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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의 혐오 정치를 쓸모없게 만드는 방법박경석 대표와의 100분 토론 불발에 부쳐
임미리 | 승인 2022.04.05 01:17
▲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뉴스 갈무리

오는 7일로 예정됐던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장애인 이동권’ 토론이 무산됐다. 아쉽게 됐지만 가능성만으로도 전율이 이는 사건이었다.

‘토론’은 혐오나 시혜의 대상으로만 여겨진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대척하는 전선에서 당당히 전선의 한편을 차지하는 ‘적’으로 부상했다는 것을 말해주는 일이다. 이준석 대표가 장애인들을 적으로 간주하고 스스로를 비장애인들의 대표로 자처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장애인들이 동정과 시혜를 거부하고 인간의 존엄한 권리로서 이동권을 주장해온지 오래다. 목숨 건 위험한 투쟁 끝에 적지 않은 결과를 얻어냈고 싸워 얻어낸 것을 비장애인들이 함께 누리게 된 것도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구체적으로 나와 이태 전 세상을 떠난 엄마는 2014년 전개된  서울지역 장애인단체들의 지하철역 엘리베이터 설치 촉구투쟁의 수혜자다. 그 일이 있었기에 2017년 보문역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될 수 있었고 휠체어 탄 엄마와 나는 중랑천 장미축제를 구경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한 투쟁과 목숨 걸고 얻어낸 성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들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비가시적 존재로 남아 있었다. 이준석 대표가 표현했듯 가끔씩 ‘떼쓰기’를 할 때만 존재가 드러났다. 그랬던 것이 이준석 대표가 장애인을 비장애인의 적으로 규정함에 따라 비로소 세상의 한 켠에서 비장애인과 함께 숨 쉬는 존재로 가시화 될 수 있은 것이다.

이번 논란에서 이준석 대표를 정치적 미숙아로 판단한 사람들이 있다. 정치의 역할 중 하나가 이해의 조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오히려 태생적으로 정치적인 인물로 보인다. 정치의 본질이 적과 동지의 구분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얼마 전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이제 민주주의, 통일, 기득권 타파 등 거대담론의 시대가 아니라 생활정치의 시대가 되었다.”는 변을 남겼다.

과거 N86세대로 대표된 정치가 민주 대 반민주 전선에서 거대악과 선한 우리의 싸움이었다면 생활정치 시대의 적은 하나가 아니라 수 십 수 백 개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이 대표가 보여주었다). 이준석 대표가 태생적으로 타고난 정치적 자질은 바로 삶의 요소요소에 존재하는 크고 작은 갈등을 목숨 건 투쟁의 전선으로 만들어 적과 나를 구분해내는 재능이다.

감당해야 할 사소한 불편을 “비문명적 불법시위”라는 무시무시한 말로 포장하면서 장애인을 적으로 만든 이준석 대표의 정치는 대선에서도 여성을 대상으로 표출된 바 있다. 하지만 그 때문에 대선에서 여성표가 대거 민주당으로 이동했듯이 이번에도 장애인들이 오히려 정치의 최전선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결과로 나타났다.

끊임없이 적을 만들어내는 이준석 대표의 정치는 그가 적으로 규정한 존재-주로 소수자-가 우리 사회에 선명하게 가시화 되는 ‘선기능’을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대표에게 박수를 보낸다. 다만 그가 적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사회를 지옥으로 몰아넣는 일에는 대비가 필요하다.

가장 좋은 대비는 이준석 같은 이를 소수자로 만드는 것이다. 이준석 대표가 소수자를 비소수자의 적으로 만들어 세상에 가시화시켰듯, 이준석 같은 자를 정상의 사고를 하는 다수가 포위해 소수자로 만듦으로써 사회의 지옥화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종적으로 박수를 받아야 할 이는 김예지 국회의원 같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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