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말씀의 잔치 Junger Prediger
Ecce Deus(하나님을 보라)기적을 만드는 사람들(요한복음서 6:7-11)
주재훈 목사(생명교회) | 승인 2022.04.25 00:05
▲ 기적 너머의 하나님을 보아야 한다. ⓒGetty Image

1.

요한복음 이야기를 계속 해나가고 있습니다. 요한복음의 중심에는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 그를 믿는 믿음, 그 믿음으로 구원받아 새롭게 살아가는 새 삶이 있습니다. 특별히 새로운 삶을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보여줍니다. 그리스도 예수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고, 예수를 만난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고, 예수의 설교 말씀을 통해서도 보여줍니다. 그리고 예수님이 행하신 기적을 통해서도 보여줍니다.

오늘의 말씀은 예수님이 보여주시는 오병이어의 기적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요한복음의 기적은 오늘이 처음이 아닙니다. 벌써 가나의 혼인잔치의 기적이 있었습니다. 기억해 봅시다. 그 기적에서 우리가 본 것은 기적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기적이 일어나기 전에 어머니 마리아가 지녔던 신앙의 모습, 그 믿음의 순진함, 순전함, 그리고 하나님에 대한 신뢰와 순종, 그것이 우리의 삶을 우리가 기적이라고 부르는 모습으로 인도해 갔던 것을 보았습니다.

오늘 오병이어의 기적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은 기적을 일으키실 때에, 무대 위에서 마술사가 쇼를 하듯이 그렇게 하지 않으십니다. 사람들은 구경꾼처럼 구경하는 게 아닙니다. 예수님의 기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그 기적의 현장에서 예수님을 만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신앙입니다. 그들이 마음, 영혼입니다. 그 영을 구원으로 인도하기 위해 기적이라는 수단을 사용하시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상관관계를 오해해서는 안 됩니다. 예수님이 기적을 행하고, 이 기적을 보고 믿을 사람은 믿고 그래도 못 믿으면 말고, 그런 게 아닙니다. 기적이 먼저 있고 신앙이 뒤따르는 것이 아니라, 신앙이 있고 그 신앙으로 인해 기적이 생기는 겁니다. 그 기적이 신앙을 더욱 명확하게 만드는 겁니다.

오늘 오병이어의 기적에서도 우리가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 것은, 예수님의 기적의 현장에 함께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마음의 상태입니다. 그들의 신앙의 모습들입니다. 이제 그 사람들에 주의하면서 오병이어 기적 이야기를 살펴보겠습니다.

2.

그런데 오병이어를 보기 전에 구약의 이야기를 한 말씀 먼저 나눌 겁니다. 엘리야 선지자의 제자인 엘리사 선지자의 이야기입니다. 열왕기하 4장 42절~44절의 말씀입니다. 제가 읽어드리겠습니다. “어떤 사람이 바알살리사에서 왔다. 그런데 맨 먼저 거둔 보리로 만든 보리빵 스무 덩이와, 자루에 가득 담은 햇곡식을, 하나님의 사람에게 가지고 왔다. 엘리사가 그것을 사람들에게 주어서 먹게 하라고 하였더니, 그의 시종은 백여 명이나 되는 사람들 앞에 그것을 어떻게 내놓겠느냐고 하였다. 그러나 엘리사가 말하였다. ‘사람들에게 주어서 먹게 하여라. 주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먹고도 남을 것이라고 하셨다.’ 그리하여 그것을 백 명이나 되는 사람들 앞에 내놓으니, 주님의 말씀처럼 사람들이 배불리 먹고도 남았다.” 어떻습니까? 많은 사람들에게 턱없이 부족한 음식, 그런데도 그 음식을 나눠주라는 말씀, 그리고 배불리 먹고도 남은 음식. 오병이어 이야기와 너무나 흡사하지 않습니까?

이것은 ‘우연히 구약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네?’ 하고 넘어갈 일이 아닙니다. 성경은 하나님의 역사를 기록한 증언입니다. 하나님의 의지, 하나님의 뜻, 하나님의 소망이 들어있고, 하나님이 그 뜻을 행하시는 실제 행위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신약이 구약의 실현이라고 말하거나, 예언의 성취라고 말하는 것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사건의 실현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귀를 타고 온다고 그렇게 쓰여져 있었는데, 와, 진짜로 예수님이 나귀를 탔네? 예언의 성취다!” 이런 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하나님의 일관된 뜻, 꿋꿋한 의지가 관철되고 있는 것이 예언의 성취입니다.

예수님은 열왕기에 적힌 엘리사의 기적 이야기를 너무나 잘 알고 계셨을 겁니다. 엘리사를 통해 이루셨던 수많은 기적들을 관통하는 하나님의 의지를 이해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 마음을 자기의 마음으로 삼아, 깊이 품고 있다가, 마침내 오늘 많은 사람들 앞에서 펼쳐 놓으셨을 것입니다.

엘리사의 일생 동안의 기적을 통해 하나님이 보여주신 그 마음, 예수님이 엘리사의 기적을 통해 깨달은 하나님의 마음, 그 기적을 지금 이 땅에 또다시 베푸시면서 이 땅에 실현되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그 마음, 예언자 엘리사를 관통하고 있는 주제가 오늘 오병이어 이야기의 주제인 것입니다.

3.

성경에 나오는 엘리사의 이야기는 크게 시리아의 침공 이야기와, 나아만 이야기, 그리고 몇 가지 기적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들은 서로 각각의 이야기가 아니라, 하나의 관점으로 엮여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중 세 가지 장면을 함께 보겠습니다.

먼저 시리아가 군대를 일으켜서 이스라엘을 침략했을 때입니다. 시리아는 포위작전을 써서 이스라엘을 괴롭힙니다. 이스라엘의 수도 사마리아를 꽁꽁 포위하고는 고립시켜버립니다. 이스라엘은 극심한 고통에 시달립니다. 심지어는 먹을 것이 없어서 어린아이들을 잡아먹기까지 합니다.

두 번째 장면은 바로 그 시리아의 군대장관인 나아만이 엘리사를 찾아온 장면입니다. 나아만은 극심한 피부병에 걸렸습니다. 아마도 나병, 문둥병이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시리아라고 하는 큰 제국의 군대장관이 이리저리 손을 써 봐도 낫지 않던 병입니다. 그러다가 이스라엘에 대단한 선지자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는 엘리사를 찾아옵니다. 엘리사는 나아만에게 뭐라고 했죠? 요단강에 가서 일곱 번 몸을 씻으라고 말합니다. 나아만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돌아가 버립니다.

세 번째 장면이 오늘 제가 읽어드린 오병이어와 매우 닮은 그 이야기입니다. 보리빵 스무 덩이와 햇곡식 조금을 가지고 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배불리 먹고 남았다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들의 공통점이 뭘까요?

첫째 이야기를 보면, 시리아가 쳐들어왔는데, 우리를 지킬 수 있는 힘이 없습니다. 정말로 없습니까? 아니지요. 있습니다.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시고, 하나님이 지켜주십니다. 역사가 그렇게 말하고 신앙이 그렇게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사람들은 믿지 못합니다. ‘하나님이 지켜준다고? 에이, 어떻게 그래?’ 나에게 있는 것을 믿지 못하고 포기해 버립니다.

두 번째 이야기를 볼까요? 군대장관 나아만은 요단강에 가서 일곱 번 몸을 씻으면 문둥병이 나을 것이라는 엘리사의 말에 화를 냅니다. 놀라운 기적을 베풀거나, 아니면 듣도 보도 못한 엄청난 약을 조제해 주거나 할 줄 알았더니, 웬걸 요단강에 씻으라니요? 기대가 무너졌던 것입니다. 어떤 기대죠? 평범하지 않은 대단한 무언가가 있어야만 한다는 생각이죠. 평범한 것, 평범한 사람, 흔한 것, 그런 것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입니다.

마지막 이야기는 함께 읽은 이야기입니다. 어떤 사람이 보리 보리빵 스무 덩이를 가지고 왔습니다. 백 명이 넘는 사람이 먹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런데 엘리사는 그것을 사람들에게 주라는 겁니다. 아무리 계산해 봐도 답이 안 나옵니다. 선지자님이 잘못 생각한 겁니다.

과연 그렇습니까? 세 이야기를 관통하는 것이 있습니다. ‘힘이 없는데 어떻게 우리가 이겨? 요단강에 씻는다고 낫겠어? 달랑 이거 가지고 어떻게 다 배부르게 먹어?’ 우리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뿐인가요? 정말로 그게 전부입니까?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빠져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가 군사력이 약합니다. 힘이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너희와 함께 하겠다. 내가 너희를 도와 승리하게 하겠다.’ 요단강 물이 뭐 대단한 효험이 있을까요? 아닙니다. 별거 아닌 그냥 강물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저 물에 들어가 씻으라. 내가 너를 낫게 하겠다.’ 보리빵 스무 개면 아무리 계산해도 스무 명이 먹을 수 있을 뿐입니다. 맞습니다. 백 명이 먹으려면 양에 차지 않습니다. 입맛만 다시고 끝납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나누어 먹어라. 먹고도 남을 것이다.’

우리의 판단이 틀리지 않습니다. 정확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괜찮다. 내가 돕는다. 내가 함께 한다. 이루어진다.’ 당혹스럽습니다. 내 판단이 정확한데, 두 번 세 번 거듭 확인했는데, 확실한데! 그런데 나만 확실한게 아닙니다. 하나님의 말씀도 그 약속도 확실합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4.

바로 여기가 우리의 자리입니다. 우리는 이 자리에서 깊이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나의 판단이 틀렸을 거야~’ 하고서 덮어놓고 하나님께 순종해서도 안 됩니다. 반대로 ‘나의 판단이 정확해!’ 하고서 하나님의 말씀을 무시해서도 안 됩니다.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이 고민의 시간을 성실하게 보내는 겁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이 고민의 시간에 항상 머물러 있는 겁니다.

하나님을 잘 믿는다는 것은, 신앙의 이름으로 나의 인간적인 판단을 완전히 무시해 버리는 것이 아닙니다. 내 생각은 하나도 없이, 맹목적으로 주님 앞에 엎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한편으로는 좋은 신앙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아무런 의견도 없는 상태를 말하지 않습니다. 인간으로서의 생각 자체가 없는 것은 올바른 신앙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부여하신 인간으로서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여 가장 좋은 의견을 지녀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뜻이 나의 생각과 충돌하는 것을 보면서, ‘왜 하나님의 생각은 이럴까?’ 하고서 고민해야 합니다.

이런 고민의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버리면 안 됩니다. 곧바로 기적으로 넘어가서, 우리 예수님이! 우리 하나님이! 하고서 마냥 박수만 치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는 우리가 변하지 않습니다. 맨 처음에 말씀을 전하기 시작할 때, 제가 했던 말씀 기억하십니까? ‘사람에 집중해보자’ 그랬죠. 중요한 것은 기적 자체가 아닙니다. 예수님의 기적 앞에서, 혹은 기적 뒤에서 예수님을 만나고 하나님을 만난 사람들, 그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되느냐? 우리는 그것을 집중해 보아야 하는 겁니다. 그리고 우리가 바로 그런 사람이 되도록, 치열한 고민의 시간 속에 빠져야 하는 겁니다.

성경은 ‘예수님이 빌립을 시험하여 보셨다’고 말합니다. 그런가 하면 떡과 물고기를 들고 나온 어린아이가 등장합니다. 이들은 예수님이 기적의 들러리가 아닙니다. 그 기적을 마주하고 선 한 사람, 바로 나를 상징합니다.

하나님께서 기적을 준비하고 계신데, 상상할 수 없는 구원을 준비하고 계신데, 고작 내 병사의 수를 계산하고, 보리빵 수나 세고 있고, 요단강 물이 성분이 어떻고, 그런 생각에 빠져 있는 우리를 상징합니다.

그 생각에서 뛰쳐나와야 합니다. 그러나 그 생각을 버려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생각을 들고 주님 앞에 서야 합니다. 오병이어는 이런 인간적인 고민의 결과물을 말합니다. “주님, 내가 가진 것은 빵 다섯 개, 물고기 두 마리입니다. 이걸로는 턱없이 부족한 줄 알지만, 그럼에도 주님께서는 충분하다 하시니 이렇게 들고 나옵니다. 주님 이 오병이어를 받아 주시고, 오병이어와 함께 내 존재도 받아 주십시오. 내 생각이 내 신앙이 오병이어에 머물지 않도록, 이 빵과 물고기와 함께 저도 주님의 경지로, 주님의 세계로 함께 인도해 주십시오.”

그렇게 주님 앞에 섰을 때, 비로소 우리는 구원에 합당한 존재가 되어갑니다. 그렇게 주님 앞에 섰을 때, 비로소 하나님도 우리의 삶 속에서 기적을 만들어 가십니다. 우리 모두 힘들지만, 어렵지만, 고민의 자리, 고민의 시간, 그 속에서 주님만을 붙들고 기도하는 사람들이 되어 봅시다. 그렇게 우리도 기적을 만드는 사람들이 되어봅시다.

주재훈 목사(생명교회)  lewisciper@naver.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 19 한국기독교회관 503호  |  제호 : 에큐메니안
대표전화 : 070-4252-0176  |  팩스 : 0303-3442-0176  |  등록번호 : 서울 자 00392  |  등록일 : 2012.10.22
발행인 : 홍인식  |  편집인 : 이정훈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인식  |  E-mail : webmaster@ecumenian.com
Copyright © 2023 에큐메니안.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