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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얼굴’에서 나를 보며제20회 서울장애인인권영제에서 영화 <니얼굴>을 보고 나서
박연숙 | 승인 2022.04.30 16:43
▲ 발달장애인 화가 정은혜 님을 다룬 ‘니얼굴’이 29일 혜화동 마로니에 공원에서 진행된 제20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되고 있다. ⓒ정리연

지금까지 2,500명의 ‘니얼굴’을 그렸다는 발달장애를 가진 화가 정은혜 씨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았다. 2022년 4월 29일 장애인인권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을 찾은 것은 봄날이었지만 오전에 비가 왔던 탓인지 87분 동안 앉아 있던 바닥은 차가왔다. 그런데도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게 몰입해서 봤다. 발달장애를 갖고 있는 아들 생각이 났기 때문이기도 하고 은혜 씨의 꾸밈없는 모습과 캐리커처를 그려내는 손놀림이 놀랍기도 해서였다.

양평 문호리 리버마켓에서 은혜 씨 엄마의 카메라에 잡힌 손님들의 다양한 얼굴은 은혜 씨만의 독특한 선으로 도화지 위에 옮겨졌다. 은혜 씨를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던 사람들과는 사뭇 다른 시선으로 은혜 씨에게 다가온 ‘니얼굴’을 성실하게 그려나가는 그녀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녀의 손길에 얼굴을 맡긴 수많은 니얼굴의 주인들 미소도 역시 예뻤다.

리버마켓에 함께한 이웃 셀러들의 모습도 눈여겨보았다. 은혜 씨의 장애를 보지 않고 사람 대 사람으로 대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장애인을 가족으로 둔 이들이 그렇게 바라는 통합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동정도 아니고 시혜도 아닌 그냥 같은 사람으로 보는 시선….

▲ 이제 한 사람의 화가로 폐공장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그림 사이를 오가며 춤을 추는 정은혜 작가 ⓒ화면 갈무리

그들도 물론 처음부터 자연스럽지는 않았을 터, 그 얼굴 자주 대하다 보니 조금은 다르지만 함께 살아가는 이웃임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장애인들끼리 모여 살면서 관리 받아야 하는 차원이 아닌 지역사회 속에서 함께 어우러져 ‘니얼굴’에서 ‘나를 보며’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사회를 소망해본다. 폐공장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그림 사이를 오가며 춤을 추던 은혜 씨의 자유로운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런 자유를 좀 더 많은 이들이 누릴 수 있도록 길이 열렸으면 좋겠다.

은혜 씨는 그림을 통해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장애인 복지관에서 일하는 것을 그만둔 후에는 서울문화재단 잠실창작스튜디오 소속 작가가 되었다. 당당히 지역사회에 자리 잡게 된 그녀와 함께 수고한 가족에게 박수를 보낸다. 재능 개발은커녕 하루하루 삶을 이어나가기도 쉽지 않은 장애인들도 많지만 그래도 누군가 그렇게 자신을 향한 불편한 시선을 딛고 사회에 걸음을 내딛어 준 것이 고맙다.

2018년도 카메라에 비친 은혜 씨 엄마는 삭발을 하고 있었다.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요구에 삭발로 동참하셨던 것 같다. 올해 4월 19일에도 555명의 발달장애인 부모가 삭발했다. 성인이 되면 갈 데도 오라는 데도 없는 발달장애인들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장이 더 많이 생겨나길, 장애인들이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는 기본권이 보장되길, 그 선상에서 열린 장애인인권영화제가 좀 더 많이 알려지고 사랑받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안 예쁜 얼굴은 없어요”

은혜 씨의 말이 귓전에 울린다. 잠자는 ‘코넬리아 드 란지 증후군’을 가진 아들 창성이의 모습이 오늘따라 더 예뻐 보인다.

▲ 이번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작품들 ⓒ정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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