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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육우당’처럼 기도가 절실한 이들의 기도의 자리[2022 청소년 기독인 성소수자 고 육우당 19주기 혐오와 차별에 희생된 이들을 기억하는 추모기도회] 참석기
황용연 대표(사회적 소수자 선교센터 무지개센터) | 승인 2022.04.29 15:07
▲ 그리스도인 성소수자 육우당 19주기 추모기도회 ⓒ황용연

1.

그리스도인이 된지 30여년이 넘어갑니다만 기도회와 예배가 무슨 차이가 있나 하는 생각이 아직도 들 때가 있습니다. 기도회라고 해서 가면 기도도 하고, 찬송도 하고, 설교도 하는데 이게 예배랑 뭐가 달라 싶어서 말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저에게 어제의 기도회는 꽤 다른 느낌을 주었습니다. 정말로 기도만 하는 자리이고 기도가 절실한 사람들을 위한 자리였으니까요.

2.

첫 번째 기도로 “혐오와 차별에 희생된 이들을 위한 기도”를 함께 드리는 중에 마음에 콱 박히는 구절.

“사랑 없는 곳에 갇힌 우리는 억울함, 분노, 불안과 무력감에 자꾸만 잠겨갑니다. 빠져나오려 몸부림을 쳐도 수면 위로 올라갈 수 없을 것만 같습니다. 이곳은 너무나 깊고 깊습니다.”

그래서 “물을 밀어내는 우리의 발길질에 힘을 실어 주세요. 지쳐서 가라앉을 것만 같을 때는, 서로를 붙들고 헤엄을 치게 해 주세요.”라는 기도가 이어집니다.

그리고 마침내,

“주님. 저는 믿습니다. 자꾸만 물을 밀어내다 보면, 폭풍우 몰아치듯 파도가 칠 것이라 믿습니다. 수면만 시끄러운 것이 아니라, 검푸른 바다가 온통 뒤집히며 일렁일 것을 믿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마침내 물 밖으로 머리를 쳐들 수 있습니다. 오래도록 참아왔던 숨을 토해낼 수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에, 기억에 살아 숨쉬던 이들의 얼굴도 떠오를 것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서로의 손을 잡고 있을 것입니다.”

3.

이후 청소년 성소수자들을 위한 기도, HIV/AIDS 감염인들을 위한 기도, 젠더 폭력에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한 기도, 사회와 교회의 변혁을 위한 기도, 더 많은 무지개를 위한 기도가 이어졌습니다. 기도 사이사이에 노래로 드리는 기도들도 있었고 그 중 몇 가지 노래는 육우당이 생전에 지은 시를 노래로 만든 것이었습니다.

함께 모여 이런 절실한 기도를 드린 사람들을 위해서 위로와 나눔의 성찬식이 있었습니다. 나눌 수 있는 음식을 주심에 감사한 자리, 음식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공동체가 있음에 감사한 자리, 음식을 나누며 따뜻한 눈길과 미소를 함께 전할 수 있음에 감사한 자리. 눈길과 미소 안에 하느님의 무지개빛 사랑을 담을 수 있어 감사한 자리였습니다. 그 무지개빛 사랑을 전해 주신, 퀴어하게 오시고 퀴어한 삶을 사시며 퀴어한 가르침을 전하시고 퀴어한 죽음과 부활을 이루신 예수님을 기억하는 자리였습니다.

4.

이러한 기도들을 함께 드리면서 마음에 다가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정말로 기도가 필요한 사람들이 기도하고 있구나. ‘세상’에 자기를 호소할 길이 막혀 오직 하느님에게만 자기를 호소할 수 있는 사람들. 그래서 정말로 기도가 절실한 사람들이 모여서 기도하고 있구나.

'세상'에 자기를 호소할 길이 막힌 사람들, 그래서 하느님에게만 자기를 호소할 수 있는 사람들을 소수자라고 하겠죠. 그 소수자 중의 하나였던 육우당을 추모하는 자리가 그 소수자들의 기도의 자리가 되는 것은 당연하겠구요.

그 소수자들의 기도가 응답을 받는 날은 아마도 육우당의 시를 바탕으로 해서 지은 이런 노래와 같은 날이 될 듯합니다.

어서오라 어서오라 평화로운 세상이여
어두컴컴 암흑세계 잡아먹고 어서오라
은하수가 흐르듯이 꽃잎타고 어서오라
평등평화 아름다운 세상이여 어서오라

성소수자 사랑하고 장애인도 살아가고
이방인도 함께가는 그런세상 낙원이여
그런날이 온다면은 모든이가 밤낮없이
덩실덩실 춤을추며 기뻐할 것이다
기뻐할 것이다.

황용연 대표(사회적 소수자 선교센터 무지개센터)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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