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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대선에서 대한민국의 탐욕을 확인했다“대선을 통과하며 느꼈던 감정의 흐름들” 2022 NCCK신학위 <사건과 신학> 3월호 ⑴
신익상 (기후위기기독교신학포럼 운영위원장) | 승인 2022.04.06 16:02
▲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 앞에 방문객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 있다. ⓒ연합뉴스

제목 그대로다. 더는 진보니, 보수니, 수구니 잴 이유도 없다. 하긴, 대한민국에 진보나 보수란 게 정말 있기는 했는가. 대한민국의 진짜 모습은 정치적 이념을 통해 확인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진짜 모습은 교육 ‘시장’에서 그 단면을 확인할 수 있다. 중앙대학교 김누리 교수도 지적하듯이, 대한민국은 예전엔 산업전사를 육성하기 위해서 교육했고, 지금은 인적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 교육한다. 이 얼마나 개발과 성장에 유익한 목표들인가. 대한민국은 온통 성장하는데 올인 하고 있다. 잘 먹고, 잘 살고 싶어 한다는 얘기다.

아니, 누군들 잘 먹고, 잘 살고 싶어 하지 않겠는가. 이게 비단 대한민국 사람들뿐이겠냐는 말이다. 물론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사람들에게는 잘 먹고, 잘 사는 게 무엇을 뜻하는지 비교적 단순 명확하게 드러나 있다. 돈이다. 그냥 돈이 아니라, 성장주의로 무장한 자본주의적 개발을 실현하는 돈 말이다. 이번 대선에서 유력했던 대선 주자들도 정도의 차가 있을 뿐 모두 기본적으로 성장주의자들이다. 이들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역대 정부 중에서 성장주의를 이념으로 국가를 운영하지 않았던 정권이 있었는가. 없었다.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정말 황당한 건, 성장주의를 거부하는 게 아니라, 성장을 기반으로 분배에 조금 더 신경 쓰자고 말하기만 해도 대한민국에서는 빨갱이 딱지가 붙기 쉽다는 사실이다. 사적 소유를 거부하려는 게 아니라, 성장의 와중에 발생하는 불의하고 불합리한 부의 불평등을 막자는 주장일 뿐인데 말이다. 이런 걸 보통 케인스주의, 또는 복지국가라고 부를 수 있을 텐데, 이 경우에도 정말 성취하고 싶어 안달인 것은 소비의 진작을 통한 생산의 증대, 그리고 이를 통한 경제 성장이라는 점에서 가히 정통적인 자본주의적 성장주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성장하고자 하는 욕망은 자본주의에 국한되지 않는다. 공산주의도 마찬가지다. 두 체제 모두 진보하고자 한다. 바로 성장을 통해서. 따라서 우리 시대를 주도하고 있는 어떤 정치체제도 성장주의 아닌 다른 것을 상상하지 않는다. 현대 인류 문명의 역사는 분명하게 보여준다. 대결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하는지 몰라도 이기는 건 성장주의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발견되는 성장주의는 전형적인 자본주의적 성장주의 일색이다. 그러니 빨갱이 운운하는 헛소리는 이제 집어치우고 얘기해보도록 하자.

이번 대선은 성장주의 간의 경쟁이었다. 이런 경쟁의 발단이 된 것도 부동산 문제 아니었는가. 더 정확하게는 부동산을 통해 한몫 챙기거나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소박하게(!)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욕망이 분노의 투표를 하게 했고, 유력한 두 대선주자는 이 분노를 자신들을 위한 동력으로 만들고자 노력했다. 결국 간발의 차로 판결이 났는데, 이 경우에도 결국 최종적으로 이긴 것은 대선주자도 대한민국의 유권자들도 아닌 성장주의 자체였다. 이제 사람들은 어떻게 새로운 정치판이 짜여서 자신들에게 돈을 안겨줄지를 기대한다. 경제 성장 얘기다.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서 사람들은 인류 문명이 자연의 작은 변화 앞에서도 얼마나 보잘것없을 수 있는지를 절감했다. 인류 문명은 결국 생태계의 일부로 생태계와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전개된다. 문명이 생태계에 영향을 끼치면 그 영향이 생태계에 반영되고, 그렇게 일어나는 생태계의 변화는 다시 또 문명에 영향을 끼친다. 그런데, 경제 성장은 문명이 생태계를 심대하게 변화시키는 중요한 통로다. 서구에서 기원하는 산업사회가 전 세계를 누비며 확산한 오늘날 이것은 더 진실이다.

산업사회는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성장했고, 지금도 그러하다. 그래서 주로 생태계에 영향을 끼치는 방식은 화석연료를 태우면서 온실기체를 잔뜩 뿜어내고, 석유화학 기반의 플라스틱과 시멘트를 지구 곳곳에 퍼뜨린다. 산업사회는 부의 축적을 위해 달려왔고, 지금도 그러하다. 그러기 위해 유일하게 선택하는 방법은 생산 효율성을 고도화하는 것이고, 이로 인해 능력주의가 만연하게 하며, 결국에는 지구촌 곳곳에서 부의 불평등이 일어나게 한다. 지구촌 전체로 볼 때는 버리고도 남을 정도로 생산된 상품이 넘쳐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렇다. 우리는 자본주의적 성장주의로 무장한 산업사회를 이룩하며 살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대한민국의 산업화 역사는 이런 면에서 정말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그런데, 이 자부심은 대한민국이 더 큰 성장을 무한하게 추구하도록 하는 동력이 되는 듯하다. 하지만 산업사회는 인간과 인간 사이에 불평등이 생겨나도록 조장하고, 생태계가 심각하게 변화할 온갖 것들을 내뿜어야만 뭔가 만들어낼 수 있는 사회다. 그 결과가 생태계에 끼친 대표적인 변화는 기후위기 아닌가. 기후변화가 지구 생태계에겐 새로운 평형상태를 찾아가는 것이겠지만, 인간을 비롯한 대부분의 생명체들에게는 생존을 위협하는 대규모의 위기다.

그러니, 이번 대선판에서 그 어떤 때보다 경제 성장을 향한 열망이 들끓었다는 사실이 말해주는 명백한 진실이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주는 교훈, 기후변화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들, 인간 문명이 세계를 지배하면 할수록 소멸해가는 온갖 생물종들에 관한 소식들, 지구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는 비정상적인 풍수해와 산불 사건들조차도 성장주의로 무장한 우리의 생존 본능을 무너뜨릴 수 없었다는 사실 말이다. 우리는 돈을 통해 삶을 실현하고, 부의 축적을 통해 생존한다. 이번 대선은 우리가 어떤 식으로 살아왔고, 앞으로 어떤 식으로 살아가길 바라는지를 보여줬다. 지구 생태계의 변화에 대한 문제는 개에게나 주어라, 우리는 무소의 뿔처럼 경제 성장을 향해 간다.

어떤 사람은 기술과학을 통해 기후위기를 비롯한 지구 생태계의 거대한 변화를 막아낼 수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다. 글쎄, 인간은 단 한 번도 문명의 성장을 통해서 부의 불평등을 해결한 적이 없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인간은 단 한 번도 기술과학의 발전을 통해 지구 단위의 변화를 막아낸 적이 없었다. 인류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기술은 지구 단위의 변화를 더 가속하는 것뿐이다.

어쨌든, 대한민국은 경제 성장을 강하게 밀어붙이길 좋아하는 세력에게 권력을 넘겨주었다. 그것도 대규모 건설 사업을 민간 주도로 추진하고 기업들의 자유로운 이익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규제를 풀어주는 식으로 경제 성장을 하겠다는 세력에게 말이다. 그 세력이 우리의 부를 더 키워주고, 살만하게 만들어 주리라고 기대하는가? 그렇다면 이렇게는 희망하지 말길 바란다. 우리는 경제 성장은 물론, 이러한 성장을 기반으로 기후위기도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누군가는 정말 이런 정책들로 인한 경제 성장의 혜택을 크게 볼 것이다. 하지만, 생태계의 심대한 변화가 가져올 인류 전체의 생존 위협에 그런 경제 성장이 낼 수 있는 해결책은 단 하나도 없다. 지금까지 해결책이 없었는데, 갑자기 거대하고 복잡한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명쾌한 방법을 낼 거라고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나의 실낱같은 희망이 있다면, 탐욕이 표면으로 불거져 확인되었기 때문에, 이 탐욕을 다루기가 조금은 쉬워졌다는 사실에 있다. 지금으로선 그뿐이다. 이게 대한민국의 탐욕을 확인하면서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말이다.

신익상 (기후위기기독교신학포럼 운영위원장)  kncc@knc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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