서, 그리고 성차별과 인종차별 극복과 경제정의를 위해서 일해야만하며, 국적과 인종과 언어를 넘어서  세계선교에 헌신해야 하며, 그리고 대지의 버림받은 약자들과 연대해야만 한다.

“하늘 씨앗이 되어 역사의 생명을 이어 가리”는 그리스도인들 개개인이 불의와 탐욕의 우상숭배가 지배하는 이 세계를 새 예루살렘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 이 땅 위 심어지는 한 알의 씨앗이 되어야 할 거룩한 소명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요한계시록에서 역사는 하나뿐이다. 역사는 동전처럼 하나이지만 땅과 하늘이라는 두 차원을 가지고 있다. 땅은 역사의 가시적 그리고 경험적 차원을 상징하고, 하늘은 역사의 불가시적 그리고 초월적 차원을 상징한다. 요한계시록에서 종말은 하나뿐인 역사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 안에 있는 모든 불의를 소멸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요한계시록에서 종말은 세계의 멸망이나 역사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불의로 가득한 이 폭력의 역사의 종말을 의미한다. 우리가 경험하는 이 폭력의 역사는 지금처럼 이대로 계속되지 않을 것이다. 하나님이 언젠가는 이 폭력의 역사와 고난의 역사를 끝내시고 새로운 세계, 즉 새 예루살렘을 시작하실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역사의 완성을 바라보면서 정의, 평화, 평등, 자유, 사랑, 그리고 생명이 지배하는 새 예루살렘을 이 땅 위에서 선취하는 삶을 살아야만 한다. 그것이 바로 “하늘 씨앗이 되어 역사의 생명을 이어 가는” 그리스도인의 새로운 스타일의 삶이다.

3절에서 “맑은 샘 줄기 용솟아 거치른 땅을 흘러 적실 때”는 하나님과 어린 양의 보좌로부터 흘러 나와서 힘차게 흐르는 수정 같이 맑은 생명수의 강(계 22:1)을 가리킨다. 이러한 맑은 생수수의 근원, 즉 “맑은 샘”의 근원은 하나님과 로마의 폭력의 희생자이신 어린 양 예수 그리스도이다. 새 예루살렘의 시민들은 이러한 맑은 생명수를 마시고 산다. 이것은 오늘날 세계 도처에서 인간의 탐욕과 환경파괴로 인한 오염된 물과 물 부족 현상에 대한 생태학적 비판으로 이해될 수 있다.

“기름진 푸른 벌판이 눈앞에 활짝 트인다”는 이 생명수의 강이 사람들의 갈증을 해소하는 식수로 사용될 뿐만 아니라, 생명의 강 양편에 무성하게 서 있는 생명나무가 꽃피우고 달마다 다른 열매를 많이 맺 것처럼 통일된 한반도의 풍요로운 삶을 의미한다. 생명나무는 단수로 한 구루의 나무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복수로 가로수처럼 서 있는 많은 나무를 뜻한다. 새 예루살렘에는 착취와 독점무역이 없으며 모두가 식량걱정 없이 생명나무 과실을 충분히 먹으면서 살 수 있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 새 하늘 새 땅아”는 바로 한국교회가 우리나라와 전 세계를 새 하늘 새 땅, 즉 새 예루살렘으로 변화되도록 일해야 할 선교적 사명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새 하늘 새 땅”은 요한계시록 21:1에서 따온 것이다(참조, 벧후 3:13; 사 65:17; 사 66:22).

“길이 꺼지지 않는 인류의 횃불 되어 타거라”는 한국교회가 통일운동에 앞장서고, 우리 민족뿐만 아니라 세계의 인류의 구원과 인간화를 위한 세계선교의 사명을 감당하는 횃불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고한 약자들을 희생시키는 바빌론의 세력에 저항하고 약자와 연대하면서 정의, 평화, 평등, 그리고 생명이 지배하는 새 예루살렘을 선취하기 위해서 사는 것이 성서적이고, 윤리적이고, 인간적인 삶이다.

김재준이 작사한 “어둔 밤 마음에 잠겨”는 가장 성서적이고 신앙 고백적인 찬송이다. 이제 한국 그리스도인들은 김재준이 작사한 찬송 “어둔 밤 마음에 잠겨”를 예배에서 함께 부름으로써 그리스도인의 소명을 재확인하고 죽음의 세력이 지배하는 한반도와 세계의 현실을 새 예루살렘의 대항현실로 변화시키는 일에 헌신하도록 부르신 하나님께 순종할 것을 결단해야만 한다. 나는 모든 한국 그리스도인들이 교파를 초월해서 교회의 예배에서 이 찬송을 부를 수 있기를 소망한다.

이병학 은퇴교수(한신대 신학과 신약학)  henochlee@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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