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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자유의 도반 변찬린의 춤사위 한판『선(禪) 그 밭에서 주은 이삭들』 (도서출판 문사철, 2022)의 소감
변상규 소장(정신분석 대상관계연구소) | 승인 2022.05.16 23:13
▲ 변상규 소장(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특임교수)

철학적 해석학자로 유명한 폴 리쾨르는 인류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살다 보니 홍수가 나면 마땅히 마실 물이 없는 것처럼, 수많은 정보 속에서 넘치는 의미 속에서 정말 유용한 정보를 선택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하였다. 요즘같이 쉬운 글, 재미진 글, 독특한 글이 난무하는 현실에서 변찬린이라는 이 낯선 분의 글이 얼마나 이해될까 생각하면 우선 한숨이 먼저 나온다.

우연은 없다는 말이 있다. 아마도 그 말은 삶의 필연성에 대한 운명 같은 단언(斷言)일 것이다. 내가 ‘변찬린’이라는 이 독특한 인품을 지닌 사람을 만나게 된 것 역시 우연은 아닐 것이다. 내 성씨가 변(卞)씨라 성이 변인 사람 중 유명한 사람은 늘 관심 있게 관찰하는 습성(?)이 있는데 변찬린이라는 분은 아쉽게도 邊氏 성을 가진 분이셨다.

나는 1986년부터 다석 유영모 선생과 그의 제자인 함석헌 김흥호 선생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그분들의 책을 탐독하였다. 그러했기에 변찬린이라는 이름은 아무리 생각해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러던 중 2019년 어느 날 한국신학연구소에서 『성경의 원리』 세 권과 『요한계시록 신해』을 포함하여 네 권이나 출간한 것이 무척 낯설고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한국신학연구소는 양질의 신학 서적이 부족했던 8-90년대 민중신학을 비롯 최첨단의 서구신학을 소개한 출판사였기에 그런 출판사에서 이름도 성서의 원리도 아닌 ‘『성경의 원리』 사부작’. 한밝 성경해석학 시리즈로 그것도 네 권이나 출간하여 매우 관심 있게 보았다. 도대체 이 사람이 누구길래 한국신학연구소 같은 진보적 출판사에서 책을 네 권이나 내주었을까.(사진 참조) 아주 오래되신 목회자인가?

▲ 『성경의 원리』 사부작(한국신학연구소, 2019)

그러던 중 주문한 책이 와서 살펴보다 뭔가 예사롭지 않은 성서해석에 나는 몇 번이고 이 인물에 대해 호감이 생기던 중 변찬린 이라는 인물과 사상에 정통한 종교학자 이호재 교수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호재 교수의 《에큐메니안》에 실린 여러 글을 읽으며 처음에는 이분이 올해 100세가 되신 풍류 신학의 창시자 유동식 교수의 아류가 아닌가 싶었다. 나중에서야 ‘아류’라는 말을 했다는 자체가 큰 실수임을 자각했다. 한마디로 대단한 사상가요 영성적 향기 가득한 종교사상가이며 성서학자임을 알게 되었다.

물론 변찬린 선생이 외국의 유수한 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분도 아니고 대학교 강단에서 가르친 경험이 있는 분도 아니었지만 그의 글들을 보면 이분이 공맹, 사서삼경을 비롯, 주역이나 불교학, 서양철학 및 최신 신학에도 깊은 통찰과 관심을 갖고 그 핵심을 꿰뚫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 기이한 느낌마저 들었다. 도대체 이 사람 변찬린은 누구인가?

우리는 성서에 관한 한 구속사(Heilsgeschichte)적 관점에서 해석해 왔다. 성서라는 방대한 문서를 하나의 코드로 일관되게 풀 수 있는 것은 아무에게나 주어진 능력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변찬린 선생은 성서를 선(僊)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풀어 해친다. ‘僊’라는 말은 ‘춤출 선’인데 그야말로 변찬린 선생은 자유로운 기운으로 성서를 풀어 사유의 춤을 춘 사람이라 말하고 싶다. 그에게 인간은 자유로와야 할 존재였다. 매인 게 하나도 없어야 했다. 삶도 죽음도 구원 천국 지옥 사상에서 자유로운 존재가 바로 선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이었다.

그래서 일반 기독교인들이 그의 책을 보다 보면 처음에는 뭔가 은혜가 되고 신기한 느낌이 나는데 어느 순간 기존의 기독교와 너무 다른 차원을 맞닥뜨리면서 책을 덮어 버리게 된다. 바로 그 지점이 교리에 갇힌 지점이요 하나님이 주신 자유에 대해 아찔한 현기증을 느끼는 대목일 것이다. 그는 한국의 에크하르트와 같은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에크하르트의 기도가 너무 특이하여 지금도 기억한다. “하나님 무엇보다 제가 당신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는 은혜를 주옵소서.” 이 얼마나 당돌한 기도인가? 그런데 이런 기도를 드릴 정도라면 정말 엄청나게 하나님과 깊은 친밀함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 기도는 하나님을 떠난다는 기도가 아니라 하나님으로부터도 자유하여 하나님을 사랑하되 하나님을 자유롭게 사랑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기도라고 생각한다. 즉 하나님이기에 하나님에게 함몰되거나 압도되지 않고 하나님에 대한 선명한 대상성을 이루었기에 이런 기도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변찬린 선생에게서는 에크하르트를 능가하는 당돌할 정도의 당당함과 자유로움이 있다. 그는 어느 권세나 어느 권위에 눌려 살지 않았던 사람이다. 하나님이 우리를 그만한 수준으로 지으셨다는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늘 사는 게 바쁘고 정신분석 강의하기에 바빠 변찬린 선생의 성경 연구 저서들을 사 놓고 제대로 다 보지도 못해 늘 이호재 교수께 미안한 마음이 컸다. 그래도 틈나는 대로 책을 보고 이호재 교수께서 쓰신 《에큐메니안》에서 변찬린 선생의 성서해석을 읽다가 어느 순간 그 해석학적 깊이에 글을 읽다 몇 번의 탄성을 내지른 적이 많았다. 다만 동양사상을 조금 아는 사람, 성서를 조금 깊이 볼 줄 아는 사람이어야 이 분의 책을 제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쉽게 읽히지만 쉬운 게 아니다.

한마디로 성서를 역사철학적 관점에서 썼던 함석헌 선생의 뜻으로 본 한국 역사처럼 변찬린 선생의 성서 이해는 한 마디로 선맥(僊脈)이라는 독특한 관점으로 시종일관 기록하였으니 말이다. 나도 한자를 아주 모르지 않았는데 선맥(禪脈)이 아니라 선맥(僊脈)이라는 말이 참으로 기이하게 다가왔다. 인간이 죽지 않고 살아서 가는 선맥(僊脈)우주론을 갖고 성경을 해석한 변찬린의 사유에서 떨어진 이삭들이 바로 『선(禪), 그 밭에서 주은 이삭들』이라는 책이다.(사진 참조) 이 책 사실 몹시 궁금했고 보고 싶었는데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절판 희귀본이라 50만원이 넘어 볼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이번에 예쁜 겉표지 옷을 입혀 새롭게 출간해 반가왔다.

▲ 『선(禪), 그 밭에서 주은 이삭들』(2022)

몇 편의 글을 보며 확 느낀 감정은 변찬린 선생은 “인간을 보았다”는 것이다. 석가를 본 것도 예수를 본 것도 노자를 본 것도 아니다. 그는 그저 인간 석가, 인간 예수, 인간 노자를 본 사람이다. 이분은 허위가 없다. 그 흔한 이상화도 없다. 있다면 훨훨 자연이 보여주는 자연스러움의 소박함이다. 변찬린 선생의 글은 한 줄 한 줄이 무슨 시 같기도 하고 압축하여 놓은 한자 같아 보이기도 한다. 분명한 건 그 안에 칼이 있고 빛이 있으며 교훈이 있고 찬물이 있어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방망이 같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하나님은 사람 농사하는 것을 천하의 근본으로 삼는다”는 말과 - 무심한 나 허 퉁 빈 마음으로 “道란 무엇이냐? 물었더니 자연(自然)은 빙그레 웃으며 대답하는 말 “엄마니라” 하더라.”라는 구절이 크게 와 닿았다. 그렇지 모든 도와 종교의 근본은 모성성이라 늘 믿어왔기 때문이다. 변찬린 선생의 글을 보며 좀 놀란 부분은 어떻게 번역된 신학책이 많지도 않던 그 시절에 당시 내로라하는 신학자, 영성가, 스님, 시인, 유명인들의 사상을 자신의 문법과 언어로 넘나들면서 자유롭게 풀어내는 글의 입담은 천재의 필력이라 질투가 올라오기도 한다. 도대체 이 사람은 누굴까 …

한국교회 교인이라면 이분의 책, 한 권만이라도 읽어보길 권한다. 이해가 되든 아니 되든 읽어보길 바란다. 읽노라면 어느 순간 “아…” 하는 자각이 열릴 것이다. 그 순간 어렵게 느껴진 선맥(僊脈)의 관점이 글자가 아니라 삶으로 펼쳐질 것이다. 그리고 느낄 것이다. 이 나라에도 이런 사람이 있었구나 …

살아생전 알아주는 사람도 없었고 오히려 그를 시기하여 양잿물을 먹여 식도가 모두 타서 침한 방울 목구멍으로 넘길 수 없던 비참한 말년이었지만 그 아픈 몸을 갖고 자신의 모든 걸 불태워 『성경의 원리』라는 책을 쓰고 세상을 등지셨으니 그의 책들은 외롭고 좁은 길을 걸어간 도반의 흔적일 것이다. 말이 장황했다. 무심한 마음으로 생각 없이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한번 읽었으면 두번 읽어보길 바란다. 그럼 어느 대목에서 분명 눈길이 멈추고 생각이 멈출 것이다. 그 순간이 하나님 품에 계신 변찬린 선생이 당신에게 말을 건네는 순간일 것이다.

필자는 한국침례신학대학교 대학원 졸업하고 (목회상담) 침례신학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겸임교수와 총신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역임하였다. 현재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특임교수이자 변상규 정신분석 대상관계연구소 소장(https://blog.naver.com/jesusbyu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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