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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서 숨 쉬는 기독교가 되길 바란다“한국 민족종교와 한국 기독교” ⑷
이호재 원장(자하원) | 승인 2022.04.14 16:21
▲ 한국 기독교가 이 땅에 살아 숨 쉬는 종교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Getty Image

세 번에 걸친 인터뷰를 통해 『한국민족종교문화대사전』의 출간과 그 의의, 한국민족종교에게 덧씌워진 오해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했다. 특히 한밝 변찬린 선생을 통해 이루어진 한국적 기독교 해석의 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남는 의문은 한국민족종교계에서 기독교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잘 알려진대로 오랜 역사를 이어온 한국민족종교에 대해 기독교가 가지고 있는 차별적 시선과 폭력적 언사들로 인해 한국민족종교계에서도 기독교를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했다는 뜻이다. 윤승용 위원장의 이해와 발언은 한국민족종교계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이제 지난 긴 인터뷰의 마지막을 시작한다.

‘종교의 장’에서도 추방당한 ‘한국적 기독교’

이호재 원장(이하, 이): 이 주제만 하더라도 별도의 인터뷰가 필요할 정도로 새로운 종교정보를 제공하고 계십니다. 대사전에는 민족종교일반, 동학계 민족종교, 증산계 민족종교, 단군계 민족종교, 불교계 민족종교, 유교계 민족종교, 독립계 민족종교(앞의 영역에 속하지 않는 민족종교), 민족의 기층신앙, 민족운동과 민족문화 등 9개의 지식분야별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물론 대사전의 내용에 적지 않은 그리스도교 관련 항목이 배려되어 있지만, 독자적인 그리스도교계 민족종교는 보이지 않는 까닭이 있는지요?.

윤승용 위원장(이하, 윤): 기독교계 민족종교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은 매우 타당한 질문입니다. 이는 대사전의 편집방침에 관련되는 문제입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본 사전에서는 제도종교인 서구 기독교문화가 아니라 민족적이고 주체적인 한국의 기독교 문화만을 수용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주류 기독교가 서구적인 신앙과 신학을 그대로 받아드려 한국 민족문화에 대해 정복주의적이고 배타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데, 이들을 과연 민족의 종교문화에 넣을 수 있는가를 ‘사전편찬위원회’에서 깊이 논의되었습니다.

물론 문명기호로 받아들인 한국의 기독교는 근대 이후 문명개화와 민족운동과 같은 한국 근대화운동에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민족문화 측면에서는 토착적이고 한국적인 종교와 지속적으로 갈등을 일으키며 제국주의적 선교 태도를 보여 온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하여 해방 이후 한국의 종교계를 이끄는 지배종교로 부상하긴 했지만 민족문화 차원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가 어렵습니다. 종교간 화합과 상생을 무시하고 타자를 무조건 배제하는 그런 민족종교는 이 땅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득이 잘 알려진 서구적 기독교의 일반적인 요소는 제외하고, 한국의 기독교계에만 나타나는 한국적인 종교문화 현상만을 골라 본 사전의 표제어로 수용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 지금 근대 이후에 한국의 종교문화를 이해하는데 대단히 중요한 말씀을 해 주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서구 기독교는 한국 종교문화에 적응되어가는 “격의(格義) 그리스도교‘현상, 즉, 천주교와 개신교의 신이름의 불일치, 성서와 교의학에서 말하는 ’교회‘와 동떨어진 한국 교회 문화는 성서의 정신이 한국 종교문화에 녹아 들어가는 과정에 있다고 봅니다. 위원장님은 근대의 외래종교로서 천주교와 개신교 등 그리스도교가 한국 종교문화에 토착화 여부는 어떻게 평가하고 계시는지요?

윤: 한국 기독교가 한국 종교문화에 어느 정도 토착화되었는지는 학자마다 좀 다른 평가를 할 수 있지만, 저는 이 문제는 토착화의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토착화 수용의 문제라고 봅니다. 지금도 기독교계 민족종교도 적지 않습니다. 제가 보기엔 비록 기독교적인 신앙양식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한민족의 주체적 신학 해석, 한민족의 시대적 과제 해결, 한국의 토착적인 종교성을 담지한 종교들을 모두 기독교계 자생종교이자 민족종교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한민족이 없으면 나타날 수가 없는 종교들이죠. 기독교적 신앙양식을 가지면서도 자기가 사는 현장을 자연스럽게 담아낸 자생종교들입니다.

해방 이후 복음(구원)과 십자가(희생)의 기독교의 핵심 메시지를 민족사 중심으로 해석한 기독교계 신종교들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들 ‘한국적 기독교’들은 하나같이 정통에 대립한 ‘이단종교’로 정죄가 되었으며, 기독교계에서는 물론 한국의 종교계에서도 추방당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정통과 이단의 도식은 기독교 내부 전통의 문제입니다. 한국의 종교라는 평면에서는 전혀 다른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것이죠.

정통과 이단의 도식이 강화가 될수록 한국 기독교계는 ‘한국문화가 없는 기독교’로 전락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소위 이단 기독교는 정통 기독교에서 점점 더 멀리 가게 되는 반면, 정통 기독교는 외래적 성향이 점점 더 강화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이단 기독교는 형식만 남는 격의(格義) 기독교가 될 것이고, 정통 기독교는 이식(移植) 기독교로 정착될 것입니다. 양자 모두 한국의 종교, 한국인의 종교라는 사실을 망각해 버리는 기독교 형식만 남는 종교가 될 가능성이 없지 않죠.

특히, 정통의 이식 기독교는 사회정치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한국에서 문화적인 힘, 나아가 기독교 문화를 꽃피우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렇게 되면 민족문화와 진정한 화해를 추구하는 ‘한국적 기독교’와는 더 멀어질 것입니다. 앞으로 한국인의 종교 심성에 온전히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한국의 기독교는 신앙적 우월성과 세속적인 권세로 군림할 것이 아니라 한국의 민족문화와의 화해 또는 한국인의 전통적 삶 속에서 자신이 안주할 자리를 찾아가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한국 기독교와 신학자들이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가 아닌가 합니다.

한국 기독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

이: 한국 종교계, 특히 그리스도교계에서 귀담아 들어야 할 소중한 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서구에서 전래된 천주교와 개신교가 한국 종교문화에 적응되었는가? 천주교와 개신교의 신앙요소가 민족종교에서 어떻게 수용되고 발현되었는가는 다른 범주의 주제인 것 같습니다. 그동안 한국 기독교의 ‘정통과 이단’현상에 대해서도 꾸준한 글을 쓰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초기 코로나 발생 사태 때 그리스도교계가 신천지를 대하는 태도와 태극기 집회로 대변되는 극우 기독교계가 보이는 현상에 대해 주류 그리스도교계가 보이는 반응에 대해 종교사회학인 측면에서 어떻게 이해하고 계시는지요?

윤: 한국의 신종교 중에는 불교, 유교, 기독교 등 기성종교로부터 파생된 분파형 종교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기독교를 제외한 다른 전통종교에서 파생된 신종교들은 그리 큰 갈등을 일으키고 있지 않습니다. 모두 공동체의 ‘조화와 화합’이라는 ‘한’ 사상에 근거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의 분파형 종교은 먼저 ‘이단’의 이름으로 정죄되고, 다음은 ‘종교의 장’에서 추방당하고 있습니다. 이는 인간이나 인간의 공동체를 중심으로 하는 종교가 아닌 신앙대상을 중심으로 하는 종교들이 가지는 일반적인 특징이기도 합니다.

이런 특성에서 정통과 이단의 갈등이 비롯되는 것이지요. 우리는 그런 갈등을 신들의 전쟁이라고 합니다. 특히, 한국의 기독교는 해방 이후 신앙적으로는 미국의 근본주의 신앙, 이념적으로는 반공주의, 개인의 인권과 소유권을 우선시하는 고전적 자유민주주의를 기반으로 삼고 있습니다. 여기에 기성 제도종교의 종교 권력의 이해가 겹쳐 신들의 전쟁을 더욱 격화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신천지의 문제나 기독교 우익의 태극기 집회의 뿌리도 이런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봅니다.

한국종교의 전개 과정은 개화기로부터 민주화 시기 이후까지 시대에 따라 종교의 장을 주도한 종교들이 많이 달라져 왔습니다. 전통적인 근대 신종교들은 개항기와 식민지하에서는 사회변혁과 문명개화 그리고 민족독립 등의 사회 중심과제를 수용하여 사회 주도적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해방 이후부터 한국 전쟁에 이르는 시기가 되면 전통적인 근대 신종교들은 기독교계 신종교에 밀려 쇠락의 길을 밟게 됩니다. 이후 산업화 도시화 시기 산업사회에 적응한 종교들은 양적 성장의 혜택을 입을 수 있었는데, 이에 기독교계 신종교들이 성장하여 한국 신종교계를 지배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80년대 민주화 이후 이전의 종교와는 그 성향이 전혀 다른 인간해방을 지향하는 현대 신종교들이 대거 출현합니다.

현재 한국 신종교계는 자문화중심적이고 공동체적인 근대 신종교와 글로벌화한 개별적인 현대 신종교, 전통종교 성향의 창립형 신종교와 분파형 신종교, 그리고 외래 신종교들이 경쟁하며 공존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해방 이후 신종교에서 중요한 비중을 가지고 있는 기독교계 신종교들을 현재 한국종교사에 회원으로 포함하기는커녕 종교의 장에서도 추방당하고 말았습니다.

1970년대 이후 원불교나 대순진리회 같은 다른 분파형 신종교들은 한국의 종교로서의 시민권을 획득했음에도 유독 ‘기독교계 신종교’들만은 정통과 이단이라는 신앙적 내부 평가에 의해 종교의 장에서 마저 추방되어, ‘한국의 현대종교문화사’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이: 이제 인터뷰를 마무리해야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종교문화맥락에서 기독교계에 하고 싶은 말씀이 계시면 간단하게 부탁드립니다.

윤: 2000년대 탈냉전 이후 세상은 많이 변했습니다. 문명과 야만, 진화론과 같은 거대담론들은 거부되고, 소프트웨어 문화들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세계화의 진전으로 인해 국가 간 경계선이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문화적 정체성의 혼돈 시대입니다. 근대기획의 원리였던 중심과 주변이라는 근대적 사고가 다시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종교문화를 좌지우지하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앞서 언급한 현대 신종교들의 성향을 보면, 이른바 문명종교의 시대는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전통사회에서 삶을 총체적으로 포괄했던 ’교(敎)나 학(學)’에서 세속과 종교를 분리한 개인 내면의 ‘문명종교’로 전환한 지 두 세기 만에 이제 ‘종교 이후의 종교’, 즉 종교 권력을 만든 교단이 없는 새로운 현대 신종교들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 사용해 왔던 기독교 중심의 ‘문명종교(文明宗敎)’라는 개념, 즉 성과 속의 이분법을 중심으로 형성된 종교적 삶의 틀걸이 모두 문제가 될 것입니다.

예컨대 근대 문명사회의 표상으로 작용해온 사적인 종교와 공적인 정치의 구분. 서구 기독교 중심으로 재편되었던 종교의 위계질서, 그리고 종교, 과학, 미신이라는 근대적 사회 분류법 등은 모두 재성찰의 대상이 된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기독교도 여기에 대비하면서 한국의 전통문화와 화해를 통한 한국인의 종교 심성에 뿌리를 내리는 길을 먼저 찾아야 할 것입니다. 요컨대, 인간중심의 한국종교문회 전통, 즉 홍익인간과 이화세계의 전통을 대폭 수용하는 ‘한국적 신학’이 등장하기 바랍니다. 서구의 기독교가 한국에서 동서화합과 동서합덕을 통해 그야말로 ‘한국적 기독교’가 꽃을 피우기를 기대합니다.

이: 바쁘신 가운데 한국의 종교적 뿌리, 민족종교의 특성, 한국 기독교에 대한 솔직한 견해 등은 관심있는 분들에게 소중한 종교정보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장기간에 걸친 인터뷰에 응낙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종교학자 이호재 교수는 중국사회과학원에서 중국 종교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성균관대 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 자하원 원장이다. 관심 영역은 동서양 종교 사상 연구를 바탕으로 새로운 문명의 사유 체계를 구축하는 데 있다. 주요 저서로는 『포스트 종교운동』(2018), 『한밝 변찬린: 한국 종교 사상가』(2017) 등이 있고 주요 논문으로는 「한국의 신명(神明)사상과 신명공동체」, 「한국 재래 종교의 '구원'관」, 「변찬린의 새 교회론 연구」 등이 있다.

이호재 원장(자하원)  injiche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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