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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없는 내일에도, 아이가 평범하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그리스도인 박미라, 꽃구경 대신 삭발을 했다
정리연 | 승인 2022.04.23 16:01
▲ 그리스도인이자 발달장애자녀의 어머니인 박미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성동지구 회장.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촉구하는 전장부 삭발에 참여했다. 그는 어떤 기도를 하고 있었을까. ⓒ정리연

온 천지가 꽃으로 가득한 찬란한 계절. 하늘은 맑고 태양은 눈 부셨다. 놀러 가기 딱! 좋은, 그런 날이었다. 하지만 봄을 만끽하러 여기저기로 흩어지지 않고, 전국 여기저기에서 삭막한 도시 한복판으로 모여든 이상한 사람들. ‘전국장애인부모연대’(회장 윤종술, 이하 전장부) 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이었다. 기쁜 일로 모이는 거라면 얼마나 좋을까? 오히려 그 반대였다. 왜, 무슨 일로?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삭발식

효자동 치안센터에 도착했다. 끝없이 늘어선 의자와 그 위에 올려진 이름 적힌 흰 상자가 도로를 점령하고 있었다. 아직 의자도 상자도 비어 있었지만, 잠시 후에 일어날 일을 예감하듯 그것들이 주는 위엄은 묵직했다. 세찬 바람이 불어도 까딱하지 않는 바위처럼.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사람들이 늘어났고 의자도 주인을 찾았다. 그만큼 투쟁의 결의도 의지의 밀도도 높아만 갔다.

미리 연락을 해뒀던 전장부 성동지부 박미라 회장님을 찾으려고 빙 둘러보았는데 이름이 보이지 않았다. 통화는 했지만, 서로 만난 적은 없어서 얼굴도 몰랐다. 전화번호를 눌렀다.

“아, 회장님! 저예요. 어디쯤 계세요? 이름을 못 찾겠어요~”
“아구, 아직 가고 있어요. 차가 많이 막히네요!”
“그럼, 혹시 회장님 자리가 대충 어디쯤인지 아세요? 너무 많아서 일일이 확인하기가 어려워요!”
“아, 앞쪽이에요. 두 번째 줄에 있을 거예요.”
“네, 알겠습니다. 그쪽 근처에 있을게요~”

한참 후에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도착한 여인. 에고, 저걸, 오늘, 기어이….

인사를 나눈 후 박 회장님은 차분하게 세팅(?)에 들어갔다. 상자 안에 미리 준비되어 있던 천을 꺼내어 목에 둘러 집게로 고정하고 옆에 앉은 동지들과 웃으면서 이야기도 나누면서 그렇게 그 시간을 기다렸다. 진작부터 가슴이 뜨거워지면서 목이 멘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괜스레 장대 끝에서 나부끼고 있는 깃발만 바라보았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바람 따라 물결치고 있었다.

머릿결은 곱지만, 마음결은 단단한 그녀

긴 머리카락이 뭉텅뭉텅 가위로 잘려 나갔다. 윙윙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이발기 날 사이로 삐뚤빼뚤했던 머리카락이 우수수 날렸다. 머리카락도, 머리카락의 주인이 흘리는 눈물도 소리 없이 떨어졌다. 머리카락이 아까워서, 삭발 후의 모습이 두려워서 흘리는 눈물은 아닐 것이다. 더 이상 방법이 없어서, 외치고 뒹굴고 또 외쳐도 알아주지 않으니까, 목숨을 내놓는 심정으로 몸 일부를 깎아내면서 쏟아내는 눈물이었다. 엄숙한 종교 예식 같은 삭발식 앞에서 죄송하고 부끄러웠다. 수많은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들의 애타는 현실과 심정이 뚝뚝 떨어져서 바닥에 고였다.

원래는 삭발식을 마치고 인터뷰를 진행하려고 했는데, 그 후에 통의동 인수위까지 행진이 있었다. 무리에 들어가서 걷다가, 사진 찍으면서 움직이다 보니 박 회장님이 보이지 않았다. 행진 이후엔 또 다른 일정이 있는 거 같아서 인터뷰는 다음 날 전화로 하기로 했다.

▲ 회장님 어제 고생 많으셨어요. 간단하게 소개 좀 해주세요.

네, 저는 성동지회 회장이고요. 뚝섬역에 ‘성동장애인가족지원센터’가 있는데 거기 비상근으로 센터장을 맡고 있어요. 지회장 역할을 하면서 지역 내에서 주민들과 같이 활동을 하고 있어요. 회원은 150명 정도 되고요, 절반 이상이 성인이에요.

▲ 네, 감사합니다. 삭발하고 집에 들어가시니 가족들 반응은 어땠나요?(웃음)

남편은 머리 자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남편이 처음에는 삭발은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삭발하고 집에 갔더니, 남편이 그냥 별말 안 하고 빡빡이 왔냐~ 그러더라고요(웃음). 워낙에 제가 애들을 위해서 활동하는 걸 알기 때문에 이해하는 거죠.

▲ 네, 남편분이 아주 직설적으로 맞이해 주셨네요. 그럼, 장애인 자녀는 현재 몇 살이고 어떤 상황인가요?

위로 큰 딸이 하나 있고요, 작은 아이가 지적장애인이고 23살이에요. 제가 지금까지 집에서 양육했어요. 그런데 아들은 소통이 좀 되고 혼자 할 수 있는 게 좀 가능한 친구라서 직장생활을 지금 하고 있어요. 장애인 의무고용 제도가 있어서 하루에 4시간씩 일해요. 커리어 플러스 센터라고, 발달장애인 취업을 도와주는 곳이 있어요. 거기를 통해서 지금 세종대학교 사서 보조로 일하고 있어요.

▲ 아, 그렇군요. 고생도 많이 하셨고 여전하시겠지만, 그래도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거 보시니까 나름 뿌듯하시겠어요! 정말 좋은 일이네요. 이번에 어떤 마음으로 참여를 하셨고 삭발하신 후의 마음은 좀 어떠세요?

일단 우리나라가 발달장애에 대한 복지가 굉장히 약한 편이에요. 장애인 전체적인 것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되어 있는 게 없기는 하지만 특히 발달장애에 대한 부분이 제일 미약해요. 그나마 우리 부모들이 소리를 내고 얘기하면서 하나하나, 조금씩 인식하면서 바뀌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어렵죠.

머리카락은 잘라도 다시 자라잖아요. 그렇지만 이거를 통해서 우리 아이들이 우리 없이도 살 수 있다! 살 수 있게 된다고 한다면 머리카락 자르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내 자녀 그리고 우리나라의 발달장애인들 모두를 위해서 삭발한 거죠.

우리가 치고받고 싸우는 것도 할 수 있지만, 그건 윤리에 어긋나잖아요. 근데 요즘 발달장애인 가족 사건이 자주 발생했어요. 그런 것들을 보면서 우리 아이들 케어가 된다면 정말 목숨도 다 내놓을 수 있다는 각오로 삭발을 한 거예요. 이렇게라도 해서 아이들의 삶이 좀 더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 그뿐이에요.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이라서

▲ 마치 부모의 희생 없이는 아무 것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강변하듯 박미라 회장의 머리카락을 기다리고 있는 상장 ⓒ정리연

그동안 여러 모양으로 투쟁해왔다. 이번에는 그나마 가장 쉽게 결의를 보일 수 있는 방법으로 삭발을 택했다. 허나, 모든 것의 중심은 하나로 모인다. 바로 우리 아이, 더 나아가 모든 발달장애인.

▲ 회장님, 이번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이번 삭발식은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이 주 요구사항이지요? 이 정책 자체에 대해 모르거나 오해하는 분들이 많아요. 좀 쉽게 설명해주세요.

네, 대부분의 모르시는 분들은 “애들을 낳으면 너희가 키워야지 왜 국가에 맡겨?”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근데, 저희가 아이를 안 키운다는 게 아니고요, 아이들을 위해 나라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쉽게 얘기하면, 치매 노인 국가책임제 있잖아요. 그거랑 비슷한 개념이라고 보시면 돼요. 치매 어르신들을 집에서 100% 간병을 할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간병서비스나 데이케어센터 등을 통해서 이런 부분들을 해소하게 하거든요.

이처럼 발달장애인들이 활동 지원 서비스를 이용해서 아이들이 활동 지원사들과 같이 움직일 수 있게 해달라는 거죠. 왜냐하면 부모가 모두 일을 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러면 아이를 봐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죠. 우리가 활동 지원과 발달장애인 주간 활동 서비스가 있어요. 근데 만약에 활동 서비스 시간을 최대 125시간을 쓰게 되면 활동 지원 22시간이 깎여요. 두 가지 서비스를 쓰는데 활동 시간을 깎아서 주간 활동을 주겠다는 거예요. 이런 불합리한 부분들을 개선해 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성인이 되면 보통 독립을 하거나 직장생활을 하게 되지만 발달장애 친구들은 그게 안 되기 때문에 그런 거에 대한 지원체계를 요구하는 거예요. 자립생활을 위한 주택 같은 거요. 우리가 세상에 없을 때 이 친구 혼자 남잖아요. 형제자매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들도 그들의 생활이 있을 테니 장애 형제를 24시간 케어 할 수는 없잖아요. 연락하고 챙겨주는 게 한계가 있겠죠. 근데 우리 친구들은 24시간 누가 옆에서 지켜주거나 같이 움직여줘야 하거든요.

그랬을 때 혼자 살 수 있게, 자립을 할 수 있는 지원체계를 만들어 달라는 거에요. 우리가 아이를 키우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요.

▲ 아, 그렇군요. 충분히 이해되네요. 그런데요, 회장님. 잘 모르는 사람은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면 시설로 보내면 되지 않아? 라고요. 그리고 좀 민감한 질문이지만, 아이를 출산하면서부터 집에서 양육하신 거잖아요. 아들이 지금 23살이라고 했는데, 혹시 너무 힘들거나 어려워서 ‘시설로 보낼까?’라는 생각이나 유혹은 없었는지….

그런 생각을 한 적은 없어요. 아들이 발달장애 3급 이상이기 때문에 중증장애인이에요. 그래도 저희 아들은 부모가 요청하는 걸 어느 정도 잘 따라 했어요. 엄마 껌딱지처럼 딱 붙어 다니기는 했지만, 훈련해서 학교도 혼자 다녔고요, 케어하는 부분이 그렇게 많이 힘들지는 않았어요.

시설에 대한 부분이 논란이 많죠. 탈시설을 해야 한다, 혹은 시설을 보내야 한다. 이건 각자 개인의 생각이 다 다를 거예요. 시설이 나쁘지는 않아요. 시설을 보낼 수도 있어요. 그런데 시설에서는 개인의 자유가 없어요. 그러니까 저희가 말씀드리는 거는 시설에서도 혼자서 활동할 수 있게 해주는 거예요. 영화를 보고 싶으면 영화도 보러 갈 수 있고 책을 읽고 싶으면 혼자 책도 볼 수 있고 어디 놀러 가고 싶으면 혼자서 갔다 올 수 있고요. 그런 것들을 할 수 있다면 상관없어요.

그런데 시설 안에서는요, 모든 것이 집단으로 이루어지고 있어요. 거기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인권 침해나 우리가 생각지 못하는 것들이 그 속에 꽤 많이 있어요. 탈시설이 중요하기도 하지만 시설에서도 그런 부분이 안정적인 제도가 정착되지 않은 부분들이 꽤 많이 있잖아요. 그런 부분들이 안정되고 제도가 잘 바뀌고 제대로 된다면 저는 시설에 보낼 수도 있어요. 개인의 자유도 필요한데 그런 게 전혀 갖춰질 수 없는 곳이 시설이거든요.

얼마 전에 시설에서 김밥 먹고 죽은 친구 있잖아요. 그 친구가 그게 한 번만 있었던 게 아니었다더라고요. 여러 번 그런 일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조치를 좀 늦게 취해서 죽었다고. 우리 친구들도 안 먹을 권리가 있는데 그걸 무시하고 꾸역꾸역 먹이는 거죠. 그런 권리가 다 박탈당하는 곳이 시설인 거죠.

자식이 그저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 그렇다면, 이 정책 시행에 국가나 지자체가 난색을 보이는데, 일반적으로 재정문제라고 알려져 있어요. 재정문제를 넘어 더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이 있을까요?

근본적인 재정적인 게 뒷받침이 되어야 하는 게 우선이기는 하지만 근본적인 거는 발달장애의 이해 부족이라고 생각해요. 신체장애, 시각이나 청각장애 같은 경우에는 보이는 장애잖아요. 근데 발달장애의 특성 자체를 모르기 때문에 이해력이 많이 떨어져요. 발달장애도 똑같은 거 아니냐고 얘기들을 하시는데 다르거든요. 그런 기본적인 것만 조금 더 이해하면 우리 친구들을 대하는 거라든가 어떤 체계를 잡는 것에 있어서 좀 더 확실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요.

그렇군요. 회장님 말씀을 들어보니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발달장애에 관한 기본적인 이해도를 높일 필요가 있을 거 같아요. 그러면 국가나 지자체에서 재정문제라고 주장하는 부분에 있어서 허점은 없을까요?

꼭 재정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보통 보면요, 안 써도 되는 예산들이 꼭 있잖아요. 그런 예산들은 다 쓰면서 정말 필요한 예산에 들어가는 것들은 많이 삭감해버려요. 이런 얘기 하면 정치색이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아시다시피 청와대를 국민 품에 주겠다면서 천 몇 백 억을 들여서 옮긴다고 하잖아요. 그냥 그 예산을 주면 돼요. 그 예산만 있으면 우리 아이들 평생을 편하게 살 수 있어요. 우리 더는 머리 안 깎아도 돼요. 근데 예산이 없어서 못 준다고 하는 게 이해가 안 돼요. 그러니까 예산의 쓰임새를 좀 바르게 쓰면 예산이 없어서 못 쓴다는 말은 안 나오지 않을까요.

저희가 무슨 일조를 달라는 것도 아니거든요. 근데 매년 복지 예산은 제로로 시작해요. 딱 얼마를 주겠다고 정해주지 않아요. 제로로 시작해서 나중에는 쪽 예산으로 들어가요. 다른 예산은 다 되는데 왜 우리 예산은 안 될까라는 생각을 저희도 많이 하게 되죠.

▲ 좀 전에 탈시설 얘기를 잠깐 얘기를 나눴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죠? 탈시설에 대해서도 오해와 비난이 많아요. 이에 관해서도 설명 좀 해주시겠어요? 저 역시 예전에는 ‘지역 사회에서는 불편한 게 많은데 오히려 시설은 장애인들에게 편하게 갖추어져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거든요.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요구하시는데 이게 마련되면 지원이 되고 그렇다고 하면 탈시설 문제도 해결이 될까요? 아니면 다른 체계가 더 필요할까요?

해결되죠. 24시간 지원체계가 이루어지면 우리 아이들은 생애 주기별로 24시간을 쓸 수 있게 돼요. 그러면 혼자 살면서 사회에서 어울려 살 수도 있겠죠. 그러니까 지역 안에서 비장애인들과 어울려서 살 수 있게 되는 게 저희의 목표거든요. 저희 친구들이 사회성도 없고 그렇지만 지원체계를 통해서 엄마가 없어도 활동 지원이라든가 주간 활동 서비스 같은 걸 활용해서 활동 지원사의 보조를 받는 거죠. 그리고 지원주택 같은 경우에는 사회복지사가 거기에 상주하면서 친구들을 챙겨주는 거예요. 어떻게 보면 또 다른 시설이라고 해야 할까요?

하지만 여기서는 우리 아이들이 자유롭게 자기의 생활을 하는 거죠. 그렇게 되면 시설을 가지 않아도 되고요. 하지만 정말 최중증인 친구들은 24시간 케어가 필요하거든요. 그런 친구들은 활동 지원을 24시간 해주야 하는데 그렇게 해주지 않아요. 이런 것들이 잘 정착된다면 우리 아이들이 혼자 살아가는 데 전혀 문제가 없을 것 같아요.

▲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네요. 박 회장님 가족은 크리스천으로 알고 있는데요, 혹시 교회 내에서 아들의 장애로 인한 아픔이나 어려움은 없었나요? 한국교회에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면?

음… 장애로 인한 아픔은 장애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오는 게 제일 크죠. 그래도 잘 챙겨주시고 도와주셨어요. 많은 위로와 도움에 감사하죠.

교회에 부탁하고 싶은 거, 글쎄요. 교회가 순수해질 수 있을까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정치적인 색깔을 마구 드러낸다거나 자기들과 좀 다르면 배제하거나 몰아세우지 말고요. 물론 교회가 정치적인 이야기를 할 수도 있죠.

하지만 그보다 교회의 진정한 모습이 무엇인지, 시대의 변화를 위해서 꼭 전해야 할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먼저 고민했으면 좋겠어요. 소외와 차별받는 자, 힘없는 자, 병든 자, 가난하고 억압받는 자 같은 사회의 변두리에 예수님의 눈과 발걸음이 향했던 것처럼, 우리 교회도 그런 예수님의 모습을 따라가야 하지 않을까요?

오늘은 오롯이 나의 몫, 내일은?

▲ 박미라 회장의 이야기처럼 오늘 교회는 어떤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까. ⓒ정리연

전장부 페북에서 박미라 회장님의 삭발 결의문을 보았다.

“저는 지적장애 아들 송호근의 엄마입니다. 우리 아들은 부모연대의 노력으로 만들어낸 커리어 플러스 센터를 통해 직장도 다니고 있고 주간 활동 서비스도 이용하고 있습니다. 다니던 곳은 혼자 다니기도 합니다. 다른 친구들보다는 좋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스스로 찾아서 이용했을까요? 제가 다 찾아서 해준 결과물입니다. 혼자 다니지만 혼자 다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세상이 무섭고 사람과의 소통이 어려워서입니다. 그래서 저와 같이 다니고 먹고 자고 합니다. 저는 아이보다 먼저 눈을 감을 텐데 후에 우리 아이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24시간 지원체계가 이루어진다면 걱정 없이 먼저 갈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 혼자 살아갈 아들을 위해 우리나라 발달장애인의 미래를 위해 삭발합니다. 아들아 앞으로의 너의 삶에 꽃길만 있기를 바란다.”

머리를 감을 때마다 만져졌던 머리카락이 당분간은 까끌까끌하게 손바닥을 찌르겠지. 하지만 다시 자라나는 머리카락처럼 장애인과 부모들의 삶과 마음에도 희망과 지원체계가 점점 커지면 좋겠다. “내가 없어지면 우리 아이는 어떻게 하지?”라는 오늘의 걱정이 “내가 없는 내일은 정부와 지역 사회가 우리 아이를 책임져 줄 거야”라는 안심으로 바뀌기를, 피어나는 속도도 시기도 향기도 다양한 꽃들이 어우러져 피듯이 그렇게 함께 어울려 사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이 길에 한국교회가 함께 어깨를 겯고 걸어갔으면 좋겠다. 예수님처럼. 그리고 내년 4월에는 전국의 장애인 부모와 가족들이 눈물의 삭발이 아니라, 신나게 꽃구경할 수 있기를.

정리연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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