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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는 시대의 요청이다민중신학자의 눈으로 세상 읽기 (47)
강원돈(길마루글방지기/민중신학과 사회윤리) | 승인 2022.04.18 14:46

비대한 검찰 권력과 검찰 적폐

검찰총장 대통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고 나서 지금보다 검찰 권력을 훨씬 더 강화하려고 하자, 더불어민주당이 검찰개혁의 칼을 뺐다.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 시도는 비장한 데가 있다. 지난 4월 15일 검찰개혁에 관련된 두 건의 법안을 발의하고 나서 4월 말까지 2주 동안에 입법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할 정도이니 그 비장함은 더 말할 게 없다. 차기 정권이 들어서면 검찰개혁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서인지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은 절박하기까지 하다.

우리 사회에서 검찰개혁 시도는 갑작스럽거나 뜬금없는 일이 전혀 아니다. 검찰개혁은 20년 전부터 제기된 오래된 과제이고 많은 논의가 이루어진 주제이다. 검찰개혁이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된 것은 비대한 검찰 권력과 그 적폐 때문이다. 검찰은 수사권, 기소권, 영장청구권, 구형권, 형집행권 등을 한 손에 쥐고 있는 막강한 권력이고, 거기 더해서 기소독점과 기소편의주의의 특권을 누리고 있다. 그러한 엄청난 권력과 특권으로 무장한 검찰이 제대로 견제와 감독을 받지 않아서 수사권 남용, 인권유린, 편파적 기소, 검언유착, 정치적 영향력 행사 등 온갖 적폐의 온상이 되었다는 것은 하나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씨는 장관인사청문회가 끝나기 직전에 검찰 소환 없이 한밤중에 기소되었고, 기소가 먼저 이루어진 뒤에야 수십 차례의 압수수색을 포함한 대대적인 수사의 대상이 되었다. 기소 여부는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가 이루어진 뒤에 사실관계를 법률적으로 확정하고 나서 그 결과에 근거하여 결정하는 것인데, 검찰은 기소를 먼저 결정하고 나서 수사를 하는 어이없는 짓을 태연히 저질렀다. 한명숙 전 총리의 경우는 어떤가? 그의 범죄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얻기 위해 검찰이 모해위증 교사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으나, 검찰 수뇌부는 그 사건을 무혐의 처분으로 덮었다. 검찰 수뇌부는 모해위증 교사에 대한 감찰을 방해했다는 증언까지 나왔고, 법무부 장관이 나섰으나 그 사건에 대한 재조사는 공소시효 만료로 흐지부지되었다.

말이 나온 김에 몇 마디 덧붙이자면, 전 고위직 검찰 간부가 추악한 별장 성 접대를 받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언과 비디오 영상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피의자 소환 없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시간을 질질 끌다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거듭 무혐의로 처리하지 않았던가? 대통령의 지시로 뒤늦게 재조사가 이루어지고 마침내 기소가 이루어졌어도, 별장 성 접대 사건은 끝내 공소시효 만료로 면소 판결을 받았다. 또한, 검찰이 사회적으로 주목되는 사건을 수사하면서 피의 사실을 언론에 흘려서 피의자를 범죄자로 낙인을 찍는 여론을 형성하고, 그 여론의 지지를 받아 피의자에 대한 수사를 먼지 털듯 진행하는 행태도 널리 알려지지 않았는가? 검찰 캐비닛에 갖가지 자료가 보관되었다는 소문이 퍼지고 그 소문을 뒷받침하는 듯한 일들이 벌어지기라도 하면, 정치인, 판사, 경찰, 군부, 재벌, 종교인, 언론인 등 이 나라에서 힘깨나 쓰는 사람들 가운데 누가 나서서 수사권과 기소권으로 무장한 검찰 권력에 맞설 엄두를 내겠는가? 그러니 검찰의 수사가 공정하지 않고, 기소가 편파적이고, 검찰이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하고, 인권을 짓밟고, 검언유착을 일삼고,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 든다고 비난을 받는 것이다.

검찰개혁의 내력

검찰개혁은 비대한 검찰 권력과 거기서 비롯되는 적폐를 인식한 시민사회의 오랜 요구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판사 출신 변호사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하면서 검찰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천명했다. 그는 그 의지를 관철하지 못했다. 그가 ‘논두렁 시계’ 사건으로 일컬어지는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비극적인 죽음을 맞은 것은 아마도 그가 검찰개혁 의지를 품었다는 사실에 대한 검찰의 대응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 이후에 검찰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검찰 권력은 여전히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다. 검찰이 일찍이 노태우 정권에서 권력의 중심에 들어서면서 그 권력을 견고하게 구축한 비결은 단순하다면 단순했다. 검찰은 지난 정권의 비리와 부패를 파헤쳐 새 정권의 입지를 굳히게 하면서 덩달아 자신의 권력을 강화했고, 정권 말기에는 레임덕에 들어간 최고 권력자와 그 주변의 비리와 부패를 들여다보거나 수사하면서 국민 앞에서 법과 정의의 화신인 양 그 위세를 떨쳤다. 그 위세는 검찰의 사정 수사에 대한 대대적인 언론 보도를 통해 빛났다. 그 위세 덕분에 검찰의 권력은 더욱더 견고해졌고, 그 정치적 위상은 한층 더 높아졌다. 검찰의 권력과 위상은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부패에 관한 수사와 기소를 통해 최고조에 달했다. 검찰을 둘러싼 아우라로 인해 사람들은 검찰 권력의 진짜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할 정도였다. 검찰은 한국 사회와 정치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고, 기득권 카르텔을 구성하는 세력들 사이의 이익 균형을 견고하게 유지하는 권력 장치가 되었고, 자신의 권세를 방해하는 세력을 그냥 내버려 두는 법이 없건만, 그러한 검찰의 모습은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을 잊지 않고 검찰개혁에 나섰을 때 검찰의 반발은 상상을 초월했다. 검찰개혁의 청사진을 마련하고 이를 법제화하는 데 앞장섰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검찰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고,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그의 가족과 친지들은 수십 차례에 걸친 압수수색을 앞세운 전방위적인 검찰의 수사와 기소로 인해 ‘멸문지화’에 비견되는 어려움과 고통을 겪었다. 기득권 세력의 중추를 이루는 보수적인 주류 언론은 검찰이 흘리는 피의사실을 대서특필하였고, 조국 씨의 가족이 ‘공정’과 ‘정의’를 짓밟는 범죄자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검찰을 측면에서 지원했다. 그러한 검찰의 수사 행태를 보다 못한 시민들이 나서서 ‘서초동 십자가’를 연출하는 거대한 촛불집회를 연이어 열고 검찰개혁을 강력하게 요구하지 않았다면, 2020년 2월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을 조정하여 검찰 권력 일부를 제한하는 입법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시민들은 검찰개혁이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으로 그치는 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들은 검찰 적폐의 핵심을 이루는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폐지하는 입법을 요구했다. 그러나 그러한 요구는 장기적인 과제로 넘어갔다. 따라서 문재인 정권의 검찰개혁은 미완의 과제로 남았다. 적어도 대통령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패배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 법안의 내용

지난 4월 15일 더불어민주당이 당 소속 국회의원 전원의 명의로 검찰개혁을 위해 제출한 두 건의 법안에는 검찰의 직접 수사를 사실상 폐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두 건의 법안들 가운데 하나는 검찰청법 일부 개정안이다. 그 핵심은 검찰청법 제4조 1항을 일부 삭제하고 2항을 신설하는 것이다. 법안에 따르면, 검사의 직무는 “공소의 제기 및 그 유지에 필요한 사항”으로 규정되어 기소권만을 갖고 수사권은 사실상 폐지된다. 2020년 2월에 개정된 검찰청법은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6대 중대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 권한을 남겨두었지만, 그 권한마저 폐지하자는 것이다. 검찰은 단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범죄만을 수사할 권한을 갖는다. 그것은 검찰청법 제4조 2항의 신설을 통해 보장된다.

또 하나는 형사소송법 일부 개정안인데, 그 초점은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관계를 규정하는 제195조를 개정하여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검사의 수사권을 규정한 제196조를 아예 삭제하여 검사의 수사권을 원천적으로 박탈하고, 수사의 주체를 사법경찰관으로 명토를 박는 것이다. 검사가 수사에 임하는 경우를 별도로 규정하기 위해 신설되는 제197조 1항 3목과 4목은 검사가 수사하는 기간에 검사를 아예 “사법경찰관으로 본다”는 의제 규정까지 두고 있다. 검찰의 보완 수사 권한이나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의 이첩을 요구하는 권한을 규정한 제197조 3항과 4항은 삭제된다. 따라서 이번에 제출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을 조정한 2020년 2월 형사소송법 개정을 뛰어넘어 검찰의 기소권과 경찰의 수사권을 제도적으로 분리하는 단계로 나아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 입법이 이루어지면 검찰은 공소를 유지하는 기소 전담 부서가 될 것이고, 경찰은 수사 역량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별도의 입법이 없는 한,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범죄 등 6대 중대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경찰에 맡겨지는 것이지만, 법을 따로 정해 6대 중대범죄 사건을 전담하는 수사기관을 창설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검찰 수사권의 사실상 폐지에 대한 논란

더불어민주당이 검찰 수사권을 사실상 폐지하는 급진적인 검찰개혁 법안들을 들고 나서자, 국민의힘과 당사자인 검찰, 진보와 보수를 막론한 거의 모든 변호사 협회와 법학회, 보수적인 주류 언론 등은 반대 의견을 냈다. 정의당은 검찰개혁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4월 말까지 입법을 하는 데는 함께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충분한 논의 없는 검찰개혁 입법에 반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에 172석을 가진 다수당으로서 입법 능력을 갖추었지만, 입법을 시도하면서 사실상 고립된 형국이 되었다. 그러면 검찰개혁 입법에 반대하는 논거들은 무엇인가?

먼저, 국민의힘과 보수적인 주류 언론은 지난 정권의 부패와 대장동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무력화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려고 들고, 중대범죄에 대한 수사 역량을 해체하여 무법천지를 만들려고 한다는 프레임을 설정했다. 그러나 그것은 말 그대로 프레임 설정일 뿐이다. 국가 형벌권 행사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은 검찰, 경찰, 공수처, 특검, 그밖에 앞으로 창설될 가능성이 있는 그 어떤 수사기관을 통해서도 수사 권력이 행사되도록 할 수 있고, 대통령이 지배하는 수사 총량은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나누든지 간에 변함이 없다. 따라서 지난 정권의 비리와 부패는 대통령이 지배하는 수사 역량의 작용 범위 안에 있다.

그다음에,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 법안에 관한 중요한 반대 논거는 다음과 같이 몇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급속한 입법 추진이 검찰 수사권 폐지에 대한 국민 여론 수렴, 충분한 법안 심사 등 입법 절차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둘째, 검찰에 축적된 고도의 수사 역량이 해체되고, 6대 중대범죄에 대한 경찰의 수사 역량은 미흡하다. 셋째, 검찰의 수사권 지휘가 갖는 인권 보호 기능이 약화하고, 경찰에 집중되는 수사에 대한 견제와 감독 기능이 미흡하다. 넷째, 검찰 수사권 폐지는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규정한 헌법 제12조 3항과 제16조에 반한다. 다섯째, 검찰 수사권 폐지는 대륙법 체계의 형사사법 제도의 원칙에 어긋난다.

검찰개혁 법안에 반대하는 논거들에 대한 검토

앞서 말한 반대 논거들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고, 몇 가지는 설득력이 있다. 그 논거들을 하나하나 검토해 보자. 첫째, 검찰 수사권 폐지는 2020년 2월 검경 수사권 조정에 초점을 맞춘 검찰개혁 입법을 둘러싼 논쟁 과정에서 많이 다루어졌던 주제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미 법조계 인사들과 법학자들은 검찰 기소권과 경찰 수사권의 제도적 분리를 다루는 많은 논문을 썼다. 따라서 더불어민주당이 검찰 수사권의 사실상 폐지 법안을 들고 나왔다고 해서 그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입법을 위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의회 토론을 벌이고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입법의 필요가 상당한데 입법의 기회가 더는 없다고 판단되는 법안의 입법을 서두르는 것은 정치적 결단 사항이다.

둘째, 경찰의 수사 역량 강화는 비용과 시간의 문제이다. 검찰에 종사했던 수사관들이 경찰로 이동해서 경찰의 수사 역량을 강화할 수도 있고, 법률 지식과 법률 운용 역량이 있는 변호사를 전문적인 사법경찰관으로 임용할 수도 있다.

셋째, 경찰의 수사권 행사에서 비롯되는 인권 침해를 우려하는 반대 논거는 타당성이 있다. 고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서 보듯이, 경찰은 고문의 긴 흑역사를 남겼다. 수사상 인권 침해는 중대한 사안이기에 이에 관한 별도의 대책과 입법이 이루어져야 한다. 검사의 영장청구권이나 기소권만 갖고서는 수사상 인권 침해가 충분히 방지될 수 없다. 검찰의 사법경찰관 수사권을 별도로 규정한다고 해도, 그 수사권 행사는 경찰의 인권유린에 대해서는 사후약방문이 될 공산이 크다. 검찰개혁을 통해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더라도, 검찰이 경찰을 견제하고 감독하는 권한을 어떤 식으로든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넷째,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 법안이 헌법 제12조 3항과 제16조에 어긋나 위헌이라는 주장은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 주장은 헌법의 두 조항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의 영장청구권이 검찰의 수사권을 헌법 규범으로 인정했다는 법조계 일각의 해석에 바탕을 둔 것이다. 헌법 제12조와 제16조는 헌법의 권리장전에 속한다. 헌법 제12조는 인신의 자유를 규정하고, 제16조는 주거를 보호받을 권리를 규정한다. 따라서 그 조항에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관한 문언이 들어 있는 것은 인신의 자유와 주거를 보호받을 권리를 확실하게 보장하고자 하는 헌법입법권자의 의지를 반영하고 있을 뿐, 그 조항으로부터 검사 수사권에 관한 헌법 규범을 직접 도출할 수 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참고로, 우리나라와 똑같은 대륙법 전통에 속한 독일의 기본법 제104조 3항은 공법에 근거해서 인신을 구속할 수 있다고 규정했을 뿐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관한 문언을 담지 않고 있다.

다섯째,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 법안에 관련하여 제기되는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대륙법계의 형사사법 제도를 운용해 온 우리나라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여 검찰 수사권을 사실상 폐지하는 게 과연 합당한가 하는 것이다. 그러한 문제 제기에는 깊이 따질 것이 있다.

1) 형사사법 제도는 크게 대륙법 체계와 앵글로-색슨 보통법 체계로 나뉜다. 앵글로-색슨 보통법 체계에서는 사인소추를 인정하고, 형사재판이 피해자와 피의자가 재판정 앞에서 다투는 당사자주의 원칙에 따라 진행되기에 검사의 역할이 따로 없었다. 법정은 상대방의 범죄를 입증하고자 하는 피해자와 그 범죄를 부인하려는 피의자의 다툼을 통해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판결을 내리는 장소였다. 그러나 대륙법 체계는 국가가 피해자를 대신하여 형사소추에 나서기에 형사소추를 하는 자는 피의자의 범죄사실을 밝혀 이를 법률적으로 구성한 기소장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재판관에게 제시해야 했다. 그것은 당연히 고도의 법률 지식과 법률 운용 능력을 갖춘 전문가, 곧 검사의 일이었다. 그렇기에 대륙법계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들에서는 검사의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하지 않았다.

2)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 법안은 우리나라의 형사사법 제도를 앵글로-색슨 보통법 체계로 바꾸려는 의도에서 구상된 것이 아니다. 그 법안은 대륙법계의 형사사법 제도를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하면서도 검찰에 기소권만 남겨 놓고 검찰의 수사권을 거의 전면적으로 폐지하고자 한다. 그것은 대륙법계의 형사사법 제도를 가진 그 어떤 나라도 아직 가 본 적이 없는 길을 개척하려는 시도이다.

물론 검찰이 기소를 전담하고, 경찰이 수사를 전담하는 방식으로 국가 형벌권의 핵심인 수사권과 기소권의 업무를 기술적으로 나눌 수는 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형사사법 제도를 운용하는 일본이 그렇고, 지난 2020년 검경의 수사권을 조정한 우리나라 법제가 그렇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검찰 업무와 경찰 업무의 기술적 분장이지, 수사권과 기소권이 유기적 통일을 이룬다는 것을 부정하는 법제일 수 없다. 독일 검찰은 수사 인력을 따로 두고 있지 않지만, 검사는 필요할 경우 경찰의 협력을 받아 수사를 진행한다. 우리나라가 독일의 형사사법 제도를 따를 필요는 없다. 그러나 독일의 형사사법 제도에 확립된 검사의 수사지휘권은 대륙법 전통에 충실한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더불어민주당의 형사소송법 개정 법안에서 제195조(검사와 사법경찰관의 관계 등) 1항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공소제기 및 공소유지에 관하여 서로 협력하여야 한다.”는 협력 계명은 더 적극적으로 표현될 필요가 있다. 검찰개혁 입법이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방향을 취하더라도, 검찰이 경찰의 수사권 행사를 법률적으로 감독할 권한과 경찰이 수사에 관한 검찰의 법률적 조언을 받을 의무를 형사소송법에 명시하거나, 그러한 협력 계명을 구현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검찰청법과 경찰청법 등과 같은 하위법에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검찰개혁 법안은 입법의 길로 가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 법안은 2주밖에 남지 않은 짧은 기간에 법사위원회와 본회의를 통해 입법 절차를 마쳐야 하기에 매우 무리한 입법 시도이다. 그러나 검찰 권력의 비대화와 거기서 비롯되는 적폐를 청산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검찰이 통치의 칼로 사용되는 것을 막으려면, 검찰개혁 법안은 입법의 길로 가야 하고, 문재인 정권이 끝나기 전에 공포를 마치는 게 바람직하다. 차기 대통령이 집권을 시작한 뒤에는 설사 더불어민주당이 검찰개혁 입법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이 행사하는 거부권의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이다.

검찰로서는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 법안 입법화 시도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입법은 검찰에 치욕이다. 그러나 그 치욕은 검찰이 자초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 권력의 비대화에서 비롯된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극약 처방을 내리고자 했다. 입법자가 검찰의 수사권을 사실상 폐지하는 법을 제정한다면, 우리나라는 입법자의 의지에 따라 전적으로 새로운 형사사법 제도를 세우게 될 것이다.

설사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에 초점을 맞춘 검찰개혁이 이번에 이루어진다고 해도, 법을 통해 정의를 구현하는 제도를 만들려면 갈 길이 멀다. 검찰, 경찰, 사법부를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본격적인 사법제도 개혁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 기소 권력, 수사 권력, 판결 권력을 민주적으로 조직하고 통제할 때, 민중은 더 많은 정의를 실현할 기회를 얻을 것이다.

강원돈(길마루글방지기/민중신학과 사회윤리)  kwdth55@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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