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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바람 되어 분다김동환 한예연 사무국장을 만나다
정리연 | 승인 2022.04.03 15:09
▲ 김동환 한예연 사무국장은 한예연에서 어떤 빛을 보았을까. ⓒ정리연

2020년 10월 30일, 나는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앞에 있었다. 체코의 종교개혁자 얀 후스의 종교개혁 605주년, 독일의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503주년을 맞는 해였다. 류태선, 백경천(서면으로만 참여), 오현선, 홍인식 목사님이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측의 개혁을 촉구하며 총회 앞에서 종교개혁 선언문을 낭독했다.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그날을 준비한 목사님들은 비장했다.

하지만, 애처로운 그 모습을 지켜보던 솔직한 심정은 응원하다가도 괜히 힘 빼는 일 아닌가, 라는 회의감이 들었었다. 평소에 존경하던 목사님들을 찬바람 부는 벌판에 서게 한 세력들이 너무 미웠고 교회에 실망감이 더 컸기 때문이었을 거다. 이들의 목소리가 큰 울림이 되어 한국교회가 한순간에 바뀌지는 않을 거라고 예상은 했었지만, 교회와 목회자들은 계속해서 더욱 심각한 상황들을 만들어냈다.

썩은 나무로는 조각할 수 없고

2021년 11월 2일, 나는 동자동 쪽방촌 ‘사랑방 식도락’에 있었다. 오현선, 류태선, 홍인식 목사 등 한국예수교회연대 창립 준비 위원들은 ‘한국예수교회연대’(이하, 한예연) 창립 취지문을 발표했다. 더 이상 썩은 나무 같은 교단에 남아 있지 말자면서 “교회의 앞날을 가슴 아프게 바라보면서 새로운 교회의 변혁적 순례”를 시작했다.

2020년 10월에 네 명의 외침으로 시작한 개혁의 나비 날갯짓이 바람을 일으킨 것이었다. 이들은 사람들 발길이 잦은 넓은광장이 아니라 소외되고 비좁은 방에서 마스크를 쓰고 ‘한예연’의 시작을 알렸다. 예수가 화려한 궁전이 아니라 외딴 마을에 있는 마구간에서 태어나 낡고 때 낀 말 밥그릇에 누이신 것과 비교해도 된다면, 한예연의 출범식이 그랬다.

한예연은 창립취지문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작금의 한국 교회는 세계와 사회개혁을 이끌기는커녕 오히려 개혁대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양적 성장을 추구하고 교회 권력을 사유화하려는 세력과 그것을 저지하려는 저항세력과의 지루 한 싸움은 모두를 지치게 했습니다. 그 사이 교회가 담당해야 할 본질적인 선교의 사명과 책임은 간과되고, 비정규직 노동자, 소상공인, 하루 노동자, 실직자들의 고통도 잊혀졌습니다. 근본주의 신학과 문자주의 성서해석에 머물러 있는 교회 성장주의자들은 배타적이며 선택적 사랑을 교회의 사랑으로 왜곡하고, 나아가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교권을 가진 자들은 신학자들의 신학사상과 학문의 자유를 통제하고, 목회자와 목사 후보생들의 사상을 검열, 통제하는 등 신앙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교회는 젠더 불균형, 위계에 의한 서열화를 교회문화로 정착시켰고, 급기야 한국 사회에서 가장 비민주적 집단의 하나로 전락했습니다. 한국교회는 예수님의 복음을 교리로 대치하고, 예수의 십자가 죽음을 대속적 기능으로만 축소하여 삶의 현장에서 역동적으로 작동하는 예수의 삶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예수의 삶을 외면하고 있다.’는 말이 목구멍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유독 아프다. 예수의 삶을 따르겠다고 맹세까지 한 사람들이 외면했다니. 이 모습은 교회만의 모습일까. 교회를 이루고 있는 우리 자신, 나 자신의 모습은 아닐까. 그래서 교회도 그렇게 된 것은 아닐까.

아무도 관심 두지 않는 쪽방촌, 벽에는 빨간 고무 대야와 바구니가 매달려 있고 구석에는 아무렇게나 쌓여 있는 상자들, 손 가는 대로 던져둔 정리되지 않은 잡동사니들 사이에서도 참여한 회원들의 눈과 손은 한곳으로 모여 환한 촛불을 켰다. 그들은 진지했고 기뻐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나는 의심 많은 사람이었다. 내색하지는 못했지만, 마음에 어떤 확신이나 안정감이 들지 않았다. 한예연이 미덥지 못해서가 아니라, 이제는 교회를 사랑하지 않는, 내 믿음의 문제였다.

나비 날갯짓이 큰바람으로 그리고

2022년 3월 30일, 나는 합정의 한 커피숍을 찾았다. 한예연의 사무국장으로 취임한 김동환 목사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쪽방촌 출범식 이후로도 한예연의 소식을 계속 접하긴 했지만, 마음이 확 끌리지는 않았다. 아주 오래전 어설프게 신학을 공부하고 사역도 했었지만, 사명감은 없었고,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교회 생활하면서 즐거운 시절도 있었지만, 상처도 많았다. 코로나가 발병하기 전부터 교회는 이미 떠나고 싶은 곳이 되었고 이사와 더불어 코로나 국면으로 자연스럽게 교회와 이별하게 되었다.

솔직히 처음엔 죄책감이 있었는데 점점 자유를 느꼈다. 게다가 내세의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났다. 그렇다고 되는대로 사는 건 아니고 오히려 다양한 종교와 방법으로 더 나은 삶과 인간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진정한 해방이었다! 이렇게 교회 없어도 잘 살아갈 수 있는데, 왜 굳이 또, 교회를, 교단을 만들려는 건지 궁금했다.

▲ 한예연이 쪽방촌에서 창립취지문을 발표하고 있다. ⓒ한예연 제공

예전에 잠깐 몇 번 만났기 때문일까. 편하게 얘기 나눌 수 있었다(아무 말이나 막 물어봐도 째려보지 않았다). 목사님, 어쩌다가 사무국장까지 하게 되셨어요? 무슨 일 하는 거예요? 아, 그전에 간단하게 본인 소개를 좀.

대학교 들어간 후에 교회 생활을 시작했어요. 그전에는 특정 종교를 갖고 있지는 않았고, 다양한 종교에 관심은 있었죠. 대학교에 들어갔는데, 기독교 동아리 친구들이 모여서 활동하는 게 재밌어 보이고 좋더라고요. 그래서 함께 활동하면서 교회를 다녔어요.

대학을 졸업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결국 교사의 길을 가지 않고 장신대 신대원을 갔죠. 거기에서 공부를 마치고 목사 안수를 받았어요. 그 후에는 보통의 통합교단 목사님들 하듯이 청소년, 청년 사역하면서 살았어요. 그러다가 교회 조직 문화에 큰 실망을 했어요. 결국, 버티기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뛰쳐나왔고 지금은 ‘길섶교회’라는 작은 공동체를 하고 있는데, 벌써 4년 정도 되었네요.

한예연 사무국장을 하게 된 거요? 그건 그냥 제가 다른 분들보다 자유롭게 시간을 조절할 수 있어서요. 하루 정도 아르바이트할 수는 있다, 그런 거. 무슨 일을 해야 할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더 두고 봐야 할 거 같고, 일단은 영상 작업 같은 거는 하고 있고요. 일이 많으면요? 그럼 못할 거 같은데요(웃음).

교사의 길을 포기하고 목사가 되었다고요! 교사 자격증이 아깝지 않았냐고 물어보니,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라는 아주 솔직한 답이 돌아왔다. 하하하!! 그럼, 어떻게 한예연에 발을 넣게 되셨는지?

처음에는 그냥 ‘내 교회만 잘하자’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기존 교단에 들어가 보려고 했었는데 저랑 맞지 않더라고요. 임대는 1억 얼마 이상 되어야 하고요. 공간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해보고 싶은데 뭔가가 안 맞는 거예요. 작은 교단들도 문제가 많다는 소문도 있고. 그러다 보니 ‘도움을 얻기보다는 나한테 방해만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쨌든 제 마음대로 하고 싶기도 했고요.

그러다가 신림동에 계시는 통합교단 목사님 한 분이 코로나 때문에 오후에 공간을 안 쓰니까 제가 사용해도 된다고 하셨어요. 거기에서 생각이 통하는 통합 측 목사님 몇 명을 알게 되었고 홍인식 목사님을 소개받게 되었죠. 처음엔 홍 목사님을 잘 알지는 못했어요. 그래도 실천적인 목소리를 내시는 분이니까 뭔지는 잘 모르지만 모임에 참여해보자고 해서 하게 되었어요. 홍인식, 오현선 목사님이 계속 목소리를 내고 뭔가를 해오셨잖아요. 그분들이 가르치고 설교하고 말한 것에 맞는 뭔가를 계속하려는 분들이니까 신뢰감이 생기더라고요. 그리고 좀 안전하게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인 것 같고 뜻을 같이하는 게 느껴져서 동의가 됐어요.

교회, 없어도 되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필요한

그러면 특히, 요즘에 저처럼 교회를 떠난 자들을 다시 교회로 오게 하려는 한예연의 제스처는 뭔가요? 그게 한예연이 하고자 하는 운동인가요?

잘 모르겠는데요.

(순간, 당황했다) 네? 한예연에 목사님들을 포함해서 다른 교회를 꿈꾸는 분들이 많이 모였는데, 적극적인 해결책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떤 방식으로 어떤 말을 건넬 건지, 그런 거 없어요? 그리고 교회가 없으면 안 되는 거예요?

없어요. 알아서 해야지 뭘 어떻게 해요(웃음). 교회가 없어도 되겠죠. 하지만 원하는 사람들이 있을 때는 교회가 있어야 하죠. 연대가 어떤 답을 주기보다는 그냥 기존의 것과는 다른, 새로운 것을 바라는 사람들이 모여서 뭔가를 하는 거를 그냥 응원하면 좋을 것 같아요.

만약에 어떤 사람은 아예 목사가 없이 모임을 하고 싶을 수도 있죠. 또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은 목사들과 성도가 있을 수도 있고요. 그렇다면 같이 서로 소통하면서 하면 되죠. 다양한 성질을 재구성하는 교회들이 생겨나고 있으면 이런 연대를 통해서 알아보거나 소개도 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럼 한예연이 궁극적으로 하려고 하는 건 뭐예요?

▲ 김동환 사무국장이 한예연을 통해 느끼는 안정감.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교회에서 누려야 할 것은 아닐까. ⓒ정리연

일단은 목사 입장에서는 기존 교단을 떨치고 나왔을 때 그걸 도와줄 수 있는 행정적 장치가 필요한데, 장기적으로는 그걸 준비하고 있고요. 우선은 네트워크 기능이 좀 필요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목회자나 혹은 어떤 이유로 교회를 떠난 분들과 문제의식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대화를 통해서 배울 것들이 좀 있을 수 있죠. 또 이런 고민을 하는 성도들이 교회를 찾아보기는 하는데 찾기가 어려울 것 같거든요. 이럴 때 한예연이 하나의 네트워크로서 기능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여기 모인 목사님들도 어떤 좋은 마인드로 다 모였지만 제 생각에는 다 다를 것 같아요. 그걸 풀어나가야 하죠. 그래서 한예연이 획일적인 하나의 대답을 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저희가 10가지 지향점을 정했는데 회사로 따지면 핵심 가치 정도만 말하는 거예요. 어떤 추상적인 가치만을 지향점을 두는 건 이 모임이 화석화되지 않기 위해서는 제일 중요할 것 같고,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계속 수정되어야 한다고 봐요.

말이 나왔으니, 한예연이 지향하는 교회의 10가지 모습을 소개해 주시죠!

1. 변혁적 순례 영성을 지향하는 교회
2.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의 가치를 존중하는 교회 
3. 사회에서 고난받는 사람과 연대하는 가난한 교회 
4. 자본주의적 욕망과 개발·성장에 저항하는 교회 
5. 개방성과 포괄성을 기초로 이웃 종교와 대화하는 교회 
6. 민주적 조직 구조와 평화적 의사 결정을 따르는 교회 
7. 가부장적 권위 문화를 타파하고 평등한 관계 문화를 기초로 삼는 교회 
8. 성소수자를 포함하여 난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과 더불어 존재하는 교회 
9. 동아시아와 남북 평화와 통일을 위해 일하는 교회 
10. 기후 위기에 응답하는 교회(녹색교회)

우와! 이거 만드느라 회의 많이 하셨겠네요. 여기에서 하나라도 제대로 하는 교회가 많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땐 이름이 없었지만, 한예연이 첫발을 디딘 후로 2년이 지나고 3년째라고 할 수 있는데 얼마나 진행되었나요? 회원은 많이 늘었어요? 어떤 마음으로 가입했대요?

확인을 안 해봐서 정확한 숫자는 잘 모르겠는데, 4~50명 되는 거 같고 20대부터 60대로 이루어져 있어요. 코로나도 그렇고 전국에 흩어져 있다 보니까 대면보다는 비대면으로 모임을 하고 있고요. 목사도 있고 평신도도 있어요. 저도 아직 소통을 안 해봐서 도대체 어떤 마음으로 가입했는지 잘 모르겠어요. 여러 세대가 함께 모여서 어떤 지향점을 같이 이루어가려고 하는 건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이런 커뮤니티를 활용하는 거는 참석한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좀 적극적으로 표현을 해줘야 알죠. 모임을 하다가 고민과 새로운 상상력을 가져오면 조금 더 실현이 가능하도록 같이 노력하는 거죠. 어떤 일들을 하게 될지 무궁무진하게 열려있어요.

4월 18일 공간 새길에서 ‘한국예수교회연대 창립식’을 하기로 예정되어 있어요. 얼마나 모일지, 어떤 방식으로 할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다음 회의 때 논의할 거 같아요.

제가 참여하기 전에는 기존 교회의 문제점을 가지고 어떤 지향점을 선택하고 어떻게 할지를 고민하는 단계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중간에 와서 그건 잘 몰라요. 참여한 후부터는 창립을 위한 최소한의 행정적인 준비와 지속 가능한 단체가 되려면 재정이 얼마나 필요하고 어느 정도 노동이 필요한가, 이런 회의를 하고 있어요.

그리고 일단 유튜브를 시작했어요. 말했듯이 회원들이 전국과 해외에 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온라인에서 커뮤니티를 해야 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창립해도 아마 오프라인으로는 많이 못 오실 테니, 이분들과 소통할 방법을 짜야 할 것 같아요.

길, 걷다가 잃을 수도 다시 찾을 수도

가끔은 너무 솔직해서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교회를 향한 진지한 고민과 사랑을 엿볼 수 있었다. 이런 마음, 예수의 정신을 따르고 기억하고 개신교 전통 속에서 지켜 온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들이 모여서 ‘한국예수교회연대’가 되었다.

출발부터 지금까지 옆에 서 있었으면서도 선뜻 마음을 내어주지 못했던 이유를 생각해봤다. 기존 교회에 실망이 커서 다른 시도조차 하지 못한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한예연 사무국장과 대화하면서 그게 아님을 깨달았다. 뭔가를 말하고 찾으려는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나는 저들과 다르다’라는 선을 그어놓고 있었던 거 같다.

잠시 이러다가 끝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 발을 담그기엔 좀 껄끄러워서 한발만 살짝 걸쳐 놓고 있었다. 비겁하고 교만해서 도망치기만 했지, 개혁해보려는 의지가 없었던 거다. 아직은 어디까지, 뭘,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 구체적인 형태는 보이지 않을지라도 “기존 교회와는 다르다”라는 확신 하나만으로도 한예연을 기대하기 충분해 보인다. 혹시라도 하다가 망하면 또 어때, 다시 시작하면 되지. 우리에게는 서로가 있고 언제나 모든 게 열려있으므로.

‘한국예수교회연대’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참조하세요!
더 자세한 소개와 참여 방법이 나와 있어요.
홈페이지: https://kycs.imweb.me/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에서 ‘한국예수교회연대’ 검색

정리연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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