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복 선생의 경세사상이 담긴 글들은 1990년을 전후로 하여 발표되기 시작했다. 그 글들은 에큐메니칼 사회사상의 발전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1992년 WCC가 발간한 『기독교 신앙과 오늘의 세계경제』(1)는 김용복 선생과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그 문서는 1970년대 중반 이래 CCPD(발전을 위한 교회참여 위원회)를 중심으로 경제문제를 분석하고 논의한 성과를 정리한 것인데, 1988년 WCC 중앙위원회는 그 문서의 작성을 CCPD에 위임했다. 그 문서는 WCC의 이름으로 발표되기 전에 여러 나라 교회협의회 차원에서 독회를 거쳤다. 김용복 선생은 그 문서의 한국 독회 과정을 조직했다.

『기독교 신앙과 오늘의 세계경제』

CCPD가 주도적으로 작성한 『기독교 신앙과 오늘의 세계경제』는 JPSS(정의롭고 참여적이고 지속가능한 사회)에 관한 WCC의 논의과정에서 비롯되었다. 1978년 취리히에서 “정치경제와 윤리와 신학”이라는 주제로 열린 협의회에서는 정치윤리에 이바지할 정치경제의 기본개념이 제시되었고, 1979년 CCPD는 AGEM(경제문제에 관한 자문 그룹)을 설치하여 정치경제에 관한 연구를 여섯 차례에 걸쳐 진행했다. 1979년 4월 멕시코에서 개최된 AGEM의 첫 회의에서는 JPSS 논의를 위한 여섯 가지 지침들이 제시되었다. 그 지침들은 다음과 같다.

AGEM은 이 지침들에 따라 1980년 제네바에서 둘째 회의를 열어 세계경제질서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고, 1980년 로마에서 열린 셋째 회의에서는 초국적 기업의 문제를 다루었다. 1981년 워싱턴에서 열린 넷째 회의에서는 세계기아 문제를 다루었고, 1984년 제네바에서 열린 다섯째 회의에서는 국제금융체제를 비판적으로 분석하여 그 대안을 제시하였다. 끝으로 1985년 제네바에서 열린 여섯째 회의에서는 실업 문제를 여러 측면에서 분석하였고 그 해법을 모색했다. 다섯 차례 열린 회의에서는 방대한 문서들이 만들어졌고, 그 문서들은 1992년에 발간한 에큐메니칼 경제문서의 바탕을 이루었다.

JPSS 논의

경제를 신앙의 과제로 인식한 1992년의 에큐메니칼 문서의 의의를 파악하려면, AGEM의 정치경제 연구의 바탕이 된 JPSS 논의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JPSS 논의는 그 이전까지 에큐메니칼 사회사상의 패러다임을 이루어 왔던 ‘책임사회’ 개념보다 훨씬 더 포괄적이다. ‘책임사회’ 패러다임은 1937년 옥스포드 협의회에서 선을 보였고, 1948년 WCC 암스테르담 창립총회에서 채택되었다. 파시즘과 볼셰비즘, 그리고 전쟁의 혼돈에서 세상을 해방하고 제대로 형성하고자 하는 에큐메니칼 구상을 담은 ‘책임사회’는 하나님의 주권과 현실을 서로 매개하는 기독교인들의 책임을 유도하는 중간공리(middle axiom)의 성격을 가졌다. ‘책임사회’는 자유와 기본권을 보장하는 법치국가, 경제정의 개념에 입각한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의 통합, 기회균등, 참여의 확대 등을 핵심 내용으로 삼았다. 그런 점에서 ‘책임사회’ 패러다임은 근본적으로 제1세계의 현실을 전제로 한 기획이었다.

1966년 제네바의 “교회와 사회” 세계대회에서 제3세계 여러 나라 기독교인들의 경험과 신학적 성찰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책임사회’ 패러다임은 도전에 직면했다. 인간개발의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루어진 1968년 웁쌀라 WCC 총회 이후 새로 설립된 CCPD는 정의와 개발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그 시기에 구스타보 구티에레스의 해방신학이 에큐메니칼 운동에 본격적으로 수용되었고, 에큐메니칼 사회사상의 패러다임 전환을 촉진했다. ‘책임사회’ 패러다임의 신학적 골격을 이루었던 그리스도 지배의 보편주의는 메시아적 관점에서 재해석되기 시작했다. 그 초점은 하나님의 구원사가 가난한 사람들의 해방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인식이었다. 그리스도가 세상과 교회를 다스린다는 주장은 가난한 사람들 편에 서는 하나님의 구원사에 초점을 맞출 때 비로소 신학적 타당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1975년 나이로비 총회는 강령선언을 통해 “우리는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끊임없이 추구하면서 새로운 세계경제질서를 요구해야 하며, 제3세계 민중의 발전은 그들의 자립과 공동결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령선언은 시종일관 남북문제의 심각성, 민중의 개발 과정 참여의 중요성, 정의 실현의 긴박성을 강조했다. 그러한 강령선언에 바탕을 두고 1978년 취리히에서 모인 “정치경제와 윤리와 신학” 협의회는 JPSS 논의를 위한 이정표를 세웠다. 호세 미구에스 보니노가 의장으로 활동하였던 자문위원회의 제2차 보고서(1979년)는 JPSS 개념의 기본골격을 확립했다. 그 보고서는 정의와 참여를 상호의존 개념으로 파악했다. 그것은 결정적인 논점이었다.

제2차 JPSS 자문위원회 보고서에서 정의는 ‘메시아적 범주’로 인식되었다. 그것은 정의가 하나님의 정의와 신실에 바탕을 둔다는 뜻이고, 세상의 정의가 인류공동체의 바른 질서를 세우려는 하나님의 의지에 근거한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정의를 다음과 같이 규정했다.

메시아적 범주로서의 정의는 모든 사람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제2차 JPSS 자문위원회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그렇다면, 지구 전체와 각 사람의 생명에 대한 책임과 관련된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할 때 정의와 참여를 돌아서 가는 길은 없다고 말해야 한다.

생태계 보전의 이슈

JPSS 논의에서는 생태계 위기의 심각성이 의식되었지만, 그 논의의 핵심 이슈는 정의와 참여의 연관성이었고, 생태계 위기는 부차적인 이슈로 취급되었다. 정의와 참여에 대한 논의와 생태계 위기에 대한 논의는 서로 겉돌았다. 그것은 그 당시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정의와 참여와 지속가능성을 별개의 이슈로 파악하지 않고, 유기적 통일성 속에서 인식하는 것은 중대한 과제로 떠올랐다. 그 과제는 JPIC(정의와 평화와 피조물의 보전) 공의회 과정에 맡겨졌다.

JPIC 공의회 과정은 1983년 뱅쿠버에서 모인 제6차 WCC 총회에 의해 소집되었다. 총회는 “전 세계 회원 교회들을 정의, 평화, 피조물의 보전을 위한 상호 책임(계약)을 향한 공의회 과정에 초대”하였으며, 이를 WCC의 포괄적인 중점사업으로 명시하였다. 총회는 인류의 생존이 불의하고 모순적인 질서들과 환경파괴로 인해 위협받고 있다고 인식하고, 생태계 파괴, 대량파괴 무기의 확산, 군사주의, 계급차별과 가난, 인종차별, 성차별 등이 세상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죽음의 세력이라고 지목했다. WCC는 이러한 절박한 세계상황에 직면하여 죽음의 악마적인 세력에 맞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세상의 생명으로” 고백했다. 1987년 제네바에서 모인 WCC 중앙위원회는 “정의, 평화, 피조물의 보전의 세 영역에서 각각 나타나는 문제들이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천명하고, “이 상호관계의 본질을 인식하고, 평화, 정의, 피조물의 보전에 관한 교회들의 범세계적인 공동 입장을 천명하되, 이를 교회의 신앙고백 및 교회의 행동과 연계시켜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JPIC를 위한 공의회 과정은 유럽과 북미,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 등지에서 진행되었으며, 1990년 서울에서 JPIC 세계대회가 열렸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JPIC 서울 대회의 최종문서는 정의와 평화와 피조물의 보전이 위협받고 있는 오늘의 세계에서 하나님과 인간의 계약에 입각한 구체적인 행동의 의무들을 나열하는 데 그쳤다. 올바른 세계경제질서를 수립하고 채무국들의 부담을 제거하기 위한 행동, 모든 국가와 인간의 안전을 실제로 보장하고 비폭력 문화를 형성하기 위한 행동, 모든 생명을 주의깊게 보존하고 대기권을 지키기 위한 행동, 사람에 관심을 보이고 국민국가적 차원과 국제적 차원에서 인종주의와 차별을 폐지하기 위한 행동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행동의 의무들을 나열한다고 해서 정의와 평화와 피조물의 보전을 위한 행동들을 하나의 신학적 전망 아래서 유기적으로 파악하고 실천 지침을 제시할 것을 요구한 1983년의 뱅쿠버 총회의 강령적 요구를 충족한 것은 아니었다.

JPIC 세계대회가 이처럼 실패한 까닭은 JPIC 세계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이 세계상황에 대해 공동인식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서 온 사람들은 가난과 억압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하고 생태계 위기의 문제는 부유한 국가들의 관심사일 뿐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유럽과 북미에서 온 참가자들은 생태계 위기와 대량살상 무기를 동원한 전쟁이 인류를 위협에 빠뜨린다고 보고 이를 가난과 억압의 문제보다 중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제3세계 출신의 참가자들이 JPSS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어서 JPIC 논의의 진정한 도전이 무엇인가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다면, 북미와 유럽 출신의 참가자들은 JPIC 논의의 통전주의적 함정에 빠져서 평화의 문제와 생태계 위기의 문제를 푸는 열쇠가 정의의 확립이라는 점을 놓치고 있었다.

정의와 평화, 그리고 피조물의 보전의 유기적 연관성을 일관성 있는 관점에서 정식화하는 것은 WCC의 오랜 과제로 남게 되었다.

사회정의와 생태학적 정의의 연관성

사회정의와 생태계 보전의 연관성을 총체적으로 인식하고자 하는 시도는 1991년 캔버라 제7차 WCC 총회에서도 계속되었다. 총회에 제출된 분과연구 I의 보고서를 준비하였던 1990년 쿠알라룸푸르 협의회는 “생존을 위한 정의 윤리”의 구상을 제시하였고, 이 구상은 캔버라 총회 분과연구 I에서 “생태학적 경제윤리” 구상으로 가다듬어졌다. 이 구상은 다음과 같은 명제들로 요약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생태학적 경제윤리 구상은 1998년 하라레 제8차 WCC 총회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여물지 못했다. 하라레 총회는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에 대응하여 제3세계 국가들의 부채탕감을 핵심 이슈로 부각했고, 대안적 지구화를 추구하는 AGAPE 과정을 출범시키는 플랫폼 역할을 했을 뿐이다.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에 맞서서 “민중과 지구를 위한 대안적 지구화”를 추구하였던 AGAPE 과정은 “정의롭고, 공감적이고, 포괄적인 세계의 비전”을 추구하였고, “그 비전은 모든 수준에서 민주적 참여가 보장되는 가운데 경제정의와 생태학적 정의를 통전적으로 구현할 때에만 현실화될 수 있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사회경제적 위기와 생태학적 위기의 상호연관성에 대한 인식은 더 구체화되어야 했다. 그 작업은 AGAPE 과정의 후속 작업인 “가난과 부와 생태계”의 연관을 논의하는 PWE 과정에서 진행되었다. 2006년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열린 제9차 WCC 총회의 결의에 바탕을 두고 출범한 PWE 과정은 가난과 부를 동전의 양면처럼 결합하는 탐욕의 경제가 생태계 위기를 불러들이는 장본인이라고 분석함으로써 사회경제적 위기와 생태학적 위기의 상호연관성을 더 분명하게 논증했다. 그러한 인식은 PWE 논의의 성과들을 수렴해서 2013년 부산에서 열린 제11차 WCC 총회에 공식문서로 제출된 「만물을 위한 생명과 정의와 평화의 경제 – 행동의 촉구」에 기록되었다.

김용복 선생의 에큐메니칼 사회사상

김용복 선생은 JPSS로부터 JPIC를 거쳐 부산 총회에 이르기까지 에큐메니칼 사회사상의 형성에 동참했고, 그 발전을 이끌었다. 그는 2013년 부산 WCC 총회가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라는 주제를 내걸고, 정의, 평화, 생명에 관한 에큐메니칼 논의를 촉진하는 데 결정적으로 이바지했다.

1) 정치윤리

김용복 선생은 일찍부터 CCPD의 틀에서 에큐메니칼 사회사상을 논의하는 과정에 깊이 관여해 왔고, JPSS 논의와 AGEM의 정치경제 연구에 유념했다. 그는 JPSS 논의에서 민중신학적 관점을 대변했다.

이 입장은 JPSS 자문위원회 제2차 보고서에서 강조된 메시아적 관점에 매우 가깝다. 김용복 선생은 메시아 정치의 관점을 전면에 부각한 뒤에 곧바로 정의와 참여, 존속가능성의 우선순위 문제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존속가능성은 정의와 참여에 종속되어야 하며, 그 반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한 관점이 생태계의 위기에 대한 기독교적 관심과 대응을 약화하지 않는가 하는 제1세계 신학자들의 우려에 대해 그는 기술지배의 정치적 성격을 재인식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기술지배로 인한 정치적 압제와 생태계 위기가 제3세계 민중에게 가장 큰 고난을 가져다주었다는 것을 인식한다면, 존속가능성의 이슈가 갖는 역사적, 정치적 함의를 제대로 파악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빈곤과 고난의 문제를 인간과 자연 사이의 모순으로 규정할 수 없다. 오히려 그것은 하나님의 정의와 백성의 고난 사이에 존재하는 근본적인 모순으로 규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항변했다.

또한, 그는 개발 문제를 GNP 증대나 사회발전 혹은 자연에 대한 효과적인 기술적 지배의 문제로 보는 관점에 반대하고, 고난으로부터 해방하기 위한 민중의 투쟁이라는 메시아적 관점에서 개발 문제를 인식하자고 제안한다. 경제성장, 보건 향상, 문화창달 같은 일군의 사회적 목표를 실현하고, 정치제도를 발달시키는 것은 고난을 극복하기 위한 민중의 노력과 연관해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발전의 전제조건은 민중의 참여가 보장되는 새로운 정치공동체의 실현이다. 바로 그 맥락에서 김용복 선생은 민중의 주체성을 전면에 부각했다. 민중의 주체성은 민주적 권리를 확립하고 민중의 자기 결정권을 실현할 것을 요구한다. 이다. 민중의 역사적 자기 결정권은 참여 민주주의의 토대다.

김용복 선생은 JPSS 논의가 “세계 경제의 남북 불균형을 중심 문제로 삼으면서 민중의 참여 없는 경제개발은 의미가 없고 인간 공동체의 항구적 존속이 주요 문제라는 차원에서 정치경제 체제의 파라다임을 구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참여의 확대를 위한 아시아 교회의 노력이 JPSS의 논의에 공헌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JPIC 공의회 과정에 한국교회가 어떤 점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분명한 의견을 제시했다.

한 마디로, 그는 정의의 문제를 평화 수립과 피조물 보전의 선결 조건으로 인식하고 있다. 1980년대 후반의 정세 속에서 그는 한국교회가 한국 사회의 민주화를 위한 노력을 통하여 JPIC 공의회 과정에 공헌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JPIC 주제들에 대한 정치신학적 접근을 통해 하나님의 계약과 민주적 참여의 불가분리성을 강조하는 데 치중했다. 그는 하나님의 절대주권을 인정하고 세속권력의 절대성 요구를 부정하는 “하나님의 종의 정체”(政體)가 정의와 평화와 피조물의 보전을 총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하나님의 종의 정체는 하나님의 정의, 곧 약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정의, ‘정글’의 질서를 극복하는 평화의 통치, 창조질서의 정원을 보전하는 정체요, 정치질서이다.”

2) 경세사상

1990년대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전개한 김용복 선생의 경제사상은 경제를 신앙의 과제로 보아야 한다는 데서 출발한다. JPIC 공의회 과정을 제안한 1983년 뱅쿠버 총회 강령선언과 관련하여 그는 경제문제에 대한 기독교의 접근에 일대 변화가 일어났다고 본다. 그 당시 “경제적인 불의에 의한 생명의 위협, 전쟁에 의한 생명의 위협, 생태계의 파괴에 의한 생명의 위협은 상호연관된 것으로서 인류 역사 이래 세계는 최대의 위기에 처해 있다는 인식이 일어나게 되었으며, 이와 같은 인식은 기독교 신앙고백이라는 가장 강력한 대응을 요청하였던 것이다.” 그렇게 말하고 나서 그는 곧바로 “정의, 평화, 창조보전이 고백적 신앙의 문제(status confessiones)라는 것은 하나님에 대한 충성이냐 배반이냐 하는 문제가 정의와 평화와 창조질서를 위한 운동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고 그 의의를 평가했다. 그는 JPIC 서울 대회의 최종문서에 “우리는 하나님이 가난한 자들의 편에 서 계신다고 믿는다.”는 고백이 담긴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왜냐하면, 바로 그러한 신앙고백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을 착취하고 억누르는 세력들을 비판하는 관점이 명확해지고, 기득권 세력의 이익을 보장하려는 정책의 결과인 빈곤을 ‘스캔달과 범죄’로 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1992년의 에큐메니칼 경제문서가 동구 사회주의권의 붕괴와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세계경제체제의 위기 심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 주목했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김용복 선생은 에큐메니칼 사회사상의 전개 과정에 참여하면서 정의를 중시하는 민중신학적 입장을 적극적으로 관철했다. 그는 1980년대에는 한국 사회의 민주화와 참여의 확대를 핵심 이슈로 삼았다. 민주화 이후 그는 경세사상을 본격적으로 펼치기 시작했다. 그는 일관성 있게 정의와 참여를 강조했고, 사회정의가 생태학적 정의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원칙에 충실했다. 사회정의와 생태학적 정의가 같은 동전의 양면처럼 결합한 것으로 인식한다고 할지라도, 민중을 편드는 정의의 실천 없이 생태계 보전이 무망하다는 것이다. 그는 2013년 부산에서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라는 주제로 WCC 총회가 모였을 때, 사람들 사이의 평화와 인간과 자연의 평화가 정의에 바탕을 둔다는 것을 강조했다. 평화는 삼라만상이 바른 관계들 속에서 충만한 생명을 누리는 대동 세상이고, 그 중심은 정의다.

강원돈(길마루글방지기/민중신학과 사회윤리)  kwdth55@daum.net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