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님께서 아모스를 통해 전하시는 말씀은 성전을 찾는 자가 살아 남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찾는 자가 살아 남으리라고 하셨다. ⓒGetty Image

아모스 당시의 시대는 다른 시대와 특별히 다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시대를 사는 아모스는 그 시대의 불의를 누구보다 더 뚜렷하게 인식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그가 특별한 사람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는 목자였고 뽕나무를 재배하는 농부였습니다(7,14). 변방의 그를 하나님이 데려다가 예언자로 삼으셨습니다. 그것도 그는 남쪽 유다 사람이었는데, 북쪽 이스라엘에 가서 예언하게 하셨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그는 하나님께 사로잡혀 왔다고 밖에는 달리 말할 도리가 없습니다. 농민의 눈으로 북이스라엘 도시를 보아서일까요? 그의 눈에는 북이스라엘의 불의가 한 눈에 들어왔습니다. 공의가 쓰디쓴 소태처럼 되고, 정의는 땅바닥에 떨어졌습니다.

이러한 시대를 더욱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지혜자들의 침묵입니다. 지혜자들과 농부 아모스의 대비가 좀 기괴하지 않습니까? 저들에게 아모스는 시골뜨기요 무지렁뱅이일 것입니다. 그가 예언자로 그 시대를 향해 절규를 쏟아내는 것을 보면 저들은 찔끔했을까요? 반성했을까요? 침묵을 깨고 외쳤을까요?

그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시대가 악한 것은 맞지만 그들의 침묵이 시대를 더욱 암울하게 만들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아모스를 불러들이신 것도 바로 이들의 침묵 때문이었을 것 같습니다. 좋은 시절 같으면 그들은 성문에 앉아서 사람들을 가르치기도 하고 훈계도 하고 책망도 하며 명망도 쌓고 존경도 받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대가 악해지자 그들의 바른 소리는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고 그들은 입을 다물게 됩니다. 하지만 정작 그들의 소리가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런 때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침묵으로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지식인들의 나약함을 엿보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지식인이란 악한 때를 방지하고 악한 때에 바른 소리 하도록 준비된 사람이어야 할 것입니다. 지식인들이 그들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저버렸습니다.

그 시대는 힘없는 자를 짓밟고 의인을 학대하고 가난한 자를 억울하게 하는 일들이 빈번했습니다. 모두 법을 내세우는 권력형 불의입니다. 이것들은 당시 한 시대의 모습만이 아니라 양상을 달리하며 계속되는 악의 형태들입니다. 여기저기서 새어나오는 시대의 비명 소리들을 들을 수 있는지요? 힘으로 아무리 눌러도 그 소리를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 소리가 하늘에까지 올라갑니다. 하나님을 움직입니다. 하나님을 움직이는 땅의 소리입니다.

아모스의 비판에는 당대의 대표적인 성소들이 등장합니다. 그곳으로 몰려가는 사람들을 그는 봅니다. 그들은 누구입니까?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저 힘없는 사람들입니까? 그랬다면 아모스는 그곳으로 가지 말라고 경고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들이야말로 하나님에게서만 살 길을 찾는 자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악과 불의를 행하는 자들이 성소를 찾습니다. 그들의 예배는 자신들의 불의를 덮고 자신들에게 닥칠지도 모르는 불행을 막기 위한 종교적 장치입니다. 하나님을 불의의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그들의 행태에 역겨움을 느끼지 않습니까? 그들이 찾는 하나님이 정말 하나님 맞나 하고 묻게 됩니다. 하나님이 살아계신다면 저들의 행태가 저렇게 계속되도록 놔둬서는 안될 것이라고 탄식하게 됩니다. 하나님도 똑같이 느끼셨을 것입니다.

아모스의 외침은 그러한 소리들을 들으신 하나님의 응답입니다. 그 성소들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 선언됩니다. 화려하고 거대한 성소, 수많은 제물들의 연기와 향내가 올라가는 곳, 권력자들의 출입이 끊이지 않는 곳, 힘없는 자들을 밀어내는 곳, 그들에게 고통과 절망을 안기는 자들에게 축복을 빌어주는 곳, 그곳을 하나님은 꺼지지 않는 불로 태워버리실 것입니다. 그의 성소조차 악의 한 축이 되어버린 악한 시대에 하나님은 그 성소를 아낌없이 버릴 것입니다. 하나님이 이 시대에 원하시는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나를 찾으라! 그러면 살 것이다. 이 한 마디에 있습니다. 성소를 찾지 말고 나를 찾으라! 그런데 어떻게 하나님을 찾습니까? 주여, 주여 하고 외치면 되겠습니까? 외딴 곳으로 나아가 밤낮으로 기도하고 찬송하면 되겠습니까? 

아모스는 그런 길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그의 입을 빌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살려면, 선을 구하고, 악을 구하지 말아라. 그러면 너희가 말하는 대로 “하나님이 참으로 너희와 함께 계실 것이다. 악을 미워하고, 선을 사랑하여라.”

이것이 하나님을 찾는 길입니다. 악으로부터 돌이켜 선을 사랑하고 선을 행하는 것, 이것 없이 하나님은 결코 우리와 함께 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공의를 쓰디 쓴 것으로 만들고 정의를 땅바닥에 내팽개친 자들에게 하는 소리입니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대로 삶을 바꾸는 것이 하나님을 찾고 하나님을 만나는 길입니다.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시는 길입니다. 그것이 사는 길입니다.

참으로 단순해 보입니다. 그러나 악의 달콤함과 악의 넉넉함을 맛본 이들에게 악을 구하지 않고 악을 미워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 대신 성소를 부지런히 찾습니다. 악의 후원자가 된 성소입니다. 이러한 성소와 성소를 찾는 자들에게 하나님은 심판을 약속하십니다.

오늘의 성소는 선한 자들의 성소이면 좋겠습니다, 낮은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살 길을 마련해주는 성소이면 좋겠습니다. 공의가 향내를 풍기고 정의가 우뚝 서게 하는 성소이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것이 가능할 수 있겠습니까?

이것들이 위의 것이라면 땅에 있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땅에 사는 사람으로서 땅에 있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 말도 안 되는 것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땅에 있는 것들은 선을 멀리하고 악을 따르게 만들고 악을 행하게 만드는 것들로 언급됩니다. 땅에 있는 것, 그것은 우리를 악으로 이끄는 부정적인 욕망들입니다.

음행과 더러움과 정욕과 악한 욕망과 탐욕 등이며 탐욕은 우상숭배로 강조됩니다. 이것들을 가리켜 땅에 있는 ‘지체들’이라고 합니다. 지체란 말을 이렇게 사용하는 것은 여기가 유일할 것입니다. 팔 다리를 잘라내는 것처럼 그만큼 떼어내기가 어렵다는 말일 것입니다. 그래서 죽이라고까지 말합니다.

이것들을 좇을 때 우리는 아모스의 심판 선언을 듣는 사람들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를 스스로 무엇이라 합니까?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피조물이 되었다고 고백하는 사람들입니다. 새 피조물이란 자기를 창조하신 이의 형상을 따라 새로워져 지식/앎에 이른 사람입니다. 무슨 앎입니까? 위의 것과 땅에 있는 것을 분별하고 바른 선택을 하는 앎입니다.

우리를 땅에 묶어두고 욕망의 노예로 만들려고 하는 모든 세력으로부터 그 앎으로 자유롭게 되기를 빕니다. 우리를 살리신 그리스도를 향해 위의 것을 선택할 줄 아는 우리가 되기를 빕니다. 우리의 생명은 그리스도와 함께 하나님 안에 감춰져 있습니다. 공의와 정의의 선한 일을 함으로써 그 생명이 드러나고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심을 알게 되기를 빕니다. 하나님의 나라가 우리의 것이 되고 우리 가운데 이루어질 것입니다.

김상기 목사(백합교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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