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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더 가난해지고 삶도 더 퍽퍽해지는데우리의 노동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
김건수 | 승인 2022.04.29 15:04
▲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가 몸으로 지하철 타기 투쟁을 하고 있다. ⓒ박경석 공동대표 페이스북

대한민국 경제규모가 세계 10위라고 한다. 개도국에서 시작해 중도국을 거쳐 자타가 공인하는 선진국이 된 셈이다. 그동안 국민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도시가 좀 더 으리으리해졌을 뿐이다. 모두가 먹고살기 어렵다고 아우성인 선진국 대한민국. 나는 기사를 읽고 나서야 이 나라가 선진국이 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직 선진국의 국민으로 살아가기에 어색한 건 나만이 아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아침 지하철 탑승 시위 중, “세계 10위권 선진국이라지만 여전히 장애인의 삶은…”이라는 발언에 한 승객은 선진국이니 이 정도라도 하는 것 아니냐 볼멘소리로 중얼거린다. 그러니 도대체 선진국이란 게 뭐란 말인가. 아무튼 이 장면은 선진국 대한민국에게 시민에 대한 국가의 책임과 시민에 대한 시민들의 책임을 숙제로 남겨놓았다.

경제성장이 되었으니 선진국이라는 건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성장이란 시장경제의 활성화이고 곧 돈의 유통이 계속되고 있다는 거다. 그런데 이상하다. 실업이 증가하고, 임금소득은 줄어들고 있다. 돈이 어디서 나기에 경제가 성장한 걸까?

답은 부채에 있다. 임금과 국가재정으로 돌아갈 사회적 부가 소수 자본에 독점되는 동안, 국민들은 스스로 부채를 내어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선진국은 국민의 삶을 담보삼아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니 국민의 삶이 더 나아졌을 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여전히 선진국이라는 말을 놓지 못하는 데에는, 선진국 대한민국이 더 나은 삶을 만들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그러나 차별금지법이 나중으로 미뤄지듯, 더 나은 삶의 기대는 항상 나중으로 미뤄진다. 이에 더해 당선된 신임 정부는 노골적으로 구조적 차별과 불평등을 부정한다. 하기에 지하철을 멈춰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라는 지하철 탑승 시위는 과격한 시위로 폄하되어선 안 된다. 시민의 불편을 도구로 사용해 정치권을 압박하려는 전략만도 아니다. 질문이고, 함께 생각해보자는 제안이다.

개도국에서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오가는 동안, 먹고사는 문제는 얼마나 해결되었나? 왜 아직도 장애인의 삶은 제자리인가? 그렇다면 우리가 해왔던 성장은 무엇이란 말인가? 당신이 오늘 출근해 얻는 몫은 정당한 것이란 말인가?

나는 이 질문에 정치와 사회가 답변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휠체어에 내려 바닥을 기는 장애인의 투쟁을 퍼포먼스 이상으로 해석하지 못하는 이준석의 좁은 시야에서 답을 찾길 거부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각각의 능력을 헤아리는 시험과 그것을 판가름할 지도자가 아니다. 지하철 틈새에 바퀴를 집어넣고, 배를 깔아 지하철을 기어가며 오늘의 세상에 전면적으로 도전하는 이들이 던지는 물음, 이들이 함께 풀어가지며 제기하는 숙제를 함께 고민하는 것이다.

삶을 책임지지 못하는 성장, 성장할수록 더 삶이 피폐해지는 오늘의 사회에 기대를 걸지 말자는 것이다. 장애인 차별구조를 바꾸지 않은채 흘러가는 시간과 나중을 믿지 않는 장애인들처럼, 당신의 삶을 지켜주지 않고 홀로 글로벌 경제를 질주하는 선진국 대한민국을 함께 멈추자는 것이다.

아침 출근길, 노동하러 가는 이들이 이 질문에 함께 답하길 바란다. 그리고 그 질문이 지금 우리가 노동으로 건설한 세상이 누구의 것인지 묻기를 바란다.

김건수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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