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학술 칼럼
어두운 미래와 ‘가난으로부터 오는 자유’미래사회의 변화와 교회의 선교적 대응 (1)
채수일(전 한신대 총장) | 승인 2022.04.25 23:22
▲ 오늘날 기아와 기근은 해결 못할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탐욕이다. ⓒGetty Image

< 1 >

인류의 미래는 갈수록 불확실해지고 있다. 미래를 전망하는 수많은 예언서들의 결론은 대체로 순진한 낙관론이거나, 암울한 세계 종말의 예언, 혹은 인간의 윤리적 거듭남에 대한 호소 등으로 끝맺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확실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 외에는 확실한 것이 없다는 이른바 ‘불확실성의 시대’, ‘위기 사회’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이다.

현실과 미래의 암울한 전망을 상징 언어로 표현한 것을 우리는 ‘묵시문학’이라고 말하는데, 묵시문학의 뿌리는 후기 유대교에까지 소급된다. 그러나 21세기의 묵시문학의 저자들은 종교적 환상을 가진 이들이 아니라, 과학자, 역사학자, 경제학자들이라는 점에서 구별된다. 이들의 언어는 더 이상 상징 언어가 아니다.

1962년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이 쓴 『침묵의 봄』(1)에서부터, 1972년 ‘로마 클럽’이 발표한 『성장의 한계』와 『제1차 지구혁명』(전형배 역, 청림출판 1992), ‘로버트 하일브로너’의 『21세기 자본주의』(강철규 역, 현대정보문화사 1993), ‘미셀 알베르’의 『자본주의 대 자본주의』(김이랑 역, 소학사 1993), ‘레스터 써로우’의 『세계경제전쟁』(이근창 역, 고려원 1992), ‘폴 케네디’의 『21세기 준비』(변도은/이일수 역, 한국경제신문사 1993), ‘야마모토 료이치’의 『지구온난화 충력리포트』(김은하 역, 미디어 윌 2007), 노벨 평화상을 받은 미국 전 부통령 ‘엘 고어’가 만든 영화, 「불편한 진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가 기획출판한 『르몽드 세계사: 우리가 해결해야 할 전지구적 이슈와 쟁점들』(권지현 역, 휴머니스트, 2008) 등이 이런 변화를 잘 보여준다.

그런데 이들이 보여주는 세계의 미래가 암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인구폭발, 특히 개발도상국가들의 인구증가와 인구 도시집중, 지구 온난화와 수자원의 고갈(2), 기근과 식량안보 문제, 첨단기술의 발전과 실업의 급증, 세계경제의 블록화와 초국적 기업의 확산, 새로운 민족주의의 대두와 지역분쟁, 종교적 근본주의와 종교분쟁, 통신혁명과 정보화 사회의 문제 등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에 대한 이들의 예견은 전통적인 묵시문학보다 훨씬 더 충격적이다.(3)

그리고 이것은 현실이 되었다. 1984년 인도 보팔시 유독가스 사고(4), 1986년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핵연료 폭발사고, 1995년 일본의 고베 대지진, 1998년 양쯔강 대홍수, 2001년 ‘9.11’테러, 2003년 프랑스 폭염으로 15.000여 명 이상의 시민 사망, 2005년 미국의 뉴올리언스시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파키스탄 북부지방 대지진, 2007년 인도네시아 해일, 2008년 중국 쓰촨성 대지진 등 재난은 물론, ‘사스’(SARS: 급성호흡기 증후군),(5) ‘광우병’(6) 등의 질병이 그 실례다.

< 2 >

과학자들이 미래를 비관적으로 전망하면 종교적 근본주의가 득세하기 마련이다. 1978년 가나(Guayana)의 존스 타운(Jonestown)에서 ‘민족성전’ 종파 912명이 집단 자살한 사건, 1995년 캐나다와 스위스에 있는 ‘태양성전’ 종파에 소속된 53명의 신도, 1997년 미국 샌디에고에 있는 ‘외계인-사망-제의’ 종파(UFO-Death-Kult-Sekte)의 신도 39명, 우간다에 있는 가톡릭 계열의 ‘하느님의 어머니 종파’(Mutter-Gottes-Sekte)를 믿는 1,000여 명이 넘는 신도들의 자결, 일본 쇼코 아사하라의 독가스 종파와 미국 오클라호마 폭파범 등(7) 수없는 예를 들 수 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런 전환기의 격렬한 변화의 파장이 어떤 지역이나 사회도 예외로 남겨 놓지 않는다는 데 있다. 어떤 이는 이것을 ‘세계화’ 시대의 또 다른 발전의 기회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세계화’는 지구상의 소수의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에게는 기회일지 몰라도 대다수의 개도국이나 가난한 나라들에게는 오히려 세계의 양극화를 의미할 뿐이다.

오늘 우리 세계는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촉발된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이른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는 이익의 극대화에 눈이 어두워진 금융기관들의 도덕적 해이와 미국 중심의 신자유주의적이고 글로벌화한 금융자본,(8) 세계화 지상주의, 시장근본주의의 파국, 부자의 탐욕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오늘날 지구상에는 18억이 넘는 인구가 하루에 1달러도 안 되는 수입에 의존해 극도의 빈곤 속에서 살고 있다.

반면 가장 부유한 1퍼센트의 인구는 가장 가난한 사람 57퍼센트의 수입을 모두 합한 것과 같은 액수의 돈을 번다.(9)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1,200만 명에 달하며, 이들은 대부분 남반구에 밀집해서 살고 있다. 지금부터 40년 전, 만성적인 영양실조로 고생하는 사람은 4억 명이었으나 현재는 8억 5,400만 명으로 늘어났다.(10)

지구상에는 지금도 해마다 세계 인구의 1퍼센트인 6,200만 명이 무슨 이유로건 사망한다. 그런데 2006년의 경우, 이 중에서 3,600만 명 이상이 기아 또는 영양결핍으로 인한 질병으로 사망했다. 따라서 기아는 지구상에 살고 있는 인류의 가장 중요한 사망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기아란 다름 아닌 인간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기아로 죽는 사람은 살해당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그리고 이 살인자의 이름은 바로 ‘부채’라고 ‘장 지글러’는 지적한다.(11)

세계는 빈곤을 충분히 극복하고 남을 재화와 자원이 있다. 그러나 빈곤의 극복보다 군비를 위해서는 더 많은 재화를 낭비하고 있다. 전 세계 모든 국가의 군비지출총액은 2004년 1조 달러를 넘어섰다. 그 가운데 47퍼센트는 미국이 집행한다. 뉴욕 맨해튼의 타임스 스퀘어에는 이라크와의 전쟁에 들어가는 비용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거대한 전광판이 있다. 프로젝트 빌보드 협회에서 제작한 이 전광판은 2004년 8월 25일 수요일 1,345억 달러에서 시작했다. 이 액수는 하루에 1억 7,700달러씩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시간당 740만 달러, 분당 122,820 달러에 해당한다. 이라크 전쟁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미국은 매달 48억 달러(2003년 9월부터 2004년 9월까지의 1년을 대상으로 할 때)를 전쟁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는 셈이다.(12)

그런데 유엔 개발계획(UNDP) 2006년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해마다 850억 달러씩 10년 동안 투자한다면, 지구상의 모든 사람은 기초적인 교육과 기초적인 의료, 적절한 영양, 식수, 기본적인 위생 시스템을 보장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성들은 적절한 산부인과 치료도 받을 수 있다고 한다.(13)

세계는 미국 달러를 기축통화로 한 금융시장질서를 바꾸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하지만, 현실성도 전망도 분명하지 않다. 국제연합(UN)같은 국제적 조직을 만들어 지구적 차원에서 재발 가능한 경제위기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정치적 의미에서도 국제연합(UN)의 가능성은 이미 한계에 봉착했고, 2009년 창립 64년을 맞는 유엔이 앞으로 그리 오래 살 것 같지 않아 보인다고 장 지글러는 전망한다.(14)

< 3 >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연합이 선택한 해결책은 주목할 가치가 있다. 국제연합은 ‘우리 후손이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을 남겨두면서 우리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지속가능한 개발’을 제안하면서, 부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도한 생산과 소비를 줄이는 동시에 노동시간도 함께 줄이고, 물질만능주의보다 전통적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민간영역보다 공공영역(의료보험, 퇴직연금)을 확대하고, 세계의 공공재(자원, 지식)를 민영화하는 대신 공동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자본이 요구하는 수익성은 자연적, 사회적 삶의 원칙과 맞지 않는다’. 그러나 무한성장으로 인한 생명 소멸의 위험과 불평등의 심화에 따른 사회적 위험을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중요한 것은 무한 증식을 그 본질로 하는 자본의 논리에 종속된 사회관계를 어떻게 초월하느냐는 것이다.(15)

물론 구조적이고 세계체제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무리 구조적 대책을 마련한다고 해도 빈틈은 있기 마련이고, 과연 미국이 달러 패권을 스스로 제한할 것인지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나는 이런 형태의 경제위기와 파국은 인간이 회개하지 않는 한, 다시 말해 전적으로 새로운 가치와 삶에로 방향전환을 하지 않는 한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16) ‘보다 많이’에서 ‘보다 적게’, ‘보다 빠르게’에서 ‘보다 느리게’, ‘보다 높게’에서 ‘보다 낮게’로 삶의 방향을 정하고, 그런 삶을 행복하게 실천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전환은 오직 회개와 생명의 영을 통해서 가능하다.

구조적 대안의 모색과 개인적 삶의 전환은 서로 뗄 수 없이 연결되어 있다. 스리랑카의 신학자 ‘알로이스 피에리스’(Aloysius Pieris, S.J)는 ‘가난으로부터의 자유’가 ‘가난으로부터 오는 자유’와 결합되지 않으면 맘몬과의 싸움에서 결코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가난은 극복되어야 한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어가는 것은 이 지구가 충분한 식량을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17)

그러나 맘몬의 지배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우리가 맘몬을 가지고 있을 때가 아니라, ‘가난으로부터 오는 자유’를 행복하게 누릴 때이다. 숭배자 없는 우상은 힘을 잃게 된다. 가난한 사람들의 피를 먹고 살면서 생명을 파괴하는 맘몬으로부터 생명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생명의 영이신 하나님에게로 부자나라들, 부자들이 돌아설 때, 인류에게 희망이 있다.

미주

(미주 1) 이 책은 살충제가 생태계에 미치는 위험과 DDT를 비롯한 농약이 환경 속에 어떻게 확산되는지, 잔류농약이 동물의 조직에 축적되면 그 피해가 얼마나 많이 확대되는지, 발암성 물질이 다음 세대에까지 어떤 피해를 남기는지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인류가 잘못된 삶의 방식을 계속 유지해 나간다면 결국 자멸을 피할 수 없음을 경고한 최초의 책이다.

(미주 2) 오늘날 전 세계인구중 11억 명 이상이 안전한 식수를 마시지 못하고 있고, 24억 명이 올바른 위생시설을 갖추지 못한 곳에서 살고 있다. 수인성 질병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은 연간 500만 명이 넘는다. 이는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 수보다 10배나 높은 수치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획, 『르몽드 세계사: 우리가 해결해야 할 전지구적 이슈와 쟁점들』, 권지현 역(서울: 휴머니스트, 2008), 16 참조.

(미주 3) 『르몽드 세계사: 우리가 해결해야 할 전지구적 이슈와 쟁점들』

(미주 4) 인도 보팔 시에 설립된 미국의 다국적 기업 소속 공장에서 농약의 원료인 메틸이소시안 유독가스가 누출되어 2.800여 명의 주민이 사망하고, 20만 명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했으며, 자연생태계까지 크게 훼손된 사고.

(미주 5) 2003년 중국에서 사스가 발생해 전 세계적으로 8천 명 이상이 감염되었다.

(미주 6) 광우병, 곧 비정상 변형단백질인 프라이온(Prion)이 일으키는 병으로 소의 중추신경계에 감염되어 뇌조직 변형과 폐사에 이르는 병으로 영국에서 최초로 1986년에 질병으로 인정했다. 영국에서 광우병 첫 발병사례가 발견되고 14년이 지난 후, 81번째 희생자가 나왔다. 광우병은 최소의 비용으로 세계 인구를 먹여 살리려다가, 그리고 농업관련 산업의 배를 불리려는 경제우선논리에서 초래되었다고 봐야 한다. 『르몽드 세계사』, 30-31 참조.

(미주 7) 위르겐 몰트만, 『절망의 끝에 숨어 있는 새로운 시작』, 곽미숙 역(서울: 대한기독교서회, 2006), 74.

(미주 8) 세계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1999년에 유통된 금융자본은 이 해에 전 세계적으로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보다 63배나 더 많았다. 장 지글러,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유영미 역(서울: 갈라파고스, 2007), 160.

(미주 9) 전세계적으로 개인자산운용회사에 100만 달러 이상을 위탁한 가구 수는 약 3,000만을 헤아린다. 2003년 세계사치품시장 규모는 1,200억 유로에서 7,600억 유로 사이로 평가되었다. 미국인 6,500만 명 이상(전체가구의 65%)이 한 마리 이상의 애완견을 기르고 있는데, 애완견에게 사치스러운 선물을 안기는 것이 유행이다. 랄프로렌 로고가 찍혀 있는 애완견용 폴로티셔츠와 루이비통 프라다, 샤넬, 버버리의 애완용 줄과 목걸이는 큰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르몽드 세계사』, 125.

(미주 10) 장 지글러, 『탐욕의 시대: 누가 세계를 더 가난하게 만드는가?』, 영영란 역(서울: 갈라파고스, 2008), 36 참조.

(미주 11) 『탐욕의 시대』, 116.

(미주 12) 『탐욕의 시대』, 49.

(미주 13) 『탐욕의 시대』, 50.

(미주 14) 『탐욕의 시대』, 64.

(미주 15) 『르몽드 세계사』, 105.

(미주 16) 세계 225명의 대재산가들의 총자산은 1조 달러가 넘는다. 이것은 전 세계 가난한 자들의 47퍼센트(25억명)의 연간수입과 맞먹는 수치다. 빌 게이츠의 자산은 가난한 미국인 1억 600만 명의 총자산과 맞먹는다. 미국 제너럴모터스 사의 매출이 덴마크의 GDP를 웃돌고, 미국의 석유회사 엑슨모딜의 매출은 오스트리아의 GDP보다 웃돈다. 세계 100대 글로벌 기업들 각각의 매출은 가난한 나라 120개국의 수출총액보다 많다. 또한 상위 200대 기업이 세계무역수지의 23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장 지글러,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161-162 참조.

(미주 17) 120억의 인구가 먹고도 남을 만큼의 식량이 생산되고 있는데도, 하루에 10만 명이, 2005년 기준으로 10세 미만의 아동이 5초에 한 명씩 굶어 죽어가고 있다. 비타민 A 부족으로 시력을 상실하는 사람이 3분에 1명 꼴이다. 그리고 세계 인구의 7분의 1에 이르는 8억 5.000만 명이 심각한 만성적 영양실조 상태에 있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18, 37 참조.

채수일(전 한신대 총장)  sooilchai@hanmail.net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종로구 김상옥로 30, 402호  |  제호 : 에큐메니안
대표전화 : 070-4252-0176  |  팩스 : 0303-3442-0176  |  등록번호 : 서울 자 00392  |  등록일 : 2012.10.22
발행인 : 홍인식  |  편집인 : 이정훈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인식  |  E-mail : webmaster@ecumenian.com
Copyright © 2022 에큐메니안.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