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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권의 퇴행적인 노동정책 – 플랫폼노동의 경우민중신학자의 눈으로 세상 읽기 (49)
강원돈(길마루글방지기/민중신학과 사회윤리) | 승인 2022.05.08 23:18
▲ 배달 노동자 단체인 ‘라이더유니온’ 소속 배달기사들이 지난 4월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플랫폼 업체와 정부에 라이더보호법 제정과 산업재해 전속성 기준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뉴스1

라이더 유니온의 항의 시위

지난 4월 27일 라이더유니온 회원들이 서울 잠실에 있는 쿠팡 본사 앞에서 헬멧을 쓰고 오토바이를 탄 채 시위를 벌였다. 그들은 “산재 전속성 폐지하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있었고, 라이더보호법을 제정하라고 외쳤다.

‘산재 전속성’은 산업재해보험을 청구하는 자격요건을 가리킨다. 고용노동부 고시에 따르면, 배달 기사가 한 업체에서 받은 월 소득이 116만 4천 원 이상이고 해당 업체에서 일한 시간이 월 97시간 이상일 경우 그 배달 기사의 전속성이 인정된다. 배달 기사들은 대부분 그러한 전속성 요건을 충족할 수 없다. 그들은 ‘공유콜’을 통해 여러 업체에서 일감을 받기 때문이다.

또한, 라이더유니온 회원들은 라이더보호법을 제정해서 배달 플랫폼사업자의 등록제를 도입하고, 라이더의 안전을 보장하는 배달료를 책정하고, 알고리즘에 관한 협상 등을 제도적으로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라이더보호법의 핵심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배달 플랫폼사업자가 책임 있는 협상 주체로 나설 수 있도록 자격요건을 강화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배달 플랫폼사업자와 배달 플랫폼 노동자의 단체교섭을 통해 임금, 노동시간, 노동조건 등을 결정하자는 것이다.

이미 3월 23일과 4월 5일에 라이더유니온 지도부는 ‘산재 전속성’ 문제 해결과 라이더보호법 제정을 제안하기 위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면담을 요청했다. 인수위원회 사회복지문화분과는 라이더유니온 지도부와 협의해서 4월 22일 간담회를 열었으나, 간담회 의제는 배달 라이더의 ‘안전’ 문제로 좁혀졌다. 배달 플랫폼사업자 단체와 배달 플랫폼 노동자 단체 대표들,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 간부들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사회복지문화분과 간사 임이자 의원은 산재 전속성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밝혔으나, 라이더보호법 제정에는 냉담하게 선을 그었다. 라이더유니온이 4월 27일 대대적인 시위를 전개하고 산재 전속성 폐지와 라이더보호법 제정을 강력하게 요구한 것은 그와 같은 인수위원회 측의 소극적 태도에 반발했기 때문이다.

플랫폼 경제의 확대와 플랫폼 노동자들의 증가

지난 4월 27일 라이더유니온 회원들이 시위를 벌이며 외친 구호는 선진국을 자처하는 대한민국에서 배달 라이더들이 4대보험 가운데서도 가장 기본적인 산재보험의 보호조차 받지 못한 채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다는 것을 다시 일깨워주었다. 이 기가 막힌 현실은 분명 대한민국의 큰 스캔들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배달 라이더들이 처한 현실이 플랫폼 노동자 대부분이 겪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배달 라이더는 플랫폼 노동자의 한 유형이다. 플랫폼노동은 배달 노동 이외에 배송, 운송, 판매, 접객, 음식 조리, 청소, 돌봄, 번역, 통역 등 실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플랫폼노동은 플랫폼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급속하게 팽창하고 있다. 플랫폼 경제는 플랫폼에 기반을 둔 경제이고, 그 규모는 엄청나게 커졌다. 플랫폼은 알고리즘을 통해 거래를 조율하는 디지털 네트워크이다. 플랫폼에서는 디지털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사람들 사이에 소통과 거래가 매끄럽게 이루어지지만, 모든 소통과 거래는 알고리즘의 통제 아래 있다. 플랫폼 경제는 플랫폼사업자가 디지털 네트워크에 설치한 알고리즘을 통하여 거래를 조율하여 이윤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설계된다. 플랫폼사업자가 알고리즘을 통해 발신한 정보를 수신하여 그 지령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 사람에게는 보상이 주어진다. 알고리즘을 거쳐 전달되는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바로 플랫폼 노동자다. 플랫폼사업자는 플랫폼 설치자인 동시에 플랫폼 운영 규칙의 제정자이다. 그러한 이중의 지위를 통하여 플랫폼사업자는 자신이 정한 규칙에 따라 플랫폼 노동자들이 업무를 수행하도록 권력을 행사하고, 플랫폼 노동자들이 업무 수행을 통해 벌어들인 수입에서 업무 수행 보상 비용을 뺀 나머지를 이익으로 챙긴다.

플랫폼노동은 플랫폼사업자와 플랫폼 노동자 사이의 직접적인 업무 지시와 감독과 평가 아래 놓이지는 않지만, 알고리즘을 통해 작업지시를 받고 분초 단위로 관리되는 업무 수행에 대한 평가를 받고, 어떤 경우는 작업 배제 등의 제재를 받는다. 플랫폼노동은 알고리즘을 통해 플랫폼사업자에게 종속된 형태로 업무를 수행하여 임금을 받는 노동의 한 형식이다. 그렇다면, 플랫폼노동은 현대 노동법의 토대를 놓은 후고 진쯔하이머(Hugo Sinzheimer)가 규정하는 ‘종속적 노동’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플랫폼 노동자는 플랫폼사업자의 지시와 감독 아래 있는 ‘종속적 노동자,’ 곧 피고용자다.

우리나라에서 플랫폼을 매개로 해서 이루어지는 노동의 규모는 매우 크다. 2021년 11월 18일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2021년 플랫폼 종사자 규모와 근무실태」에 따르면, 플랫폼을 매개로 노무를 제공하는 ‘플랫폼 종사자’는 취업자(15~69세)의 8.5%인 약 220만 명에 달한다. 약 220만 명의 사람들이 조사 시점 이전 3개월 동안 스마트폰 앱이나 웹사이트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의 중개 혹은 알선을 통해서 일감을 얻고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입을 얻은 적이 있다는 뜻이다. 그들은 광의의 ‘플랫폼 종사자’에 속한다. 그 사람들을 모두 플랫폼 노동자들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 가운데서 플랫폼 노동자들로 간주할 수 있는 사람들은 고객만족도 평가 등의 방법으로 일의 배정 등에 영향을 미치는 플랫폼을 매개로 해서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은 그러한 ‘협의의 플랫폼 종사자’의 수효가 약 66만 명이고, 취업자(15~69세)의 2.6%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중요한 것은 플랫폼 노동자들의 다수가 플랫폼노동을 전업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2021년 6월 고용노동부와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대리운전·음식배달·아이돌봄·가사청소 등 5개 직종의 종사자 789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해서 얻은 결과를 「2021 플랫폼노동 실태조사」에 담았는데, 이 보고서에 따르면, 플랫폼 노동자들 가운데 전업으로 일하는 사람의 비중은 61.1%에 달했다. 또한, 플랫폼 노동자들 가운데 2~30대 ‘청년층’의 비율은 44.3%를 차지했다. 그것은 다른 일자리에 취업한 청년들의 비율 33.8%를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높은 비율이다. 그러한 통계 자료는 플랫폼노동이 우리 사회에서 전형적인 일자리로 자리를 잡아가고, 미취업이나 실업 상태에 있는 청년들에게 직업으로 선택되는 경향이 크다는 뜻이다.

윤석열 정권의 플랫폼노동 정책

윤석열 정권은 알고리즘과 인공지능에 기반을 둔 플랫폼 경제가 폭발적으로 팽창하리라는 것을 전제하고 국정과제를 설정했다.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를 보면, 윤석열 정권이 디지털 플랫폼 구축을 전방위적으로 추진하려고 마음을 먹었다는 것을 곧바로 알 수 있다. 굵직굵직한 국정과제만 꼽는다고 할지라도,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축, 방역통합정보시스템 및 감염병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온·오프라인 해외협력 지원플랫폼 구축, 산업 데이터 플랫폼 구축 및 업종별 디지털연대 확산, 서비스산업 통계 플랫폼 구축, ‘제조 디지털 전환 클라우드 플랫폼’ 구축 및 스마트공장(미래형 선도 스마트공장 등) 추가 보급, 종합금융플랫폼 구축, 디지털 플랫폼사업자‧이용사업자‧이용자 간 상생 생태계 구축, 메타버스·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신산업 육성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플랫폼 구축 사업이 망라되어 있다.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전방위적인 플랫폼 구축 사업은 민간 영역의 광범위한 플랫폼 구축을 전제하는 것이니, 윤석열 정부가 그리고 있는 미래의 경제는 플랫폼 경제임이 분명하다.

이처럼 디지털 플랫폼이 대대적으로 구축되어 플랫폼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인간 생활의 모든 영역을 매개하는 인프라로 자리를 잡는 사회에서는 플랫폼노동이 전형적인 노동 형식으로 자리를 잡게 될 것이다. 그러한 플랫폼노동이 ‘종속된 노동’의 형식을 취하는 한, 플랫폼 노동자들의 임금, 노동시간, 노동조건 등을 둘러싸고 심각한 노동 문제들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책임 있는 정부라면, 응당 플랫폼노동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노동법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이 플랫폼노동에 관련해서 세운 정책은 보잘것없다. 무엇보다도 윤석열 정권은 플랫폼노동이나 플랫폼 노동자라는 개념을 알지 못한다. 윤석열 정권의 110대 과제에는 ‘플랫폼 종사자’라는 용어가 나오고, 그 용어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와 동렬의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노동자성이 논란거리가 되는 것처럼, ‘플랫폼 종사자’의 노동자성도 자명한 것이 아니라는 투다. 이미 지난 4월 22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회복지문화분과가 라이더유니온의 요구에 선을 그으면서 시사했듯이, 윤석열 정권은 라이더보호법 제정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고 고작 “플랫폼 종사자 등에 대한 산재 예방 정보 공유플랫폼 지원 및 적용 대상 확대,” “특고·플랫폼의 산재보험 사각지대 해소,” “플랫폼 종사자에게 직종·수준별 특화훈련 제공” 등 세 가지를 국정과제 안에 담았을 뿐이다. 그 과제들도 110대 국정과제의 독립된 과제 항목으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국정과제 49호와 55호의 세부 과제로 기재되는 데 그쳤다. 플랫폼노동을 노사관계의 틀에서 다룰 수 있도록 노동법과 근로기준법을 적용하겠다는 의지는 윤석열 정권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노동 문제를 다루는 윤석열 정권의 태도가 얼마나 반노동자적이고 퇴행적인가를 이보다 더 잘 보여줄 수는 없다.

플랫폼노동을 어떻게 풀어야 하나?

플랫폼노동은 우리 사회만 겪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 미국과 유럽 여러 나라도 플랫폼노동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플랫폼노동 문제 해결의 열쇠는 플랫폼노동을 ‘종속된 노동’으로 보고, 노동법을 적용하여 플랫폼노동에 관련된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다. 플랫폼 노동자를 ‘플랫폼 종사자’로 애매하게 규정하지 말고,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출발점으로 삼아 플랫폼노동의 문제를 풀자는 것이다. 그러한 전진적인 조치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시위와 투쟁이 맺은 결실이다.

2019년 9월 1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의회는 「피고용자와 독립계약자를 구별하여 노동자의 지위를 확인하는 AB 5 법」(1)을 제정했다. AB 5 법의 핵심은 플랫폼노동을 종속적 노동으로 추정하되, 플랫폼을 매개로 해서 일하는 사람이 종속적 노동을 수행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하는 책임을 플랫폼사업자에게 부여하는 것이다. AB 5 법은 플랫폼 노동자와 독립계약자를 구별하는 세 가지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했다.(2)

유럽에서 플랫폼 노동자들이 사용자 단체와 단체교섭을 체결하여 임금과 노동조건 등을 규율하는 결실을 가장 먼저 거둔 곳은 이탈리아였다. 2016년부터 배달 플랫폼 노동자들은 독립노조를 결성하고 노동조합 연맹과 연대하여 사용자 단체들과 협상을 벌였고, 구속력 있는 합의에 이르렀다. 독일과 영국에서는 플랫폼노동을 보호하는 법적인 조치가 법정 판결을 통해 내려졌다. 2020년 12월 1일 독일연방노동법원은 플랫폼 노동자들을 자영업자로 볼 것이 아니라, 독일법상 종속적인 지위에서 노동하는 사람들로 보아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2021년 2월 19일 영국 대법원은 플랫폼에서 자영업자로 일한다고 규정되었던 우버 기사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노동법의 보호를 받도록 하는 판결을 내렸다. 유럽에서 플랫폼노동을 보호하는 입법에 성공한 최초의 국가는 스페인이었다. 2021년 7월 21일 스페인 의회는 라이더법을 제정하여 알고리즘을 통해 배당받은 업무를 수행하는 라이더를 종속 노동자로 간주하고, 사용자와 단체교섭을 체결할 수 있는 권리 등 노동법상의 권리를 부여했다.

이처럼 유럽 여러 나라에서 플랫폼노동을 보호하는 실질적인 조치가 취해지자 2021년 12월 9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플랫폼노동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입법지침(안)」을 발표했다. 이 입법지침의 골자는 두 가지다. 하나는 플랫폼을 통해 일감을 얻는 사람들을 자영업자와 플랫폼 노동자로 구별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그 기준에 따라 플랫폼을 통해 일감을 얻는 어떤 사람이 자영업자인가의 여부를 입증하는 책임을 플랫폼사업자에게 부여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알고리즘·인공지능 등을 통해 자동화된 통제에 관한 노동자의 권리를 명시하는 것이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일감 배정, 보수, 노동 안전, 노동시간, 제재, 계정 정지나 차단 등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알고리즘·인공지능 등의 설계에 대해 알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고, 플랫폼사업자는 노동자들에 대한 모니터링, 감독, 평점 등에 활용되는 알고리즘의 주요 매개변수에 관련된 정보를 플랫폼 노동자와 플랫폼 노동자 단체 대표에 제공하여야 한다.

플랫폼노동 보호 입법을 향하여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플랫폼노동 보호법을 제정하려는 시도가 몇 차례 있기는 했지만, 그 시도는 결실이 없었다. 그러한 입법 시도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심상정 의원이 제안한 라이더보호법 제정 시도이다. 2021년 8월 18일 심 의원은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하여 배달사업자 등록제를 도입하고, 알고리즘 정보를 노동자들에게 공개하고, 안전배달료를 도입하도록 규정하고자 했다. 그 법안은 라이더유니온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고, 플랫폼사업자와 플랫폼 노동자의 협상을 법적으로 뒷받침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이지만,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명확하게 하여 노동법을 적용하도록 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는 법안이다.

다른 하나는 2020년 12월 21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방안”이다. 이 방안은 2021년 3월 19일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에 담겼다. 그 법안은 ‘플랫폼 종사자’와 플랫폼사업자 등 플랫폼 사업 관계자들의 지위를 규정하고, ‘플랫폼 종사자’가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일 경우 노동법을 우선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런데 그 법안은 두 가지 점에서 큰 문제가 있다. 첫째, 법안은 ‘플랫폼 종사자’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중개·알선받은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 ‘플랫폼 종사자’의 노동자성을 전제하지 않는다. 따라서 플랫폼을 통해서 일감을 얻었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자로 분류해야 할 사람을 ‘노동자’가 아닌 프리랜서 등 ‘종사자’로 취급할 우려가 있다. 둘째, 법안은 플랫폼사업자가 ‘플랫폼 종사자’의 노동자성을 입증할 책임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법안은 제14조에서 플랫폼사업자와 ‘플랫폼 종사자’의 계약이 상호 동등한 지위를 가진 사람들 사이의 계약이라는 것을 전제하고 나서 그 계약이 서면계약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계약의 당사자, 수행해야 할 노무의 내용, 보수의 지급기준, 지급일 등에 관한 사항, 계약의 기간, 갱신·변경 및 해지 사유와 절차 등 서면계약서에 기재할 사항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서면계약의 기재사항만으로는 ‘플랫폼 종사자’의 노동자성이 곧바로 밝혀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러한 두 가지 맹점 때문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의 제정에 반대했고, 2021년 정기국회에서 이 법안의 입법은 포기되었다.

플랫폼노동 보호를 위한 미국과 유럽 여러 나라, 그리고 우리나라의 입법 시도를 되돌아보건대, 플랫폼노동 보호법이 제대로 마련되려면 세 가지 입법이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을 개정하여 ‘근로자’의 개념을 바꾸어야 한다. 현행 ‘근로자’ 규정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되어 있는데, 이를 “계약의 형식과 관계없이 타인의 사업을 위하여 노무를 제공하고 보수를 받는 사람”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알고리즘을 통해 간접적으로 체결되는 노동계약에 따라 노무를 제공하고 보수를 받는 플랫폼 노동자들이 일단 ‘근로자’(= ‘종속된 노동자’)로 추정되고, 근로기준법과 노동법의 적용대상이 된다. 둘째, ‘플랫폼 종사자’의 노동자성을 판단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법으로 명시하고, ‘플랫폼 종사자’가 노동자가 아니라 자영업자 혹은 독립계약자의 신분임을 입증하는 책임을 플랫폼사업자에게 부과하는 것이다. 셋째, 플랫폼사업자와 플랫폼 노동자의 단체교섭을 산별 수준이나 중앙교섭 수준에서 진행하고 체결할 수 있도록 법제를 마련하는 것이다. 플랫폼 노동자들이 여러 플랫폼사업자로부터 일감을 얻는다는 사정을 고려한다면, 교섭 단위를 사업장 단위로 하는 것은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권의 퇴행적인 노동정책에 맞서기 위해 시민·사회단체의 역량을 모아나가자!

플랫폼 경제가 확대되고 플랫폼노동이 노동사회에 깊이 뿌리를 내리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권은 플랫폼노동에서 비롯되는 심각한 문제를 외면한 것이 분명하다. 그것은 윤석열 정권의 플랫폼노동 정책이 극히 퇴행적이라는 데서 또렷하게 드러난다. 실로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윤석열 정권은 플랫폼노동만이 아니라, 노동시간 정책, 최저임금 정책, 중대재해처벌법 정책 등 노동 관련 정책 전반에 걸쳐서 신자유주의 정권 특유의 반노동자 노선으로 일관하고 있다.

앞으로 시민사회와 사회단체들, 그리고 교회는 윤석열 정권의 퇴행적이고 반노동자적인 정책에 맞서 싸우고, 노동자들의 권익을 최대한 실현하기 위해 역량을 모아야 할 것이다. 물론 플랫폼노동 보호법 제정은 그러한 투쟁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플랫폼 노동자들이 산재보험의 사각지대와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완전히 방치된 현실을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플랫폼 노동자들을 실효적으로 보호하는 법률을 제정하는 것은 윤석열 정권의 퇴행적인 노동정책에 맞서서 더 인간적이고 더 사회적인 노동세계를 형성하고자 하는 시민사회와 사회단체의 역량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미주

(미주 1) AB 5, Gonzalez. Worker status: employees and independent contractors.

(미주 2) AB 5 법은 캘리포니아주 노동법에 section 2750.3을 추가하고, section 2750.3 (a)항에 독립계약자로 간주할 수 있는 세 가지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사람은 ‘피고용자’로 분류되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강원돈(길마루글방지기/민중신학과 사회윤리)  kwdth55@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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